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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4

164화 관광하러 왔다. 물론…

대만 총통부 비서장실 문이 격하게 열린다.

무례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방문에도 불구하고 안에 있던 인간은 태연했다.

“이런, 총통 각하. 노크를 하셔야지요.”

총통부 비서장이라고 하면 권력의 핵심. 하지만 그렇다 해서 총통을 능가할 순 없다.

어디까지나 그림자역인 비서실장이 공적인 자리에 이런 태도로 총통을 맞이했다간 곧장 경질될 것인데도 비서실장은 태연하다.

“이럴 때인가!”

비서실장의 태도에 분노를 내비치는 자오 총통. 하지만 그 분노의 성질은 상황과 사뭇 달랐다.

“사자심왕이 오고 있다고! 지금 이곳으로! 그 괴물 기사들과 함께 오고 있단 말일세!”

사자심왕과 그 산하 기사단은 전세계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인물들이다.

그들이 이계의 생존자라는 것과 압도적인 무력. 마소로 오염된 땅을 정화하는 신의 기적 등 그 이미지는 기본적으로 긍정적이다.

하물며 그들이 자국을 방문한다면 난처하긴 해도 국빈으로서 대접하면 그만인 것을, 자오 총통은 필요 이상으로 당황하고 있다.

“그 미치광이가 날뛰기라도 했다간 우리 모두 끝장이야!”

“저런.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요. 그가 우리와 다른 상식을 가진 상식을 가진 이계인이라고 해서 그렇게 배척해서야 되겠습니까.”

“너 이 새끼! 지금 상황파악 안──”

──■■■■■■

변화는 순식간이었다.

총통 비서실에 암운이 드리우며 칠흑의 어둠으로 채워진다.

끝없는 우주의 저편 속에 막연히 떠다니는 것 같은 소름 끼치는 공간감.

자오 총통은 우주의 미아로 떠도는 듯한 감각 속에서 음산한 목소리 덕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버러지야. 내 거죽과 겸상하더니 필멸의 신분을 잊은 모양이구나.]

“아, 아, 아···.”

자오 총통의 성대가 파르르 떨릴 뿐, 소리를 내지는 못했다. 그에게 허락된 건 공포와 굴종뿐.

암흑의 주인. 쾌락과 타락의 대공이 말했다.

[네 같잖은 신분으로 거들먹거리지 말아라. 너는 사자심왕이 아니지. 마술사 여왕도 아니다. 도시의 수호기계조차 아니야. 네 이름을 새긴 명패가 네 격을 올려주리라 착각하지 마라.]

자오 총통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구차한 굴종과 추잡한 복종이 있고서야 자오 총통은 겨우 어둠 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허억··· 허억! 허억!”

악마대공.

그 존재가 세계에 공표되기 전부터 자오 총통은 이 악마를 알고 있었다.

이토록 끔찍한 힘과 강대한 힘을 가진 존재가 지구에 존재한다는 것에 곧장 굴복해버렸다.

“하, 하지만··· 어, 어떻게······.”

그리고 그런 악마대공조차 쓰러뜨린 괴물이 온다.

살육대공 아카샤가 사자심왕에게 패배한 영상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트래픽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천지개벽의 순간을, S급 헌터들조차 가볍게 압도했던 괴물을 압도한 존재.

그가 지금 이 대만으로 오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도 여행이라는 명목으로 숨겨져 그조차 조금 전에야 알아차린 사실이었다.

만약 그가, 그들이 온다면. 그 절멸주의자들이 이 땅에 상륙한다면······.

“사, 사자심왕이··· 만신전이 저희를 알아본다면──”

“다 죽겠지요.”

“그럴 수가······.”

절망적인 발언이었다. 이 강대한 악마대공조차 그리 확신하다니, 희망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당연한 것 아닙니까? 마술사 여왕이나 그 불꽃의 성배기사는 어떻게 방법이 있더라도 사자심왕만큼은 아닙니다.”

혼돈과 파멸의 군주 말루스도,

지혜와 탐구의 군주 카라카엘도,

쾌락과 타락의 군주 도트라돈도 끝내 사자심왕을 굴복시키지 못했다.

“사자심왕에게 대적할 수 있는 건 오직 군주급의 힘. 그건 인간 형태를 한 승리의 신 같은 거니까요.”

지금의 사자심왕이 예전만 못하더라도 그 힘이 대공이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타락대공 퀘이··· 현재의 총통부 비서실상 양 웨이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러니 그들을 환영하세요. 총통 각하는 ‘악마화 축성’을 받지 않았으니 당장 들키지는 않을 겁니다.”

“무, 무슨 방법이 있는 겁니까?”

그 말에 퀘이는 사악하게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들을 연회에 초대하지요. 쾌락과 타락의 연회로.”

그는 기다리고 있었다.

라크샤르가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 * * *

-빠아아앙~ 팡! 파파팡!

항구에서부터 울리는 요란한 폭죽음. 군인들이 축포를 터뜨리고 붉은 융단이 길을 따라 쭉 깔려있다.

“본국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폐하.”

호화여객선 한빛호에서 내린 레온과 일행들을 맞이한 건 대만 공화국의 자오 총통과 내각 핵심인물들이었다.

