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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3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163화

53장 신품(4)

“──됐습니다.”

이윽고 프론디어가 입체 설계도를 완성했다.

공방의 투시도의 선을 하나도 빠짐없이 그어 넣었으니, 부족한 부분은 없을 것이다.

빈키스가 다가와 프론디어가 완성한 설계도를 꼼꼼히 살폈다.

“……정말로 그렸구나.”

“그럼요.”

프론디어는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그리라고 했으니 그렸다. 당연한 일을 수행한 것처럼.

그러나 빈키스에게는 전혀 당연하지 않았다.

‘완벽해, 간격, 길이, 부품 간의 결합, 어떤 부분도 어긋남 없이 완전해.’

그리고 무엇보다, 본 순간 빈키스의 직감이 고했다.

이 아티팩트는 진짜다. 분명하게 사용 가능한 녀석이다. 기능 또한 필시 프론디어가 말한 그대로일 것. 설계도의 구조가 눈에 보이는 빈키스에게는 이미 어떤 원리인지를 대강 눈치채고 있었다.

‘이 녀석, 정말로 뭐지?’

빈키스는 프론디어에게 감탄을 넘어 어떤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기말고사 때 만났던 프론디어는 콘스텔의 모두가 그렇듯이 분명 전사였다. 강력한 기술과 힘. 그리고 머리가 잘 굴러가는 녀석이었다. 게다가 소문만 자자하던 ‘폭죽’의 주인이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보여주는 모습은 그것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오히려 기술자나 연구에 적합한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개인이 이정도로 여러 재능을, 그것도 높은 스펙으로 보유할 수 있나? 지금까지 빈키스는 천재라고 불리는 많은 학생들을 봐왔지만 프론디어 같은 경우는 없었다.

최고 기량의 검사라 불리는 엘린 에반스는 가진 마나량이 부족했고, ‘이니에스’의 이름을 가진 엘로디도 다섯 신의 사랑을 받는다고 하나 아직 미숙해 힘조절에 서툴다.

무엇보다, 대부분 천재라고 불리는 이들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분야에서만 그런 법이다.

앞으로 인류의 영웅이 될 것이 자명한 아스터도 어디까지나 검사로서 그렇다는 얘기다. 그가 가진 모든 재능이 ‘검사’로서 반드시 필요하며, 또한 우수하기에 아스터가 천재라고 불리는 것이다.

프론디어처럼 전혀 다른 분야에, 그것도 전투가 아닌 부분까지 재능을 보이는 사람을 빈키스는 본 적이 없다.

‘……만약 프론디어의 입장에선 전부 같은 분야라면?’

빈키스는 잠시 생각했다. 그녀가 봐온 학생들의 재능이란 게 어떠한 분야에 적합한 것들이 모여 있기에 그리 부른다면, 중구난방처럼 보이는 프론디어의 재능도 사실 한 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 한 점의 끝에 프론디어는 대체 무엇이 되어 있을까.

“저, 선생님. 한 번 봐주시겠습니까? 이 설계도.”

“아, 아! 그렇지.”

가만히 있던 빈키스가 의아했는지 프론디어가 먼저 말을 걸었다. 빈키스는 상념을 걷어내고 설계도를 살폈다.

“흐음.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 거였군. 수도꼭지에 가까울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농도를 이용했어. 마력은 발현하기 전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한 물질이지. 그 농도를 기준 삼아 마력의 출력을 결정하는 거군. 즉 사용자가 마법을 완전히 발동하기 전에 이미 마나는 걸러지는 거야.”

빈키스는 설계도를 보며 무어라 중얼거렸다. 물론 프론디어는 무슨 소리인지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설계도를 그린 본인이지만.

“이 아대를 개조해서 흑천을 수납하는 게 가능할까요?”

“해봐야 알겠지만 아마 가능할 것 같아. 다만 액체는 마나보다는 당연히 무거우니까 경량화에 신경을 쓰고, 공간 확장을 하려면 길이도 좀 늘려야겠네. 마법진도 새겨야 하니까.”

