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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

17화 변수 (1)

17화 변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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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달꼬리팡팡: 데미안 이제 카인하고 맞다이 가능?

└ Wkrrkalclsshadk: 불가능

[RP가 2만큼 상승합니다.]

– 세실사랑: 나의 최애 세실은 언제 등장하려나

└ Flapdlzmgo: 한참 남은 듯? 지금 세실 등장하면 완전 밸붕임

└ 얼룩무늬성애자: ㅇㅈ

└ 딱풀전사: 이거 맞다

└ 강아지는야옹야옹: 세실은 ㅈㄴ 세니까······

[RP가 5만큼 상승합니다.]

– 바토리바라기: 근데 데미안 약간 소시오패스 같지 않음?

[RP가 1만큼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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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P: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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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인은 미로를 달리고 있었다.

숲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지난 회차까지만 해도 숲은 이렇지 않았다.

짐작 가는 일은 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차원의 그림자의 영향력은 짙어졌다. 시체를 되살리고, 최근에는 살아있는 생명체마저 오염시켰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숲 전체로 범위를 넓힌 것이겠지.

카인은 조급함을 느꼈다. 이번 회차를 실패한다면 다음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 물론 한 번의 기회는 더 있다. 다만 회귀한 그날 바로 탈출해야 하기에 준비 시간이 부족할 뿐.

‘아니.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다음 회차에 추가 기회가 있다는 생각은 지나친 낙관이다. 이미 숲이 이렇게 변했다. 그렇다면 다음 회차에는 광산 전체가 오염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어쩌면 회귀하자마자 광산의 모든 생명이 타락한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나 자신조차도.’

카인은 그것이 가장 두려웠다. 차원의 그림자에게 오염되어 자아를 잃고, 죽어도 죽지 못하는 망자의 삶을 사는 것.

사실 죽어도 죽지 못하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목표를 이루려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 오직 그것만이 나를 나답게 만드는 유일(唯一)이다.

“대장. 망자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어.”

69번이 말했다.

카인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의 ‘발달된 감각’은 회차가 거듭될수록 예민해졌고, 지난 회차보다 손쉽게 망자들을 감지할 수 있었다.

“3진을 버린다. 망자의 먹이로 주도록.”

카인은 C조를 세 무리로 나누었다.

1진. 2진. 3진.

3진은 가장 열등한 조원으로 채워졌다. 카인이 그들을 탈출의 동료로 삼은 이유는 이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카인은 69번을 돌아봤다. 한때는 C조에서 유일하게 자신에 버금가는 실력을 갖췄던 소년.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녀석은 지난 회차보다, 그리고 그 이전 회차보다 나약한 존재일 뿐이다.

“······알겠어. 대장.”

그렇게 3진은 버려졌다. 그들의 절규가 등 뒤를 울렸지만 카인의 심상에는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했다.

카인은 허리에 찬 검을 내려다봤다. 이 검의 주인은 죽었다. 놈의 부관이 그 사실을 전하기 위해 말을 달리고 있다. 머지않아 추격대가 온다. 그 전에 미로를 통과해야 한다.

퀴리리리릭!

갑작스레 등장한 거대 거미가 카인의 칼질에 두 동강이 났다.

그러나 거대 거미는 한 마리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카인은 잠시 이곳에 머물러야 했다. 놈들을 쓰러뜨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체되는 것이 답답할 뿐.

2진의 조원 몇이 죽고, 전투가 끝났다. 카인은 검에 묻은 체액을 털어내고 납검했다. 그때 뒤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린 카인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을 마주했다.

“······.”

망자의 먹잇감으로 던졌던 3진이 죽지 않고 돌아왔다.

카인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저 약골들이 어떻게 망자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지?

카인의 눈짓에 69번이 움직였다.

3진에게 다가간 그가 횃불을 들이밀며 으르렁댔다.

“무슨 일이 있었지?”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3진은 뒷걸음질 쳐 횡대로 늘어서 있었다. 그들은 69번의 얼굴을 마주 보지 못했다.

“두 번 묻게 하지 마라. 말해라. 무슨 일이 있었지?”

이어진 물음에도 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파랗게 질린 얼굴로 울상을 지을 뿐이었다.

퍼억! 69번의 주먹이 한 소년의 복부를 때렸다. 소년은 아픔에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크흑······! 컥······!”

“대답해라 76번. 무슨 일이 있었지?”

69번의 본격적인 구타가 시작됐다.

“끄으······. 끄흐윽······!”

대답하지 않는 76번을 보며 카인은 묘한 의구심을 느꼈다. 69번은 조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다. 카인 자신이 그렇게 만들었다.

거기에 더해 3진은 육체뿐 아니라 정신까지 나약한 쓰레기들이다. 평소라면 69번이 주먹을 쥐기도 전에 이실직고했을 터다.

“거기까지.”

카인의 한 마디에 구타가 멈췄다.

