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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6

165. 거지남매 – 데모니오스

“배우요?”

온통 거울로 둘러싸인 분장실. 극장주를 따라 들어온 레나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브레틴 자우어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네. 가능하실까요?”

“그, 글쎄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인가요?”

레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무어라 답해야 할지 몰라서 당혹스러워하는데, 그녀를 따라 들어온 크세니아가 보호자를 자청하고 나섰다.

“극장주님, 잠시만요. 레나는 연기를 배운 적이 없어요. 그리고 얘는 여기서 잠시 머무는 거지, 일하러 온 게 아니에요.”

“알아요. 하지만 레나 씨가 해줬으면 하는 배역이 있어서 그래요. 크세니아 씨는 알지요? 우리 극장에서 <데모니오스>를 공연한 지 꽤 오래됐다는 거.”

브레틴이 차분히 말했다.

“인기가 많은 연극인데, 레나 씨가 맡아준다면 재개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부탁드리는 거예요.”

“…아아, 들었어요. 소이린 씨가 아역 배우 역할을 더는 민망해서 못하겠다고 한 이후로 마땅한 사람을 못 구했다고…”

“네. 아무래도 역할이 역할이다 보니 외모가 좀 되는 여자아이여야 해서요. 레나 씨라면 딱 어울리지 않나요?”

“흐음…”

크세니아 언니는 갈등하는 얼굴이었다. 극장주 아저씨의 말에 설득됐는지 내게 질문했다.

“레나야. 혹시 연극을 해볼 생각이 있니? 알다시피 별로 어려운 역할은 아니야. 대사도…”

언니의 말이 멎었다. 나를 잠시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상냥하게 미소지었다.

“<데모니오스>가 뭔지 모르는구나.”

“…네.”

레나는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하, 하지만 해보고 싶어요!”

목소리가 너무 컸던 걸까, 상단주 아저씨와 크세니아 언니의 시선이 달라붙었다. 그래도 레나는 뜻을 꺾지 않았다.

심심해 죽겠단 말이다.

레나의 일과는 단조로웠다. 아니, 극장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는 그녀에겐 딱히 일과라 할 것이 없었다.

주먹을 꽉 움켜쥔 레나는 자신의 무료한 하루하루를 떠올렸다.

+ + +

오전.

레나의 하루는 아침 이른 시간에 시작됐다. 잠이 많은 그녀는 하루 진종일 잠을 자도 억울할 것이 없었지만, 크세니아 언니 때문에 늦잠을 잘 수가 없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운동하고 돌아온 언니는 나를 가볍게 흔들며 이렇게 말했다.

“레나, 일어나. 게으르면 안 되지.”

사근사근한 목소리.

하지만 그녀의 말에는 거역하기 힘든 힘이 있었다. 레나는 벌떡 일어나 “안녕히 주무셨어요?” 배꼽 인사를 올리고, 반쯤 감긴 눈을 비비며 크세니아와 함께 샤워장으로 내려가 몸을 씻었다.

이 시간에 샤워장은 항상 북적거렸다. 극장 3층에 사는 아주머니들 틈바구니에서 (알몸인지라) 조금은 낯간지러운 인사를 나눈 뒤, 다 같이 식당으로 몰려가 아침을 먹었다.

이 시간에는 식당도 북적거렸다.

극장에 소속된 배우들이 공짜 아침을 얻어먹으러 일찍 출근했기 때문이다.

라우노 패밀리의 깡패 아저씨들은 없었다. 야행성인 그들은 점심시간이 될 즈음에나 느지막하게 찾아와 극장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나면 오랑주 극장의 하루가 시작된다. 식당에 몰려들었던 사람들이 각자 일하러 뿔뿔이 흩어지고 나면, 한가한 레나가 남았다.

“심심하네…”

크세니아 언니를 쭐레쭐레 따라다니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레나는 객석 또는 무대 귀퉁이에 앉아 시간을 보냈는데, 다행히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노라면 산티안 라우노가 도착했다.

고맙게도.

티안은 재미있는 친구였다. 동생이지만 일단은 친구라고 해두자.

