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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55

EP38. 반격의 시간(5)

“무, 무슨 짓을!”

밤의 귀족이 크게 발작하며 진우를 바라보았다. 하반신이 마비되고 온몸이 구속되어 있는 상태임에도 부서진 검으로 다가가려고 했다.

경악에 물든 얼굴은 가히 볼만했다.

눈알이 금방이라도 빠져나올 것만 같았다.

귀족들도 술렁였다.

진우를 비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귀족들도 존재했다.

단지, 여왕만이 차분한 눈빛으로 진우를 바라볼 뿐이었다.

“도,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인가! 이제, 이제 그 괴물을 막을 방법이 없어! 없다고!”

밤의 귀족이 그렇게 외쳤다.

“그게 막는 거라면 차라리 멸망해버리는 게 낫지. 악마들이 우글거리는 곳과 다를 바 없으니 말이야.”

“그런 무책임한……!”

“감히… 외부인이 영국의 일을 그렇게 쉽게 결정한단 말인가.”

귀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진우가 손가락을 튕기자 전격이 뿜어져 나오며 밤의 귀족에게 꽂혔다.

밤의 귀족은 온몸을 부르르 떨다가 기절했다.

“더 할 말 있으신 분?”

귀족들의 입이 닫았다.

‘재미있군.’

진우가 영국에 왔을 때는 이미 영국에서 살아남은 이는 극소수였다.

천명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진우는 영국이 멸망한 이유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괴물이 주된 이유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괴물의 힘을 흡수하여 탄생한 A140이 문제였다.

그렇게 퍼져 나가 사람을 잡아먹으면서 성장하여 악마가 되었다. 호수까지 말라비틀어지며 봉인이 깨어졌을 땐 이미 모든 게 늦었다. 거대한 악의가 영국을 휩쓸었다.

진우는 여왕을 바라보았다.

“후계자를 정하지 않은 이유를 알겠군.”

실프에게 호수의 힘이 깃들어 봉인이 약해졌다.

밤의 귀족 말대로 실프를 죽여 다시 힘을 회수한다면 봉인이 견고해질 수 있을 것이다.

여왕은 실프를 굉장히 아꼈다.

조금이라도 다칠까봐 노심초사했다.

그런 여왕이 실프를 죽일 수 있을 리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도 가능하니까.”

실프에게 호수의 힘을 모두 넘겨줄 수 있었다.

그 편이 더 강한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실프는 반은 정령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귀족들이 진우의 말을 이해하고는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방금 전, 실프를 죽여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는 의견을 슬쩍 내비친 귀족은 아예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실프가 차기 여왕이 된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이 한 몸 죽어서 봉인을 유지할 수 있다면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젠 그럴 수도 없지.”

여왕이 그렇게 말했다.

어떤 선택지든 모두 멸망으로 귀결되었다.

“시민들을 죽여 영국을 지켜봤자 의미가 없다. 흑장미전쟁에서 괴물을 봉인하여 승리한 것은 너희들이 아니다. 그때 당시에 목숨을 걸고 대항한 기사들과 시민들이다. 버몬트 웨튼 백작의 행위는 자신이 살기 위해 지켜야 할 시민들을 버린 꼴이다.”

여왕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이 땅에 이제 귀족이 있을 필요가 없을 것 같군.”

귀족들은 숨소리조차 죽이며 고개를 숙였다.

여왕은 진우를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도와주겠나? 미래의 대마법사여.”

“솔직히 저 낯짝들을 보니 꺼려지기는 하는데…….”

귀족들이 움찔했다.

기사들의 전력은 반 이상 줄었다.

오염된 기사가 전선에 나가게 된다면 어찌 될지 알 수 없었다. 아린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악마화가 급격하게 진행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저들이 진우를 욕하든, 싫어하고 혐오하든 상관없었다.

진우는 멸망을 막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이곳에 왔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내 제자도 있으니 어쩔 수 없지. 아직 가르칠 게 많거든.”

“고맙네.”

후다닥!

로브를 눌러쓴 채 기둥 뒤에서 뛰어나가는 실프가 보였다. 기척을 죽이는 마법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그럼 대책을 마련해보도록 하지. 총리도 불러야겠군.”

