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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1

160. 거지남매 – 리아트리스

“뭐야? 크세니아, 아는 애였어?”

레이시아 여왕 분장을 한 여인은 “으음~”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한 오베르를 지나쳐 레오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기다리는데 비가 쏟아져서… 오지 않으실 줄 알았어요. 어머나, 이분이 그 동생분이시군요?”

크세니아가 레나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우물쭈물 눈치 살피는 그녀를 이리저리 들여다보더니

“정말 예쁘시네요.”

쓰고 있던 왕관을 벗어 레나의 머리에 씌워주었다. 단출한 백의를 입은 레나였지만, 왕관이 머리에 오르자 모든 면에서 달라 보였다.

고귀한 왕족의 품격.

하얀 사제복은 마치 검소한 왕의 정복 같았고, 아직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은 대관식의 순간 성수에 적셔진 국왕의 머리칼을 연상시켰다.

그녀의 금빛 눈동자가 갈피를 잃고 오빠와 눈앞의 여인 사이를 매우 빠르게 왔다 갔다 하고 있다는 걸 제외한다면 말이다.

“옷걸이도 좋으시고…”

민서가 왕관을 벗겼다.

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톰백(tombac, 황동의 일종. 구리-아연 비율이 1할가량일 때 금색에 가까운 빛을 낸다)으로 만들어진 연극용 왕관은 가벼웠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레나. 그녀는 오빠의 뒤로 쏙! 숨어버렸고, 크세니아와 레오의 눈이 맞부딪쳤다.

“…아, 제가 실수했나요? 워낙 예쁘셔서, 한번 씌워보고 싶었어요.”

그녀는 레오의 딱딱히 굳은 표정을 의아하게 바라보다 순순히 사과했다. 그럼에도 표정이 풀리지 않는 레오를 조금 이상히 여기며 말했다.

“음… 그러면…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다음 극이 남아있어서 일을 마치고 돌아올게요.”

왕관을 받아 돌아선 크세니아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걸었다.

또각또각.

막 공연을 마치고 내려온 배우들이 다음 극을 위해 옷을 갈아입느라, 분장을 고치느라 시끌벅적한 분장실이었지만, 그녀는 아주 또렷한 구두굽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물어볼 게 있다더니, 크세니아를 찾아온 거였구나? 처음부터 말을 하지.”

오베르가 말했다. 입을 열기도 전에 냄새난다고 말을 막았던 걸 까먹은 모양이었다.

하기사, 원래 이랬던 사람이었다.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오라 해놓고는 “처음 봤을 때부터 너는 좀 특별한 친구라고 생각했지.” 태연히 말을 바꿨었다.

레나와 레오는 크세니아를 기다릴 겸, 오베르의 안내를 받아 극장 한쪽 좌석에 앉았다.

산티안 라우노는 쫄래쫄래 따라왔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모두 우리 라우노 패밀리 가족들이다? 오늘은 다 같이 연극을 보러 왔어.” 자랑했고, 레나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가 말을 거는 게 싫지 않았는지 “정말? 우와. 엄청 많네.” 받아주었다.

기다리길 잠시, 붉은 커튼이 오르며 2극이 시작됐다. 오베르의 코골이 소리를 들으며 레오는 생각에 잠겼다.

지난 소꿉친구 회차 엔딩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엔딩만 보지 못했을 뿐, 그 과정은 똑똑히 기억이 났다.

약혼관계 회차도 보지 못했지만, 레오 덱스터가 사라지기 직전 구구절절 말해준 덕분에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대강 알고 있었다.

그가 알려준 정보 중에는 중요한 것도, 중요해 보이지 않는 것도 있었다.

먼저 중요하지 않은 것들부터.

레오 덱스터는 ‘유안이란 녀석을 조심해라. 그놈은…’, ‘내 어머니에 관해 큰아버지와 레나의 행동이 이상했다.’, ‘브리나 자작을 조심해라. 놈은…’, ‘마누비울로 가는 중에 알바세테 부족의 대전사들을 만났다. 그들은…’과 같은 전언을 남겼다.

미안하지만, 쓸모없는 정보였다.

앞으로 몇몇 위기를 피하는 데 도움은 될 테지만, 게임을 ‘클리어’하는데 필수적인 정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것들은 그냥 그럴만한, 약혼관계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배경에 불과하다.

