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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3

#163

하회탈 라이즈 (3)

온갖 첨단기기가 들어찬 실험실 내부.

“자아~ 다 됐습니다. 이제 눈을 떠 보세요! 새로운 세계가 당신을 기다립니다!”

하이톤의 촐싹거리는 듯한 사내의 목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잠에서 깨듯 수술대에 누워있던 한 삼십 대의 남성이 천천히 ‘두’ 눈을 뜨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우호홋! 역시 아주 혁명적인 눈이군요! 크흐~ 부럽네요, 부러워. 당신은 정말 운이 좋았던 겁니다! 사실 그건 내가 먼저 쓰려고 했던 건데···.”

수다스럽게 떠드는 목소리를 무시하며 율령자는 상체를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다.

과연, 두 달 전의 사건으로 생겼던 좌측의 시야각 제한이 사라졌다.

“내 한쪽 눈을 뽑아버리고 그걸 대신 달려고 했는데, 하필 직전에 회주에게 딱 걸려버리고 말았지 뭡니까? 회주가 어찌나 짜증을 내던지! 그때 혼나던 걸 생각하면 아직도 머리가 아픕니다.”

대꾸도 없는데 혼자 열심히 떠드는 ‘닥터’가 신경 쓰이긴 했으나, 덕분에 새로운 눈을 얻은 것도 사실이었으니 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단순한 실명이 아니라 영체가 손상된 것이 원인이라 어떤 안구를 이식해도 소용이 없었거늘···.’

의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영구적인 손실.

하지만 그 문제 또한 다른 방식으로 우회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었다.

“···물론 고유스킬이 눈을 통해 발현되니 그야 아깝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한쪽은 남아있는 데다 로망까지 실현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말이지요. 개혁과 진화야말로 인류가 추구해야 할 궁극의 가치인데!”

지잉— 징—

그 과장된 호들갑을 한 귀로 흘리며, 눈의 초점을 옮길 때마다 새로 이식한 안구 쪽에서 미세한 진동이 감지되었다.

그러나 카메라의 조리개가 움직이며 생기는 그 기계음은 본인에게만 작게 느껴질 뿐, 외부에서는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한쪽에 놓인 거울을 통해 자신의 눈가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평범한 검은 눈과 대비되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왼쪽 눈동자 테두리엔 은은한 푸른빛의 원이, 그 안쪽의 홍채에는 기하학적인 문양이 가득 채워져 신비롭게 발광하고 있었다.

기계 공학과 마도 공학이 합쳐져 탄생한 이 궁극의 의안은 안구의 형태를 하고 눈구멍에 들어가 있지만, 그 메커니즘은 실제 눈과는 전혀 다른 마도구였다.

그렇게 그가 자신의 새로운 눈을 감상하고 있을 때···.

턱! 휘릭—!

누군가가 어깨를 잡아채는 것과 함께 휙 돌아간 시야에,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동자가 한가득 들어찼다.

어느새 바로 옆까지 다가온 닥터가 수염이 무성한 얼굴을 무섭게 들이밀며 율령자의 머리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그리고 한 손을 뻗어 의안이 이식된 왼쪽 눈을 활짝 벌리더니 다시 요모조모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야~ 역시 캘리카스 차원의 기술은 혁명적이라니까요? 제가 그 차원에 갔어야 했는데 말이죠! 이렇게 간접적인 방법으로밖에 접할 길이 없다니, 이 얼마나 큰 비극입니까!”

율령자는 다시 자신의 면전에다 침을 튀기며 떠드는 그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후줄근한 실험복과 산발한 회갈색 머리를 한 중년의 서양인.

초라한 겉모습이었지만 이 사내는 절대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였다.

첫 이계 전송에 휘말렸던 1세대 귀환자라는 것은 부차적인 요소일 뿐, 그는 현 번천회의 기술력을 주도해 온 세기의 천재였으니까.

마법과 주술을 비롯해 연금술과 마도 공학 등, 각 차원의 신비를 끌어모아 개량하는 작업은 그 악마적인 두뇌와 그가 가진 「진리의 눈」이 없었다면 시작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햐햣! 마침 이 의안을 달고 귀환한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죠? 그쪽 차원에서도 굉장한 고가라고 들었습니다만!”

“그렇군요. 그리 귀한 물건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닥터.”

이런 물건이 지구에 있다는 것은 당연히 이걸 가져온 이도 있다는 소리였다.

귀환 직전까지 열심히 모은 전 재산을 쏟아부어 새 눈을 구하고 돌아왔던 귀환자가.

물론, 지금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래서 말입니다만? 내 율령자 당신에게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네.”

하여튼 이 남자의 분위기는 따라가기 힘들다고 생각하며, 율령자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당신을 그렇게 만든 존재, 하··· 하해?”

“하회탈입니다.”

“어쨌든! 그 스마일 마스크 말입니다만? 굉장히 흥미가 가더군요. 호기심에 조금 알아봤는데 재밌는 소리도 많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닥터가 혼자 들뜬 어조로 말을 이었다.