“사자심왕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이다.”

레온과 악수를 한 자오 총통은 땀을 뻘뻘 거리면서도 베아트리체, 야피와 연달아 인사했다.

-끼룩!

이 미니멀한 기계거미와 악수를 하기 위해선 꽤나 고개를 숙여야 했지만.

-쿵! 쿵!

그때, 자오 총통에게 드리우는 그림자. 침을 꼴깍거리며 자오 총통은 목이 아파라 그림자의 주인을 올려다봤다.

“부, 불카누스 경······.”

전쟁과 불꽃의 성배기사 불카누스. 퀘이에게 듣기로는 악마들에게 악몽 같은 존재인 성배기사라던가.

신장이 2m가 넘는 거대한 갑옷 덩어리를 마주한 자오 총통은 그가 입김만으로 자신을 태워죽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대, 이 나라의 왕 되는 자시오?”

“예?”

공기를 태우는 것 같은 뜨거움 숨결. 이글거리는 시선 앞에 압도된 나머지 자오 총통은 질문의 저의를 인식하지 못했다.

“아, 예예! 아뇨! 저는 민주국가의 투표로 선출된 총통입니다! 왕하고는 다릅니다!”

뭔가 국가수장으로선 여러 가지 의미로 글러먹은 대답이었지만, 자오 총통은 한참이나 말을 얼버무리다가 문득 만신전 무리에 특정 집단이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불타는 검 기사단은······.”

“기사단은 한국에서 대기 중이다. 데려온 것은 짐의 호위를 맡을 맨앳암즈와 짐꾼들뿐이지.”

호화 여객선 한빛호에서 내린 이들은 S급 헌터와 준S급 헌터인 하리와 아카데미 3인방 그리고 맨앳암즈와 농노들뿐이었다.

사자심왕이 직접 온다기에 긴장했는데, 수하 병력들 대부분을 한국에 놓고 왔다고?

‘침공을 위해 온 게 아닌 건가?’

괜히 쫄았나 싶었다. 물론 저 여객선 안에 기사단과 주 병력이 숨어있을 가능성도 있으니 세관검사라는 명목으로 철저히 살펴봐야겠지.

“그런데 폐하, 저희 공화국에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자오 총통의 질문에 레온은 뭘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대답했다.

“관광.”

* * * *

대만 국가안전국 정보요원들은 만신전이 상륙하고서부터 줄곧 그들을 감시했다.

관광 온 관광객들을 국가 정보기관이 감시하는 건 과잉대응 아니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 관광객들이 마음만 먹으면 나라를 뒤엎을 수 있으니 과잉대응이라도 하지 않으면 무책임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생각보다 얌전한데요.]

[그러게. 이쪽도 별다른 움직임 없습니다.]

요주의 인물은 손에 꼽는다.

레온과 베아트리체야 대만 총통이 직접 안내를 하며 매스컴에 내놓을 좋은 사진을 찍고 있었고, 불카누스는 하리를 비롯한 기사들과 함께 관광 중이다.

애초에 은밀행동 같은 걸 할 관상이 아니었는데, 저런 거구에 갑옷까지 번쩍번쩍하니 어딜 가도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만신전의 불카누스 경 인증사진 찍음!

-불카누스 경하고 한하리가 방금 우리 가게 닭날개볶음밥 사감!

만신전에서 레온과 베아트리체가 워낙 유명해서 그렇지, 하리도 만만찮은 인플루언서다. 본인이 SNS를 몰라서 그렇지.

이렇듯 워낙 눈에 띄는 유명인들이다보니 따로 감시가 필요한가 싶을 정도였다. SNS만 둘러보면 금방 그들의 위치가 눈에 띄었으니까.

[다른 기사와 맨앳암즈들은?]

[관광 중입니다. 숫자가 많아서 전부 포착하진 못했습니다. 근데 진짜 관광 온 거 아닙니까?]

[몰라. 하지만 위에선 순수한 의도가 아니라고 보는 모양이야.]

[일본 갔을 땐 별일 없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생존자 레온의 이름이 알려진 뒤로, 세계의 정보기관들은 만신전과 그 주변인물들에 대해 저마다 정보를 수집했다.

그들이 내놓은 결론은 공통적으로 ‘중세의 권위적인 왕 + 철저한 근본주의자’라는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계급주의와 종교적으로 용서가 없는 근본주의자.

그가 민주주의를 혐오한다는 건 꽤나 알려진 사실.

그럼에도 적법하다는 이유로 안동길 대통령과 후지사와 총리를 존중하는 태도는 그가 의외로 말이 통한다는 걸 증명한다.

그렇기에 국가안전국 요원들은 만신전을 필요 이상으로 경계하는 윗선의 태도에 의아함을 가졌다.

[기사단이나 추가병력이 대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고.]

[결국 여객선 내부에는 아무것도 발견 안 되지 않았습니까?]

[그러게 말이야. 곧 쐉스지에인데 쉬지도 못하고 이게 뭐야.]

다가오는 10월 10일. 대만에서는 쌍십절이라고 하여 건국을 기념하는 국경절이 개최된다.

