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160

160화 일단락

전국을 덮쳤던 대규모 게이트 사태는 레온의 귀환으로 일단락되었다.

S급 헌터를 넘어서 ‘규격 외’로 비공식 분류되는 레온과 베아트리체. 거기에 불카누스와 그 기사단 50명은 그야말로 초고속으로 게이트를 박살내고 다닌 덕분이다.

-와, 미친 저거 뭐임?

-성배 기사단이래.

-적색 게이트 던전 브레이크를 박살 내고 주황색 게이트 세 개를 하루 만에 클리어했어.

-저런 괴물 집단은 전 세계에도 없음.

-S급 헌터 백명이 초전자합체라도 한 것 같다…….

그들의 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보통 주황색 게이트쯤 되면 A급 공략대가 일주일을 내리 공략하여 클리어한다.

적색 게이트는 S급 헌터가 두 명에 베테랑 A급 50명이 포함된 S급 공략대가 필요했고.

그런데 그들은 그저 압도적인 무력과 전술능력 거기에…….

-성배기사 불카누스 진짜 개오지지 않냐?

-A급 필드보스가 원턴킬임. 진짜 미쳤음.

-사자심왕, 마술사 여왕, 야크트 스피너를 잇는 규격외다 ㄹㅇ

-죄다 만신전 소속이잖아.

-ㄹㅇㅋㅋ

전쟁과 불꽃의 성배기사 불카누스. 레온과 같은 세계의 생존자인 그는 던전 브레이크에서 뛰쳐나온 몬스터들을 학살하면서 그 위용을 확실히 보였다.

“굉장하군.”

일본 신(新) 헌터협회장 다케다는 적색 게이트 던전 브레이크의 현장에 있었다.

적색 게이트 세 개가 한 자리 동시에 소환된 전대미문의 사태. 안 그래도 전국 각지에서 소환된 게이트 때문에 헌터란 헌터는 죄 동원된 상황이었다.

세 개 중 한 개는 어떻게 클로징했지만, 남은 두 개의 클로징에 실패하면서 다급하게 던전 브레이크를 대비해야 했다.

안 그래도 살육대공 아카샤 사건으로 많은 S급 헌터를 잃은 일본 입장에선 외국의 지원을 필요로 했고, 같은 신앙이라는 끈끈한 연으로 묶인 만신전에 지원요청을 했지만…….

[폐하, 다케다이옵니다.]

[오냐.]

다케다는 다급한 자국의 상황을 설명했다. 게이트 공략에 실패하면서 S급 헌터 셋이 부상을 당했고, 가용전력이 매우 부족해졌다는 것을 솔직하게 보고했다.

[짐은 너희들의 해결사가 아니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해결해라.]

[폐, 폐하…….]

레온은 아직 일본에게는 여력이 남아있다고 보았다. 물론 무리를 해야하긴 하겠지. 하지만 피해를 보더라도 던전 브레이크를 해결할 역량쯤은 있다 보았다.

타국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도 보기 좋은 모양새가 아니었고, 무엇보다 사자심왕은 기사와 병사를 혹독하게 훈련시키는 스타일.

이런 시련과 도전이 있어야 인간이 비로소 강해질 수 있다는 정신론자다.

그렇기에 일본의 던전 브레이크에 지원군을 보낼 생각 따윈 없었다. 다케다가 힘없는 목소리로 푸념하기 전까지만 해도.

[하필 데몬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가 대악마라──]

-뚜욱! 뚜욱! 뚜욱!

[폐하?]

두 시간 뒤, 한국 군용 수송기로 레온과 불카누스. 불타는 검 기사단이 도착했다.

“악마 새끼들이 이 땅에 있다고?”

“어디 있나! 내가 그 모가지를 비틀어버릴 테니깐!”

다케다 회장과 일본의 후지사와 총리는 성난 말처럼 날뛰는 기사들을 던전 브레이크가 터질 게이트 근처까지 데려가는데 애를 먹었다.

그리고 학살이 시작되었다.

“직접 봤지만, 보고도 믿기지 않는군요.”

“일개 공략대 수준의 규모로…….”

전투를 분석하던 일본 헌터협회 직원들이나 다른 헌터들도 불타는 검 기사단의 무력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장비도 엄청난 수준이더군요. 감정사들 말로는 레전더리 이상으로 도배를 했다던데요.”

“예의 그 별철무구인가.”