여왕의 말에 지켜보던 이화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구체적인 사안을 논의해야겠습니다. 한국에 있는 병력을 데려오려면 의회의 동의는 필수이니까요.”

“모든 일에 협조하겠네.”

상황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어느새 멸망은 영국을 까맣게 물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멸망은 오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반격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영국 여왕은 별장 밖으로 빠져나가는 진우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래, 우리에게는…….’

새까만 멸망 속에서도 밝은 별을 내렸던 대마법사가 존재한다.

실프는 로브를 둘러쓰고 달렸다.

별장에서 빠져나와 커다란 나무와 연못이 있는 곳까지 이르렀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몰아쉰 실프는 나무 밑에 웅크려 앉았다.

실프는 눈물을 닦으며 코를 훌쩍였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사실이었다.

실프가 별장에 몰래 간 이유는 진우를 보기 위함이었다. 아델라와 함께 열심히 팔찌를 만들었는데, 아델라와 실프가 하나씩 나눠 가졌고 진우의 것도 만들었다.

진우가 알려준 마법과 이화연에게 배운 마법, 그리고 아린 박사에게 얻은 소재로 직접 만들었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몰래 다가갔는데, 그런 소리를 들어버렸다.

‘나 때문에?’

절망이 몰려왔다.

모든 원흉이 자신 때문이라고 한다.

‘나만 사라지면…….’

유일한 가족인 여왕마저 자신 때문에 사라진다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뭐하냐?”

움찔!

실프가 로브를 더 눌러쓰고는 조금씩 조금씩 옆으로 이동했다. 그러다가 벌떡 일어나 후다닥 뛰어가려 했다.

“앗!”

실프가 그 자리에서 넘어졌다.

진우가 로브 끝을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브가 벗겨지며 풀밭을 구르다가 연못에 빠졌다.

“다 젖었잖아!”

“누가 구르래?”

“아악!”

실프가 진우에게 달려들었다.

솜방망이 같은 주먹으로 진우의 허벅지를 마구 두드리다가 점차 그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흐윽…….”

진우의 옷깃을 꽈악 붙잡았다.

“흐어어엉!”

진우의 바지춤에 얼굴을 파묻고 울기 시작했다.

진우는 가만히 실프를 바라보았다. 실컷 울었는지, 실프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진우를 올려다보았다. 콧물이 줄줄 흐르는 모습을 보고 진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실프의 몸을 번쩍 들고 연못에 던졌다.

“왜, 왜 던져!”

진우는 바지에 묻은 콧물과 눈물을 바라보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바지가 아주 깔끔하게 변했다. 진우는 아공간에서 흰 수건 하나를 꺼내 실프에게 던졌다.

실프는 흰 수건으로 얼굴을 닦다가 힐끔 진우를 바라보았다.

파앗!

실프가 마법을 사용하자 연못에서 물이 뿜어져 나가며 진우에게 쏟아져 내렸다.

앞이 잘 안 보일 정도로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물안개가 걷히자 진우의 모습이 드러났다. 진우는 우산을 펼치고 있었다. 우산의 끝에 실프가 연못에서 뿜어낸 물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진우는 우산을 접고는 우산의 끝을 천천히 실프에게 겨눴다.

“자, 잠깐! 그거 반칙……!”

파아아아!

실프가 홀딱 젖었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다.

진우는 그 모습에 크게 웃었다. 실프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자 연못에서 거품이 치솟더니 거대한 주먹이 나타났다.

“오, 꽤 멋진데.”

“흐히히! 내 필살기야!”

“공부 좀 했나 봐?”

진우는 우산을 아공간에 넣고 손가락을 까딱이며 말했다.

“와라!”

“흐아압!”

실프가 기합을 내지르며 두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주먹이 진우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제법 그럴듯한 공격이었다.

진우는 다가오는 거대한 물 주먹을 향해 손을 뻗었다. 진우의 손에 닿자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물주먹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콰아아아아!

물주먹이 순식간에 얼음으로 변하더니 그대로 깨져버렸다. 눈송이로 변해 주변에 그대로 쌓였다. 연못에 있던 물도 마찬가지였다.