이날에는 대만군의 열병식과 전 국가적인 축제가 개최되어 안전국 요원 중 일부는 이날에 맞춰 휴가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만신전이 방문하면서 안전국 요원들 전체에게 비상령이 내려진 것이다. 사실상 쐉스지에 휴가는 물 건너 간 셈.

[어, 그런데 한 명 안 보이지 않습니까?]

[누가? 주요인물들 대부분은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잖아.]

기사와 맨앳암즈들은 경찰 인력까지 동원해서 감시하고 있었지만, 프로가 아니다 보니 허술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하리, 천소연 등의 기사단원들과 불카누스는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을──

“어?”

무심코 얼빠진 목소리를 내버린 안전국 요원. 그는 자신들이 놓치고 있던 이가 누군지 알아차렸다.

[박용신하고 야크트 스피너! 둘다 어디 갔어?! 담당 누구야! 당장 보고해!]

[청팀입니다! 청팀, 응답해라!]

다급한 무선이 안전국 요원들 사이에 흐른다. 청팀의 GPS 정보를 따라간 곳에는 그들의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무언가에 습격당한, 전투의 흔적. 베테랑 헌터까지 있었던 청팀 감시요원들이 검 한 자루 뽑지도 못하고 당했다.

“빌어먹을···!”

설마 이렇게 대놓고 감시자들을 처리할 줄이야! 안전국 요원들은 만신전이 정말로 관광을 위해서 온 게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그렇다면······.

“당장 찾아! 어디로 갔는지 CCTV를 다 뒤져서 찾아내! 그리고 현재 감시 중인 녀석들도 인원 두 배로 투입해!”

무언가··· 무언가가 벌어진다.

왜 하필 두 사람일까?

만신전의 기계 성배기사 야크트 스피너와 전 사이비 종교의 수장 박용신. 왜 그 두 사람인지는 지금부터 철저하게 알아내야겠지.

* * * *

한빛궁은 월드 와이드 클래스로 꽤나 이름이 있는 사이비 종교였다.

먼저 본진인 한국에서도 상당한 유세를 자랑했지만, 미국, 일본, 유럽 각지에서 적지 않은 수의 신도를 확보해 지부를 설립하고 있었고 그것은 대만 또한 마찬가지다.

레온이 한빛궁에 신벌을 내리고 수개월. 모든 신도들의 정화작업이 끝나고 그들에게 참된 신앙을 가르쳤다.

한동안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한빛궁 신도들의 한국 입국과 만신전 방문이 이어졌지만, 의외로 그것은 은밀하게 이뤄졌다.

사이비 종교라는 특성상 매스컴에 눈에 띄지 않는 법은 교인들 사이에서는 철저하게 교육된 덕.

사이비 시절의 종교전파 특성상 거창하게 성당을 운영하진 않는다. 기본적으로 가정집에 한빛궁의 간부들이 방문해 간증을 하고 교리를 배우는 것이 기본인 점조직 형태.

그리고 오늘은 한빛궁 대만지부 신도 13만 8천 명에게 있어 기념비적인 날이다.

“오늘은 정말이지 영광스러운 날입니다.”

박용신은 유창한 중국어로 신도들을 향해 말했다. 그의 열띤 간증과 설교만으로도 대만 지부 신도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오늘의 메인은 한빛궁주 박용신이 아니다.

“오늘은 우리들의 정신적 지도자이시자 참된 신앙을 깨우치시도록 은혜를 내려주신 라이온하트 폐하께서 친히 대리인을 보내셨습니다.”

소개드립니다! 철과 대장장이 신 헤토 님을 대리하는 성배기사! 야크트 스피느 경입니다!

-끼룩!

여덟 개의 강철다리로 다각다각 단상에 오르더니 준비된 키 높이 방석 위로 올라가는 야크트 스피너.

그의 카메라 아이가 눈앞의 신도들과, 철저하게 암호화된 중계 사이트를 통해 전해졌다.

-반가움. 야크트 스피너임.

야피는 차가운 강철기계답지 않게 관중을 현혹하는 자연스러운 목소리와 힘 있는 제스처를 통해 그들을 선동했다.

-불신자들의 방종이 극에 달했음. 여러분들은 신들의 선택을 받은 종으로서 그 의무를 다해야 할 때가 왔음.

야크트 스피너는 각 지부에 전해질 영상화면에 무언가를 비쳤다. 그것은 대량의, 어디에서 들어왔는지 모를 상자들.

눈썰미가 있는 이들은 그 정체를 단번에 눈치챘다.

-폭약?

웅성거리는 신도들에게 야피가 설교를 계속했다.

한 구십 년 전쯤 세계대전을 일으킨 희한한 콧수염의 목소리는 신도들에게 스스로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게 했다.

그리고 고조된 감정이 극에 달했을 때, 야피가 힘 있게 기계팔을 흔들며 외쳤다.

-신벌을 대리하라! 그것을 신들이 원하시기에!!

-신들이 원하시기에!!

-신들이 원하시기에!!

13만 8천 명의 테러리스트가 생산되는 순간이었다.

-끼룩!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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