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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1

EP40.대책(2)

태풍이 있던 곳.

진우가 문 너머로 건너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부산에 있는 종교집회 때, 하르뮤와 함께 넘어왔었다. 그때는 온 사방에 태풍의 권능이 가득했었고, 그 신적인 힘에 압도당했다.

주변을 탐사할 여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신.

태풍은 분명 신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인간의 힘으로는 대항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로 보였다. 그러나 진우는 그런 태풍을 소멸시켰다.

마법으로.

‘절대적인 건 없어.’

진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스르륵!

문 안쪽으로 들어오자 모든 게 바뀌었다.

잿빛 세상이었다.

고개를 올려다봐도 하늘은 보이지 않았다.

구름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 모를 장막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그런 장막에서 재가 눈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진우는 바닥에 쌓인 재를 손으로 들어보았다.

재에서는 그 무엇도 느껴지지 않았다.

모든 사물에 존재하는 마력입자도 느껴지지 않았다.

‘죽음.’

마치 죽은 시체가 눈이 되어 내리는 것 같았다.

진우는 아공간에서 통신 장비를 꺼내 연구실과 이곳을 연결했다. 통신이 정상적으로 연결된 걸 확인한 진우는 본격적으로 탐사에 나섰다.

연구실에서 각종 탐사 장비를 보내주었다.

진우는 장비를 챙기고 차량에 올랐다. 마력으로 움직이는 탐사용 오프로드 차량이었다. 통신 중계소 설치모듈이 달려있어 통신이 끊길 염려는 없었다.

[이사장님, 들리시나요?]

“그래. 조금 잡음이 있긴 하지만 생각보다 통신 상태가 양호하군.”

[아! 저도 함께 갔어야 하는데!]

현재 영국지부에 있는 아린 박사에게서 통신이 왔다.

그녀는 굉장히 아쉬운 듯했다. 무려 다른 차원으로 추측되는 공간이었다.

그곳에 직접 가서 여러 가지를 연구해보고 싶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는 미지의 세계였으니까! 미지에 대한 탐험이야말로 모든 연구원들이 꿈꾸는 일이었다.

“영상으로 만족하도록.”

[아쉽지만 그래야겠네요. 대기의 성분은 지구와 흡사해요. 산소의 비율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일반인도 1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는 정도에요.]

“우연인가.”

[자! 이사장님 출발하세요! 우리 함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해보죠!]

아린 박사의 목소리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진우는 고개를 설레 젓고는 차량을 운전했다. 차량에는 산소 생성기가 달려 있어 호흡이 편했고, 온도조절도 자동으로 되었다. 원래는 우주개발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던 물건이라고 한다.

‘달 격리 계획이었지.’

달에 격리소를 만들려는 계획이었다.

지구에 격리해두기 위험한 이능개체나 아티팩트를 달로 옮겨 완전 격리한다는 계획이었다. 달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격리 장소였다. 접근하는 사람도 없었고, 이능현상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지구와 굉장히 먼 거리를 두고 있어 영향을 끼칠 일이 거의 없었다.

현재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었다.

물론, 현실화까지는 아직 많이 멀었지만 말이다.

진우는 차량을 몰아 잿빛 사막을 달렸다.

가도 가도 잿빛 대지만 나올 뿐이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게다가 하늘과 대지가 맞닿아 있는 부분의 경계가 너무나도 희미해서 마치 하나로 보일 정도였다.

[대기가 존재하는데 대류현상조차 없네요. 온도는 어떤가요? 여기서 전혀 측정이 안 되는데.]

“잘 모르겠어. 차량 안에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온도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이 좀 이해가 되지 않네요.]

“나도 그래.”

[하늘에서 봐야겠어요. 이 위치에서 위성을 발사하죠.]

이곳에서는 대기의 대류현상도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온도가 죽어버린 것 같았다.

진우는 차량을 세우고 차량에 탑재된 여러 장비를 가동했다. 드론뿐만 아니라, 작은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되어 있었다.

마력 추진체 덕분에 소형화가 가능했다.

진우는 드론들을 날려 보내고 위성을 발사했다.

“음, 그래도 생각보다 별거 없는데?”

[일반적인 형태가 아닌 것만으로도 굉장한 발견이에요. 무엇을 기대하신 거죠?]

“그 태풍이 있던 곳이라길래, 괴물들이 잔뜩 있을 줄 알았지.”

[아하! 그걸 노리신 거군요.]

유럽을 초토화시킬 정도의 괴물을 직접 상대하는 건 버거웠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그러했다.

진우는 이곳이 태풍이 사는 세계라 생각했다. 그리고 태풍 같은 존재가 또 있어도 이상할 게 없다고 여겼다.

진우의 계획은 버킹엄 궁전 지하에 있는 그 괴물과 이곳의 괴물을 서로 싸우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역시 계획은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설마 아무것도 없을 줄이야.’

뭐라도 있다면 어떻게든 이용했겠지만 애석하게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정체를 알 수 없는 재만 있을 뿐이었다.

죽은 세계.

딱 그 표현이 어울렸다.

