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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5

164. 거지남매 – 초상화

“축하해.”

카트리나가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고리타분한 근위기사가 된 걸.”

“…목소리가 축하하는 것 같지 않은데요?”

“별로 어렵지도 않았잖아? 네 실력이면 당연한 결과고.”

“뭐, 그렇긴 하죠.”

레오가 근위기사단장에게서 방금 막 받아온 증표를 튕겼다. 허공에서 다섯 바퀴 빙그르르 돈 그 황동 증표엔 타탈리아 왕가의 상징과 그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 노엘

카트리나의 붉은 눈썹이 일그러졌다. 굉장히 재수 없다는 표정이라 레오는 씨익 미소지었다.

카트리나는 모른다. 그녀의 추천이 아니었으면 난 근위기사가 될 수 없었다.

근위기사의 신분 증명은 까다롭다.

현대사회처럼 호구조사가 꼼꼼히 된 세상이 아니고, 아무리 기사가 귀하다지만, 왕가를 수호하는 근위기사를 무턱대고 뽑을 리 없었다.

1차로 실력이 검증된 지원자는 자신의 신원을 세세히 밝혀야 했고, 미심쩍은 점이 있으면 근위기사단이 역추적에 나섰다.

난감한 일이다. 거지로 시작한 레오 드 예리엘은 신원을 증명할 방도가 없었다. 가진 것이라곤 하얀 금속 목걸이 하나인데, 밝혀져서는 안 될 왕자의 증표였다.

해서 오베르에게 남은 {초기 자금}을 모조리 내주며 부탁했다. ‘노엘’이라는 이름으로 신분증을 하나 만들어달라고.

정보상을 겸하는 라우노 패밀리는 그런 일도 했다.

허나 그런 가짜 신분증으로 근위기사단의 안목을 완전히 가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칫 조사가 들어오면 큰일이었으므로 레오는 카트리나의 추천이 꼭 필요했다.

왕국 제2 기사단에 소속된 기사의 추천.

그것만으로도 어지간한 관공서를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을 정도다. 그녀의 추천이 있는 한 근위기사단도 구태여 그의 신원을 추적하진 않을 것이었다.

“밥맛 떨어지는 녀석. 실력만 어중간했으면… 으휴, 내 주위엔 왜 이런 놈들만 꼬이냐.”

투덜투덜, 카트리나는 멍청하지만 성실한 후배, 데로스와 이 녀석이 서로 반씩만 닮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며 왕성을 빠져나왔다.

이 녀석은 천재가 맞았다.

노엘은 생활비가 없다며 종종 밥을 얻어먹으러 그녀를 찾아왔는데, 그때마다 한 번씩 대련을 해 보았다.

그리고 느꼈다. 녀석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강해지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땐 그래도 이길 수 있었던 것이 고작 몇 주일 만에 비슷해졌다. 아니, 최근엔 녀석이 날 봐주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괴물 같은 자식.

자존심이 상했지만, 카트리나는 인정할 건 인정하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소드마스터가 될지도 모를 천재에게 도움을 준 게 어쩌면 내 생애에서 가장 큰 업적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보다 누나, 밥 사주세요. 배고파요. 오늘 한 끼도 못 먹었어요.”

아, 근데 왜 이렇게 약이 오르지?

카트리나가 레오를 흘겨보며 말했다.

“그래. 밥 먹으러 가자. 그렇지 않아도 엘런이 너 한번 보고 싶다더라. 근위기사도 됐겠다, 우리 집에 가서 먹자.”

이윽고 두 사람은 로젤린 대로에 도착했다.

파란 지붕의 이층집.

레오는 여기에 올 때마다 이렌느와 맞붙었던 카트리나가 떠올라 심경이 가라앉았으나, 카시아를 만났을 때처럼 복잡하진 않았다.

카트리나는 한때 레나를 죽인 원수였고, 나중엔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되었지만, 그 과정 모두를 간접적으로 겪었다.

홀로 전쟁에 나간 레나가 카트리나의 손에 죽었다는 걸 엔딩 텍스트로 읽었다. 그녀가 이렌느와 싸우다 죽었다는 것도 퀘스트 메시지를 통해 알았다.

