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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58

158화 성배기사 불카누스(2)

200여년 전, 라이온하트 왕국 란돌체 평야.

그곳에서 빙하대공이 이끄는 악마군단과 불카누스가 이끄는 불타는 검 기사단 및 연합군이 격돌했다.

숫적 우위는 열배 이상.

누구나가 그들의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내가 불카누스다…!!”

그것은 항거할 수 없는 압도적 폭력의 화신이었다.

대장장이의 성배기사가 심혈을 기울여 이례적으로 두 자루나 성검을 하사한 최강의 성배기사.

그의 한손대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불의 파도가 전장을 덮었고, 뼛가루도 남기지 않는 불길이 악마들을 화장시켰다.

-강하다.

그 강함을 빙하대공은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가 사자심왕 다음가는 초위의 무력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지. 네놈이 더 강하다!

빙하대공은 데몬 게이트를 열었다.

신성왕국 라이온하트를 멸하기 위한 이 연합전선에서 자신은 나태와 우둔의 악마들을 대표하는 최고 지휘관이다.

그런 자신이 빠진다는 건 연합에 구멍을 낸다는 것이고, 이미 승기를 잡은 전쟁에서 전리품으로 약속되었던 성배기사들의 영혼을 포기하는 것이지만…….

-전리품보다 생존이 우선이지.

빙하대공은 매우 현명한, 후일 지혜의 군주를 잃고서 매몰비용을 생각하며 남았던 다른 악마 군단들보다 아주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

단지──

“어딜 도망가느냐아아아아아아……!!”

그가 상대한 성배기사가 매우 비합리적인 존재였을 뿐.

그는 데몬 게이트를 열었다. 극소수의 대악마와 정예만 데리고 자신의 영지로 후퇴했다.

그곳은 마굴. 나태와 우둔의 악마대공의 본진이라 할 수 있는 곳.

그곳을 불카누스와 그 기사단은 데몬 게이트가 닫히기 전에 기어코 쫓아왔던 것이다!

-미친놈! 이곳은 나의 영지다!

“아니…!”

성배기사의 갑옷에서 쏟아지는 불길이 더욱 거세졌다. 그것이 주변의 마기를 모조리 태워버리며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여기도! 저기도, 이곳도! 저곳도! 모두 신의 땅이다!!”

불카누스와 그를 따르는 기사단과 후퇴했던 나태와 우둔의 악마들이 재차 전투를 지속했다.

하지만 전쟁의 기세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불카누스가 너무나 강대한 존재였던 탓일까.

고위 악마들이 도륙당하고 대악마들이 돌파당하며 기어코 불카누스의 검이 빙하대공을 향해 휘둘러지고 있을 때──

“인간 놈이…! 인간 따위에게 내 영혼으로 도박을 해야 한다니!!”

빙하대공은 최후의 대마법을 펼쳤다. 자신의 모든 마력을 더해 시공간을 동결했다.

이 시공간 동결은 군주급 악마조차 풀 수 없는 절대결계. 다시 말해 외부의 힘으로는 풀 수 없어 자신도 꼼짝없이 갇혀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놈은 신과의 연결이 끊기고 나는 힘을 회복할 것이다!’

이곳은 마계. 그것도 악마대공의 영지. 봉인이 풀리는 날 무량대수의 악마군단이 자신을 맞이하고 놈과 몇 안 되는 깡통 나부랭이들은 악의 파도에 삼켜질 것이다.

-쩌적!

[드디어…!]

빙하대공 카드샤. 그는 헐거워진 봉인을 감지하고 눈을 떴다.

비록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불카누스와 격전을 벌이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시간이 흘렀겠지.

[굴욕을 갚아줄 때가 되었다, 신의 기사! 나 빙하대공의 군세가 너희들을…!]

거대한 몸을 일으킨 빙하대공 설원의 거인 카드샤는 이상할 정도로 ‘뜨거운’ 피부와 붉은 하늘을 보며 의아해했다.

비록 천년의 세월이 흘러 마법이 풀렸다지만, 그래도 대륙을 얼어붙게 하는 대마법이었다.

그 흔적만으로 엄청난 혹한이 조성되어야 할 텐데, 왜 이리 뜨겁고…….

-치이이익…!

하얀 거인의 시선이 아래로 향한다. 그곳에는 어마어마한 물이 실시간으로 증발하며 스팀 사우나를 일으키고 있다.

‘놈도 함께 깨어났나.’

성가시게 됐다. 설마 그 오랜 시간 신과의 연결이 끊겼음에도 이 정도의 여력이 남아있었다니.

하지만 괜찮다. 봉인이 풀어지면서 자신의 부하들이 군단을 이끌고 왔을 테고, 놈도 봉인기간 동안 힘이 약화했을 테니까.

혼돈의 군주 말루스를 죽인 그 괴물 성배 수호자라도 오지 않는 이상 놈에게 활로는 없──

“빙하대공인가. 예전에 혼돈의 군주를 잡아 죽일 때, 있었던 것 같은데.

