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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56

#156

제국의 난 (6)

쿠르릉—!

빠지지직!

시커먼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수도를 감싼 결계가 연신 비명을 지르며 스파크를 튀겼다.

그리고 그 세기말적인 풍경 속에서, 일단의 목표를 달성한 한스는 서서히 부하들을 수습하며 퇴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그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겠다!]

“불사왕!”

언데드들이 어둠 속에 휩싸여 사라져 가고 있었지만, 그의 수중에 잡힌 두 인질 덕분인지 인간들은 경거망동하지 못하고 그저 이만 갈고 있었다.

‘사실 황녀는 원래 예정에 없었는데.’

한스는 흑마력에 속박된 채 자신의 옆 공간에 떠 있는 두 황족을 바라보았다.

사실 애초부터 황태자만을 노리고 그가 게이트를 이용한 시기에 맞춰서 습격했다.

제론 대신전에서 출발한 그가 황궁에는 다다르지 못했을 시간으로.

‘인질로서의 가치가 충분한 고위층. 그러면서 행적도 쉽게 알 수 있고, 무엇보다···.’

“읍읍—!”

한스의 시선이 애벌레처럼 꿈틀거리는 사이먼 황태자에게로 향했다.

그는 몸과 입이 억제된 상황에서도 제국 기사들을 노려보며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빨리 자신을 구해 내라고.

참으로 눈꼴신 인간이 아닐 수 없었다.

퍼억!

“껙!”

“화, 황태자 전하!”

“불사왕! 이게 무슨 짓이냐!”

뒤통수를 후려치는 흑마력 덩어리에 품위 없는 단말마와 함께 그대로 기절해 버리는 황태자.

그에 다시 기사들이 발광하기 시작했으나, 한스는 그쪽은 신경 쓰지도 않았다.

‘이 녀석은 볼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단 말이지.’

첫인상부터 하는 짓까지 전부 밉상인 인간이었다.

거기다 제국에 만연한 온갖 부패에도 단단히 한몫하기까지 했으니, 당장 죽이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 여겨야 하리라.

‘일단 이용 가치는 있으니까.’

그 효용이 다한 후에는··· 어떻게 될지 장담하지 못하겠지만.

이내 그의 시선이 라일리 황녀에게로 이동했다.

밝은 금발의 그 미녀는 이 상황에서도 심호흡을 반복하며, 날카로운 눈으로 냉정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물론 심장이 요란하게 뛰는 데다 눈동자는 쉴 새 없이 지진을 일으키고 있었으나, 얼핏 봐서는 그 동요를 알아차리기 쉽지 않을 정도로 자기 관리가 철저했다.

‘아직 스물도 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대단하군. 어쩌다 보니 줍게 됐지만, 유용하게 써먹을 구석은 어디든 있으니까.’

이쪽은 황태자와 다르게 별다른 사감이 없으니 그리 오래 잡아둘 생각은 없었다.

그저 에피소드 하나에서 극적인 효과를 위한 카메오로···.

‘응?’

그때, 갑자기 느껴진 미묘한 이질감에 한스의 시선이 한쪽으로 돌아갔다.

초월을 넘어선 격을 완성해 인과를 느낄 수 있는 그였기에 감지할 수 있었던 그것은, 일반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이상 상황이었다.

‘이세아?’

그 이변의 중심에 있는 것은 바로 그와 같은 지구인 각성자.

주변을 감싼 무거운 공기 속에서, 그녀의 업이 꿈틀거리며 존재감이 서서히 팽창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침착하게 움직인다.

그 모습은 마치 눈앞에 떠오른 무언가를 읽는 듯했지만, 당연하게도 허공은 그저 텅 비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일련의 과정이 반복될 때마다 그녀는 한층 더 강해지고 있었다.

그쯤 되니 상황은 명백했다.

‘그러고 보니 이세아는 8년 차였지. 거기다 제국의 귀족 신분을 가진 대마법사고. 돌아갈 카르마는 이미 충분하리만치 모았을 텐데. 설마···.’

귀환에 필요한 카르마는 100만.

거기에 추가로 얼마나 더 가지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 그녀는 위험해졌을 때 확실하게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수단을 잃어버렸다는 것이었다.

아니, 스스로 구명줄을 잘라 버렸다.

그 줄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

더는 도망갈 생각이 없다는 듯이.

강화가 거듭될수록 소모 카르마도 증가하다 보니, 그녀의 그 행위는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품은 기세는 이전과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설마, 덤빌 셈인가? 황녀가 포로로 잡힌 상황에?’

하지만 그 설마가 사실인 듯, 그녀는 뒷일은 생각하지도 않는 것처럼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고오오—

어마어마한 마력이 한순간에 그녀의 몸에서 빠져나와 밀집한다.

주변의 마나를 끌어모아 만들어낸 현상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용도에 맞게 정제된 상태로, 댐이 방류하듯 한순간에 터져 나온 그것은 명백히 이 세상의 이치를 벗어나 있었다.

‘이 정도면··· 초월? 아니, 아직 그 정도는 아니군.’