‘바눈 라오노’ 역을 맡은 배우가 다시 무대에 올랐다. 징계를 받아 근신 중인 그가 여왕 레이시아를 향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노래하는 걸 들으며, 레오는 중요한 정보를 추려내었다.

노구화호가 없어졌다.

그로 인해 찾아온 상단에서 레오 덱스터는 란과 앤이라는 자매를 만났고, 함께 설각사록이라는 마수를 잡은 뒤 바르나울로 떠났다.

레오 덱스터는 마수가 왜 사라졌는지 도통 이해하지 못한 듯했지만, 민서는 알 것 같았다.

그런 류의 게임이 있다. 사냥한 몬스터를 되살려주지 않는 거지 같은 게임이.

사냥으로 얻을 수 있는 보상을 한 번으로 제한하겠다는 술수였는데, ‘레나 키우기’라는 이 게임이 얼마나 치사한지 아는 민서로서는 그렇게 놀랍지도 않았다.

다만, 시스템적으로 마수를 잡는 게 게임에 영구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건 대단히 의미 있는 정보였다.

이걸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 아?!

무언가가 번쩍 떠올랐다. 민서는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쳤고, 뭉클한 희망 한 가닥이 피어올랐다.

‘에넨을 살려줄 수 있잖아?!’

그래! 맞아!

신성왕국 북서쪽 부근의 숲에서 버섯을 키우는 ‘에우타 부족’과 그곳에 사는 귀여운 여자아이 에넨. 레오는 레아가 수도교회에서 쫓겨났었던, 세 번째 소꿉친구 시나리오에서 처음으로 그 소녀를 만났었다.

에우타라는 오빠를 졸랑졸랑 따라다니는 모습에 거지남매 시나리오의 동생 레나가 떠올라 금방 정이 붙었다. 남매의 할머니에게 대가 없는 호의를 받으면서 언젠가 보답을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파혼을 진행했었던 네 번째 약혼관계 시나리오에서, 나는 보았다.

에넨이 ‘오안타후’라는 마수를 만나 갈가리 찢겨 죽은 모습을.

팔다리가 뜯겨 땅바닥에 버려진 소녀의 몸통, 질겅질겅 씹힌 다리, 고막에서 피를 흘리던 에넨의 머리.

그것만으로도 정말 끔찍한, 맨정신으로 볼 수 없는 장면이었지만, 더 잔혹한 건 그 죽음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회차를 거듭할 때마다.

이걸 어떻게 해줄 방법이 없었다. 신성왕국은 멀었고, 매 회차마다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단 한 번이라도, 어느 시나리오 몇 번째 회차든 간에 한 번만이라도 그곳에 들러서 ‘오안타후’를 잡는다면, 에넨은 살아날 수 있었다. 끝없는 죽음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가망이 생겼다.

민서를 따라 레오는 빙긋 웃었다. 극 중 바눈 라오노의 짝사랑이 연기되는 슬픈 장면이었지만, 레오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가까스로 눌러 삼켰다.

클리어하는 데 쓸모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에넨을 도와줄 방법이 있다. 이것만으로도 당시 느꼈던 죄책감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이었다.

‘마수 사냥’ 업적을 쌓기 어렵게 됐다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그 업적으로 엑스퍼트가 되지 않았는가.

문제는…

‘다음 약혼관계 시나리오 진행이 더 어려워지긴 했네…’

마수가 없으면 전쟁 이벤트를 어찌 피한담. 한두 마리만 더 찾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레오의 기쁨이 다소 잦아들었다.

그리고 레오 덱스터가 남긴 또 다른 중요한 정보를 떠올리자 그 기쁨은 온데간데없이 사그라들었다.

마르하스(MalHas).

악랄한 아신이 하나 더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둘이다.

말파스와 할파스라는, 머나먼 고대에 탄생한 아신이 두 북부 왕국을 장악하고 있었다.

레오는 빙긋 웃었던 것도 잠시, 크게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는 대신 최종 단계가 고작(?) 오리아스를 섬기는 ‘왕자’인 거지남매 시나리오.

무력적인 측면에서도,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가장 나은 시작을 할 수 있지만, 최종 단계가 두 왕국을 장악하고, 이미 반쯤 먹혀버린 ‘왕들’인 약혼관계 시나리오.