“당신도 알 테지만 우리가 이렇게까지 박살 난 건 한국이 처음이란 말이죠? 물론 계획이 실패하는 일이야 다른 나라에서도 비일비재하지만, 그래도 아예 기반 자체가 날아간 건 좀? 아! 그렇다고 뭐라고 하는 건 아닙니다? 회주가 수긍한 이상 내가 뭐라 할 입장도 아니고 말이지요!”

언제나처럼 싱글벙글 웃는 얼굴.

하지만 그 맑은 눈은 위험하다 느껴질 정도로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 활동은 언제 다시 시작할 생각이지요? 물론 급한 일은 아니니 당장 움직이지 않더라도 딱히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뭐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그 욕망에 가득 찬 은근한 물음에 율령자의 눈꼬리가 파르르 경련했다.

손상되었던 눈 문제는 이번에 해결되었으나, 하회탈과의 싸움에서 산송장이 되었던 지가 고작 두 달 전이었다.

그때 족히 몇 년은 정양해야 할 심각한 부상을 입은 터라, 솔직히 당장 숨 쉬는 것도 버거운데다 두 다리도 움직이지 않아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 처지였지만···.

문제는 동아시아 지부장인 율령자보다 총괄 기술부장인 닥터의 지위가 더 높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사전 준비를 계획 중에 있었습니다. 언제까지 그곳을 방치할 수는 없으니 밑 준비 정돈 미리 해 두는 게 좋을 테지요.”

“우홋! 좋습니다, 율령자!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좋은 실험체가 들어올 날이 기대되는군요! 뭐부터 시작하는 게 좋으려나~!”

그리고 원래 악의 조직은 다 블랙 기업인 법이었다.

***

“후우— 개운하네.”

평소 일과대로 실내 헬스장을 다녀온 나는 느긋하게 샤워까지 마친 후, TV 소리를 라디오 삼으며 안마의자에 앉아 지그시 눈을 감았다.

역시 집이 크고 돈도 많으니, 필요한 것들을 전부 미리 구비해 둬서 쓸데없이 밖에 나갈 일이 없었다.

생각해 보니 요즘엔 「개체 투영」을 통한 외출 말고는 집 안에만 처박혀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에이, 어쨌든 나간 건 나간 거지. 하루 한 번 꾸준히 외출해 사람을 만나고 다니다니. 굉장히 사교적이군!’

「개체 투영」을 사용하면 한성현이라는 나 개인보단 아바타를 움직이는 느낌이 더 강하고, 그나마도 만난 사람들이 대부분 범죄자란 사실은 일단 제쳐 놓기로 했다.

이 이상 깊이 따지고 들면 내가 너무 불쌍해 보이니까.

“흐음, 그나저나 그 흑마법사··· 안성진이라고 했던가?”

나는 전신을 주무르는 안마의자의 강도를 최대로 올리며 지난밤 찾아갔던 인재를 떠올렸다.

출신 세계가 다른 만큼 정확히 판단할 순 없었지만, 그는 아우테리카 기준으로 대마법사에 살짝 못 미치는 정도의 실력자였다.

하지만 패도적인 흑마력의 특성을 생각해 보면 순간 전투력만은 크게 부족하지도 않을 터.

‘물론 내가 바라는 건 전투력 쪽이 아니지.’

다행히 그는 이쪽의 평화적인 스카우트 제안을 거절하지 않고 흔쾌히 받아주었다.

상호 동의하에 계약까지 맺어 아주 약간의 강제력까지 행사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 감히 배신할 엄두는 내지도 못할 것이다.

‘약속은 소중한 거니까. 악인은 아닌 것 같으니 딱히 막 대할 생각은 없지만, 허튼짓하는 건 용납 못 하지.’

어차피 무리한 일을 시킬 생각도 없었다.

그저 이쪽이 원하는 정보를 가져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했으니.

또 일만 잘해 준다면 직원 복지 차원에서 이것저것 챙겨줄 의향도 있었다.

‘천살마제를 언데드로 만드는 작업도 순조롭고···.’

당연하지만 그간 이용했던 시신과는 격이 다른 만큼 함부로 다룰 수는 없었다.

최고의 재료를 제대로 써먹기 위해선 그에 합당한 시간과 노력, 자원을 투자해야 하는 법.

「아바타 클라우드」를 통해 아우테리카의 원조 한스에게 보내진 천살마제의 시신은 언데드로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이 진행되는 중이었다.

‘언데드가 필요할 때는 심장의 종속 아공간으로 이쪽에서도 꺼낼 수 있을 테니 상관없겠지. 용량이 그리 크지 않아 많은 수는 힘들겠지만, 어차피 지구에선 대규모 병력이 필요 없으니까.’

그야말로 최고급 재료를 들이붓고 있으니 천살마제··· 아니, 이제 줄여서 ‘살마’도 상당히 만족스러운 녀석으로 재탄생할 것이다.

심연 과다복용의 부작용으로 영혼이 많이 상한 게 조금 마이너스 요소긴 해도, 어차피 언데드란 게 나사 몇 개씩은 빠진 놈들이니 그것도 큰 상관은 없었고.

“카르마 포인트는··· 오?”

안마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하나둘 정리하다가 눈이 살짝 커졌다.