매일매일 뭐 하고 놀지를 궁리해 오는지, 그가 제안하는 놀이는 모두 신기한 것들이었다.

레나는 개중에서 실뜨기가 가장 재미있었다. 열 손가락에 실을 감아 서로 번갈아 가며 모양을 만드는 놀이였는데, 레나는 서툰 손짓으로도 금방 요령을 익혔다.

그런데 티안은 실뜨기를 조금 꺼리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 얼굴을 붉히며 “우리 다른 거 하자.” 말했다. 아마 실뜨기를 잘 못해서 그런 걸 거다.

티안은 그럴 때면 (치사하게도) 자기가 잘하는 것, 운동을 하자고 제안했다. 히베루나? 히루베나? 어떤 요상한 몸동작이었다.

그것도 재미는 있었다. 티안이 으스대는 꼴이 웃겨서 언젠간 그 히루베나라는 걸로 혼쭐을 내줄 생각이었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으면 우리는 극장에 있는 동화책을 읽었다. 나는 글자를 몰랐지만, 티안이 읽어줬다.

덕분에 몇 가지 인사말이라던가 ‘행복’, ‘공주’ 같은 단어를 외울 수 있었다.

오후.

그러고 나면 점심시간이었다. 아쉽게도 티안이 가야 할 시간이다.

어쩌다 한 번씩 티안이 “미안해. 내일은 못 올 것 같아.”라고 말하면 레나는 아쉬웠다.

티안을 보내고 레나는 크세니아를 찾아가 함께 점심을 먹었다.

크세니아 언니는 늘 친절했지만, 어딘가 딱 부러지는 면이 있었다.

넘기 힘든 선이 있다고 할까? 다른 아주머니들이 “아이고 예뻐라.”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것과 달리 간격을 두었다.

항시 연극에 몰두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잘은 모르겠다.

어쨌든, 오후. 아직도 오후다.

오후!

이때는 아예 할 것이 없었다. 크세니아 언니와 다른 배우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연극 연습을 하는 걸 멀뚱멀뚱 지켜보거나, 그때쯤 나타나는 오베르 아저씨를 따라다녔다.

오베르 아저씨가 뭐 재미있다거나 해서 따라다닌 건 아니고… 먹을 게 많아서였다. 사탕 같은 달콤한 간식을 주면서 “이런 거 주는 사람 따라가면 안 된다.”라고 말했는데, 그건 웃겼다.

내가 애인 줄 알아. 그런 말은 티안 같은 꼬맹이한테나 할 것이지.

그러고 나면…… 오후다. 여전히.

어휴!

원래 같았으면 아침 일찍 쓰레기통을 뒤지고, 배 꺼지니까 죽은 듯이 쓰러져 자고 있을 시간이었다.

오빠가 해주던 팔베개가 그립다.

그리워하며 오빠는 언제 오려나, 오늘은 올까? 다시 객석으로 돌아가 멀뚱멀뚱, 나만 빼고 분주한 무대를 지켜보았다.

그러고 있노라면 다양한 사람을 보게 된다. 진회색 눈동자를 가진 아저씨가 극장 이곳저곳을 점검하듯 둘러보는 모습이라던가, 그 아저씨가 어떤 빼짝 마른 언니와 떠드는 것 같은 것들 말이다.

“카시아 씨. 번번이 고마워.”

“씨라고 부르지 말라니깐. 맡긴 신발은 다 수선해놨어. 아까 오베르 아저씨한테 넘겼으니까 알아서 확인하고… 저번에 세리아 언니 가게 알아봐달라고 한 거 있지? 좋은 자리가 났어.”

내가 저 언니를 어디서 봤었나?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레나는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다 눈이 마주쳤지만, 카시아는 그냥 스쳐 지나가고 말았다.

저녁.

심심해 죽겠다. 하루는 왜 이렇게 긴 걸까. ─ 투덜거리다 보면 간신히 저녁 먹을 시간이 돌아왔다.

오빠가 올 시간이기도 해서 레나는 일찍 밥을 먹고 3층, 크세니아 언니의 방 창가에 앉아 밖을 내다보았다. 건물 하나하나가 아름다운 오르빌을 보고 있노라면 오빠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오빠는 왜 저렇게 걷는 걸까?