카인은 아직 의문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조금 전부터 어느 소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

카인이 멈추지 않았다면 69번의 다음 타깃이 되었을 그 소년은 왼쪽 가슴에 79번이 적혀 있었다.

왜소한 체격.

검댕이 묻어 지저분한 얼굴.

무질서하게 뻗친 긴 머리.

벙어리처럼 말이 없는 탓에 쓰레기들로만 가득한 3진에서조차 외면받는 존재.

“이만 움직인다.”

카인은 뒤돌아 달렸다. 의구심이 남은 것은 불편하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추궁은 탈출을 성공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물론 그때까지 3진의 쓰레기들이 살아있다면 말이다.

***

“지금이야. 건너가자.”

“아니 데미안······!”

나는 보급로를 넘었다. 편한 보급로를 두고 굳이 다시 숲길을 선택하는 나를 보며 테오는 난색을 표했지만, 결국에는 내 직감을 믿기로 했다.

하지만 건너편 숲에 진입하자마자 숲은 미로로 변했고, 그러자 평소 의견을 내는 일이 없는 덩치마저 펄쩍 뛰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돌아나가는 길은 막힌 건가.”

테오가 한숨을 쉬었다.

우리는 다시 횃불에 불을 붙였다. 이렇게 된 이상 미로를 헤쳐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원에게 다시 미로를 지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다. 이곳저곳에서 구시렁대는 소리가 들렸다.

돌연 빽! 하고 족제비가 소리쳤다.

“이 주둥이만 털어대는 쓸모없는 새끼들! 데미안이 아니었으면 뒈져도 진즉 뒈졌을 놈들이 뭐 그리 말이 많아!”

나는 아주 많이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직전까지 가장 많이 구시렁대던 게 바로 족제비였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아는 게 나 혼자만은 아니었는지 조원들이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족제비를 봤다. 족제비는 낯짝에 더욱 두꺼운 철판을 깔며 으름장을 놨다.

“뭘 꼬나봐 새끼들아. 눈 깔고 처 걷기나 해. 그 촉새처럼 나불거리는 주둥이를 확 꿰매버리기 전에.”

조원들은 입을 비죽이면서도 족제비의 말을 따랐다. 덩치도 족제비에게 동조하듯 콧구멍을 벌름대고 있었다. 웃기는 녀석들.

“잠시 쉬었다 가자, 테오.”

나는 식량창고에서 훔쳐 온 육포를 꺼냈다. 아스트라는 만약을 위해 남겨두기로 했다. 아직 수통에 물도 남았고, 조금이지만 빵도 있었다.

“우와! 먹을 거다!”

“살았다! 안 그래도 뱃가죽이 등딱지에 달라붙었었는데!”

나는 천천히 육포를 씹으며, 혹시 모를 미니맵의 변화에 주목했다.

만약 중립적 대상의 표식이 떠오른다면 십중팔구 C조일 것이다.

“서둘러야겠어, 테오.”

차원의 그림자가 등장할 시간이 머지않았다.

선봉을 자처한 나는 홀로 앞서 달렸다.

머지않아 전투 흔적을 발견했다. 언데드화한 광산 노예들의 시체. 곧 다른 흔적도 찾았다. 거대 거미의 사체였다.

‘많이도 죽였네.’

사체를 조사해 봤지만 거미줄을 획득할 수는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획득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

나는 죽은 거미의 입가에 붙은 거미줄을 뜯어냈다. 그냥 질긴 거미줄일 뿐, 내가 지닌 것처럼 발사할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었다.

‘왜지?’

흥미로운 현상이다. 아마도 획득 메시지의 유무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아이템화’가 되어야만 스킬처럼 사용이 가능하다든지.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획득 메시지가 뜨는 걸까.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테오가 나를 따라잡았다.

“······오는 길에 봤다. 그게 네가 말했던 언데드인 거지?”

고개를 끄덕인 나는 테오의 어깨너머를 봤다. 언데드를 보고 놀란 조원들의 얼굴색이 새파랬다.

“나, 나는 절대 죽으면 안 되겠어. 저렇게 언데드로 변하는 건 정말 죽는 것보다 무서워······!”

“멍청아. 그게 네 마음대로 되겠냐?”

“테, 테오와 데미안의 말을 잘 들으면 돼! 나는 꼭 살아남을 거야! 반드시······!”

나는 조원들과 합류했다. C조의 흔적을 발견한 이상 굳이 앞서 달릴 필요는 없었다.

카인이 위협을 모두 처리해 둔 덕에 우리는 별다른 위기 없이 미로의 끝에 다다랐다.

솨아아아아.

바람이 머리칼을 흔들며 얼굴을 간지럽혔다. 기분 좋은 시원함이었다. 우리는 밤바람에 몸을 맡긴 채 잠시 해방감을 즐겼다.

그러던 중 미니맵에 중립적 대상의 표식이 나타났다. C조다.