한스가 제국의 수도 제론을 습격하기 얼마 전에 64만짜리 ‘정신력 강화’를 사용한 상태였건만, 이후 벌인 일의 규모가 워낙 컸던지라 제법 짭짤한 포인트가 들어와 있었다.

‘확실히 안방극장의 효과가 좋단 말이야. 그거 쓴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80만이라니.’

그나마도 제법 빠른 속도로 꾸준히 증가하는 중으로, 다른 각성자들이 알면 말도 안 된다며 기함할 증가세였다.

이제 고유스킬 강화를 위해 필요한 포인트는 120만.

이만하면 다음 단계에 이르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진 않으리라.

-그럼 다음 주제로 넘어가 볼까요? 요즘 한창 말이 많으니 여러분들도 한 번쯤 들어 보셨을 겁니다. 일명 ‘하회탈’이라는 각성자에 대해서죠!

-아~ 그렇죠! 요즘 한창 말이 많은 분이죠.

그때, 라디오 삼아 틀어 뒀던 TV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그 화제는 금방 그의 정체에 대한 의문부터 시작해, 여태까지 벌여왔던 일의 정당성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이어졌다.

-···통제되지 않는 무분별한 무력은 위험합니다! 심판의 기준이 본인의 주관이라니, 법치주의 국가에서 이게 말이나 되는···.

-···물론 그 행위가 무조건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가 우리나라의 치안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건 해외 소식을 조금만 접해도 금방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아, 그렇죠. 이번에 일본에서도 큰 난리가 있었다고 했죠? 사망자만 수백 명 규모의 참사가···.

현대 지구는 그야말로 혼란의 극치였다.

온갖 역경과 사선을 넘어 힘을 얻고 돌아온 초인들이 한국에서만 만 단위에 이를 정도다.

전 세계적으로는 얼마나 있을지 추산할 수도 없을 지경.

그나마 가족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로 사회를 수호하려는 쪽의 세력이 더 강해 현 체재가 유지되고는 있으나, 잠재된 시한폭탄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인 것이다.

‘흑마력 사용자나 마인뿐만이 아니라 힘과 욕망에 취한 각성자도 만만찮은 위험 요소지. 한스의 무력으로 탄압이나 다름없이 억제하는 지금도 그런 놈들이 꾸준히 튀어나오는데, 그만한 제어도 없다고 한다면···.’

딱 그게 현재 해외의 실정이었다.

물론 다른 나라도 강자가 없는 게 아니었고 한스처럼 무자비하게 범죄자를 사냥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개중엔 그의 사역 마법처럼 나름의 범죄 감지 체계를 꾸린 이들도 있었으나···.

‘그 모든 능력을 한 몸에 갖춘 한스에 비할 바는 못 되지. 거기다 은밀성과 기동력까지.’

거기다 인구에 비해 국토 면적이 좁다는 것도 크게 한몫했다.

그런 여러 가지 요소가 합쳐져 지금의 평화로운 한국이 완성된 것.

“후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테라스로 향했다.

땅값이 싼 서울 교외 지역이라 가능했던 넓은 정원이 정갈하고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었고, 곳곳에 자리한 조경석과 정원 장식들도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물론 무턱대고 발을 들였다가는 지옥을 경험하게 되겠지만.’

이곳은 그간 한스와 하인즈 2세, 하인리히와 해리스의 능력까지 총동원해 만든 방범 장치가 빼곡히 심어진 마경이었다.

정원 장식품은 전부 술식의 매개체였으며, 그 배치 또한 「마도의 길」로 심사숙고해 결정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철옹성의 중심이 되는 존재가 바로 자신.

이 안에 있는 한, 나는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래, 이제 한국 쪽은 대충 정리됐으니 좀 더 시야를 넓혀 보자.’

마침 ‘살마’ 건으로 번천회가 상당히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암약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마당이다.

그런 경우가 이번 한 번만 있지는 않았을 터.

아마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비일비재했을 것이다.

‘그간 놈들이 한국에서 발을 뺐다고 오래 방치해두긴 했지. 일단 가까운 나라부터 발을 넓혀 볼까.’

한국처럼 주기적으로 관리하지는 못할 테지만, 한번 청소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약간의 번거로움 정도는 놈들을 엿 먹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혼란스러운 해외를 직접 방문하는 건 조금 꺼려지는 게 사실.

어느 정도 안정되어 「개체 투영」으로 가볍게 산책하듯 순찰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지 않은가.

‘흠··· 한스의 지금 일정이 어떻게 되더라.’

살마를 언데드로 만드는 작업은 상당히 긴 숙성 과정이 예정되어 있으니 문제없고.

마왕의 기본 소양인, 조무래기를 보내 용사 일행을 레벨 업 시키는 과정도 미리 올리비아에게 지시해 두면 충분했다.

‘흐음, 별문제는 없군. 뭐, 문제가 생기면 바로 불러들이면 되겠지.’

그게 아바타 역소환의 가장 큰 장점이었으니까.

그렇게 하회탈의 해외 진출이 결정되었다.

일단은— 가장 가깝고 사이즈도 적당한 일본으로.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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