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160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160화

53장 신품

“안 된다.”

즉답이었다.

앙페르는 프론디어가 무슨 말을 꺼낼지 뻔히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한 대답 또한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너에게는 이르다, 프론디어.”

앙페르의 단호한 어투.

하지만 프론디어는 속으로 웃었다.

‘이제는 이르다고 하시는군.’

무리다, 불가능하다고 말해온 앙페르.

그의 무의식에도 어떤 변화가 찾아온 것인가.

“아직 네 몸 하나 다루지 못하지 않느냐.”

앙페르의 말은 프론디어에게 뜨끔한 것이 있었다.

실제로 프론디어는 앗지에와의 대련에서 승리는커녕 아직도 제대로 된 대련이 되고 있질 않았다.

물론 콘스텔의 학생들보다는 그나마 나은 모습을 보여주겠지만, 여전한 격차를 느낀다.

앗지에는 언제나 담담한 얼굴이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프론디어의 늦은 성장 속도에 기막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프론디어가 지금까지 해온 싸움은 그의 스킬과 무기, 정보전과 심리를 읽은 기습이 먹혔기에 가능했다.

거리가 먼 상대에게는 제법 강력한 수단들이 있으나, 상대가 지척에 들어왔을 때, 즉 근접전에서 프론디어는 여전히 학생 수준의 전투에 머물러 있다. 학생이니까 당연하지만.

“그렇기에 가려고 합니다.”

“네 몸을 다루기 위해서 말이냐? 그 전에 죽을 것이다.”

앙페르는 말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의 눈이 드물게도 걱정으로 가라앉았다.

“너 또한 테이번에서 배운 것이 있을 거다. 그것이 적어도 오만은 아닐 터.”

“…….”

“네가 테이번에 가는 것을 허락한 이유는, 그때가 여름이었기 때문이다.”

앙페르는 처음에는 프론디어가 가는 것을 불허했으나, 프론디어의 진중한 말과 앗지에와의 대화를 통해 심사숙고한 결과, 결국 허락했다. 허락했다기보다 막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방벽은 인간과 마물의 경계를 갈라놓은 것이다. 그곳에서는 바깥의 마물을 마주할 수 있고 또한 강력하지만, 그조차 제대로 된 녀석들은 아니다. 인외의 경계에 더 깊이 들어갈수록, 같은 바깥이라 해도 궤를 달리하는 놈들이 튀어나오지. 그리고 겨울에는 그런 놈들이 방벽을 부수러 다가온다.”

물론 프론디어도 그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여름과 겨울의 차이, 바깥의 마물이라 해도 더 깊은 심연이 있음을. 테이번에서는 경계를 기준으로 안쪽 마물과 바깥쪽 마물의 차이를 가늠할 수 있었다. 방벽 바로 앞, 경계를 아주 조금 벗어났을 뿐인 마물들이 얼마나 강력하고 흉포해지는지 여실히 느꼈다.

그보다 더 안쪽, 바깥의 마물은 말 그대로 바깥일수록 강력하다. 겨울엔 그런 놈들이 쳐들어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내 힘도 분명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거야.’

마물들의 급소를 노리는 ‘폭죽’과 엑스칼리버의 ‘폭격’. 거기에 묠니르와의 조합으로 만들어낸 ‘정’. 아무리 바깥의 마물이라 한들 신위와 전설의 무기에 얻어맞고 멀쩡할 수는 없을 터.

허나 그래서는 안 된다. 그건 그저 자기 자랑일 뿐.

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애초에 예란헤스는 테이번과 달리 앙페르의 ‘철벽’이라는 이름 아래 뚫린 적이 없다.

폭죽이 됐든 폭격이 됐든, 놀라움은 한순간. 프론디어 본인에게 얻는 것이 아무것도 없고 예란헤스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앙페르에게는 그저 어리숙한 아들이 유치한 방식으로 나대는 것으로 비칠 것이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다.

그것이야말로 오만. 앙페르에게 칭찬 따위나 받으려고 예란헤스에 가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든 헬하임의 파편을 확인해야 돼.’

교도소장 에스더가 커다란 힌트를 주었던 헬하임의 파편.

예란헤스보다 조금 더 북쪽에 빙하에 갇힌 헬하임의 파편이 잠들어 있다. 그건 즉 방벽 너머라는 뜻이다.

만약 헬하임의 파편이 정말로 흑천이라면, 반드시 손에 넣어야만 한다.