다케다는 야피의 별철무구 공장에 거액의 돈을 투자했다.

양산품이 유니크. 듣기로는 만신전 기사단은 모두 신에게 축복받은 별철무구를 지급받는다고 하던가.

“저 무구들은 그 오리지널이라는 모양인데. 측정 등급을 따지면 얼마나 되겠나?”

“레전더리. 한명 한명이 소도시의 일년 예산을 두르고 있다더군요.”

“뭔가 만신전만 상식을 벗어난 수준인데. 인플레가 심하지 않나?”

“그것도 그렇지만 좋은 장비도 전투력보다 놀랍지는 않죠.”

직원은 자신이 읽고 있는 불타는 검 기사단의 전력 분석파일을 읽으며 할 말을 잃은 듯했다.

“한 명 한 명이 최소 준S급, 그중에서도 열댓 명은 S급 평균 이상입니다. 이것도 개인 무력을 기준으로 잡은 거예요. 집단 전투평가로 넘어가면 S급 공략대는 비교조차 안 될 겁니다.”

“미쳤군.”

어지간한 헌터강국의 S급 헌터 숫자에 필적하는 수준이 아닌가? 더욱이 놀라운 건 저런 괴물 기사단이 라이온하트에는 최소 열 개 이상 있었다는 것이다.

‘도대체 라이온하트 왕국은 뭐하는 괴물집단이었던 거지?’

함께 싸웠지만, 불타는 검 기사단 중에서는 일본 최고의 S급 헌터라는 자신보다 강한 사람이 최소 다섯은 있었다.

그중에서도 서열 3위라는 라이하르 데버 백작쯤 되면 어지간한 S급 헌터 둘은 너끈히 상대할 수 있겠지.

“저런 괴물 중에서도 정점이 성배기사와 성배 수호자인가.”

“괴물이라니… 듣는 귀가 많습니다.”

부하직원의 지적에 다케다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나쁜 의미로 한 건 아니야.”

“알고는 있습니다만, 최근 만신전 신도들이 크게 늘었으니까요.”

일본은 한국과 연합했다지만, 세계 최초로 악마령을 토벌했다는 기념비적인 국가였다.

방랑의 마검이 악마대공 아카샤였다는 것이 드러나고 레온이 보여준 초위의 무위를 실시간으로 목격한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만신전을 믿었다.

원래 딱히 주 종교라고 할 게 없는 일본이었기에 저버릴 신앙도 없었고, 신도 수는 이미 한국을 아득히 넘어서 백만 명을 바라보고 있다.

만신전이 지구에 출범한지 불과 반년 좀 넘은 신흥종교라는 걸 생각하면 역사상 유례가 없는 성장속도였다.

“아메리카나 유럽에서도 핫하다던데.

시대는 만신전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작금의 게이트 사태와 대악마 클래스의 강함을 목도한 다케다는 만신전이 없으면 지구도 금방 무너져 내리라 확신했다.

“충성을 맹세하자고.”

“동감입니다.”

최근 만신전에 심취해 신실해진 헌터들이 많다던데, 만신전에 종교연수라도 보내야겠다 싶다.

* * * *

레온이 불카누스와 귀환한 뒤 사흘째.

불카누스와 기사단은 마지막으로 지정받은 수원 던전 브레이크까지 성공적으로 막아낸 뒤, 시체의 산 위에서 휴식을 취했다.

“라이하르 경. 저기 살아있는 놈 있습니다.”

-아, 안 돼…!

“뭐가 안 돼, 이 멍청한 녹색 짐승아.”

마지막 던전 브레이크는 오크 게이트였다. 데몬 게이트와 마찬가지로 눈 돌아간 기사들은 오크들을 철저하게 도륙냈다.

“폐하! 짐승 이천 마리를 모두 박멸했소이다!”

불카누스는 열기로 가득한 갑주를 벗지도 않은 채 레온에게 보고했다. 레온은 시체산 위에서 육포를 뜯으며 그에게 권했고.

“흠…!”

불카누스는 뿔장식이 인상적인 붉은 투구를 벗었다. 그 안에서 드러난 것은 야성적인 인상의 중년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고.

“맛은 좋으나 데메라 여신의 가호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가축농장에 보급할 만큼 우리 작물이 생산되지 않은 탓이다. 채소나 곡류는 충분하나, 육류는 참으시게.”

“확실히. 성력이 부족하긴 하외다.”