카시아처럼 모든 과정을 직접 겪지 않았기에, 훨씬 가볍게 대할 수 있었다. 한 번 복수하기도 했고.

다만…

[ 퀘스트 : 카트리나의 삶 – 카트리나가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 주세요. ]

‘뭘 어떻게 해달라는 걸까.’

레오, 아니, 민서로서는 답답할 노릇이었다.

카시아와 사냥꾼 아버지를 통해 굴레 퀘스트가 뭔지는 알았다. 이 퀘스트의 목표는 당사자가 원하는 걸 들어주는 것이었다.

카시아는 사랑하는 이와 포옹하기를 바랐고, 그게 해결됨과 동시에 굴레에서 풀려났다.

사냥꾼 아버지 ‘도프 비자인’의 경우는 조금 당혹스럽지만, 언뜻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의 굴레 퀘스트는 코린 경을 죽임과 동시에 해결됐는데, 코린 경을 살해하는 게 그가 바라던 것이었다면 앞뒤가 맞았다. 실제로 그는 아들을 두고 훌쩍 떠나버리기도 했었다.

사냥꾼 아버지는 성전사를, 더 나아가 십자교회를 싫어했다.

이건 확실했다. 사도가 된 레브가 느낀 바르바토스의 사념으로 미루어 볼 때, 그 아신은 자신의 신도를 학살한 십자교회를 증오했었다.

도프 비자인은 몰살당한 야만인 부족의 생존자가 틀림없다.

또, 코린 경도 세 번째 소꿉친구 시나리오에서 수도교회로 같이 따라가 성전사가 되고 싶다는 레브의 요청을 거절하며 이렇게 말했었다.

– “이 청년은 그릇된 신을 믿고 있습니다. 저는 이곳 남부에서 삼십 년을 근무하면서 저 문신을 본 적이 있습니다.”

남부에서 삼십 년을 근무한 성전사. 그 와중에 바르바토스의 문신을 보았다면, 뻔하다.

코린 경이 비자인 부족을 몰살하는 데 일조했고, 살아남은 도프 비자인이 그를 기억한 것이다.

어쨌든, 이미 다 해결된 일이니 두 사람은 됐다. 레오는 카트리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 여자가 바라는 건 뭘까?’

이게 문제다. 언제나 자신만만한 카트리나는 바라는 게 없어 보였다. 기껏해야 답답한 데로스 대신 내가 자기 후배로 들어와 주기를 바라는 것인데…

아무리 그래도 그깟 것을 이뤄준다고 굴레에서 풀려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카시아의 바람도 소박하긴 했지만, 그녀의 삶이 어땠는지 돌이켜보면 이해라도 가지.

“누나.”

레오가 막 문을 열려는 카트리나를 불러세웠다.

“누나는 소원이 뭐에요? 살면서 꼭 이루고 싶은 게 있어요?”

“어이구? 보은이라도 하려고? 됐어. 필요 없으니깐 너나 잘 살아.”

“뭐가 있긴 있군요?”

“아, 그래. 하나 있다.”

카트리나가 돌아섰다. 의미심장한 눈으로 레오를 바라보더니,

“네가 좀 성실하게 사는 거. 어떻게 넌 맨날 나랑 네 여자친구한테 밥을 얻어먹고 다니냐? 나라면 부끄러워서라도 밥벌이하러 다녔겠다. 그렇게 게을러서는 재능이 뛰어나 봤자야.”

오지랖 넓게 충고하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레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사실 변명하자면 못할 것도 아니다. 이 레오는 손재주가 형편없어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데다가, 동생과 크세니아를 몰래 만나러 다니고, 몸을 가꾸느라 일할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근 몇 주일간 여자들에게 빌붙어 산 것도 사실이라 레오는 머쓱하게 목을 어루만졌다.

부끄럽지만, 이 거지남매 시나리오는 다른 시나리오들에 비해 유독 여자가 많이 꼬였다.

호감 업적들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레오의 잘난 외모도 한몫했다.

옅은 청색이 도는 금발 머리, 짙고 반듯한 눈썹, 금빛 눈동자와 시야에 들어올 정도로 높은 콧대, 또렷한 턱선. 그러면서도 소년처럼 풋풋한 외모.