금발. 푸른 눈. 어쩌면 스테레오 타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미남자지만, 저 얼굴을 본 악마들은 누구나 뇌리에 박힌 이미지를 잊지 못했다.

「라이온하트에…! 영광 있으라!!」

혼돈의 군주를 죽이고 수백 만 악마들을 도륙하던 이계의 사자심왕.

[어째서…!?]

빙하대공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자심왕을 발견하고도 믿기지 않았다.

이곳은 마계다. 압도적인 성력의 불꽃에 의해 오염되긴 했어도 세상을 가득 채운 마소를 보면 자신이 아는 마계가 틀림없다.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이곳에 사자심왕이 있지?

[네놈… 살아있었나!]

빙하대공의 외침에 레온은 고개를 기웃거렸다.

“최신정보가 업데이트되지 않은 악마는 처음 만나보는구나. 이백 년 동안 악마 놈들이 짐만 보면 벌벌 떨며 알아서 기었거늘.”

이백 년? 자신이 봉인된 지 이백 년이 지났단 걸까?

[그럴 리 없다! 지혜의 군주에게는 천만의 대군이 있었다! 네놈들이 살아남았을 리가──!]

“닥쳐라, 악종아…!”

분노의 음성을 터뜨린 불카누스가 페토스의 휘황이 번쩍이는 성검으로 빙하대공을 타격했다.

성검의 일격에 쓰러진 빙하대공을 불카누스가 무한한 불꽃으로 짓눌렸다.

“그 더러운 주둥이로 라이온하트를 언급하지 마라. 감히 주군과 나의 귀를 더럽히지 마라.”

[네놈…! 야만스러운 깡통 주제에…!]

빙하대공이 막대한 마력을 일으켰다. 비록 이 일대가 성화로 인해 정화되었으나 엄연한 마계.

그의 마력은 세계와 연결되어 불카누스를 향해 압박한다.

그리고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속속 모여드는 악마들. 벨레타스의 죽음으로 촉발된 거대한 성력이 관측되면서 대악마들이 황급히 이 대륙으로 도약해온다.

“그럼 이야기했던 대로… 저 악종들은 짐이 맡지. 서둘러라, 불카누스 경. 슬슬 빠져나가야 해.”

“악에게 죽음을…!”

이미 빙하대공과의 전투에 돌입한 불카누스를 뒤로 하고 레온은 모여드는 악마들을 향해 씨익 웃었다.

“발탄 불타는 검 기사단.”

그를 따르는 오십 인의 기사들. 레온이 말했다.

“나를 따르라.”

──그럼 승리할지니.

* * * *

-까, 까강!

세계가 얼어붙는다.

허공의 수분을 매개로 커다란 얼음의 창이 맺히고, 그것이 폭풍처럼 쇄도했다. 그 아찔한 만년설의 폭풍을──

“그라라라라라라라라…!!”

일거에 굴복시키는 사자후. 숨결이 곧 불타는 화염인 붉은 기사에게 있어 날아드는 빙결의 창을 증발시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

경악하는 빙하대공 카드샤.

악마의 영지란, 단순히 주거공간이 아닌 그들의 근간이자 근원.

영지를 가진 악마에게 있어 자신의 홈 그라운드는 호시탐탐 영지를 노리는 도둑들을 격퇴하는 요새다.

군주와 대공쯤 되면 이미 수천, 수억 년을 지켜온 불굴의 디펜서. 영지 그 자체가 악마와 동화되어 자신의 몸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빙하대공 카드샤의 경우 이 영지에서 군주조차 손댈 수 없는 시공 마법을 완성하기 위해 상당한 지력을 소모했다.

코앞에서 자신을 죽이려 달려드는 붉은 기사를 자신과 함께 봉인하기 위해. 다시 말해──

[크으으…! 발이라도 멈추란 말이다! 이 괴물 놈…!]

200년 전에도 카드샤는 자신의 영지에서 저 기사를 격퇴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수많은 대마법이 순식간에 완성된다. 영지의 힘을 다루는 악마대공은 자신이 원하는 대마법을 마구잡이로 난사할 수 있었으나 그 어떤 것도 저 기사를 멈출 수 없었다.

‘무식한 놈! 저토록 힘을 낭비하다니!”

인간이 담을 수 있는 힘의 그릇은 한계치가 있을 진대, 저것은 마치 신 그 자체라도 된 마냥 아낌없이 퍼붓는다.

대성법 <진홍의 유성>

마계가 비명을 지를 정도로 광오한 성력이 불카누스에게 압축된다.

뛰어오른 그것은 마치 하늘로 역상승하는 유성처럼 보였다. 그것이 끝내 우주의 종말궤도까지 올라갔을 때──

“죽어라, 악마…!”

행성진입각을 노리며 중력가속도와 함께 떨어진다.

[크읍…!]

방금 전 같은 기억을 떠올린다.

저 말도 안 되는 짓거리에 군단이 휩쓸렸다.

저것이 기사임에도 말을 애용하지 않는 이유.