불카누스는 손을 들어 성력의 불꽃을 일으켰다. 보는 것만으로 아찔한 불기둥이 치솟았다.

불카누스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허공에 대고 불만을 토로했다.

“페토스 님. 어째 옛날만큼 못합니다?”

[이놈이…!]

곧장 역정을 내는 페토스. 전쟁과 불꽃의 신은 제 성배기사에게 날카로운 억양으로 말했다.

[예전부터 네놈은 낭비가 너무 많아! 기껏 모아둔 성력을 댐 터뜨리듯 방류하고 있지 않느냐!]

동결에서 풀려나자 마자 신성강림을 일으키며 성력을 죄 끌어다 쓰질 않나, 사흘 동안 연속된 전투에서는 아예 성력이 바닥을 드러내자 맨손으로 몬스터들을 찢어발기곤 했다.

이러한 일이 예전부터 종종 있어 왔던 지라 페토스의 잔소리는 자연스레 레온에게도 향했다.

[레온, 나의 최고 전쟁기수야. 네 부하 관리를 똑바로 하거라!]

레온이 으쓱한 반응을 보이자 불카누스가 이의를 제기했다.

“페토스 님, 당신의 최고 전쟁기수는 나 아니외까?”

[너 같은 전쟁기수 둔 적 없다. 무식하게 때려 부수는 것만 잘하는 녀석. 지휘나 군략을 세우는 것도 부하들에게 떠넘기는 놈이 무슨 전쟁기수!]

전쟁과 불꽃의 기수들은 군략에 통달하고 군단의 화력을 담당하는 만능의 전사들이다.

불카누스는 조금 극단적으로 한쪽에 치우친 사례로, 그 말도 안 되는 용력만 아니었다면 성배기사로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다.

[하여간, 저런 야만인을 데려와서 교화시킨다고 할 때 말렸어야 했다.]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페토스. 그의 그릇은 야만스러운 악신들조차 탐내지 않았습니까.”

[…….]

페토스는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래, 악신의 그릇으로 각성하려던 야만인을 레온이 굴복시키고 만신전으로 데려왔다.

그 뒤로 불카누스가 세운 공적을 아는 페토스이기에 마냥 잔소리만 할 수는 없었다.

“불카누스 경. 잠시 이리 와보게.”

“예…!”

레온은 불카누스가 다가오자 아공간에서 한 지팡이를 꺼냈다.

“그것은?”

지팡이에서 느껴지는 범상치 않은 성력에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는 불카누스. 레온이 지팡이의 내력을 설명했다.

“악종들의 땅에서도 저항을 멈추지 않은 한 선지자의 지팡이일세. 맕탉… 아무튼 뭐 다른 차원의 신을 섬기는 사제가 짐에게 선물한 것이지.”

“오…, 그런 인연이.”

수백년 동안 지팡이를 갈고 닦아온 고브린 대악마가 들었더라면 화병으로 쓰러졌을 소리였지만, 레온은 지팡이를 불카누스에게 건넸다.

“내 살펴보기로는 그 지팡이는 성력을 흡수하고 축적하는 기능이 있네. 사자심장과 비슷하지.”

“그만한 귀물로는 보이지 않소이만.”

“그야 그렇겠지. 다만 축적된 성력을 흡수하는 건 가능하지 않나. 전쟁 신께 그 성력을 공양하시게.”

요컨대 불카누스가 너무 많은 성력을 소모하니 다른 신들의 성력을 지팡이에 축적하여 불카누스가 공양하는 것으로 페토스 신의 성력소모를 커버하겠다는 소리였다.

레온에게서 고브의 지팡이를 받아든 불카누스는 껄껄 웃으면서 지팡이를 들었다.

“어르신, 여기 지팡이 올라갑니다.”

[이놈이?]

졸지에 지팡이 짚고 다녀야 하는 늙은이 취급을 받은 페토스는 빼앗듯이 불카누스의 손에서 지팡이를 낚아챘다.

[이 불경한 것. 네놈, 언젠가 크게 경을 칠 것이야.]

“GRARARARARA…!!”

어찌 됐건 국내의 문제는 마무리됐다. 해외 데메라 신도들의 땅을 지키기 위해 파견된 맨앳암즈 부대가 있긴 했지만, 그쪽도 슬슬 마무리되겠지.

“하지만 이번 사태. 무언가 악종 놈들의 구린내가 나는군.”