밸런스를 어떻게 이따위로 맞춰 놨는지… 약혼관계 시나리오는 정말로 답이 없었다.

‘다른 시나리오에 기대서 클리어하는 수밖에 없나?’ ─ 생각하며, 레오는 고개를 털었다.

상념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는데, 마침 무대 위로 아는 얼굴이 나타났다.

‘소이린’이라는, 전에 라우노 패밀리에 몸담았을 때 레오에게 호감을 보였던 꽃집 아가씨였다.

‘…배우가 됐군.’

그녀는 어릴 적에 배우가 되고 싶었노라고 레오와 데이트하러 ‘아릴레이 극장’을 향하는 마차 안에서 고백했었다.

완전히 전업 배우가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소이린은 ‘바네카 라오노’라는, 바눈 라오노의 여동생 역을 매우 잘 소화하고 있었다.

“오라버니! 제가 도와드리겠어요. 이 사랑의 묘약을 먹어요. 레이시아에게는 이미 먹였답니다. 걱정하지 말아요. 그녀는 절대로 그 사실을 모를테니까…”

소이린이 음습하게 말했다.

기록에 따르면 바네카는 야망이 있는 인물이었다. 중성적인 매력에, 오라비를 똑 닮아 매우 ‘잘생겼고’ 바눈 라오노의 이름을 사칭해 원하는 바를 이루기도 했던 그녀는 불현듯 역사에서 사라졌다.

바눈 라우노가 약병을 집어던졌다. 분노해 소리 지르는 연기를 바라보던 레오는 의문이었다.

‘여긴 왜 극장이 되어있는 거지? 소이린은 왜 배우가 되어있고?’

카시아가 일하던 창관이니 왠지 그녀의 해방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은 알 수 없었다. 또, 장면이 바뀌며 여왕으로 분장한 크세니아가 무대에 등장하자 레오는 생각을 이어가기 힘들었다.

두근두근.

근신 중이던 바눈 라오노에게 찾아와 다시 일선에 복귀해 달라 요청하는 레이시아. 극의 초점은 바눈의 내적 갈등에 맞춰져 있었으나, 레오는 크세니아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채하를 닮아서?

아니다.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크세니아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그걸 분간하지 못할 리 없는데도 레오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 느낌은 마치…

‘내가 저 여자를 좋아하는구나.’

레브가 레아를 바라볼 때와 같았다. 시나리오 초반이라 민서의 자취가 짙게 남아있는 레오 드 예리엘은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점검해냈다.

그러나 소이린이 크세니아에게 접근할 때마다 심장이 덜컥 떨어졌고, 바눈 라오노가 저택에 틀어박혀 움직이지 않아 레이시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근심하거든 레오도 덩달아 걱정이었다.

극장막(Act Curtain)이 내렸다.

2극은 아카이아 왕국의 왕, 토들러 아키우넨이 몸소 라오노 가문의 저택에 찾아와 문을 두드리면서 끝이 났다.

레나와 레오의 연극 관람도 여기까지였다. 잠시간의 휴식시간을 가진 뒤 제3극이 시작될 것이었으나, 분장을 지워낸 크세니아가 다가와 말했다.

“제 배역은 끝났어요. 더 보실 건가요?”

“아니요. 감명 깊게 보았습니다. 연기를 정말 잘하시네요.”

십 대 후반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외견보다도 훨씬 성숙해 보이는 크세니아가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보통은 예의상으로 한 말로 알아듣고 겸양할 것이었으나 그녀는 입을 가리지 않고 박장대소했다.

꼭 채하같다.

“고마워요. 실은 저도 레이시아 역을 맡아보긴 처음이라 걱정했는데, 당신의 칭찬을 들으니 안심이네요. 그럼… 가실까요?”

어딜 가자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레오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끄덕였다. 레나의 손을 붙들어 일으키고는, 아쉬워하는 산티안 라우노에게 다음에 보자고 인사해주라 일렀다. 드르르릉- 아직도 코를 골아대는 오베르를 지나쳐 홀을 빠져나왔다.

