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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5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165화

54장 잔재주(2)

프론디어는 어떤 심부름이나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야말로 개처럼 구를 생각이다.

어차피 기사들에게 배움을 받거나 대련을 해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훈련을 따라 하고, 각종 무기술을 눈으로 훔쳐, 필요하다면 스킬 ‘분석’을 써서라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요량이었다.

한데.

“헉, 허억……! 허억!”

지금 프론디어는 정말로 개같이 구르고 있었다.

기사들의 훈련장 중앙에서.

“무게중심. 몸을 앞으로 내밀지 마. 적에게 동선이 읽힌다.”

프론디어의 눈앞에 있는 기사가 엄하게 말했다. 프론디어는 후들거리는 몸을 일으키고 겨우 자세를 잡았다.

프론디어는 지금 대련 중이었다. 그것도 로아흐 기사들이 빙 둘러싸고 있는 중앙에서.

기사들은 무표정으로 프론디어의 대련을 보고 있었다. 거기에는 프론디어에 대한 감탄도 없었고, 그렇다고 모멸도 없었다. 무표정은 말 그대로 무표정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지.’

프론디어는 바로 좀 전까지의 상황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실력 테스트 비슷한 거였다. 앙페르가 기사단장에게 소개시켰으니, 잡일을 맡기 전에 형식상으로라도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지 확인할 목적으로. 분명 처음에는 그런 의도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프론디어가 무작위로 차출된 어느 기사와 함께 몇 합을 겨룬 뒤.

돌연 기사단장 실바인이 말을 꺼낸 것이다.

-가주님, 둘째 아드님을 잠깐 가르쳐봐도 되겠습니까?

그러더니 프론디어는 각종 무기를 사용하는 사람한테 차례대로 얻어맞고 있는 중이었다.

“함부로 칼을 위로 들지 마라. 그 순간 공격 수단이 제한되니까. 공격, 방어, 회피. 이 세 가지는 언제나 시작과 끝을 함께, 빠르게 끝내야 한다. 그 외에는 전부 같은 자세를 유지해라.”

“검을 들고서 창을 상대할 때는 함부로 쳐내지 마라. 네가 안으로 파고드는 속도보다 창을 회수하는 속도가 반드시 더 빠르다. 차라리 창에 붙어 있으려고 해라. 그게 더 안전하니까.”

기사들은 차례대로 프론디어를 줘터지게 패놓고는 친절한 조언 한마디를 덧붙였다.

지켜보던 다른 기사들이 속삭였다.

“이거 얼마나 지났지?”

“두 시간, 그리고 다섯 명째.”

“오래 버텼네.”

무기는 전부 목재, 오러를 쓰지 않는 대련.

하지만 프론디어의 몸에는 이미 자잘한 상처가 가득했다.

그건 모르는 사람들 눈에는 한심해 보였겠지만, 기사들의 눈에는 오히려 기이했다.

“나쁘지 않아.”

“그러게. 잡일을 하긴 아까운 몸이야.”

“생각이 멈추지 않는 것만 해도 훌륭해. 요즘은 자기 재능만 믿고 막 휘두르는 녀석들이 많아서.”

이야기를 나누던 기사들 중 한 명이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가주님의 둘째라면, 앗지에의 동생이라는 거 아냐?”

“그럼 앗지에에게 배웠나? 그럼 저 정도 움직임도 이해가 가지.”

“글쎄, 그 녀석이 누굴 가르칠 성격인가?”

“콘스텔에서 임시 교사도 했다던데.”

프론디어는 어지로운 공격에 대처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구경하던 기사들은 참으로 평화로웠다.

‘그래도 앗지에보단 나아.’

프론디어가 그토록 얻어맞으면서도 아직 버틸 수 있는 이유.

그건 지금까지 앗지에와 했던 대련이 더 지독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계속 상대하는 사람과 무기가 바뀌니 헷갈리는 점도 있지만, 앗지에는 무기를 바꾸지 않아도 충분히 사람을 헷갈리게 했다.

이렇게 강한 사람들 여럿과 대련을 해보니 앗지에의 힘을 되려 체감한다. 앗지에는 상대가 대처하게 가장 어려운 질문을 내놓는다.

프론디어는 그거에 아주 정확한 답을 내놓진 못하더라도, 완전 오답은 아니게끔 익혀왔다. 그 훈련이 여기서 빛을 발했다.

‘천금 같은 시간이야. 전부 흡수해야 돼.’

그리고 되도록이면, 문제에 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낼 수 있도록.

프론디어는 앗지에가 해온 것을 떠올리며 목검을 뻗었다. 열심히 대응하는 시간 속에서 틈을 찾아, 자신을 곤란하게 했던 앗지에의 문제를 이번엔 프론디어가 기사들에게 선보였다.

‘호오.’

기사들은 그 문제들에 어렵지 않게 대응했으나, 대련 상대방이나 지켜보는 사람들 모두 표정을 바꾸었다. 프론디어에게 힘과 속력, 그리고 기술의 숙련도만 충분히 높았어도 통하는 문제였다.