빈키스의 말에 다우드가 팔짱을 끼고 흥, 콧김을 뿜었다.

“원을 그릴 만한 공간만 있으면 돼.”

믿음직한 말이었다. 빈키스는 슬며시 웃고는 말했다.

“자, 그럼 시작할까?”

* * *

빈키스와 다우드가 입체 설계도를 수정하는 동안, 프론디어는 에드윈과 마주보고 앉았다.

에드윈은 프론디어의 손을 가만히 살폈다. 정확히는 손가락 끝을.

“음, 이 정도면 지문을 쓸 수 있겠어.”

“지문을 못 쓰는 경우도 있나요?”

“꽤 있지. 닳아서 너무 희미해졌거나, 아예 없어져 버렸거나. 학생들한테 그런 경우는 거의 없지만, 콘스텔에서는 꽤 보여. 입학하기 전부터 가문의 훈련이 어마어마 했겠지. 뭘 하는 건지 상상은 안 가지만.”

에드윈은 이번엔 프론디어가 가져온 목걸이를 들었다.

“목걸이를 사용할 때는 여기 뒷면을 기억해. 물론 목걸이도 새로 만들겠지만 이쪽은 디자인의 큰 변화는 없을 거야. 앞으로 부술 때는 손가락으로 이쪽을 누르면 돼.”

“어떤 손가락이든 상관없나요?”

“응. 양손 열 손가락 지문 전부 넣어줄 테니까.”

에드윈이 별것 아니라는 듯 말해서 프론디어는 잠시 헷갈렸다.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인가? 옆에 가만히 듣고 있던 사이벨이 입을 벌리고 있는 걸 보면 아닌 거 같은데.

“지문을 인식한다니, 신기하네요.”

지문 인식은 굉장히 현대적인 느낌이라 프론디어는 솔직하게 감탄했다.

그 사이 에드윈은 프론디어의 손가락에 렌즈 같은 걸 갖다대어 마나를 흘려넣고 있었다. 지문을 기록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잘 모르겠지만.

“마법을 이용해 확대 관찰하고 기록하는 거니까, 그렇게 신기할 건 아냐. 원리로 생각하면 불꽃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 단순하지. 중요한 건 조작성이야. 마법을 사용한다고 해도 마나 균일도가 일정하면서도 마나를 얇게 입혀야 하니까. 마법이라기보다 기술이랄까. 그래서 하는 사람이 적어.”

에드윈을 설명하면서 프론디어의 손가락을 차례차례 확인 후 넘겼다.

“자, 이제 왼손.”

“……방금 그걸로 끝났어요?”

“응.”

담백한 대답에 프론디어는 할 말을 잃고 왼손을 내었다.

이 사람, 애초부터 열등감 따위 가질 필요 없지 않았을까?

“……프론디어.”

손가락을 여전히 렌즈로 비추며 에드윈은 입을 열었다.

“너는 신을 어떻게 생각해?”

“……예?”

“헤파이스토스를 만났었잖아. 간접적으로나마 그와 싸우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과는 생각하는 바가 다르지 않을까 해서.”

에드윈의 말에 귀를 기울인 것은 오히려 옆에 있던 사이벨이었다.

사이벨은 프론디어가 성소 앞에서 했던 말을 기억한다.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 운명을 믿지 않으니까.

그건 사이벨의 가치관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것이 알아서 잘 되려니, 하는 태평한 사고를 부끄럽게 느꼈고, 설령 도움을 받더라도 그녀의 삶은 온전히 그녀의 것이어야 함을 깨달았다.

그러나 프론디어 본인은 어떨까. 어떤 삶을 살고 어떤 과정을 거쳐왔기에 프론디어는 그렇게 말한 것일까.

“……저는 딱히 신이 어떻다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문제 발언이네.”

에드윈이 웃으며 대꾸했다.

