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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59

159화 성배기사 불카누스(3)

레온이 베아트리체와 함께 마계로 게이트를 연 뒤, 해당 게이트는 협회의 주관하에 지켜지고 있었다.

베아트리체가 연 게이트는 마정석이 채굴되지 않는 데다 던전 브레이크도 일어나지 않지만, 레온이 나온다면 곧장 한국의 상황을 알릴 필요가 있었기 때문.

“김 과장님. 곧 교대시간입니다.”

“벌써 그렇게 됐나?”

부하의 말에 시계를 살피는 김진수 과장. 그는 피우던 담배를 휴대용 재떨이에 비비고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근데 김 과장님. 단톡에 한 대리가 울상이던데 보셨습니까?”

“하리? 개가 왜?”

“갑자기 전쟁과 불꽃의 신님 성력이 사용 안 된다고 난립디다.”

“어? 진짜?”

방랑의 마검 일본 상륙 사건 이후로 한일 양국에선 만신전 신앙이 급속도로 퍼졌다.

김진수 과장 또한 빛과 정의의 여신 아리아나의 신도가 된 지 좀 됐는데, 성법까지 익힌 그는 성법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상황이 오히려 어색했다.

“신들께서 가호를 거둬가는 경우는 없는데.”

“한 대리뿐이 아니라 다른 전쟁 신도들도 마찬가지랍니다. 연결은 그대로인데 성법만 사용이 안 된다나?”

확실히 처음 있는 일이었다. 국내에 꽤 늘어난 성법 사용자 중에 태반은 페토스 신의 신도들이다.

게이트를 공략해야 하는 헌터들이나 군인들이 주로 신앙하다 보니 당연한 노릇이다.

“고생 좀 하겠는데. 그래도 전쟁신을 섬기는 애들은 보통 정의의 여신님도 같이 신앙하지 않나?”

“빛과 정의 신앙은 전사의 기본 소양이라고들 하니까요.”

그런데 왜 하필이면 전쟁신의 성력만 거둬진 걸까? 김진수 과장은 무언가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면 성배기사는 신과 성력을 공유한다지.”

성배기사의 출력이 일반 기사들보다 말도 안 되게 높은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힘을 빌리는 것과 힘을 공유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니까.

“설마 레온 폐하가?”

“아니, 그분은 좀 달라. 성배 수호자는 어떤 성력을 사용해도 필요에 따라 성질을 변환할 수 있다고 했어.”

성배 수호자는 성배기사와 달리 모든 신을 대리하는 자다. 사자심장을 통해 신들이 모은 신앙을 그대로 다룰 수 있는 존재.

만약 레온이 너무나 많은 성력을 끌어다 써 성법이 사용되지 않는 거라면 페토스 신의 성법만 불가한 게 아니라 모든 성법이 사용불가여야 했다.

“으…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아마 원인은 게이트 열고 어디론가 사라진 폐하겠지.

‘위험한데… 만신전의 최대화력이 주춤하는 사이 여기저기서 던전 브레이크가 터지기 직전이야.’

그만큼 이번 대규모 게이트 사태를 헤쳐나가는 데에는 난항을 겪고 있었다.

당장 ‘헬기’가 부족할 정도로 오지에서 발생한 게이트에 대처가 늦어지고 있다.

‘성남에 떴다는 적색 게이트는 아직도 소식이 없고.’

평소 게이트를 경제적 계산 없이 무차별적으로 클리어해주는 만신전의 존재가 이리도 클 줄이야.

특히 S급을 초월한 전력인 레온과 베아트리체의 존재는 지금 너무나 절실한 전력이다.

‘빨리 귀환해달라고요, 폐하…!’

김진수 과장은 그가 하루라도 빨리 귀환하기를 빌었다. 그가 답답한 마음에 협회 상층부에 연락을 취하려던 그때──

────!!

게이트가 열리며 뜨거운 열기가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저쪽에서 게이트를 연 것이다!

“폐, 폐하 납신다!”

자동적으로 한쪽 무릎을 꿇으며 왕을 맞이하기 위한 예를 갖추는 김진수 과장과 협회 직원들.