현시점에서 게이트를 이용할 수 있는 건 베아트리체와 악마들 정도. 그렇다면 이번 대규모 게이트 사태는 모종의 목적을 가졌을 것이다.

“귀환한다. 먼저 스피너 경과 산하의 수하들에게 상찬을 내려야겠지.”

“오~, 폐하께서 그리 칭찬하시던 기계 성배기사 말이오까? 그 안토크 경의 후임이라, 한 번 얼굴을 보고 싶소이다.”

“그대 마음에 쏙 들 것이야.”

가을.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를 덮쳤던 게이트 사태가 일단락되고 있었다.

* * * *

베아트리체는 생존자로서 지구에 안착한 뒤, 지구 문명에 익숙해지기 위해 꾸준히 현대 문물을 접했다.

스마트폰이나 PC도 그렇지만, 그녀가 애용하는 것은 신문이다.

그녀의 왕국에서도 제법 익숙한 물건이기도 했고, 자극적인 정보가 위주인 인터넷 뉴스보다는 작금의 정세를 읽기가 쉬웠다.

“난리군요.”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쌓인 일간지들을 쭉 읽고 있었지만, 그 내용물 대부분은 전세계적인 게이트 사태에 주목하고 있었다.

프랑스 파리 한복판에 나타난 적색 게이트나 던전 브레이크로 피해를 입은 소도시. 용궁 게이트를 공략하려다 실패한 뒤로 오염된 해안가 등.

세계는 게이트라는 이름의 침공에 우왕좌왕하고 있다.

물론 모든 국가가 그런 건 아니다.

“대만은 방어에 성공했군요.”

섬나라라 그런가, 땅이 작고 인구 밀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게이트에 비교적 성공적으로 대처했다.

‘가장 문제인 건 전 대륙인가. 이쪽 곡창지대에 데메라 신도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좀 더 신경 써야겠군요.’

이미 야피가 대미지 컨트롤을 위해 맨앳암즈 부대를 파견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불타는 검 기사단을 이동시키면 훨씬 수월해지겠지만, 그건 그것대로 위험하다.

‘대륙은 오크들이 많으니…….’

두 세력이 맞딱 뜨리면 반드시 충돌한다. 레온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한국 내에도 오크 생존자는 그럭저럭 있다. 그런 그들을 보고 레온이 대뜸 칼질을 하지는 않았지만, 불쾌하다는 티를 팍팍 냈다.

짐승들이 제 눈을 더럽히고 있노라고.

왕인 레온이 그러할진대, 불카누스 경이나 그 기사단이 대륙에서 오크라도 맞닥뜨리면?

불카누스과 기사단을 며칠밖에 보지 않았지만, 그 절멸주의자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는 너무나 예상 가능했다.

[대만 내각, 난교파티 의혹.]

“흐음?”

문득 그녀의 눈에 들어온 한 줄의 기사. 그것은 그리 희소한 사건은 아니다.

마약, 섹스, 파티. 고위층의 문란하고 퇴폐적인 문화는 어느 국가, 어느 세계에서든 흔한 것이니까.

베아트리체는 그런 것에 난색을 넘어서 혐오감이 드는 여왕이었지만, 그저 문란한 스캔들 정도였다면 베아트리체는 그러려니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해당 스캔들의 핵심 멤버들이다.

큰 사업을 하는 CEO. 국방을 맡은 장관. 그 외에도 내각 핵심층의 자녀들.

잠시 논란은 되겠지만, 권력의 힘으로 얼마든지 여론을 짓누를 수 있는, 실세들의 스캔들.

그 방식이 무엇보다 익숙했다. 그러다 문득, 기자가 찍은 파티장에서 어떠한 심볼을 발견하고 말았다.

“……퀘이의 문장?”

스페로 왕국을 거꾸러뜨린 타락대공 특유의 문장.

왕실을 오염시키고, 귀족들을 타락시키며 끝내 왕국을 무너뜨린, 그 음험한 악마대공의 이름을 무심코 내뱉은 베아트리체는 순간 자신의 주변이 새까맣게 물들었음을 깨달았다.

“설마…!”

이름에는 마력이 있다.

악마의 본명을 부르는 건 그들과 연결될 수 있는 수단.

자신의 이름을 퍼뜨림으로서 악마는 계약자를 확보한다. 그렇기에──

[여기 있었나.]

“네놈…!”

칠흑의 어둠 속, 베아트리체와 연결된 악마가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

[마술사 여왕.]