프론디어는 잠시 생각했다. 처음에 그를 죽이려고 한 타나토스, 그 뒤에 에드윈을 조종한 헤파이스토스, 렌조의 신력 아레스, 헤스티아까지.

처음엔 이 세계의 신에게는 비호감 밖에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직조’를 미워하는 건지 프론디어 자체를 미워하는 건지. 어찌 됐든 신은 전부 그를 죽이려고 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헤스티아는 말했다. 신들도 현재 대립 구도에 있다고. 그것이 무엇을 대립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나, 헤스티아는 증명이라도 하듯 프론디어를 도와주었다.

프론디어가 그녀의 화로를 저장할 것을 알면서 프론디어를 만났으니.

신들의 대립. 그 어느 쪽이 프론디어의 편인지는 모른다. 양쪽 다 아닐 수도 있고.

허나 프론디어의 생각이 조금 바뀌는 계기로는 충분했다.

“굳이 말하자면,”

프론디어는 생각을 끝내고 입을 열었다.

“신들은 꽤, 인간 같네요.”

서로의 의견이 합쳐지지 못하는 대립 구도. 타나토스를 보고 신이 한 명의 인간에게 살의를 가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헤파이스토스를 보고 신의 미움과 분노를 알게 되었다. 헤스티아에게는 정보를 제공받고, 선의를 느끼기도 했다.

그 모든 것들은 프론디어에게 있어서 신들을 더 이상 신처럼 느끼지 못하게 했다. 처음부터 신을 믿지 않은 그였기에 그런 감상을 가진 것인지도 모른다.

“……큭.”

에드윈은 그 말을 듣고 작은 웃음을 흘렸다. 그는 정말로 흡족한 듯 미소지었다.

다만 그 뒤 조금 진지한 표정이 되어 에드윈은 말했다.

“그게 진심이라면, 앞으로는 신전과 신자들을 조심해.”

“……신전.”

“신들이 인간 세상에 강림하기 위해선 여러 조건이 필요해. 하지만 신전은 이미 그 조건들 몇 가지를 충족한 상태지. 신이 약간 무리를 한다면 신전에 강림할 수 있을 거야.”

에드윈의 말대로, 신은 실제로 이미 신전에 종종 강림했었다. 그건 성소에서 신이 등장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직접적이고 강력한 권능의 출현이다. 프론디어를 죽이기 위해 등장한 타나토스가 가장 비슷하다.

대륙에는 유명한 신전들이 여럿 있다. 특히 ‘파르테논 신전’은 아무런 흠집과 결손 없이 완벽한 형태로 존속해 있다.

“이건 내 감이지만, 너 헤파이스토스에게만 미움 받는 게 아닌 것 같으니까.”

감이 너무 좋은데.

프론디어는 듣던 중 뭔가 위화감을 느껴 물었다.

“아까부터 궁금했던 건에, 에드윈 선배도 헤파이스토스에게 존칭을 붙이지 않네요.”

“…….”

“……설마, 선배도. 저처럼…….”

에드윈은 프론디어의 손가락에서 시선을 떨어뜨려 프론디어와 눈을 마주쳤다. 싱긋 웃는 그 얼굴에 장난기가 흘렀다.

“비밀이야.”

* * *

프론디어의 지문 등록이 끝나고, 빈키스는 설계의 방향을 정하고 작업에 돌입했다.

다만 당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은 더 걸릴 듯했다.

‘완성된 아티팩트를 들고 예란헤스로 갈 순 없겠어.’

앙페르가 말한 준비 기간 일주일을 전부 채우고도 보름은 더 걸릴 거라고 한다. 프론디어는 완성되는 대로 예란헤스로 보내줄 것을 부탁했다.

어차피 예란헤스에 도착하자마자 흑천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헬하임의 파편은 방벽 너머에 있고, 거기로 가는 걸 앙페르가 허락해 줄 리도 없으니.