이미 충분한 예법 강습을 받은 그들은 레온조차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되었다.

“라이온하트 폐하를 향하여 경──!?”

뻥!

하고 게이트에서 무언가가 튕겨 나왔다. 그것이 무언가의 머리라는 걸 깨달은 김진수는 슬그머니 그 머리를 흘겨보았다.

“오우…….”

뭔가 굉장한 머리였다.

게이트의 필드 보스 따위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끝없는 사악함. 눈이라도 마주쳤다간 그대로 저주로 죽을 것 같다.

“거 그냥 들어가래도.”

“죄송하외다! 폐하! 진짜 다른 세계로 이어진 건가 싶어 던져보았소만.”

그때, 게이트에서 나오는 일련의 무리들. 레온과 베아트리체의 모습에 반색한 협회 직원들이었지만, 곧 그들과 함께 나온 갑주 무리들에 멈춰 섰다.

마주친 것만으로 짓눌리는 것 같은 위압감. 척 봐도 위험한 존재들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특히 레온 옆에 있는 저 거구의 기사는 그야말로 ‘격’이 다르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차렸다.

“폐, 폐하!”

부하들을 대신해 앞장서는 김진수 과장. 레온이 그를 알아보고 인사를 받았다.

“김 과장인가.”

“예! 옥체후일향만강하셨사옵니까!”

“아아, 그래. 저 머리, 잘 보관해두어라. 써먹을 데가 있는 전리품이니.”

“저것은 대체…….”

“빙하대공의 머리다.”

“허억…!”

빙하대공? 설마 악마대공을 말하는 건가? 레온이 다녀온다던 게이트가 마계였다는 것과 그곳에서 악마대공 하나를 조져놓고 왔다고?

“오오, 사자심왕이시여…….”

폐하만 믿겠습니다!

김진수 과장과 협회 직원들의 선망이 모여들었다. 레온은 자신에게 향해지는 민초의 시선을 당연하다는 듯이 여겼고.

“그나저나 소란스럽군요. 무슨 일이 있나요?”

베아트리체가 아직도 자신들을 마중 나오지 않는 길드원들에 의아해했다.

“예, 그것이…….”

김진수 과장은 자리를 비운 기사단과 맨앳암즈들의 바쁜 사정과 한국 헌터들을 총지휘하고 있는 야피에 대해서도 보고했다.

“그렇군. 지금 시급한 건 뭐지?”

“……!”

김진수 과장이 반색했다.

* * * *

대규모 게이트 사태 이후로 야크트 스피너가 총지휘하는 한국 헌터 공략대는 빠르게 게이트를 공략했다.

강인공지능에 의해 선별, 조합된 공략대가 우선적으로 공략할 게이트를 분류.

게이트 공략 후 신속한 이동을 위한 국군 헬기부대의 운용까지.

지휘부에서는 기계라곤 하나 외부 인사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주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지만, 곧 실적으로 증명하기 시작한 야피의 분별 능력 앞에 할 말을 잃었다.

야피는 철저하게 데이터와 좌표, 이동경력, 산출된 위협의 수치를 바탕으로 공략대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수정했다.

지휘 능력은 별개로 쳐도 전국 각지에서 튀어나온 게이트에 시간 내로 대처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게이트 공략은 하루이틀 만에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게이트 등급에 따른 적정 등급의 공략대가 공략에 나서도 4~5일을 걸리는 게 일반적이다.

열흘 동안 한국에 발생한 게이트만 400개. 한국에서 헌터란 헌터는 싹다 긁어모아 공략대를 편성해도 공략 실패, 일정촉박, 이상 게이트 발생 등으로 ‘던전 브레이크’가 시작된 것만 열 개 이상.

“구, 궁주님…! 더 이상 못 버팁니다!”

경부고속도로 게이트.

고속도로 한복판에 소환된 이 게이트는 야피가 우선적으로 공략을 지시한 게이트다.

노란색 등급의 게이트였기에 한빛궁 산하의 2군 공략대가 진입한 지 일주일. 무난하게 공략을 완수할 것으로 여겼지만, 그들은 공략에 처참히 실패했다.

“하필 변동 게이트라니…….”