“와! 대단해!”

“방금 그건 이렇게 쓰는 거야.”

진우가 손을 들어올리자 쌓여 있던 눈송이들이 해일처럼 일어나며 실프를 덮쳤다. 눈에 파묻힌 실프가 눈을 뚫고 빠져나왔다.

진우와 실프의 마법 수업은 늘 이런 식이었다.

“이제 다 울었냐?”

“…응.”

“마법사는 울면 안 돼.”

“왜?”

진우는 손으로 눈송이를 뭉치며 입을 열었다.

“멋이 없잖아. 그리고 마법이 흐트러지거든.”

“그렇구나.”

“그러니까 질질 짜지 말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지.”

“긍정적으로 여유롭게?”

“그래. 어떻게 하고 싶어?”

실프도 진우처럼 손으로 눈을 뭉쳤다.

“마법으로 괴물을 없애고, 할머니랑 오래 살고 싶어.”

“좋은 계획이네.”

“정말?”

진우는 실프를 바라보았다.

실프도 진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우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빠르게 눈덩이를 던졌다. 실프가 앞으로 구르며 눈덩이를 피하더니 손에 들린 눈덩이를 던졌다. 그러나 힘이 약해 진우의 바로 앞에 떨어졌다.

“한참 부족하네.”

진우가 그렇게 말할 때였다.

뒤에서 날아온 눈덩이가 진우의 어깨에 닿았다.

“맞았다!”

실프가 두 팔을 벌리며 기뻐했다.

눈을 던진 건 아델라였다.

아델라가 나무 뒤에 숨어 있었다.

“연계작전이야! 사실 운 것도 연막작전이었어! 사실 하나도 안 슬프다고 내가 괴물을 없앨 거니까! 엄청난 마법으로!”

“이야, 대단한데? 깜빡 속았군.”

“이겼다!”

아델라가 깡충하고 뛰어나오더니 실프와 손을 잡으며 좋아했다. 실프와 아델라가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진우는 고개를 설레 젓고는 어깨에 묻은 눈을 털어냈다.

“좋은 계획이야.”

진우는 실프와 아델라에게 달려들었다.

“앗!”

“꺄악!”

두 손으로 실프와 아델라를 들어올리고는 그대로 수북하게 쌓여있는 눈에 던졌다.

여유롭게 긍정적으로.

그리고 치열하게.

멸망을 넘어설 것이다.

반드시.

* * *

여왕의 강력한 추진력으로 이능격리재단 런던지부를 시작으로 각 도시에도 여러 지부들이 설치되었다. 그리고 의회의 동의를 얻어 한국의 이능격리재단 병력들도 파견을 올 수 있었다.

각종 장비들이 설치되었고, 격리장소까지 순조롭게 만들어졌다. 귀족들은 지은 죄가 있어서인지 소유하고 있는 땅과 저택을 순순히 내놓았다.

각종 설비와 장비들이 설치되자 진우는 본격적으로 봉인지 조사에 들어갔다.

세계 통합당시에 넘어와서 막대한 피해를 남긴 괴물.

그 괴물의 봉인은 버킹엄 궁전 지하에 있었다.

록산느와 흑기사들 그리고 한국에서 파견된 연구원들이 전신을 가리는 보호복을 입고 아래로 내려갔다.

유일하게 진우만 보호복을 입지 않고 있었다. 가벼운 차림에 로브를 걸치고 있었다.

아린 박사가 진우에게 무전을 보내왔다.

[이사장님, 들립니까?]

“그래. 깨끗하게 들리는군.”

[마력 통신장비 설치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제 영국 전역은 물론 한국과의 딜레이 없는 대화가 가능합니다.]

“잘했어.”

진우는 지하로 나아갔다.

버킹엄 궁전 지하는 흑장미전쟁 이후, 아무도 출입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레나 쥐 하나 없이 너무나도 깔끔했다.

먼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주인님,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뭔데?”

록산느는 여전히 진우를 주인님이라 불렀다.

