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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5

EP41. 대마법사(3)

문은 태풍의 권능으로 만들어낸 이능이었다.

태풍은 지구에서 사람들을 수확하여 문을 만들었다. 태풍이 건너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결국, 그게 약점이 되어 약화된 태풍을 소멸시킬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운이 따라줬다고 봐야 했다.

문 너머에 도착하자 익숙한 광경이 펼쳐졌다.

잿빛 행성이었다. 그러나 Z1은 아니었다. 행성 자체가 온전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태풍이 지나온 길인가?’

진우는 잠시 멈춰서 생각에 빠졌다.

이미 문을 통해 열린 통로가 분명했다.

새로운 통로를 뚫는 것은 막대한 에너지가 들었다.

초월적인 존재인 태풍조차 제법 오랜 시간과 많은 준비가 필요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한 번 열리게 되면 닫히지 않고 계속해서 열려 있었다.

벽에 구멍을 뚫은 것처럼 그렇게 존재했다.

진우는 문을 닫고 다시 에너지를 충전했다.

본래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시간의 권능으로 가속하니 빠르게 충전되었다.

진우는 다시 문을 열었다.

또 다른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음……?”

이번에는 폐허가 된 도시가 보였다.

하늘에서 내리는 재가 이제 막 쌓이고 있었다. 종말이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인 것 같았다.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각 세계의 시간축이 모두 달랐다. 종말의 순서와 상관없이 빠르게, 또는 늦게 흐르고 있었다.

‘그냥 무작정 넘어가서는 안 되겠군.’

시간은 섬세했다.

무작정 넘어갔다가 지구의 시간이 수백 년 정도 더 지나 있을 수도 있었다.

진우는 아티팩트 메이커에게서 습득한 쐐기를 꺼내 살펴보았다. 쐐기의 기운을 이용해 마법진을 그리자, 검게 타오르는 마법진이 그려졌다.

굉장히 흥미로운 반응이었다.

“암흑 속성인가?”

암흑 속성.

진우가 처음 사용해 보는 속성이었다.

그저 존재하는 모든 것을 밑으로 끌어내리고 있었다.

진우는 잠시 사용한 것만으로도 암흑 속성에 대해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이상을 터득할 수 있을 테지만 진우는 그러지 않았다. 그 이상은 진우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치지직!

쐐기가 검은 액체로 변하더니 시간의 권능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시간의 권능이 쐐기를 잡아먹은 것처럼 보였다. 진우가 손을 뻗자, 쐐기가 다시 나타났다.

‘분석해봐야겠어.’

악의 어머니와 관련된 물건이었다.

잘 연구한다면 악의 어머니를 없앨 수 있는 힌트를 얻을지도 몰랐다. 대마법사가 된 진우조차 아주 오랜 세월이 걸리는 일이었다. 수백 년, 수천 년, 어쩌면 수만 년이 걸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시간은 내 편이지.”

진우는 쐐기에 분석 마법을 걸어놓고 시간의 권능으로 감싼 다음, 시간을 가속시켰다. 쐐기가 시간의 권능 속에서 천천히 분석되기 시작했다.

‘당분간 이곳에 머물러야겠군.’

이곳의 시간은 다른 곳에 비해 굉장히 느리게 흘러갔다.

진우는 당분간 이곳에서 머물면서 문을 완벽히 분석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생각을 마친 진우는 폐허가 된 건물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한국이었다.

거리를 걷다 보니 주변에 한국어로 된 간판들이 보였다.

지구에서 문이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에서 발견된 걸 보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이곳이 평행세계라면…….’

진우가 있던 지구와 똑같을까?

진우는 그게 궁금했다.

만약 그렇다면 자신 역시 이곳에 존재했을지도 몰랐다.

종말이 온 것을 보면 결국 막지 못했다는 이야기였다.

폐허가 된 도시에는 수많은 시체들이 있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죽어버렸는지 시체는 부패마저 진행되지 않았다. 다만 하늘에서 내리는 재에 닿자, 똑같이 재로 변하면서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이 탁한 잿빛만이 이곳에 있던 모든 생명의 흔적이었다.

진우는 서울로 이동했다.

이곳에 이능격리재단이 존재한다면 그곳으로 가는 게 정답이었다. 연구실의 장비들이 남아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다행히 이곳은 서울과 제법 가까운 도시였다. 진우는 근처에 있는 트럭에 다가갔다.

여기저기 부식되었고, 창문이 모조리 깨져 있었다.

움직이는 것은커녕 문조차 열리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휘익!

진우가 시간을 되돌리자, 트럭이 순식간에 멀쩡한 상태로 변했다.

‘일신 그룹의 것이로군.’

트럭은 진우도 아는 제품이었다.

진마석으로 움직이는 차량.

설계만 해놓고 아직 상품화가 되지 않았다. 그런 차량이 실제로 출시된 걸 보면, 이곳은 미래인 것 같았다.

진우는 짐칸에 문을 분해해 올려놓고 서울로 향했다.

“후우…….”

황폐했다.