우습게도 오빠는 매번 저쪽 골목으로 들어갔다가 한 바퀴 돌아서 나왔다. 다시 거꾸로 들어가더니 아까 들어갔던 골목으로 나와 또 몇 걸음, 주위를 둘러보았다.

도통 왜 저러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시간을 넉넉히 벌어주었다. 레나는 오빠를 놀라게 해줄 요량으로 1층 복도에 달린 커튼으로 달려가 몸을 숨겼다.

하지만 (진짜 신기하게도) 오빠는 놀라는 법이 없었다.

깜짝 놀란 척 “아이고! 레나야, 간 떨어질 뻔했잖아.” 호들갑을 떨었지만, 태연히 나를 안아주었다.

뒤통수에 눈이 달렸나 보다.

빙글빙글, 몇 바퀴 돌려주고 나면 같이 객석에 가서 앉았다. 크세니아 언니가 오기 전에 후다닥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늘어놓았는데, 야속하게도 크세니아 언니가 가끔 오빠를 뺏어갔다.

“오셨네요. 아직 식사 안 하셨죠?”

그때마다 레나는 오빠가 밥을 먹고 왔기를 바랐다.

그러면 오빠는 “아니요. 먹었습니다.” 떠나지 않았고, 먹지 않았으면 “네. 안 먹었습니다.” 언니의 손을 우아하게 잡고 떠났다.

우씨. 오빠 미워.

나중에 오빠가 며칠에 한 번꼴로 오게 됐을 때는 그런 일이 없었지만, 처음엔 자주 그랬다.

어쨌든, 그래도 오빠는 돌아왔다. “잘 자. 내일도 올게.” 말하곤 터벅터벅 어두운 밤길로 사라졌다.

레나는 크세니아 언니와 함께 씻고 자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 + +

“나 연극 해도 돼?”

이건 질문이 아니다.

허락을 구하는 말이지만, 동생의 초롱초롱한 눈동자에는 오빠가 허락해줄 거라는 확신이 깃들어 있었다.

“레나야. 우리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할까? 크세니아, 실례할게요.”

“응. 있잖아, 어제~”

재잘재잘한 동생의 말을 들으며 레오가 크세니아의 방으로 들어갔다. 저녁 늦은 시간인지라 바닥엔 이부자리가 깔려 있었다. 천장에는 옅은 기름 냄새를 풍기는 랜턴이, 화분이 놓인 원형 탁자에는 두툼한 책이 펼쳐져 있었다.

힐끗 보니 연극 대본이다. 레오는 이미 허락을 하고 자시고의 상황이 아님을 깨달았다.

되돌린다면 되돌릴 수 있겠으나, 이미 배우들에게 역할이 분배됐을 거다. 대본이 나누어지고, 의상과 무대, 조명, 홍보 등의 업무가 바쁘게 돌아가는 중일 터였다.

씁쓸해하며 레오가 자리에 앉았다. 전에 있던 삼각의자는 어디로 사라지고, 높이가 낮은 의자였다.

“어떤 연극이죠? 레나가 어떤 역할을 맡게 되나요?”

“<데모니오스>에요. 혹시 뭔지 모르신다면 이걸 읽어보세요. 여기에 요약본이 있어요.”

“뭔지 압니다. 그럼 레나가 맡을 배역은…”

레오는 한숨을 내쉬고야 말았다.

“‘레이나 성녀’로군요.”

“네. 맞아요. 그런데… 혹시 레나가 연기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으신가요?”

“아니요. 마음에 듭니다.”

크세니아가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랜턴이 있지만 어두워서 그녀의표정을 알아보긴 힘들었다.

“…우리 잠깐 얘기 좀 하죠.”

자리에 앉은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크세니아가 일어났다. 심상찮은 분위기에 놀란 레나에게 “먼저 자고 있으렴.” 딱 부러지게 말한 뒤, 바깥으로 나갔다.

그녀가 레오를 데리고 간 곳은 지붕이었다. 극장 위에는 볕을 쬘만한 작은 공간이 있었고, 크세니아는 서늘한 밤바람에 구불구불한 검은 머리를 흩날리며 말했다.