           


Chapter 160

Chapter 160

160화 일단락

전국을 덮쳤던 대규모 게이트 사태는 레온의 귀환으로 일단락되었다.

S급 헌터를 넘어서 '규격 외'로 비공식 분류되는 레온과 베아트리체. 거기에 불카누스와 그 기사단 50명은 그야말로 초고속으로 게이트를 박살내고 다닌 덕분이다.

-와, 미친 저거 뭐임?

-성배 기사단이래.

-적색 게이트 던전 브레이크를 박살 내고 주황색 게이트 세 개를 하루 만에 클리어했어.

-저런 괴물 집단은 전 세계에도 없음.

-S급 헌터 백명이 초전자합체라도 한 것 같다…….

그들의 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보통 주황색 게이트쯤 되면 A급 공략대가 일주일을 내리 공략하여 클리어한다.

적색 게이트는 S급 헌터가 두 명에 베테랑 A급 50명이 포함된 S급 공략대가 필요했고.

그런데 그들은 그저 압도적인 무력과 전술능력 거기에…….

-성배기사 불카누스 진짜 개오지지 않냐?

-A급 필드보스가 원턴킬임. 진짜 미쳤음.

-사자심왕, 마술사 여왕, 야크트 스피너를 잇는 규격외다 ㄹㅇ

-죄다 만신전 소속이잖아.

-ㄹㅇㅋㅋ

전쟁과 불꽃의 성배기사 불카누스. 레온과 같은 세계의 생존자인 그는 던전 브레이크에서 뛰쳐나온 몬스터들을 학살하면서 그 위용을 확실히 보였다.

"굉장하군."

일본 신(新) 헌터협회장 다케다는 적색 게이트 던전 브레이크의 현장에 있었다.

적색 게이트 세 개가 한 자리 동시에 소환된 전대미문의 사태. 안 그래도 전국 각지에서 소환된 게이트 때문에 헌터란 헌터는 죄 동원된 상황이었다.

세 개 중 한 개는 어떻게 클로징했지만, 남은 두 개의 클로징에 실패하면서 다급하게 던전 브레이크를 대비해야 했다.

안 그래도 살육대공 아카샤 사건으로 많은 S급 헌터를 잃은 일본 입장에선 외국의 지원을 필요로 했고, 같은 신앙이라는 끈끈한 연으로 묶인 만신전에 지원요청을 했지만…….

[폐하, 다케다이옵니다.]

[오냐.]

다케다는 다급한 자국의 상황을 설명했다. 게이트 공략에 실패하면서 S급 헌터 셋이 부상을 당했고, 가용전력이 매우 부족해졌다는 것을 솔직하게 보고했다.

[짐은 너희들의 해결사가 아니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해결해라.]

[폐, 폐하…….]

레온은 아직 일본에게는 여력이 남아있다고 보았다. 물론 무리를 해야하긴 하겠지. 하지만 피해를 보더라도 던전 브레이크를 해결할 역량쯤은 있다 보았다.

타국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도 보기 좋은 모양새가 아니었고, 무엇보다 사자심왕은 기사와 병사를 혹독하게 훈련시키는 스타일.

이런 시련과 도전이 있어야 인간이 비로소 강해질 수 있다는 정신론자다.

그렇기에 일본의 던전 브레이크에 지원군을 보낼 생각 따윈 없었다. 다케다가 힘없는 목소리로 푸념하기 전까지만 해도.

[하필 데몬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가 대악마라──]

-뚜욱! 뚜욱! 뚜욱!

[폐하?]

두 시간 뒤, 한국 군용 수송기로 레온과 불카누스. 불타는 검 기사단이 도착했다.

"악마 새끼들이 이 땅에 있다고?"

"어디 있나! 내가 그 모가지를 비틀어버릴 테니깐!"

다케다 회장과 일본의 후지사와 총리는 성난 말처럼 날뛰는 기사들을 던전 브레이크가 터질 게이트 근처까지 데려가는데 애를 먹었다.

그리고 학살이 시작되었다.

"직접 봤지만, 보고도 믿기지 않는군요."

"일개 공략대 수준의 규모로……."

전투를 분석하던 일본 헌터협회 직원들이나 다른 헌터들도 불타는 검 기사단의 무력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장비도 엄청난 수준이더군요. 감정사들 말로는 레전더리 이상으로 도배를 했다던데요."