허나 앙페르에게 이렇게 말할 수는 없으니.

“방벽에서 싸우지는 않겠습니다.”

“무슨 뜻이냐? 싸우지 않는다면 방벽으로 갈 이유가 무엇이냐?”

프론디어를 의심스럽게 보는 앙페르.

프론디어는 온화한 얼굴로 말했다.

“저는 로아흐 기사단을 보고 싶을 뿐입니다.”

“──호오.”

“그들에게 배우면서 ‘철벽’의 진가를 알고 싶습니다.”

프론디어는 적당히 둘러댄 것이지만 아주 거짓말은 아니었다.

헬하임의 파편을 얻기 위해서는 방벽을 몰래 넘을 궁리를 해야 하지만, 그 전까지 아무것도 안하고 지낼 생각은 없다.

단 한 번도 마물의 침입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앙페르의 업적은, 비단 그 혼자로서 가능한 것은 아닐 터.

그가 키워낸 기사단이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단련되어 있기에 가능한 업적일 것이다.

그들에게서 무언가 얻어낸다면, 앙페르가 말한 ‘제 몸 하나 다루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게 될지 모른다.

“기사들 중에 너를 가르칠 만큼 한가한 녀석은 없다.”

“배우지 않겠습니다. 훔치겠습니다.”

뻔뻔한 말이었으나, 그것이 곧 앙페르의 눈에 이채를 일으켰다.

“방벽에서의 싸움, 특히 마물과의 싸움은 절대 허락지 않겠다. 그래도 하겠느냐?”

“예.”

프론디어의 대답을 듣고 앙페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이 제안은 앙페르 또한 썩 마음에 든다.

프론디어가 테이번 때처럼 방벽에서 싸우겠다는 오만한 생각을 하지 않고, 자기 주제를 알고 배우려 한다.

기사단이 프론디어를 가르치지 않더라도, 같이 지내다 보면 자연히 터득하는 것이 있겠지.

프론디어가 방벽 아주 가까이에 접근하지 않는다면, 설령 마물이 침입하더라도 대응할 시간은 있다.

‘무엇보다, 언제까지고 지켜줄 수만은 없으니.’

앙페르는 지난 여름방학 때 프론디어의 각오를 보았다.

프론디어는 변했다. 게으름의 탈을 벗고 로아흐의 일원이 되기 위하여 노력했다.

그 노력에는 분명한 성과가 있었다. 테이번에서 큰 부상 없이 무사히 돌아온 것이 그 증거다.

앙페르는 지금껏 프론디어를 가문에서 내보낼 생각만 해왔다. 그렇기에, 그를 전사로 키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습관이 아직까지 남아 있었는지도 몰라.’

생각을 마친 앙페르는 프론디어에게 말했다.

“로아흐의 기사들은 앗지에처럼 친절하지 않을 것이다.”

“……예.”

앗지에가 친절이라.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프론디어는 일단 꾹 참았다.

“가는 건 일주일 뒤다. 그때까지 철저히 준비해두어라.”

마침내 떨어진 허락.

프론디어는 씨익 웃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앙페르가 그 모습을 잠시 기이하게 보았다.

방벽에 간다는데 웃는 사람은 프론디어 뿐일 것이다.

그것도, 이미 한 번 갔다온 적이 있는 사람이 말이다.

* * *

다음 날, 프론디어는 곧장 퀴니에의 저택으로 향했다.

퀴니에는 프론디어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프론디어는 이전보다 따스해진 것 같은 퀴니에의 눈빛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일단 안으로 들어갔다.

프론디어의 설명을 듣고, 퀴니에는 나직이 말했다.

“……목걸이를 개선하고 싶다는 거구나.”

“네.”

프론디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선배에게는 숨길 것도 없겠죠.”

프론디어는 가지고 온 틀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그 위에 목걸이 흑련을 올려놓았다.

힘을 주어 가볍게 부수자, 안에 있던 흑천이 틀 안에 담겼다.

“저는 이걸로 무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칼이든, 창이든, 뭐든 만들 수 있죠.”

“흐응. 그렇게 다 말해줘도 돼?”

“앞서 말했듯, 선배에게는 이제 숨길 이유도, 필요도 없습니다.”

퀴니에는 이미 프론디어가 흑천을 이용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그녀라면 능력을 대강 짐작했을 테니, 이건 말해주는 것도 아니다. 퀴니에가 어차피 아는 내용을 다시 언급했을 뿐이다.