거친 호흡을 반복하는 와중에서 프론디어의 눈빛만큼은 여전히 선명했다. 몸이 떨리고는 있어도 자세는 여전했다. 그 모습이 기사들의 눈에 이채를 깃들게 했다.

허나.

“그만, 오늘은 여기까지다.”

단장 실바인의 선언에 대련은 종료되었다. 대련을 하던 기사가 물러서고, 프론디어는 검을 내렸다.

순간, 극도의 현기증과 오한이 몸을 엄습했다.

“오버페이스다.”

“……네.”

듣고 나서 알았다. 좀 전까지만 해도 더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끝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몸이 강렬히 휴식을 원하고 있었다.

“표정을 숨기는 걸 잘하는군. 하지만 스스로마저 속이고 있으면 곤란해.”

실제로 지금 프론디어가 오버페이스라는 걸 눈치챈 건 실바인뿐이었다. 그조차도 조금 늦었다. 이건 콘스텔 수학여행 때와 비슷한 현상이었다.

“예, 조심하겠습니다.”

“오늘은 그만 쉬고, 내일 같은 시각에 여기로 나와라.”

실바인의 말에 프론디어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저, 다음에도 훈련 받나요?”

“왜, 싫나? 잡일이 나아?”

“아뇨. 그건 아니지만 잡일을 하게 될 거라 생각해서. 저는 방벽 전투에 참여하지도 않는데.”

“걱정 마. 꼭 너만을 위해서 하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고 실바인은 기사들은 쭉 둘러보았다.

“우리 애들에게도 자극이 필요하거든.”

* * *

자극이 필요하다.

실바인이 했던 그 말뜻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상부상조라면 내게 좋은 일이다.

로아흐 기사단은 과연 수준이 높았다. 테이번에서 만난 기사들보다도 한층 그 수준이 높아 보였다.

테이번의 기사들은 방벽을 막기 위해 각 기사단에서 차출한 거라 결속력은 낮아도 개개인의 수준은 뛰어날 텐데, 로아흐 기사단은 개인들마저도 그것을 능가하는 느낌이었다.

‘이곳에서 훈련을 할 수 있다면 약점인 근접전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겠어.’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잡일을 하는 정도로 만족하던 내겐 더없이 감사한 시간이다.

물론 진짜 목적은 이쪽이 아니지만.

‘자 그럼, 이제부터는 앙페르 몰래 방벽을 넘을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나는 목욕을 마치고 돌아가는 동안, 멀리서 보이는 방벽을 눈에 담았다.

꽤 거리가 있는 여기서도 보이는 방벽은 그 높이가 상당하다. 테이번과 달리 증축을 한 티가 난다.

마물로부터 완벽하게 지켜냈으니, 그만큼 방벽 자체를 튼튼하게 만들 여유도 있었겠지.

그리고 그 튼튼함이 반대로 내겐 몰래 넘어가기 어려운 난관이 되었다.

‘여차하면 메노소르포를 이용해 날아가는 방법도 있지만, 반드시 들키겠지.’

가장 이상적인 건 갔다가 돌아온 뒤까지도 앙페르가 몰라야 하는 건데. 막상 방벽을 마주하니 쉽지 않아 보인다.

저벅저벅.

나는 우선 내 방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앙페르가 내 숙소를 마련해 주었다. 앙페르라면 혹시 날 마굿간에 처박아두고 거기서 자라는 소리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었다.

예상치 못한 연속된 훈련 때문에 몸이 상당히 지쳐 있다. 얼른 들어가서 쉬자. 이미 밤이 다 되었으니.

“…….”

그렇게 나는 숙소로 한참 동안 걸어가다가, 걸음을 멈추었다.

‘숙소가 이렇게 멀었나.’

적어도 ‘한참’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오래 걸을 만한 거리가 아닌데.

‘……여기가 어디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어느새 숲 안에 있었다.

기사들의 병영과 내 숙소는 바로 코앞이다. 목욕을 하고 병영을 나와 숙소는 바로 보인다.

숙소로 가기 위해선 당연히, 나는 숙소를 보며 걸어왔어야 할 터인데.

나는 숙소로 가겠다는 생각만 하고서, 제멋대로 걸음을 움직였다.

“이런.”

나는 품에서 소검을 꺼내들었다.

내가 무슨 함정에 걸렸는지는 모른다. 정신계의 마법인지, 저주인지 뭔지.

그러나 보다 단순한 사실이 있다.

“적이군.”

이딴 짓, 고운 성품을 품고 했을 리가 없다.

잠시 무기를 들고 사주를 경계하니, 기괴한 울음소리와 걸음 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크르륵-

나무 사이로 땅딸막한 녀석이 살기를 흩뿌리며 걸어 나왔다. 선두를 시작으로, 사방의 숲에서 그 비슷한 것들이 제 그림자를 밟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달빛에 반사된 면면들은 이 세계에 와서 처음 봤음에도, 참으로 익숙한 면상들이었다.

‘고블린.’

생각해 보니 여기 와서 별의별 놈들을 다 만나봤는데 고블린은 처음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메인퀘스트 ‘습격’에서 콘스텔에 있었다면 지겹도록 마주할 얼굴들이었는데, 나는 그때 엘리시아가 있는 탑으로 향했으니.