"예의 그 별철무구인가."

다케다는 야피의 별철무구 공장에 거액의 돈을 투자했다.

양산품이 유니크. 듣기로는 만신전 기사단은 모두 신에게 축복받은 별철무구를 지급받는다고 하던가.

"저 무구들은 그 오리지널이라는 모양인데. 측정 등급을 따지면 얼마나 되겠나?"

"레전더리. 한명 한명이 소도시의 일년 예산을 두르고 있다더군요."

"뭔가 만신전만 상식을 벗어난 수준인데. 인플레가 심하지 않나?"

"그것도 그렇지만 좋은 장비도 전투력보다 놀랍지는 않죠."

직원은 자신이 읽고 있는 불타는 검 기사단의 전력 분석파일을 읽으며 할 말을 잃은 듯했다.

"한 명 한 명이 최소 준S급, 그중에서도 열댓 명은 S급 평균 이상입니다. 이것도 개인 무력을 기준으로 잡은 거예요. 집단 전투평가로 넘어가면 S급 공략대는 비교조차 안 될 겁니다."

"미쳤군."

어지간한 헌터강국의 S급 헌터 숫자에 필적하는 수준이 아닌가? 더욱이 놀라운 건 저런 괴물 기사단이 라이온하트에는 최소 열 개 이상 있었다는 것이다.

'도대체 라이온하트 왕국은 뭐하는 괴물집단이었던 거지?'

함께 싸웠지만, 불타는 검 기사단 중에서는 일본 최고의 S급 헌터라는 자신보다 강한 사람이 최소 다섯은 있었다.

그중에서도 서열 3위라는 라이하르 데버 백작쯤 되면 어지간한 S급 헌터 둘은 너끈히 상대할 수 있겠지.

"저런 괴물 중에서도 정점이 성배기사와 성배 수호자인가."

"괴물이라니… 듣는 귀가 많습니다."

부하직원의 지적에 다케다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나쁜 의미로 한 건 아니야."

"알고는 있습니다만, 최근 만신전 신도들이 크게 늘었으니까요."

일본은 한국과 연합했다지만, 세계 최초로 악마령을 토벌했다는 기념비적인 국가였다.

방랑의 마검이 악마대공 아카샤였다는 것이 드러나고 레온이 보여준 초위의 무위를 실시간으로 목격한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만신전을 믿었다.

원래 딱히 주 종교라고 할 게 없는 일본이었기에 저버릴 신앙도 없었고, 신도 수는 이미 한국을 아득히 넘어서 백만 명을 바라보고 있다.

만신전이 지구에 출범한지 불과 반년 좀 넘은 신흥종교라는 걸 생각하면 역사상 유례가 없는 성장속도였다.

"아메리카나 유럽에서도 핫하다던데.

시대는 만신전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작금의 게이트 사태와 대악마 클래스의 강함을 목도한 다케다는 만신전이 없으면 지구도 금방 무너져 내리라 확신했다.

"충성을 맹세하자고."

"동감입니다."

최근 만신전에 심취해 신실해진 헌터들이 많다던데, 만신전에 종교연수라도 보내야겠다 싶다.

* * * *

레온이 불카누스와 귀환한 뒤 사흘째.

불카누스와 기사단은 마지막으로 지정받은 수원 던전 브레이크까지 성공적으로 막아낸 뒤, 시체의 산 위에서 휴식을 취했다.

"라이하르 경. 저기 살아있는 놈 있습니다."

-아, 안 돼…!

"뭐가 안 돼, 이 멍청한 녹색 짐승아."

마지막 던전 브레이크는 오크 게이트였다. 데몬 게이트와 마찬가지로 눈 돌아간 기사들은 오크들을 철저하게 도륙냈다.

"폐하! 짐승 이천 마리를 모두 박멸했소이다!"

불카누스는 열기로 가득한 갑주를 벗지도 않은 채 레온에게 보고했다. 레온은 시체산 위에서 육포를 뜯으며 그에게 권했고.

"흠…!"

불카누스는 뿔장식이 인상적인 붉은 투구를 벗었다. 그 안에서 드러난 것은 야성적인 인상의 중년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고.

"맛은 좋으나 데메라 여신의 가호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가축농장에 보급할 만큼 우리 작물이 생산되지 않은 탓이다. 채소나 곡류는 충분하나, 육류는 참으시게."

"확실히. 성력이 부족하긴 하외다."