살아 있는 생명체라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작은 곤충이나, 잡초 따위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는 오로지 적막한 절망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찬란했던 서울도 마찬가지였다.

무너진 건물들과 타고 남은 것들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치지직!

라디오에서 무언가 들려왔다.

-…죽음을 받아들이십시오.-

-죽음은… 축복입니다.-

-죽지 않는…….-

-지옥…….-

무선 신호가 메아리치고 있었다.

잡음이 섞여 있고 목소리가 길게 늘어지며 본래의 음색을 잃었지만, 진우는 어째서인지 그 목소리가 매우 익숙하게 느껴졌다.

도시 자체가 모조리 파괴된 상황에서 이런 통신을 아직까지 보낼 수 있는 곳이 있을까?

그 의문은 곧 해소되었다.

신호는 바로 특별격리지구에서 나오고 있었다.

진우는 특별격리지구로 진입했다. 특별격리지구 역시 폐허가 되어 있었다. 지상에 있는 건물들은 그 흔적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무너져 있었다.

진우는 손으로 바닥을 쓸었다.

재와 함께 부서진 건물의 파편들이 묻어났다. 그렇게 파편을 쓸자, 밑에 있던 표지판이 드러났다.

“…….”

토끼 그림이 그려져 있는 표지판이었다.

‘도움이 필요하신 분은 이곳으로!’

아델라의 글씨체였다.

진우는 눈을 감고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이곳에 살아 있는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말은…….

지하 연구실로 향하는 입구는 무너진 잔해 속에 가려져 있었다.

진우는 마력을 끌어올리며 바닥에 마법진을 그렸다. 지금까지 진우가 사용했던 마법진과는 모습이 달랐다. 수십 개의 원으로 이루어진 마법진이었다.

대마법사가 되면서, 시간의 권능 자체를 마법화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미세한 흐름까지 모두 계산하여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마법을 사용하자 수많은 잔해들이 솟아오르면서 무너진 건물이 다시 지어지기 시작했다. 무너지기 전으로 되돌린 것이다.

진우는 지하 연구실로 향했다.

비상 발전기를 가동시킨 다음, 고장난 엘리베이터를 복구시키고 아래로 내려갔다. 연구실은 대피소로 개조된 상태였다.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시민들이었다.

진우는 그들을 살펴보았다.

외상은 없었고, 모두 평온한 표정으로 죽어 있었다.

흔적을 살펴보니 약을 먹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곳으로 대피한 시민들은 모두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다.

시민들이 있는 곳을 지나쳐, 연구실로 향하자 아는 얼굴들이 나타났다.

재단의 연구원들이었다.

모두 고개를 숙인 채로 죽음을 맞이했다.

메인 연구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진우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 어떤 강적을 눈앞에 두고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던 진우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모습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델라가 이화연이 벽에 등을 기대고 죽어 있었다.

아델라의 눈가에는 눈물자국이 가득했다. 그리고 많이 다쳤는지 몸에는 깊은 상처가 새겨져 있었다.

이화연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팔 한쪽이 없었고, 안대를 하고 있었다. 피가 제복에 가득 묻어나 있었다.

“……..”

진우는 그 자리에 우뚝 선 채로 한참 동안 아델라와 이화연을 바라보았다.

겨우 손을 뻗어, 헝클어져 있는 이화연과 아델라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었다.

진우의 손끝이 떨렸다.

멸망을 처음 맞이했을 때의 그 감정이 다시금 그의 전신을 잠식했다.

주체할 수 없는 떨림.

그래, 이게 두려움이다.

잊으려 노력했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감정이었다.

진우는 상황실로 이동했다.

아린 박사와 다른 연구원들의 모습도 보였다.

모두 이곳에 모여 죽음을 맞이했다. 복도를 지나쳐, 상황실 안으로 들어섰다.

“아이나.”

검을 끌어안고 앉아 있는 아이나의 모습이 보였다.

치열한 전투를 했는지, 팔과 다리에 피 묻은 붕대를 감고 있었다. 그녀의 전투슈트는 여기저기 파손되어 있었다. 진우가 주었던 목걸이를 꽉 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르뮤.”

아이나의 옆에 앉아있는 하르뮤가 보였다. 하르뮤 또한 격한 전투를 치르고 난 이후인지, 부상이 가득했다.

하르뮤는 약을 먹지 않았다.

부상을 참아내며 무언가를 남기고 고통 속에서 죽었다.

꽉 쥔 손이 그것을 증명했다.

그녀의 앞에는 방송장비가 놓여 있었다.

그녀가 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다.

-죽음을 맞이하십시오.-

-우리에게 주어진 죽음은 축복일지도 모릅니다.-

-죽지 않는 악마처럼 살려하지 마십시오. 절대 유혹에 넘어가지 마세요. 죽음만이 영원한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부디 가족과 친구들, 모두 함께 안식에 들기를.-

그런 방송이 전 세계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지막까지도 악마화를 막기 위해 방송을 남겼다.

죽음은 종말을 앞두고 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선택이었다. 비참하게도 말이다.