솔직히 이 얼굴을 이용해본 적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누구를 만나든 은연중에 밝게 미소지었고, 타티안 후작에게 쫓겨 달아날 때는 어쩔 수 없이 시골 마을의 순진한 아가씨를 유혹하기도 했었다.

내가 달아난 뒤, 그 아가씨들이 어찌 되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에게 {방중술}이 있고, 추격이 그때그때 끊어졌었던 걸 보면…

레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옛날 일이다. 없어진 과거고, 앞으론 두 번 다시 그러지 않을 것이다.

내심 씁쓸해진 레오는 입맛을 다시며 카트리나를 따라 들어갔다.

“엘런! 자기! 나 왔어. 전에 말했던 노엘이란 친구도 왔으니깐 내려와서 인사해.”

덜컹- 하는 소리가 들렸다.

부자연스러운 걸음으로 내려온 사내는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엘런이라 합니다.” 물감투성이인 손으로 악수를 청했다.

레오도 매번 이야기만 들었지 카트리나가 구구절절 자랑하던 연인, 엘런을 직접 만나기는 처음이었다. 그도 “반갑습니다. 노엘입니다.” 인사하며 손을 마주 잡았다.

그런데, 낯익은 얼굴이다.

레오는 처음엔 고개를 갸우뚱하고 말았지만, 다 같이 식사를 마치고 2층에 있는 화실에 들렀을 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사람의 키보다 더 큰 캔버스들이 줄지어 놓이고, 바닥이 온통 다채로운 색감의 물감으로 덮인 방.

거기엔 오직 세 점의 초상화만이 근사한 틀에 담긴 액자가 되어 벽에 걸려있었다.

하나는 드넓은 초원을 배경으로 황혼을 등진 중년 여성의 초상화였다. 아침 해처럼 밝은 붉은빛 머릿결을 흩날리는 그녀는 색바랜 자줏빛 원피스를 입고 다소곳이 서 있었다.

다른 하나는 저녁노을처럼 타오르는 붉은 머리와 눈썹을 가진 젊은 여성의 그림이었다.

강렬한 붉은 드레스, 하지만 옷자락이 하늘하늘 흩날리는 옷을 입은 그녀는 카트리나였다.

그림 속의 카트리나는 아름다웠다.

실제 카트리나가 못생겼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림 속의 그녀는 이중적인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꿋꿋이 내려 모은 양손은 장검을 단정히 쥐고 있었고, 푸른 잔디가 돋아난 언덕 위에서 멀리 하늘을 바라보는 카트리나의 눈빛은 단호하면서도 따사로웠다.

엘런의 눈에 콩깍지가 씌어도 아주 단단히 쓰인 모양이다. 이 깡패 같은 여자를 저리 표현한 걸 보면.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한 중년 사내와 젊은이가 마차 앞에 나란히 서서 어깨동무한 그림이었는데…

“제 아버지와 형의 초상화입니다. 형은 본 지 꽤 오래됐는데, 아버지는 매년 한 번씩 오르빌에 들르시죠. 얼마 전에 왔다 가셨습니다.”

엘런이 끼어들었지만, 굳이 설명해줄 필요는 없었다. 레오는 이 남자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그는… 옛날에 네비스에서 레아와 레브를 팔아넘겼던 상단주였다.

피식, 실소가 터져 나왔다.

이 빌어먹을 게임이 사방팔방에 덫을 깔아두었구나, 생각하니 헛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상단주가 엘런의 아버지인 걸 모르고 죽였다면, 카트리나가 내게 복수하겠다고 찾아왔을 것이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근위기사가 되었으니 봉급이 나오면 제가 한 번 근사하게 대접하겠습니다.”

레오는 정중하게 인사하고 그 파란 지붕 저택을 떠났다. 하지만 그곳에 다시 들르는 일은 없었다.

* * *

그 이후로 레오는 조금 바빴다.

근위기사가 된 그는 카트리나의 집을 떠나 왕궁에 있는 숙소로 거처를 옮겼는데, 받아야 할 교육이 태산이었다. 또, 갓 입단한 신입인지라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선배들과 안면을 틔워야 했다.