불카누스는 손을 들어 성력의 불꽃을 일으켰다. 보는 것만으로 아찔한 불기둥이 치솟았다.

불카누스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허공에 대고 불만을 토로했다.

"페토스 님. 어째 옛날만큼 못합니다?"

[이놈이…!]

곧장 역정을 내는 페토스. 전쟁과 불꽃의 신은 제 성배기사에게 날카로운 억양으로 말했다.

[예전부터 네놈은 낭비가 너무 많아! 기껏 모아둔 성력을 댐 터뜨리듯 방류하고 있지 않느냐!]

동결에서 풀려나자 마자 신성강림을 일으키며 성력을 죄 끌어다 쓰질 않나, 사흘 동안 연속된 전투에서는 아예 성력이 바닥을 드러내자 맨손으로 몬스터들을 찢어발기곤 했다.

이러한 일이 예전부터 종종 있어 왔던 지라 페토스의 잔소리는 자연스레 레온에게도 향했다.

[레온, 나의 최고 전쟁기수야. 네 부하 관리를 똑바로 하거라!]

레온이 으쓱한 반응을 보이자 불카누스가 이의를 제기했다.

"페토스 님, 당신의 최고 전쟁기수는 나 아니외까?"

[너 같은 전쟁기수 둔 적 없다. 무식하게 때려 부수는 것만 잘하는 녀석. 지휘나 군략을 세우는 것도 부하들에게 떠넘기는 놈이 무슨 전쟁기수!]

전쟁과 불꽃의 기수들은 군략에 통달하고 군단의 화력을 담당하는 만능의 전사들이다.

불카누스는 조금 극단적으로 한쪽에 치우친 사례로, 그 말도 안 되는 용력만 아니었다면 성배기사로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다.

[하여간, 저런 야만인을 데려와서 교화시킨다고 할 때 말렸어야 했다.]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페토스. 그의 그릇은 야만스러운 악신들조차 탐내지 않았습니까."

[…….]

페토스는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래, 악신의 그릇으로 각성하려던 야만인을 레온이 굴복시키고 만신전으로 데려왔다.

그 뒤로 불카누스가 세운 공적을 아는 페토스이기에 마냥 잔소리만 할 수는 없었다.

"불카누스 경. 잠시 이리 와보게."

"예…!"

레온은 불카누스가 다가오자 아공간에서 한 지팡이를 꺼냈다.

"그것은?"

지팡이에서 느껴지는 범상치 않은 성력에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는 불카누스. 레온이 지팡이의 내력을 설명했다.

"악종들의 땅에서도 저항을 멈추지 않은 한 선지자의 지팡이일세. 맕탉… 아무튼 뭐 다른 차원의 신을 섬기는 사제가 짐에게 선물한 것이지."

"오…, 그런 인연이."

수백년 동안 지팡이를 갈고 닦아온 고브린 대악마가 들었더라면 화병으로 쓰러졌을 소리였지만, 레온은 지팡이를 불카누스에게 건넸다.

"내 살펴보기로는 그 지팡이는 성력을 흡수하고 축적하는 기능이 있네. 사자심장과 비슷하지."

"그만한 귀물로는 보이지 않소이만."

"그야 그렇겠지. 다만 축적된 성력을 흡수하는 건 가능하지 않나. 전쟁 신께 그 성력을 공양하시게."

요컨대 불카누스가 너무 많은 성력을 소모하니 다른 신들의 성력을 지팡이에 축적하여 불카누스가 공양하는 것으로 페토스 신의 성력소모를 커버하겠다는 소리였다.

레온에게서 고브의 지팡이를 받아든 불카누스는 껄껄 웃으면서 지팡이를 들었다.

"어르신, 여기 지팡이 올라갑니다."

[이놈이?]

졸지에 지팡이 짚고 다녀야 하는 늙은이 취급을 받은 페토스는 빼앗듯이 불카누스의 손에서 지팡이를 낚아챘다.

[이 불경한 것. 네놈, 언젠가 크게 경을 칠 것이야.]

"GRARARARARA…!!"

어찌 됐건 국내의 문제는 마무리됐다. 해외 데메라 신도들의 땅을 지키기 위해 파견된 맨앳암즈 부대가 있긴 했지만, 그쪽도 슬슬 마무리되겠지.

"하지만 이번 사태. 무언가 악종 놈들의 구린내가 나는군."