“데미안.”

카인이 먼저 알은체했고, 내가 답했다.

“카인.”

“짐작은 하고 있었다, 데미안.”

“무엇을 말이지?”

“네가 오늘 탈출할 거라는걸.”

어쩌다 보니 나는 또 카인과 연기를 하고 있었다.

카인이 희미하게 미소했다. 뭘 웃는데. 네가 생각해도 웃기긴 한가 보지?

“많이 살아남았군. 이번의 너희들은.”

카인의 입장에서는 놀라울 만도 할 것이다.

지난 회차의 우리가 카인을 만났을 때는 7명이 생존한 상태였으니까.

반면 지금은 10명이 살아남았다.

“무슨 마법을 부린 거지? 오늘의 숲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을 텐데.”

***

카인은 데미안과 F조 소년들을 바라봤다.

흥미로웠다. 데미안은 지난 회차보다 훨씬 난도가 높아진 숲을 지나왔음에도 오히려 사망자를 줄였다.

무슨 수를 부린 것일까. 행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카인 자신도 지난 회차보다 많은 사망자를 냈다. 그런데 데미안이 어떻게.

카인은 데미안을 눈여겨보았다. 그러자 느껴졌다. 데미안은 지난 회차보다 강해졌다. 저 건방진 117번과 나머지 놈들의 눈빛도 달라졌다.

믿기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그렇다면 그것을 가능케 한 방법은.

‘회귀.’

그것 말고는 떠오르지 않는다.

***

나는 카인의 말을 적절히 끊었다.

“우리가 이렇게 잡담이나 나눌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본론을 말하지. 우리 쪽으로 와라 데미안.”

“거절하겠어.”

속마음과 달리 나는 카인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회차와 다른 대답을 하면 그의 의심은 더욱 커질 것이다.

“후회하게 될 텐데.”

카인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지난 회차처럼 나서려는 테오를 내가 막았다. 안 그래도 테오는 카인에게 찍혔다. 한 번 더 카인의 심기를 건드리면 정말로 위험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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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인 하센베르크 [14세], [Lv.20]

◎ 속성: [■■]

◎ 특성: [회귀/1■회차], [■■■], [발달된 감각], [통솔자], [승부욕], [■■■ ■■], [회복력], [검의 재능]

◎ 적성: [검술 Lv.3], [단검술 Lv.2], [창술 Lv.2], [궁술 Lv.1], [도끼술 Lv.1], [승마술 Lv.1], [하센베르크 격투술 Lv.2]

◎ 일반 스킬: [강격 Lv.2], [연타 Lv.2], [밀어내기 Lv.2]

◎ 전용 스킬: [비검 Lv.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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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카인은 통찰을 발현한 내게 시선을 고정했다. 먹잇감을 발견한 듯 흥미를 보이는 눈동자.

‘20레벨. 게다가 연타 스킬이 2레벨로 향상했어.’

그것만이 아니다.

전용 스킬을 가렸던 검은 도형이 사라졌다.

◎ 전용 스킬: [비검 Lv.1]

예상 밖의 상황이다. 카인이 벌써 저 스킬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소설 초반의 카인에게는 없던 스킬이니까.

이로써 나는 확신했다.

‘이 세계는 소설 속 세계관과 일치하지 않아.’

언데드, 아니 차원의 그림자의 출현이 카인의 성장을 가속하고 있는 걸까.

“아무튼 우리는 너와 함께할 생각이 없어. 카인.”

“보아하니 보급로를 이용할 생각은 없는 것 같군.”

주위를 쓱 둘러본 카인이 내게 말했다.

“좋은 판단이다.”

그 말을 끝으로 카인과 C조가 숲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지난 회차와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결말이었다.

“뭐야 저 자식은. 데미안. 아는 녀석이냐?”

“C조의 카인이야. 밤에 광산 주변을 탐색하다가 만났어.”

“왠지 기분 나쁜 녀석인데.”

“사람 잘 봤어. 이만 가자. 놈들을 뒤쫓을 거야.”

우리는 카인의 뒤를 쫓았다.

그렇게 달리던 중 나는 먼지에게서 예정된 변화를 감지했다. 강한 두려움의 감정.

‘먼지야.’

말을 걸어 봤지만 대답하지 않는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차원의 그림자.’

숲의 미로 탓에 시간이 지체됐다.

그것을 아는 듯 카인과 C조는 미니맵에서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두두두두두두······!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기병대가 왔다. 조원들로부터 불안감이 퍼져 나왔다. 울먹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테오가 외쳤다.

“신경 쓰지 마! 달리는 것에만 집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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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maker of Infinite Regression

The Remaker of Infinite Regression

Status: Ongoing
The protagonist, an infinite regressor, found himself possessed within a novel where the original protagonist had gone mad and turned dark. Now, with my unique abilities, I must write a new ending for th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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