여왕이 자신처럼 대하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평범하게 부르라고도 해봤지만, 그게 좋은지 바꾸지 않았다. 록산느는 수평적인 관계에서 어색함을 느끼는 듯했다. 여왕에게 복종하고, 부하에게 명령을 내리는 게 익숙했다.

“아린 박사님과는 무슨 관계입니까?”

[뜨거운 관계죠. 한국에 있을 때, 이사장님이랑 저는 매일매일매일 아주 오래 봤거든요.]

“아…….”

진우 대신 아린 박사가 무전으로 대답했다.

록산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산을 하듯이 손가락을 접었다.

“매일 보기는 했지. 연구실에서지만.”

[연구실 데이트가 요즘 유행이라네요.]

“몸을 갈라 장기를 꺼내서 살펴보는 게 데이트라면 네 말이 맞겠지.”

[후훗, 낭만적이지 않나요? 연인과 함께 특이한 시체를 해부하는 게 제 꿈이에요. 가슴을 절개하고 장기를 꺼내봤는데 그 안에 딱! 반지가 있는 거지요. 위액이나 다른 체액에서도 변질되지 않는 반지는 정말 아름다울 것 같지 않나요?]

그게 아린 박사가 꿈꾸는 낭만적인 일이었다.

아린 박사의 말에 록산느는 진우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분은 멀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 듣고 있어요, 록산느. 그럼, 당신은 어떤 데이트가 좋나요?]

“데이트…….”

록산느의 눈빛이 마구 흔들렸다.

“…같이 수련을 하거나…….”

[땀을 뻘뻘 흘리며 꽈악! 달라붙어서요?]

“아, 아닙니다. 건전하게…….”

[알몸으로? 서로가 서로를 막 끌어안고 어? 그렇게?]

“아…….”

록산느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사장님 바쁘시겠는데요?]

“그만 떠들고 집중해.”

[네~, 알겠습니다!]

진우는 고개를 설레 저으면서 계속하여 밑으로 내려갔다. 최하층에 도착하니 거대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버킹엄 궁전이 차지하고 있는 부지만큼이나 거대했다.

바닥에는 거대한 원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원 안에 있는 바닥이 갈라져 있었다. 지하로 떨어져 내리고 있는 호수의 물이 그 원을 밖에서 흐르고 있었다.

후두둑!

바닥에 새로운 균열이 생겼다.

균열을 살펴보고 있을 때였다.

띠! 띠!띠띠띠!

연구원들이 들고 있는 장비에서 경고음이 점점 심해졌다. 연구원들은 진우를 바라보았다.

“이능 경보입니다!”

“이능이라고?”

이능 경보가 울리자마자, 갈라진 바닥에서 검은색 기류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물러나!”

진우는 그렇게 외치며 마법으로 연구원들을 뒤로 밀치고 가까이에 있는 연구원들을 붙잡아 뒤로 물러났다.

록산느도 연구원들을 데리고 벽으로 바짝 붙었다.

콰아아아!

마치 화산이 폭발이라도 하듯이 검은 연기가 거세게 뿜어져 나오며 지하공간을 빠져나갔다.

바닥에 떨어진 장비들이 부르르 떨리더니 새로운 형태로 변했다. 특수하게 제작된 측정 장비들이 일상적인 물건으로 변한 것이다.

‘아티팩트……?’

아티팩트였다.

다행히 연구원들에게는 이상이 없었다. 봉인이 깨지고 있는 것은 너무나도 명백했다. 그리 많은 시간이 남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진우는 바닥에 진마석을 쑤셔 넣고 시간의 권능을 사용해 틈을 막았다.

그러나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이사장님! 런던에서 이능 경보가! 올라와 보셔야겠습니다!]

진우는 카메라와 측정 장비 설치를 끝내고 모두와 함께 지상으로 복귀했다.

이화연과 여왕, 흑기사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궁전 안에 차려진 비상대책본부에 모여 있었다.

모두 심각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우도 고개를 돌려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바빠지겠군.”

런던 전역에서 이능 경보가 울리고 있었다.

* * * *

“이야! 살맛난다!”