그리고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내는 그 이적을 한스는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보았다.

차분히 그녀의 전력을 분석하면서.

압축된 마력이 전개되고, 규칙적으로 배열하며 더욱 증폭되고, 미리 설계한 대로 구성되어 토대를 쌓고, 의념으로 가공하며 방향성을 이끈다.

그 모든 과정이 그야말로 찰나 만에 이루어졌다.

“뭣?!”

“프리스틴 자작?”

그것이 워낙 빨라, 뒤늦게 반응한 주변 인간들이 그제야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세아는 그에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고.

그저 담담히 자신이 준비한 것을 풀어놓았다.

찌이이잉—!

공기를 찢는 듯한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그녀의 앞에 전개된 마법진에서 출발한 시린 광채의 광선이 그대로 허공을 갈랐다.

사출과 동시에 착탄한,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절대 막을 수 없는 필살의 일격.

극한으로 압축된 그 ‘빙룡의 숨결’은 상대가 급하게 만들어낸 흑마력 방벽을 무시하듯 찢어버리고.

목표였던 아크리치 드웰과 그 주변 일대의 언데드들을 통째로 뒤덮었다.

쩌저저적!

[커헉! 이, 어린 게 끝까지···.]

한발 늦게 마력의 응집을 느끼고 서둘러 대비하긴 했으나 그것만으로는 한참 부족했다.

결국 불시에 공격을 허용한 그의 목소리가 중간에 끊기고, 얼어붙은 육체가 서서히 부스러지며 얼음 가루가 되어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의 곁에 있다가 함께 얼음 동상이 되었던 언데드들과 함께.

물론 아크리치인 그의 근원은 한스가 가지고 있었으니 나중에 다시 부활할 수 있겠지만, 이번 일로 드웰이 감수해야 할 부담도 그리 작지만은 않을 터였다.

“하아— 하아—.”

공격 직후,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발동한 대마법에 그렇지 않아도 창백했던 이세아의 얼굴에서 핏기가 더욱 사라졌다.

“이세아 프리스틴 자작!”

“이게 무슨 짓인가!”

하지만 다른 이들은 당황한 기색을 내보이며 그녀를 타박할 뿐이었다.

그들이 괜히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포로가 황위 계승권에 가장 가까이 선 두 사람인데, 그들을 잡고 있는 인질범은 무려 불사왕이다.

자칫 그의 심기를 거슬렀다가는 무슨 사달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노릇.

지금은 그저 불사왕이 자신의 말을 지키길 바라며 추후를 기약하는 수밖에 없었다.

“···별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저, 아까 미처 끝내지 못한 승부가 있어서 말이지요.”

“그게 지금 말이라고···!”

황태자 휘하의 기사 하나가 성난 목소리를 내뱉었지만, 그녀는 더는 대꾸하지 않고 시선을 돌려 한스를 바라보았다.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불사왕. 제가 당하고만은 못 사는 성격이라서요.”

전혀 미안하지 않은 표정으로 그녀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녀도 어느새 한스의 성향을 파악한 듯, 고작 이 정도 일로는 포로들을 해치지 않으리라 판단한 듯했다.

‘하지만 왜지? 의미 없는 화풀이? 그렇게 경솔한 성격으로는 보이지 않았는데.’

그녀의 생각이 맞긴 하나, 그렇다고 굳이 그런 행동을 보일 필요가 있었을까?

한스는 그를 의아하게 여겨 그녀를 관찰하다가···.

이세아의 시선이 자신이 아니라 살짝 옆으로 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로 5황녀 라일리에게로.

또한 그의 감각에··· 요란하게 뛰던 황녀의 심장박동과 거친 호흡이 서서히 진정되어 가는 것이 느껴졌다.

‘허, 설마. 5황녀를 위해서였나?’

그는 비로소 그녀가 그런 무리한 짓을 벌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생각대로.

이세아는 올곧은 시선으로 라일리 황녀의 눈을 마주 바라보고 있었다.

침착을 가장한 겉모습과는 달리 미처 숨기지 못해 잘게 떨리는 청록색 눈동자가,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진정되어 가는 것을 아무 말 없이 기다려 주었다.

‘···기다려.’

포로로 잡힌 라일리의 앞에서, 불사왕의 부하들을 가루로 만들어 버린 이세아의 공격.

그건 그저 분노에 휩싸인 화풀이가 아니었다.

그것은 신념의 표출이었으며, 동시에 그녀가 라일리에게 보내는 신호였다.

이세아는 오랜 세월을 함께하며 유대가 쌓이자, 라일리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이야기해 주었다.

고유스킬과 카르마 포인트의 존재에 대해서도, 그리고 자신이 언젠가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총명한 라일리는 오히려 그녀가 카르마 포인트를 더 쉽게 모을 수 있도록 여러모로 힘써 주었고.

스킬의 활용성에 대해 함께 고민해 그녀가 더 빨리 강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그것이 서로의 이별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세아가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하에.

‘기다려!’