스스로가 대륙간 이동이 가능한 터무니없는 작자이기에 기사단과 합을 이루는 게 아니라면 이동수단 따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두 번 당할 것 같으냐!]

영지의 힘을 개찬. 직결된 마력을 집속함과 동시에 현상으로 현현한다.

그는 전사임과 동시에 대마법사. 지혜의 군주에는 미치지 못하나 그 마법은 성법의 기적에도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

[일개 개인 따위에게 두 번이나 대마도를 펼치게 만들다니!]

대륙의 힘을, 그 총량을 마구잡이로 끌어들여 지력을 소진하는 대마도를 펼친다.

그 진가는 이백 년 전 죽음의 위기에서조차 카드샤를 구해냈다.

[시공간과 함께 얼어붙어라…!]

대륙으로부터 마력제공을 받아, 유성의 일직선상에 마법이 현현한다.

시공간을 동결하는 실로 ‘마법’이라 불릴 만한 기적을 불카누스 개인으로 한정한 것이다.

악마대공조차 스스로를 빠져나오지 못하게 한 그것을 인간의 그릇으로 저항할 순 없다!

-꽈아아아앙!

공간이 동결한다. 카드샤를 향해 내리꽂히던 유성이 그와의 거리를 300m 남겨두고 멈춰버렸다.

몰아치는 눈바람과 일렁거리는 불길이 없었다면 온 세상의 시간이 멈췄다고 여겼을 것이다.

[하, 핫…! 멈췄나!]

이것은 정면에서 상쇄할 수 있는 힘이 아니다. 아무리 성력을 쏟아내던 성배기사라 할지라도 일단 걸린 시점에서 끝났다.

[사자심왕이 돕기 전에 군단과 합류를──]

문득 고개를 들어올려 본 공간에 불카누스가 눈에 들어온다.

한 자루의 성검을 쥔 그는 공간과 함께 멈춰서 있다. 아니, 잠깐.

[한 자루?]

남은 한 자루는 어디로 갔지?

그때, 붉게 물든 하늘에 성검이 낙하한다. 페토스의 성력을 한계까지 압축한 그 불꽃은 마치 지상에 천벌을 내리려는 신의 분노.

시공간을 동결시킨 자리에 정확히 낙하한다.

[궤도에서 미리 던져둔 건가!]

두 번 당하지 않는 건 카드샤뿐만이 아니었다. 불카누스 또한 한 번 당했던 대마도에 대처할 방법을 찾은 것이다!

【휘황(輝煌)의 성검 – 전쟁신의 불꽃】

내리꽂힌 성검이 압축된 불꽃으로 동결된 시공간을 파고들고──

“그라라라라라라라라라…!!”

레온이 그러했던 것처럼 불카누스는 스스로 동결된 공간을 증발시키며 빠져나왔다. 또한 유성의 가속은 줄지 않았다.

[이익…! 멈추란 말이다!]

다급하게 마력을 끌어모아 거대한 빙벽을 소환한다. 그것이 거대한 방패가 되어 불카누스를 가로 막았지만──

-콰앙!

빙벽은 문자 그대로 일격에 격파되었다.

마치 모든 것을 꿰뚫는 창이 방패를 관통한 것처럼.

[불카누스…!]

[닥쳐라, 악종아…!]

같은 전개가 반복된다.

설마 두 번. 그만큼 어처구니없는 성력을 터뜨렸으면서도 여력이 남았을 리 없다는 희망은 무자비한 대폭력 앞에 깨졌다.

불카누스의 진격은 멈추지 않는다.

‘이럴 수는 없다!’

차라리 사자심왕이 낫다. 그는 모든 신성을 대리하는 대리자다.

사자심왕에게 패배한 혼돈의 군주도, 아마 끝내 그를 꺾지 못했을 다른 군주들도.

신을 대리하는 자라는 아성에 맞서 패배했다면 변명거리라도 있다.

하지만 눈앞의 괴물은, 이토록 방대한 에너지를 마구잡이로 소모하면서 무식하게 뚜드려 박고… 악마대공이 ‘개인’에게 패배한다고?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는 분노를 넘어서 상식이 무너진 것 같은 증오의 발언에 불카누스는 전신을 시리게 만드는 동결을 증발시켜버리며 선언했다.

“오만방자한 버러지 쓰레기들아! 너희 시대의 끝은 그 오만함에 의해 무너질 것이다!!””

이백 년 동안 동결되었던 카드샤는 알지 못한다.

이미 시대의 정점들이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거해의 파도를 무너뜨렸음을.

신성의 대리인인 반신이 그러했고,

드높은 투사가 파괴의 악성을 거꾸러뜨렸다.

그 기적이, 그 위업이 다른 이라고 해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건 너무나 오만한 발상.

-꽈아아앙!

산산이 부서지는 마지막 발악.

종말궤도에서부터 쏘아진 유성은 실로 알기 쉽게 자신이 지나친 모든 것을 전소시켰다.

이백 년 전 끝나지 않은 전투가 비로소 끝이 났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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