현시점에서 게이트를 이용할 수 있는 건 베아트리체와 악마들 정도. 그렇다면 이번 대규모 게이트 사태는 모종의 목적을 가졌을 것이다.

"귀환한다. 먼저 스피너 경과 산하의 수하들에게 상찬을 내려야겠지."

"오~, 폐하께서 그리 칭찬하시던 기계 성배기사 말이오까? 그 안토크 경의 후임이라, 한 번 얼굴을 보고 싶소이다."

"그대 마음에 쏙 들 것이야."

가을.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를 덮쳤던 게이트 사태가 일단락되고 있었다.

* * * *

베아트리체는 생존자로서 지구에 안착한 뒤, 지구 문명에 익숙해지기 위해 꾸준히 현대 문물을 접했다.

스마트폰이나 PC도 그렇지만, 그녀가 애용하는 것은 신문이다.

그녀의 왕국에서도 제법 익숙한 물건이기도 했고, 자극적인 정보가 위주인 인터넷 뉴스보다는 작금의 정세를 읽기가 쉬웠다.

"난리군요."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쌓인 일간지들을 쭉 읽고 있었지만, 그 내용물 대부분은 전세계적인 게이트 사태에 주목하고 있었다.

프랑스 파리 한복판에 나타난 적색 게이트나 던전 브레이크로 피해를 입은 소도시. 용궁 게이트를 공략하려다 실패한 뒤로 오염된 해안가 등.

세계는 게이트라는 이름의 침공에 우왕좌왕하고 있다.

물론 모든 국가가 그런 건 아니다.

"대만은 방어에 성공했군요."

섬나라라 그런가, 땅이 작고 인구 밀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게이트에 비교적 성공적으로 대처했다.

'가장 문제인 건 전 대륙인가. 이쪽 곡창지대에 데메라 신도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좀 더 신경 써야겠군요.'

이미 야피가 대미지 컨트롤을 위해 맨앳암즈 부대를 파견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불타는 검 기사단을 이동시키면 훨씬 수월해지겠지만, 그건 그것대로 위험하다.

'대륙은 오크들이 많으니…….'

두 세력이 맞딱 뜨리면 반드시 충돌한다. 레온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한국 내에도 오크 생존자는 그럭저럭 있다. 그런 그들을 보고 레온이 대뜸 칼질을 하지는 않았지만, 불쾌하다는 티를 팍팍 냈다.

짐승들이 제 눈을 더럽히고 있노라고.

왕인 레온이 그러할진대, 불카누스 경이나 그 기사단이 대륙에서 오크라도 맞닥뜨리면?

불카누스과 기사단을 며칠밖에 보지 않았지만, 그 절멸주의자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는 너무나 예상 가능했다.

[대만 내각, 난교파티 의혹.]

"흐음?"

문득 그녀의 눈에 들어온 한 줄의 기사. 그것은 그리 희소한 사건은 아니다.

마약, 섹스, 파티. 고위층의 문란하고 퇴폐적인 문화는 어느 국가, 어느 세계에서든 흔한 것이니까.

베아트리체는 그런 것에 난색을 넘어서 혐오감이 드는 여왕이었지만, 그저 문란한 스캔들 정도였다면 베아트리체는 그러려니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해당 스캔들의 핵심 멤버들이다.

큰 사업을 하는 CEO. 국방을 맡은 장관. 그 외에도 내각 핵심층의 자녀들.

잠시 논란은 되겠지만, 권력의 힘으로 얼마든지 여론을 짓누를 수 있는, 실세들의 스캔들.

그 방식이 무엇보다 익숙했다. 그러다 문득, 기자가 찍은 파티장에서 어떠한 심볼을 발견하고 말았다.

"……퀘이의 문장?"

스페로 왕국을 거꾸러뜨린 타락대공 특유의 문장.

왕실을 오염시키고, 귀족들을 타락시키며 끝내 왕국을 무너뜨린, 그 음험한 악마대공의 이름을 무심코 내뱉은 베아트리체는 순간 자신의 주변이 새까맣게 물들었음을 깨달았다.

"설마…!"

이름에는 마력이 있다.

악마의 본명을 부르는 건 그들과 연결될 수 있는 수단.

자신의 이름을 퍼뜨림으로서 악마는 계약자를 확보한다. 그렇기에──

[여기 있었나.]

"네놈…!"

칠흑의 어둠 속, 베아트리체와 연결된 악마가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

[마술사 여왕.]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