그런 시간이 있었던 만큼, 라일리 황녀는 이세아의 경지와 능력의 한계에 대해서도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랬었다. 이전까지는.

방금 이세아는 이전의 라일리가 알고 있던 자신을 아득히 넘어서는 공격을 펼침으로써, 그녀에게 자신의 결의를 보이고 확신을 심어준 것이다.

이제 자신에겐 퇴로가 없다는 것을.

나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너를 구해낼 것이며, 절대 그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 상대가 설령 이 세상의 절망인 불사왕일지라도.

그러니, 나를 믿고 기다려라.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말고.

‘내가 너를 찾아낼 때까지!’

그리고 명석한 라일리 황녀는 이세아의 의도대로 그 신호를 곧바로 알아차렸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냉정을 유지하던 눈시울이 붉어지며 목울대가 꿈틀거렸으나, 그녀는 이를 악물고 그것을 삼키며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공포에 격렬하게 뛰던 그녀의 심장은, 어느새 평소처럼 고요히 뛰고 있었다.

[크크큭— 재밌군. 뭐, 됐다. 이 또한 여흥이라 할 수 있겠지. 오히려 흥미로운 녀석을 하나 더 발견해서 기분이 좋구나.]

그들 사이에 흐르는 무언의 유대를 바라보던 한스가 간단히 상황을 수습하며, 이번에야말로 진짜로 떠나기 위해 포로들을 데리고 찢긴 결계의 틈으로 몸을 띄웠다.

조연의 애드리브 때문에 잠시 지체되긴 했으나 이젠 정말로 퇴장할 때였다.

아직 남아있던 언데드들도 모두 음차원 공간에 수납한 상태였으니 이제 포로 둘만 챙기면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었다.

···물론 정말 이대로 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찝찝한 기분이 가시지 않긴 했지만.

‘쓰읍, 이거 영 나쁜 놈이 된 기분인데.’

아니, 기분 탓이 아니라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누가 봐도 나쁜 놈이 맞았다.

그것도 쌍욕을 먹어도 싼, 아주 전형적인 악당 그 자체였다.

···그것이 본인이라는 게 문제지.

그렇게 불사왕은 포로로 잡힌 두 황족과 함께 제론에서 모습을 감췄다.

한 편의 신파극만 남긴 채로.

***

♪~

딸깍! 딸깍!

흥겨운 음악이 흐르는 방 안에서 마우스를 클릭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 드디어.”

평소와 같이 집 내부의 헬스장에서 운동을 마치고, 인터넷으로 최신 소식을 확인하던 나는 그 과정에서 매우 흥미로운 정보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New) 아우테리카 차원.

세계 귀환자 협회를 통해 공시되어 한국 지부의 사이트에도 공식 기재된— 새로운 차원에 대한 정보였다.

‘어디 보자, 현재까지 확인된 귀환자는 두 명. 거기다··· 정보 자체는 딱히 별거 없네.’

차원에 대해 간략히 요약된 정보는 이미 전부 알고 있던 것들이었다.

공화국에 거주하던 정보 제공자가 협회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협조했는지, 묘하게 동부 쪽 느낌이 강하긴 했지만.

‘불사왕이 등장하고 광기 사태가 터지면서 서둘러 도망친 모양이군.’

그곳엔 유의할만한 사항으로 현 시국이 어지러워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는 경고가 강조되어 있었다.

마왕이 강림해 세상을 침공하기 시작했다는 짤막한 문구와 함께.

“흐음···.”

그리고 차분히 그 모든 정보를 확인한 나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당사자가 되니 뭔가 재밌네. 최신 정보가 갱신되려면 얼마나 걸리려나.’

정보가 공식적으로 기재될 정도면 두 명 이상의 귀환자가 발견된 직후에 이런저런 교차 검증까지 마친 후라는 소리였다.

차원 간의 시차까지 고려하면 상당히 구식 정보일 수밖에 없다는 뜻.

그래도 다른 지구인의 시점에서 자신의 행적을 평가한 것들을 보니 제법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이런, 벌써 순찰할 시간이군. 요즘엔 큰 문제를 일으키는 녀석은 별로 없긴 한데, 그래도 주기적으로 확인은 해야···. 아, 그러고 보니.’

「개체 투영」을 통해 한스로 변하려다 잠시 멈칫한다.

아우테리카의 정보가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말은, 시간이 지날수록 불사왕에 대한 정보도 지구에 알려질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소리와 같았다.

설마 그들이 동일 인물이라 여길 이들은 많지 않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지 않은가.

‘···이미 지구에선 하회탈이라 알려졌으니 아우테리카에서 활동할 때 쓸 가면이라도 바꿔야 하나? 가면이 부서지기도 했으니.’

아니면 지구에서만 제대로 된 하회탈을 쓰고 그곳에선 패션 아이템으로 부서진 조각만 걸치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반가면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은근히 마음에 들기도 했고.

‘뭐, 천천히 고민해 보자.’

아주 사소한 고민이었다.

그가 벌인 짓 때문에 한창 혼란에 빠져들기 시작한 아제리온 제국의 정국에 비하면.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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