“그, 그래. 숨길 필요가 없구나. 흠.”

그런데 퀴니에는 어딘가 민망한 듯 시선을 딴 곳으로 옮겼다.

프론디어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일단 상황을 설명했다.

“이 액체를 다수 확보할 정보를 얻었습니다. 아직 진위는 불분명하지만요.”

“그래서 이전보다 목걸이 안에 더 많은 양을 담아야 한다는 거지?”

“예.”

“이 목걸이에는 이미 공간 확장 마법이 붙어있어. 지금도 아직은 더 들어갈 텐데, 그보다도 많은 양이 필요해?”

“네, 아마 충분치 않을 겁니다.”

퀴니에의 질문에 프론디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목걸이에 공간 확장이 붙은 건 알고 있다. 아직은 흑천을 전부 담고도 여유가 있다.

그러나 헬하임의 파편을 전부 담으려면 택도 없을 것이다. 에스더가 괜히 ‘호수’라고 부른 게 아닐 테니.

“혹시 이 목걸이와 같은 종류의, 조금 더 상급의 아티팩트 같은 건 없을까요?”

프론디어는 혹시나의 기대를 걸고 물어봤지만 퀴니에는 고개를 저었다.

“없어, 그런 거. 이건 주문 제작이니까.”

“……그렇군요. 주문 제작.”

이걸 처음에 퀴니에에게 부탁했을 때는 퀴니에와 두번째 만남이었다. 프론디어에 대한 친밀감이나 신뢰가 전혀 없었던 상황.

그럼에도 부탁한 물건을 주문 제작을 하면서까지 들어주다니.

“그때 네가 준 정보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어.”

프론디어의 표정을 읽은 퀴니에가 말했다.

“덕분에 사람을 많이 구했잖아. 덜 죽게 했고. 그리고 너라는 인맥이 생겼고. 여러모로 볼 때 나에게 이득인 거래였지.”

“제가 인맥이 되나요?”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좋은 인맥이지.”

퀴니에는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이전보다 대하는 게 훨씬 상냥해졌다.

‘내 몸값 측정이 훨씬 높아진 건가?’

프론디어는 잠깐 그런 생각을 한 뒤 다시 물었다.

“그럼 목걸이를 개선하는 쪽으로는 가능한가요?”

“으음, 그것도 힘들어. 다른 것도 아니고 이건 보석이잖아. 이미 완성된 아티팩트에 다시 손을 대면 망가질 위험만 높아질 뿐이야.”

“곤란하군요.”

퀴니에는 팔짱을 끼고 목걸이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흥, 가볍게 콧김을 불고 그녀는 말했다.

“어쩔 수 없지. 새로 만들 수밖에.”

“새로 만들어요?”

“그래. 당시에는 그냥 큰 돈을 들려 주문 제작을 했을 뿐이지만, 이번에는 사람을 전부 선별해서 제대로 된 녀석을 만들어내는 거야.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전문가…….”

프론디어가 말을 줄이자 퀴니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손가락 하나를 올렸다.

“먼저 마법진 기술자.”

“보석 내부에 마법진을 새기기 위해서군요.”

“응. 공간 확장에 더불어, 쓸 만한 게 있다면 전부 새길 수 있도록.”

그리고 손가락 하나를 더 올렸다.

“마공학 전문가.”

“마법진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연결하기 위해서인가요?”

“똑똑하네. 덧붙여 부순 뒤에 되돌아갈 때 오류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필요해.”

그리고 손가락을 또 한 개.

“보안 마법 전문가.”

“……보안이요?”

“이전에 들었을 때는 몰랐지만, 지금 이야기를 들어보면 안에 들어가는 액체는 너에게 상당히 중요하잖아? 아무나 목걸이를 훔치거나 부술 수 없도록, 목걸이 자체에 보안 마법이 필요해. 너만 만지거나 부수는 게 가능하도록.”

퀴니에의 설명을 듣고 프론디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흑천은 앞으로도 계속 그와 함께할 중요 아이템이다. 그러면 필시 점차 흑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이들도 있겠지.

그런 사람들에게 도난 당하지 않도록 방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론디어는 잠시 생각했다.

마법진 기술자, 마공학 전문가, 보안 마법 전문가라.

……흐음.

“저, 선배.”

“응?”

“왠지, 전부 다 아는 사람들이 떠오르는데요.”

어딘가 미묘한 표정의 프론디어의 말에, 퀴니에가 싱긋 웃었다.

“그렇지?”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