그렇다. 이 경부 고속도로 게이트는 노란색 등급으로 위장한 변동 게이트. 추정 공략등급은 적색.

평소라면 즉시 대응했겠지만, 길드장인 박용신이 완도의 노란색 게이트를 연달아 두 개나 공략한 탓에 대응이 늦었다.

덕분에 터져버린 던전 브레이크를 막기 위해 급하게 귀환한 한빛궁 공략대에 지원온 이용완의 불새 길드, 헌터협회장인 오강혁까지 예비역으로서 집결했다.

“이용완 형제님! 입구는 더 못 틀어막습니다! 대형개체가 너무 많아요!”

“젠장… 우리 애들도 지쳤는데. 협회장님! 일단 뒤로 물러나서 진형을 재정비하죠! 마소 오염을 신경 쓸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박용신, 이용완, 오강혁까지 S급 헌터만 셋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동 게이트에서 빠져나오는 몬스터의 파도를 막아내기 버겁다.

“이럴 줄 알았으면 유리 양을 데려오는 건데!”

“저도 부궁주를 데려올 걸 그랬습니다.”

“…….”

오강혁은 침음을 삼키며 깨진 게이트에서 쏟아지는 몬스터들을 주시했다.

협회장인 자신이 직접 전선에 나서야 할 정도로 인력부족이다. 최근 관계를 돈독히 하게 된 일본 헌터협회의 도움이라도 받아볼까 싶었지만, 그쪽도 전대미문의 적색 게이트 3연속 발생이라는 모양이라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그나마 한국이 여유로운 것이다. 그분이 키운 병력 덕에.’

만신전의 기사들도 기사들이지만, 무엇보다 두려운 건 오천을 넘어선 맨앳암즈들이다.

지금껏 짐꾼으로 취급받던 D급 헌터들이 진형을 짜고 단결하여 A급 공략대 못지않은 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들의 장점은 무엇보다 숫자다. 사자심왕의 지도 아래 철저하게 단련되어 집단훈련과 성력을 익혔다.

어지간한 커맨더급 버프를 흩뿌리는 기사 지휘관과 연계되면 그 전력이 배가된다.

만신전이 오기 전의 한국이라면 진작 던전 브레이크로 대참사가 일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그분이 있냐 없느냐에 따라 전력 차이가 커.’

일개 기사급도 커맨더 스킬급 버프를 흩뿌리는데, 레온의 버프량은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수준.

만신전이 가공할 전력을 모은 건 사실이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숫적 우위다. 압도적 질적 우위는 사자심왕과 성배기사들의 존재에서 온다.

“헌터들에게 일러두게. 내가 직접 선두를 돌파하겠다고.”

“협회장님?”

협회장 몸소 선두에 나서겠다는 말에 박용신과 이용완도 눈을 크게 떴다.

“보스 몬스터가 그나마 좀 쉬운 보스이기를 바라세.”

오강혁은 한국 전설의 무투파 헌터다. 아무리 S급 보스라도 어지간한 계열은 모두 격파해왔다.

-키이에에에에에에에에에…!!

끔찍한 괴성과 함께 게이트에서 마지막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맙소사…….”

허공에 흐물거리는 새까만 로브, 앙상한 뼈다귀 팔에 썩은 고목 지팡이를 쥔 해골가면 마법사.

아크 리치.

언데드 계통 중에서도 최상급인 데스 나이트를 호위군으로 거느리는 최악의 S급 몬스터.

“젠장, 하필 아크 리치라니.”

이용완은 이를 악물며 화살을 쏘려던 시위를 놓았다.

저 개체에게 물리적 공격은 효과가 반감된다. 마법이나 성법이라도 있으면…….

“박 궁주님!”

“뭡니까, 형제님?”

“당신 사자심왕의 충실한 개잖습니까! 성법 같은 거 못 씁니까?”

“개라니… 저 같은 죄인에게는 과분한 표현이군요. 전 그분의 발바닥을 핥을 자격조차 없는 이입니다.”

여기서 오히려 기뻐한다고? 이용완은 박용신의 정신세계가 두려워졌다.

“어쨌든 대답을 하자면 저는 성법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신들께서는 죄인에게 자신의 가호를 내려주지 않으시거든요.”