위성이 잿빛 구름을 뚫고 하늘 위로 올라갔고, 드론들은 빠르게 주변으로 퍼져 나가며 정보를 모았다.

[데이터를 분석해볼게요. 무슨 결과가 나올지 기대되네요.]

“그래, 결과가 나오면 바로 알려줘.”

진우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기다리기로 했다. 좌석 등받이에 등을 깊게 기대고 그렇게 있다가, 차량 운전대 옆에 달려 있는 디스플레이를 눌러보았다.

‘노래라도 들을까?’

노래를 듣기 위해 여러 아이콘을 누를 때였다.

치지직!

스피커에서 무언가 잡음이 심하게 들렸다. 무언가 간섭이라도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진우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음량을 조절했다.

잡음은 줄어들지 않고 일정했다.

차량에 달린 스피커는 보통 스피커가 아니었다. 마력이나 진동패턴을 음성화할 수 있는 측정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다. 음악 감상 같은 것은 부가적인 기능일 뿐이었다.

진우는 디스플레이를 조작하여 잡음을 증폭해보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성 신호가 또렷하게 잡혔다.

“뭔가 신호가 잡히는 것 같은데…….”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데이터를 보내줄게.”

진우는 데이터를 아린 박사에게 전송했다. 아린 박사는 데이터를 살펴보고는 상당히 놀라워했다.

바로 분석에 들어갔다.

[오류나 차량 자체에서 만들어진 건 아니네요. 외부에서 측정 장비를 통해 흘러들어온 게 분명해요. 제대로 소리화해서 들려드릴게요.]

아린 박사가 흥분한 기색으로 그렇게 말했다.

잠시 후, 아린 박사가 분석한 데이터를 재생했다.

진우는 스피커에 귀를 기울였다. 아린 박사도 마찬가지였다.

스피커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예상하지 못한 소리였다.

[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아아아악! 아악!]

[죽여줘! 죽여줘! 죽여줘!]

[죽여, 죽고 싶어! 죽여줘! 제발!]

그런 소리를 남기고 재생이 끝났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진우와 아린 박사는 잠시 말을 잊었다.

방금 들은 게 정말 사실인지 자신의 귀가 의심되었기 때문이다.

[방금…….]

“영어로군.”

비명과 함께 들려온 것은 영어였다.

죽여 달라는 소리가 너무나도 또렷하게 들렸다. 영어는 인간의 언어였다. 태풍이나, 그와 비슷한 괴물들의 언어가 아니었다. 애초부터 태풍 같은 존재는 언어를 초월한 다른 무언가로 의지를 전할 수 있었다.

“오류는… 정말 아니겠지?”

[네, 차량 외부에서 흘러들어온 데이터에요. 지금도 계속 감지되고 있어요.]

진우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잿빛 대지만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다른 방법으로 더 분석을 해봤지만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절규가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이곳은 도대체 뭐지?”

진우의 머릿속에는 온통 그런 의문뿐이었다.

[위성과 드론이 데이터를 보내왔습니다. 지질조사도 완료되었구요. 열어보겠습니다.]

“그래.”

드론이 보내준 정보가 떠올랐다.

[지구와 크기가 완전히 똑같습니다. 다만 중력이 조금 더 약하고 지각 내부의 구성이 다릅니다. 정밀한 측정을 해봐야 하겠지만 지구일 확률이 매우 높아요.]

정말 믿기 힘든 일이었다.

차량에서 발사한 위성이 궤도에 도착해 이 지구의 모습을 여러 장 전송해왔다.

[위성 영상을 보시겠습니까?]

“띄워봐.”

디스플레이에 위성이 실시간으로 보내오는 영상이 떠올랐다.

진우의 눈이 크게 떠졌다. 잿빛 행성의 모습이 나타났다. 도저히 지구라고는 믿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그러다가 잿빛 행성의 다른 부분을 비추게 되었다.

[맙소사.]

“이건…….”

영상은 충격 그 자체였다.

행성의 절반 이상이 사라져 있었다. 마치 달걀이 깨진 것처럼 박살나 있었다.

행성의 안쪽은 텅 비어 있었고, 박살나 떨어져 나간 행성의 반쪽은 거대한 고리가 되어 행성 주변을 회전하고 있었다.

위성이 그 고리에 접근했다.

고리의 표면 역시 잿빛이었다. 태양빛을 반사하고 있음에도 어두워 보였다. 마치 빛을 거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저 거대한 고리가 진우의 주변에 있는 대지와 같은 성분임을 누가 보더라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점이 존재했다.

표면이 들끓고 있었다.

마치 목성의 표면을 보는 것처럼, 무언가 일렁거렸다.

“확대해봐.”

아린 박사가 영상을 확대했다.

표면에서 일렁이는 것은 사람이었다. 수많은 사람의 모습이 고리 위에서 발버둥치고 있었다.

사람의 모습이 고리 위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일반적인 사람의 모습보다 훨씬 큰 크기이긴 합니다만…….]

“사람이 맞겠지.”