토트넘 홋스퍼 FC 팬인 펠릭스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인 술집은 너무나도 시끄러웠다. 토트넘이 골을 연달아 넣었기 때문이다. 저번 시즌까지만 해도 상상조차도 못했던 일이었다. 연이은 악재에 비명이 절로 나왔기 때문이다.

“토트넘 홋스퍼는 어떻게 강팀이 되었는가!”

토트넘이 강팀이 된 이유.

그건 토트넘 팬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일이었다.

“꺄아아악! 이진우 구단주님!”

“으하하! 억울하면 너희도 구단주 바꾸던가!”

이진우 구단주 덕분이었다.

펠릭스에게 이진우 구단주는 구세주 그 자체였다.

많은 토트넘 팬들도 펠릭스의 그런 마음에 공감할 것이다.

선수들의 이름만큼이나 구단주의 이름도 자주 울려 퍼졌다. 선수들을 위한 응원가보다도 진우를 위한 응원가가 더 자주 울려 퍼질 정도였다. 또한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구단에 충성심이 높은 선수들도 모조리 데려왔다.

충성심은 돈으로 살 수 없다!

그런 말을 내뱉으며 아무리 돈을 준다고 해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데려올 수 없을 거라고 예측하던 언론들이 모두 입을 다무는 사태가 계속 발생했다.

그리고 그 선수들은 이적해오자마자 바로 마치 오래전부터 토트넘에 오고 싶어 했던 것처럼 구단에 대한 충성심을 계속해서 표현했다.

재능이 출중하나 게으른 선수에 대한 걱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팬들이 그 선수의 체력을 걱정할 정도였다. 누가 총을 들고 협박이라도 하는 것처럼 열심히 뛰었다.

“리그 우승은 당연한 거고, 다음 챔피언스리그 우승컵까지 들 수 있겠는 걸?”

“당연하지!”

“난 이 선수들을 한 팀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어. 축구게임도 이렇게 하면 욕먹어.”

경기가 끝났음에도 팬들은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고 여운을 즐겼다. 펠릭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축제처럼 느껴지는 분위기 속에서 먹주를 실컷 마시고는 귀갓길에 올랐다.

핸드폰을 꺼내 늘 보던 유튜브 채널에 들어갔다.

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 근처에 있는 전철역에 토트넘 팬들이 가득했다. 모두 진우를 위한 응원가를 부르면서 승리를 만끽했다.

“부럽구만.”

나도 저기에 있어야하는데!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부러운 눈빛으로 영상을 바라보았다.

조금 걷자 허름한 건물이 보였다.

집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좁은, 그가 살고 있는 원룸이 있는 건물이었다.

펠릭스는 나름대로 유명한 기업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런던의 월세는 상상을 초월했다. 배를 띄워놓고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이 원룸도 결코 저렴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방이라도 구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우편함에 무언가 꽂혀 있었다.

“하아…….”

여러 고지서였다.

펠릭스는 고지서를 살펴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가 고지서 안에 껴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평범한 편지봉투였다.

보낸 이의 주소는 적혀 있지 않았다.

오로지 ‘펠릭스에게’라는 문구만 적혀 있을 뿐이었다.

펠릭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게 고지서와 편지를 들고 계단을 올라 그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열쇠를 책상 위에 던지고 고지서를 뜯어서 읽어 보았다.

저번 주에 받았던 월급이 순식간에 삭제되는 순간이었다. 펠릭스는 마지막으로 편지를 살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에게 이런 편지를 보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편지를 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광고겠지, 뭐. 내 개인정보 다 팔렸네.’

펠릭스는 편지봉투를 뜯어 편지를 꺼내 펼쳤다.

편지를 읽는 순간 그의 인상이 확 구겨졌다.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일 년에 한 바퀴를 돌면서…….’

행운의 편지였다.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대마법사는 빌런을 압살한다
Score 7.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Archmage, the sole survivor in a world that has fallen into ruin, gambles everything and manages to return to the world before its destruction. However, he finds himself not in his original body, but in the body of Lee Jin-woo, the worst villain and a third-generation chaebol heir with brilliant talent. Using his memories from before the regression, he begins to vanquish the villains one by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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