‘이곳의 나는……?’

재단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자신도 분명 있을 것이다.

재단을 만든 건 그였으니까.

하르뮤의 앞에는 편지와 함께 수첩이 놓여 있었다.

진우는 편지를 읽어보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는 것은 도련님께서 돌아오시지 않는다는 의미겠지요. 하지만 실패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또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 도련님은 언제나 성공하셨으니 믿어요.’

‘도련님은 대마법사잖아요?’

‘어쩌면… 도련님께서 다시 만날 저는 제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언제나 도련님의 편일 거예요. 그게 제 삶의 이유니까요.’

‘자책하지 마세요.’

‘슬퍼하지 마세요.’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위해 감정을 아껴놓으세요. 언제나 말씀하셨듯이, 항상 여유를 가지고 긍정적으로.’

‘모두들 위해 웃어주세요. 그래요. 그렇게…….’

글씨의 끝이 흐려졌다.

진우는 여러 번 숨을 내쉬고는 편지를 품에 넣었다.

그리고 수첩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진우의 눈빛이 떨리다가 다시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잘했어, 하르뮤. 잘했어.”

진우는 그녀의 말대로 웃었다.

애써 웃었다.

연구실에 있는 기록 장치들은 아티팩트와 이능현상에 오염되어 사용할 수 없었다. 악마화를 촉진시키는 매개체 역할까지 했다.

하르뮤는 깊은 상처를 입은 와중에도 진우를 위해 이렇게 수첩을 작성한 것이다.

“…고마워.”

진우는 하르뮤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 아이나와 함께 곱게 눕혀 주었다. 진우는 모든 이들을 눕혀주고 눈을 가려주었다. 이능을 막기 위해 만든 이곳이 이들의 무덤이 되었다.

진우는 바로 몸을 움직였다.

연구실에 있는 장비들을 챙기고 지상으로 올라왔다.

진우는 연구 장비를 문에 연결하고, 분석 마법과 연동하여 문을 분석했다.

쐐기가 동시에 분석되고 있었기 때문일까?

문의 작동원리에 대해 조금씩 이해가 되었다.

진우는 쐐기를 완벽하게 분석하여 소화한다면, 초월적인 존재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진우가 손을 뻗자, 트럭에 실려 있던 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네모난 벽돌처럼 분해되어 있던 문이 진우의 앞에 쌓이며 본래 문의 모습으로 조립되었다.

스윽!

문이 진우의 손을 따라 일렁였다.

시간의 권능을 흡수한 것처럼, 아공간을 획득할 때처럼 문도 진우의 것이 되었다.

검은색이었던 문이 푸른빛으로 물들더니 문의 표면에 마법진이 새겨졌다.

‘찾았다.’

드디어 본래 진우가 있던 지구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다. 여러 세계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놓여 있었다.

진우는 문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문을 활성화시켰다.

부우우우!

강한 진동과 함께 문이 활성화되었다.

진우는 잠시 고개를 돌려 이곳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주먹이 꽉 쥐어졌다.

“돌아가자.”

지구로.

진우는 문 안으로 들어갔다.

다시는 이런 광경이 나타나지 않도록 할 것이다.

대마법사의 맹세였다.

* * *

문을 넘어서자 색채가 가득한 풍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잿빛세상이 아니었다.

종말이 오지 않았다.

이곳은 살아 있는 지구였다.

진우는 얼마 만에 지구로 돌아온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인적이 드문 빌딩과 빌딩 사이에 나타난 터라 이곳이 어디인지 파악할 수 없었지만, 저 멀리 거리를 오가는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그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었다.

‘다행히 잘 돌아왔군.’

진우는 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문이 녹아내리더니 진우에게 흡수되었다. 아공간을 사용할 때처럼, 언제든 문을 꺼낼 수 있게 되었다. 여러모로 응용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우는 로브를 눌러 쓰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진우는 가만히 서서 주변을 바라보았다.

오가는 사람들.

도로의 자동차.

활기 넘치는 상가.

그 평범한 광경이 진우에게 작은 감동을 선사해주었다.

날씨는 맑고 화창한 어느 봄날 같았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이었는데, 바람은 선선했다.

놀러가기 딱 좋은 날이었다.

‘한국은 아니군.’

아시아인들이 가득했지만, 한국은 아니었다.

주변의 간판이나 표지판들을 보니 일본어가 적혀 있었다.

진우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건물 위에 있는 광고판을 발견했다. 한참 광고가 나오고 있었는데, 현재 시간과 날짜가 표시되었다.

진우의 눈동자가 커졌다.

“5년…….”

진우가 사라진 지 벌써 5년이 지나있었다.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대마법사는 빌런을 압살한다
Score 7.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Archmage, the sole survivor in a world that has fallen into ruin, gambles everything and manages to return to the world before its destruction. However, he finds himself not in his original body, but in the body of Lee Jin-woo, the worst villain and a third-generation chaebol heir with brilliant talent. Using his memories from before the regression, he begins to vanquish the villains one by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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