크세니아는 극장 안 계단을 올랐다. 커다란 목조건물, 삐꺽거리는 계단을 올라 2층 관객석이 있을 높이를 지나치자 군데군데에서 생활의 흔적이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

팻말이 떡하니 붙어있는 게 무색하게도 극장 3층은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다닥다닥 열악하게 붙은 방들, 곳곳에 빨래가 널리고 열린 방문 틈으로는 천장이 낮은 방, 개지 않은 이부자리, 조악한 앉은뱅이 탁자 따위가 보였다. 그래도 꼭대기 층이고 창문을 다 열어두어서 공기가 퀘퀘하진 않았다.

“크세니아, 끝났어?”

“아직요, 언니. 종막이 남았어요.”

“그래? 그럼 조금 있다가 내려가야겠다. 아 참, 빌렸던 속곳 가져다 놨다? 아까 빨았으니까 아직 마르진 않았을 거야.”

“알겠어요.”

좁은 복도를 지나가는데, 활짝 열린 문가에 앉아있던 여인이 말했다. 그녀는 뻐끔뻐끔 연초를 피우며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창녀로군.’

이상하게도 창녀는 본인의 과거를 감추기 어렵다. 카시아를 오래도록 봐온 레오는 그녀들만이 가진 어떤 공통점을 알아볼 수 있었다.

깨끗이 빗었음에도 어딘가 부스스한 머릿결, 자신의 과거와 초라함을 감추려 한 것인지 두껍고 서투른 화장, 왠지 모르게 옅고 취약해 보여 콱! 틀어쥐어 보고 싶은 목선… 세어보자면 끝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레오가 여태껏 봐온 창녀들과 조금 전의 여인은 차이점이 있었다.

눈이 맑다. 어쩔 수 없는 시무룩함이 남았지만, 신발을 만들던 카시아의 눈동자처럼 희망이란 반짝임이 붙어있었다.

저들은 이곳에 눌러앉은 것일까. 레오는 여기가 옛날엔 창관이었음을 확신했다.

카시아도 여기에 있을까? 레오가 주위를 둘러보며 걷기를 잠시, 크세니아의 방에 도착했다.

그녀의 방은 꽤 넓었다.

복도 끝 큰방을 운 좋게 얻은 것인지 아니면 배우 일을 하는 여성에게는 더 나은 방이 주어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녀의 방은 매우 깨끗했다. 살림살이에 신경을 썼는지 침대도 있고, 창가에는 책상이, 바닥에는 고운 카펫이 깔려 있었다.

동그라니 제법 비싸 보이는 원형 탁자에는 납작한 화분이 있었는데, 리아트리스(Liatris)라는 꽃이 꼿꼿한 줄기 끝에 은색 뭉치털처럼 피어나 방 분위기를 산뜻하게 끌어올렸다.

물론, 전체적인 인상이 괜찮다는 것이지 여기도 번잡한 생활의 흔적이 묻어있었다.

낮은 천장, 벽 가까이에 붙여 설치된 빨랫줄에는 젖은 옷가지와 속곳들이 걸려 있었다. 크세니아는 얼른 속곳들만 책상 아래 수납장으로 던져 넣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책상에 앉았다.

레나와 레오는 탁자 곁에 붙은 작은 삼각의자에 걸터앉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알 턱이 없는 레나야 당연히 눈동자만 데록데록 굴렸고, 마찬가지로 사태파악이 쉽지 않은 레오도 입을 다물었다.

빤히 바라보자 그녀가 쿡! 웃었다.

“아침이랑은 전혀 다르시군요.”

크세니아가 의자를 당겨 탁자로 다가왔다. 모인 양손을 가랑이까지 내리고 허리를 꼿꼿이 세워 앉은 그녀는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이었다.

네가 먼저 말해라. 난 아무것도 모르니깐. ─ 기다리던 레오에게 결국 크세니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하하, 좋아요. 제가 졌어요. 저도 당신이 마음에 들어요. 하지만 아직 사귀고 싶진 않아요. 아무리 첫 만남이 강렬했어도 처음 만난 남자를 선뜻 받아줄 수는 없는걸요.”

크세니아의 눈동자가 순간 빨랫줄에 걸린 옷가지를 향했다가 레오에게 돌아왔다.

오늘 아침, 이 잘생긴 거지는 내게 물을 쏟았다. 그러고선 한다는 말이 더욱 가관이었다.

당신이 마음에 든다고, 그러니 날 도와달라고 앙상한 거지가 당당히 요구해왔다.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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