위성을 보고는 살려달라는 듯이, 구원해달라는 듯이 손을 뻗어왔다.

이곳은 다른 지구일까?

평행세계일까? 아니면 미래일까?

머리가 복잡했다.

하지만 단 한 가지는 명확하게,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 지구의 있던 모든 영혼들이 영원불멸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래, 흡사 이곳은…….

[지옥이군요.]

아린 박사가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이런 광경을 보고도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진우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지옥 그 자체였다.

진우는 차에서 내려 잿빛 대지 위에 섰다.

하늘에서 내리는 재는 구름에서 내리는 게 아니었다. 저 위에 있는 거대란 고리에서 떨어져 내린 것이다. 마치 영혼을 잘게 갈아 파편이라도 만드는 것처럼 계속해서 떨어져 내렸다.

진우는 손을 뻗었다.

잿빛 대지 위에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졌다.

진우가 손을 내리자, 연이어 폭발이 일어나며 하얀 재가 공중으로 치솟았다.

잿빛 대지 아래로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진우는 그 구멍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익숙한 형태가 모습을 드러냈다.

완전히 박살난 자유의 여신상이었다. 얼굴의 반쪽만 남아있어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진우는 파편의 일부를 수거하고 차량으로 돌아왔다.

[…정말 진짜 지구로군요.]

“그래, 그것도 뉴욕이지. 이 아래에 뉴욕이 있어.”

[이 정도로 잠기려면… 굉장히 오래 걸릴 것 같네요.]

뉴욕이 잿빛 대지 아래에 잠들어 있었다.

“…….”

지옥은 실제로 존재했다.

왠지 꺼림칙한 생각이 그의 몸을 휘감았다. 어째서인지 기시감이 들었다.

* * *

아린 박사와 몇몇 연구원들이 영국에서 급하게 귀국하여 문 너머의 지구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문 너머로의 출입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다.

오로지 진우만 입장을 할 수 있었다.

넘어가서 연구를 해보고 싶어 하는 연구원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잘못하다가 저 끔찍한 곳에 붙들리기라도 하면 어떤 결과가 있을지 예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문 너머 지구에 ‘Z1’이라는 분류코드를 부여했다.

분류코드 Z는 절대 접근해서는 안 되는 장소를 가리켰다.

Z1에 대한 모든 정보는 최고단계의 보안이 걸리게 되어, 최고등급자인 진우와 이화연의 허락 없이는 열람이 불가능했다.

Z1에 대해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의문만 들었다.

진우는 여러 차례 Z1에 다녀오면서 여러 가지 물건들을 가져왔다. 대략적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있었다.

“대략 현시점에서 230년이 흘렀군요.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닙니다. Z1에서는 시간이 관측되지 않습니다. 230년이 흐른 후, 마치 그대로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요. 시공간이 꼬여 있는 것으로 예상은 되는데, 현재 저희의 기술로는 정확히는 파악할 수 없어요.”

Z1은 그냥 그렇게 죽어 있는 상태로 존재했다.

“평행세계이거나 미래일 수도 있지요. 아니면 아예 다른 차원일수도 있구요. 그저 이능현상 중 하나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가장 낮지만요.”

태풍이 저곳에 있었던 만큼, 그저 이능현상으로 만들어진 장소일 가능성은 낮았다. 지구 단위로 큰 이능현상이라면 그것도 곤란했다.

“평행세계이기를 바라야지.”

“네, 이게 우리의 미래라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해요. 차라리 지금 당장 죽어버리는 게 나을 정도로… 이제 곧 알 수 있겠군요.”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Z1에 있는 위성을 통해 문이 있는 정확한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다.

진우는 문 근처에서 마법으로 잿빛 대지에 구멍을 뚫었다. 그렇게 지상까지 파고들어갔다. 그리고 적당한 장소의 정확한 좌표를 알아낸 다음 뉴욕에 있는 요원에게 전송했다.

연구원은 연락을 받고는 진우를 바라보았다.

“설치를 완료했습니다!”

요원이 진우가 알려준 좌표에 물건을 설치했다. 특수한 처리가 된 캡슐이었다. 캡슐 안에는 진우가 직접 서명한 명함이 들어있었다.

만약 Z1에서 저 캡슐이 존재하게 되면 Z1은 지구의 미래라는 말이 되었다.

바꿀 수 없는 미래.

무수히 퍼져 나가는 다중우주, 평행세계와는 다르게 완전하게 닫힌 미래였다.

그것은 상상하기도 싫은, 제일 끔찍한 가능성이었다.

진우는 Z1으로 출발했다.

아린 박사와 연구원들은 두 손을 모으며 캡슐이 발견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진우는 잿빛 대지에 뚫린 구멍을 바라보다가 차량을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대마법사는 빌런을 압살한다
Score 7.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Archmage, the sole survivor in a world that has fallen into ruin, gambles everything and manages to return to the world before its destruction. However, he finds himself not in his original body, but in the body of Lee Jin-woo, the worst villain and a third-generation chaebol heir with brilliant talent. Using his memories from before the regression, he begins to vanquish the villains one by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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