‘고블린이 마법을 써서 아무도 없는 숲으로 유인하고, 포위망을 형성해 덮친다라.’

말도 안 된다.

고블린 중에는 가끔 지능이 높은 녀석이 리더가 되어 무리를 이끌기도 하지만, 인간에게 정신 마법을 가할 정도의 수준이 되지 못한다.

“너네, 누구 지시를 받고 왔니?”

나는 주변 아무에게나 대고 물었다. 놈들의 복장이나 무기를 봐도 누가 대장인지 알 수가 없었다. 죄다 비슷비슷했다.

“……그리고.”

나의 눈이 가늘어졌다. 달빛에 반사된 놈들의 갑옷, 무기, 거기에 시선이 가자 마음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그거, 어디서 났냐.”

놈들에게 흑천이 덮여 있었다.

흑천은 온전한 무기, 혹은 갑옷이 되지 못했다. 고블린의 허접한 장비나 몸에 마치 뒤집어쓴 것처럼 군데군데 묻어 있었다. 흑천이 거머리처럼 고블리들의 몸에 찰싹 달라붙어있었다. 여기서 보면 꼭 새까만 물에 고블린이 오염된 것 같다.

……아니, 단순한 비유는 아닌가.

크륵, 키, 키케크키킥-

고블린들은 비명인지 웃음인지 괴상한 소리를 흘리곤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밤이라 어두워 그 눈빛이 잘 보이지는 않았으나, 어쩐지 자기들 의지가 아닌 것 같았다.

탓!

가장 가까운 놈이 몽둥이를 들고 달려들기에,

서걱-

우선, 그 목을 베었다.

‘흑천이 묻은 곳은 피해야 돼.’

흑천의 단단함과 내구성은 내가 잘 안다. 신의 무기를 모방할 때도, 그 무기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가할 때도 흑천 자체가 부숴진 적은 없었다. 애초에 부숴진다는 게 별 의미가 없는 물질이기도 하고.

‘흑천은 내버려 두면 액체일 뿐이야. 저렇게 몸이나 장비에 묻은 채로 유지되고 있다는 건, 누군가의 마력 간섭이 있다는 뜻이다.’

누가 사용하고 있는지 몰라도, 흑천의 사용법을 나름대로 찾아낸 듯이 보인다.

깡! 까앙! 콰직!

나는 사방에서 날아오는 검격을 피하고 막아내면서, 하나하나를 노려 검을 휘둘렀다. 물론 전부 피해내거나 막아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고블린들의 무기 자체는 조악한 것들이 많기에 맞고 버틸 만한 것들이 있다. 물론 흑천이 묻어 있는 건 조심해야겠지만.

‘우선은 직조를 쓰지 말아야겠어.’

사람이 없는 곳으로 나를 부르고, 고블린들이 공격하게 만들었다. 명백히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 하나를 노리는 짓이다.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뭔 억하심정으로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부러 흑천을 보여주고 고블린이라는 어설픈 것들로 내 실력을 시험하고 있다. 즉 나를 아주 우습게 보고 있는 것이다. 그 뜻대로 당해주고 싶진 않으니.

‘놈은 일방적으로 나를 관찰한다고 믿고 있겠지만.’

나도 몇 가지 시험해 볼까.

나는 무턱대고 휘두르는 고블린의 검을 피한 뒤 뒷목을 잡았다. 놈의 뒤로 돌아가 검으로 옆구리를 찔렀다. 바로 죽지는 않겠지만, 이걸로 전투력은 바로 상실된다. 보통이라면.

키익! 키에에엑!!

그러나 고블린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나를 죽이려고 팔다리를 휘저었다. 비명도 나를 죽이지 못한 분노의 포효 같았다.

몸을 거세게 움직이면 그만큼 피가 흐르고, 또 상당한 고통이 있을 텐데 개의치도 않는 모습이었다.

푹! 푸욱!

이번엔 눈, 양쪽을 차례대로 칼날을 박아넣었다. 그러면서 다른 고블린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보통 눈앞에서 끔찍한 살해를 목격하면 웬만한 것들은 겁을 먹는다. 고블린도 마찬가지.

그러나 이것들은 눈앞에 지들 닮은 것이 죽든 말든 관심도 없어 보였다. 여전히 내게 살기를 드러내며, 온힘을 다해 무기를 휘둘러댄다.

‘확실해, 완벽하게 홀려 있군.’

적의 정체가 뭔지는 몰라도 남의 정신에 간섭하는 데에 상당히 능한 것 같다.

나는 붙잡고 있던 놈의 목을 베어버리고 옆으로 치웠다. 시체가 진로를 방해하는 사이, 나는 다른 고블린에게 걸어갔다.

범인은 어딘가에서 내가 하는 짓을 지켜보고 있을 테지만.

나 또한, 여기서 시험해 볼 것은 아직 한참 남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숲속으로 끌어들여선 안 됐다.

까악-

나에게 있어서 숲은 그 어디보다도, 보는 눈과 귀가 많은 곳이니.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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