아티팩트가 이번 겨울방학 내에 완성되는 것이 확실하다면, 그때까지는 오히려 예란헤스 내에서 잠자코 있는 게 옳을 것이었다. 프론디어도 죽고 싶어서 환장한 게 아니니까.

프론디어는 폰을 들었다. 다수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저번 여름방학과 다르게 프론디어는 이번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예란헤스에 가는 것을 전했다. 물론 방벽을 막는 게 아니라, 로아흐 기사단의 밑에서 배우는 것임을 강조해 두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에는 사이벨이나 아텐도 따라오지 않을 것 같았다.

다만 잠깐 프론디어를 멈추게 하는 메시지가 한 통.

[죽지만 마.]

엘로디였다.

단순한 안부와 응원이 섞인 메시지처럼 보였지만, 메시지가 하나 더 왔다.

[무리할 거 알고 있으니까.]

마치 프론디어의 행동 방식을 예측하는 것처럼 날카로웠다.

프론디어는 일단 대꾸해 보았다.

[무리 안 해.]

[거짓말하지 마.]

즉답이었다.

거기에 또 한 통. 이번엔 좀 의아한 문자였다.

[그리고 이번엔 나도 뭐라 안 할 거야.]

[응?]

거기에 되묻자, 잠깐 동안 문자가 오지 않았다.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겼나? 그런 생각이 들 때쯤 문자가 다시 날아왔다.

[나도 이번엔 무리할 거니까.]

“…….”

프론디어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이미 충분히 차고 넘치게 강력한 엘로디가 무리를 한다라.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넌 그렇게 안 해도 된다고 했잖아.”

차마 그걸 문자로 보낼 수는 없어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프론디어.

프론디어는 지금 한 가지 모르는 사실이 있다. 게임으로 할 때와 현재 상황이 어떻게 다른지.

콘스텔의 1학년 중 아스터와 엘로디는 자타가 공인하는 천재들이다. 또한 이미 1학년의 각 분야 톱이기도 하다.

아스터는 그 뒤를 잇는 로발드가 있고 엘로디는 루니아나 아텐이 있지만, 현재 그들에게는 아직 눈에 보이는 격차가 있다.

그러니 둘은 선천적으로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 품성이지만, 가장 강하다는 건 그만큼 동기 부여가 약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콘스텔의 환경 속에서만 살아가면 노력은 하겠지만 어느 일정 이상을 뚫고 올라가지는 않는 것이다.

아스터는 플레이어가 조종한다고는 하나, 플레이어는 효율적인 루트로 움직일 뿐, 아스터 본연의 마음가짐을 바꿀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기에 성장곡선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프론디어의 등장은 그 느긋한 생각을 고쳐먹게 만든다.

2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때의 프론디어는 일부러 순위를 조정했다. 앙페르의 눈 밖에 나지만 않으면 그 이상의 순위를 얻을 필요가 없기에. 그리고 프론디어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그가 순위를 일부러 조정했다는 것까지 알고 있다.

엘로디와 아스터의 눈에 프론디어의 실력은 측정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마음 놓고 있을 여유가 없다. 각 분야의 톱이라는 타이틀은 그저 글자뿐인 허식이다.

프론디어를 이기기 위해. 대등하게 서기 위해.

그들의 머릿 속 이미지의 프론디어는 이미 대적할 수 없는 거대한 벽이 되어 있었다.

그 벽을 넘기 위해서 그들은 어떠한 노력이든 다할 것이고 아낌이 없을 것이다.

아스터는 프론디어에게 문자를 보내지 않았지만, 하려는 것은 엘로디와 거의 다르지 않다. 오히려 문자를 보내지 않는 것에 그의 각오를 엿볼 수 있다.

“……자아, 그럼.”

그 사실을 모르는 프론디어. 그는 다만 천천히.

“가볼까, 예란헤스.”

게임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또 한 걸음을 나아간다.

그가 모르는 곳에서도 서서히, 미래는 바뀌기 시작했다.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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