“불신자보다 사교도가 더 큰 죄인이라 이겁니까? 젠장…….”

낭패였다. 국내에 전투용 성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건 만신전 뿐이라 혹시나 싶었는데.

“이렇게 된 이상 호위전력을 착실하게 깎아야 합니다! 저 데스 나이트들만 해도 여간 성가신 게 아니라고요!”

어지간한 게이트의 보스를 맡아도 부족하지 않은 데스 나이트들이다. 그들과 정면으로 충돌하면 아무리 A급 공략대라도 무사치 않으리──

“”적을 유린하라…!””

그 순간이었다. 어디에선가 뛰쳐나온 한 무리의 시대착오적인 기병대.

순간 만신전의 기사단인가 싶었지만, 그 기세가 그들과 비교할 수가 없다.

“붉은… 기사단?”

“어어, 점마들 왜 검이 불타고 있는 거야?”

선두의 사자심왕과 한 거한의 기사를 중심으로 50기의 기마가 고속도로를 내달린다.

그들의 달리는 속도는 명백히 이상하다. 일직선상으로 쭉 뻗은 고속도로를, 마치 엔진을 과열시킨 스포츠카처럼 내달렸다.

[…….]

후방에 갑작스레 나타난 기마의 무리에 맞서 촘촘이 방진을 쌓는 아크 리치. 그가 이끄는 사령군단은 강대한 마법력에 의해 강화되어 20톤 트럭의 정면돌파도 막아낼 수 있다.

한낱 시대착오적인 기마의 무리쯤이야──

“라이온하트에…! 영광 있으라!!”

[【최강 돌격자】가 부대에 적용됩니다.]

충돌의 순간, 무언가가 하늘로 솟구친다.

그것이 선두에서 몽둥이를 휘두르던 시체거인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에는 아크 리치의 눈앞에 휘황의 성검을 쥔 사자심왕이 나타났다.

[……!]

아크 리치가 움찔거렸다. 자신의 호위인 데스 나이트들은 대체 어디에?

“GRARARARARARA──!”

괴성을 지르는 거한의 붉은 기사에게 무더기로 찢겨나가고 있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용력.

“명예로운 기사들을 망령으로 부리다니. 네놈의 죄가 깊구나.”

[네놈…!]

무언가 마법을 조작하려던 아크 리치의 가슴팍에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성검이 파고들었다.

-쿠욱…!

단박에 아크 리치의 가슴팍을 관통한 성검이 그 안에서 작용한다.

“폐, 폐하! 아크 리치에게는 자신의 영혼을 보관한 라이프 베슬이 있습니다! 그걸 파괴하지 않으면 리치는 죽지──”

-키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때였다. 레온의 성검에 관통당한 아크 리치가 끔직한 괴성을 지르더니 영혼의 비명을 지르는 것이 아닌가?

“신들의 대리인인 짐이 명하였다. 멸하라, 삿된 영혼아.”

영혼을 숨겨둔 라이프 베슬이 있건 말건 상관없다. 차원을 넘어 수육한 육신의 악마조차 멸하는 것이 라이온하트의 기사들.

한낱 언데드 나부랭이 따위가 이 소멸의 힘에서 벗어날 순 없다!

“아, 안 돼…!”

영혼이 소멸해가는 과정, 아크 리치가 발악에 가까운 대마법을 행하였다. 모든 시체들을 끌어모아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어 자폭할 셈이다!

“뒈져라, 마귀들아!”

그 순간, 끔찍한 열기를 내뿜는 불의 성검이 시체들을 태워버렸다. 너무나 강력한 나머지 뼛조각은 커녕 영혼조차 남기지 않는 전쟁의 신의 불꽃.

“아, 아아…….”

압도적인 힘 앞에 절망한 아크 리치는 그대로 허물어져 내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며 박용신은 황홀한 표정으로 외쳤다.

“왕이여, 만수무강하소서…!”

“”왕이여, 만수무강하소서…!””

한빛궁 신도들이 무릎 꿇고 경배했다. 비단 그들뿐 아니라 몇몇 헌터들도 경배에 동참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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