다행히 레오는 근위기사가 지켜야 할 예법 교육을 손쉽게 통과했다.

{귀족 사회} 정보 덕분이었다.

귀족의 예법과 기사의 예법은 달랐으나, 예법에 통달한 귀족들은 기사들의 것도 알고 있었다.

그게 아니었더라면 수습 기간이 무한정 연장되었을 테지만, 예법도 실력도 특출난 레오는 즉각 사수와 종자(준기사)를 배정받아 근무에 들어갔다.

물론, 중요한 업무는 아니었다. 그에게 맡겨진 일은 가끔 근위병들과 함께 왕성 외곽을 순찰한다거나, 타탈리아 왕가의 다 늙은 할머니(그래도 공주다)를 호위하는 일이었다.

별로 피곤하거나 어렵지는 않지만, 분주한 나날을 보내던 레오는 눈치 살피며 그를 담당하는 행정기사에게 외출 신청을 넣었다.

행정기사(行政騎士)는 사실 엄밀히 따지면 기사는 아니었다.

기사는 한 왕국에 천 명이 될까 말까 한 귀한 인적자원이다. 그리고 그 효용은 오직 강력한 전투력에 있었다.

해서 기사에겐 순찰과 호위, 반복되는 훈련과 전술 교육만이 주요 업무로 배정되었고, 평소 기사단에서 발생하는 일반 행정은 다른 이들이 처리했는데, 그 일을 맡은 사람이 바로 ‘행정기사’였다.

그래. 예의를 차리느라 에둘러 말할 필요는 없다. 바로 준기사들이다.

기사가 되고자 종자가 되어 기사의 수발을 들고, 틈틈이 수련하는 준기사들을 이르는 것이 아니다.

행정기사는 그런 준기사들 중에서 기사가 되길 포기한 이들이었다.

재능이 없어서, 혹은 재수가 없어서 기사가 되지 못했는데 나이를 먹어버린 준기사들. 그들은 용병이 되거나, 병사를 통솔하는 지휘관이 되거나 각자 살길을 찾아 나갔다.

행정기사도 개중 하나였다.

오랫동안 기사단 짬밥을 먹었으니 기사단이 돌아가는 방식도 잘 알고 있겠다, 귀하신 기사님을 대신해 잡다한 행정을 처리했다.

그렇다고 행정기사가 아무런 힘이 없느냐? 그건 또 아니었다.

행정기사에게 이래라저래라 명령할 수 있는 사람은 기사단장과 부단장 정도였다. 부단장 바로 아래의 기사대장들도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는데, 그 까닭은 행정기사들이 기사단의 재원을 분배하고 관리했기 때문이었다.

기사들의 일과를 배정하는 것도 그들이 하는 일이다.

더욱이 레오가 입단한 근위기사단은 그 특수성 때문에 행정기사의 힘이 더욱 강력했다.

성은이 망극하게도 왕실에서 내려준 재원을 관리했기 때문에, 그리고 왕실의 시종장들과 긴밀하게 엮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기사라지만, 일개 신참에 불과한 레오는 외출 신청을 넣어놓고도 언제 수리되느냐며 독촉하기가 어려웠다. 독촉했다간 “노엘, 당신이 외출하면 그 자리를 다른 선배님이 채워야 할 텐데요?” ─ 라는 질타를 들을 게 분명했다.

어쨌거나, 그 덕분에 레오는 이번엔 거의 닷새 만에 세 번째 외출을 나올 수 있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그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왕성을 빠져나왔다. 틈틈이 미행하는 사람이 없나 경계하며 오랑주 극장을 향했다.

– 똑똑.

“레나. 크세니아. 접니다.”

“오빠!”

문이 벌컥 열렸다. 레나가 펄쩍 뛰어나와 그를 콱 끌어안았다.

“오셨어요? 마침 잘됐네요. 드릴 말씀이 있거든요.”

“오랜만이에요. 그래, 오빠 왔다. 어이구- 내 동생. 그새 더 예뻐졌구나. 잘 지냈어?”

“응! 오빠, 근데 나 할 말 있어.”

꼭 끌어안은 자세로 레나가 고개를 들었다. 동생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물었다.

“나 연극 해도 돼?”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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