달빛에 비친 눈동자가 레오를 날카롭게 찔렀다.

“왜 거짓말을 하시죠?”

“…미안해요. 사실 전 동생이 무대에 오르는 게 싫어요. 하지만 레나도 기대하는 눈치고, 이미 연극 준비가 시작된 것 같아서 말을 아꼈어요. 제가 당신의 마음을 상하게 했네요.”

“……”

침묵이 흘렀다. 레오가 즉각 솔직하게 답한 게 놀라웠는지 크세니아는 그를 멀뚱히 바라보다 웃어버리고 말았다.

“알다가도 모를 사람.”

작게 중얼거린 크세니아가 다가왔다. 레오의 옷깃에 묻은 먼지를 톡톡 털어주고는 눈을 마주쳤다.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이 뭘 우려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레나에겐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을 거예요.”

흔들림 없는 검은 눈동자.

채하 생각이 났다. 민서로서는 참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채하는 언제나 자신만만했다.

시궁창 같은 현실 속에서도 “언젠간 다 나아질 거야!”라며 호기롭게 말했는데, 그런 자신감이 크세니아의 눈동자에도 어려 있었다.

“그럼 허락해주시는 건가요?”

잠시 고민한 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크세니아는 빙긋 웃으며 그의 손을 붙잡고 지붕 가장자리로 이끌었다.

오늘따라 적극적이다.

크세니아는 다가가기 힘든 부류의 인간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하지만, 정작 자신의 속내를 밝히지 않는 유형이다.

그건 레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데이트를 빙자해 밥을 몇 번 얻어먹었지만, 그녀는 상냥하게 웃을 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뭘 하고 있는지, 우리 앞으로 어떻게 사귀고, 해나갈 것인지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고, 묻지도 않았다.

연극 이야기, 그날 있었던 사소한 일, 레나에 관한 이야기만이 우리의 주된 화제였다.

어딘가 겉도는 듯한 연인 사이였으나 크세니아는 매번 밥값을 냈고, 또 오라 일렀다. 하지만 이번엔 그 속내를 조금 밝히려는 것 같았다. 지붕 난간에 등을 기댄 크세니아가 말했다.

“전 당신을 모르겠어요.”

그녀의 곁에 선 레오는 가만히 듣기를 선택했다.

“제게 물을 쏟아놓고도 당당히 고백했던 용기는 어디로 간 거죠?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전 그때랑 지금의 당신이 너무 다르게 느껴져요.”

“…”

“‘솔직히’ 그때…”

크세니아의 말이 멎었다.

무언가를 말하려다 말고 고개를 돌려 레오를 똑바로 응시하더니 조금은 화난 듯이 말했다.

“제게 키스해요.”

레오는 머뭇거렸다.

이번 회차가 시작된 지 고작 한 달밖에 되지 않았기에, 그의 머릿속엔 아직 민서가 남아 있었다.

그는 채하를 닮은 크세니아가 싫지 않았다. 그녀 앞에서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보면 레오 드 예리엘도 크세니아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입술을 맞댈 수가 없었다. 이 여자가 카시아 ‘대신’ 나타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 가슴이 저릿해져 오는 것이었다.

머뭇거림은 짧았다.

크세니아가 난간을 밀치고 일어났다. 레오의 멱살을 잡아당겨 입을 맞췄는데, 어쩐지 고집스러운 키스였다.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하려는 듯한 행동이다.

짧은 입맞춤. 크세니아가 고개를 떼어냈다. 상처받은 얼굴로 레오를 노려보더니,

“당신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싫지는 않아요.”

라고 말했다.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레오에게서 등을 돌렸다.

초라한 몰골로 나타나 감히 내게 물을 쏟아붓고도 당당했던 거지.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 같소. 그러니 날 도와주시오.” 어처구니없는 고백과 요구를 동시에 한 남자는 몇 주일 사이에 말수가 적고 번뇌하는 사내로 변해버렸다.

그때의 거지 소년은 틀림없는 나의 운명이었건만…

크세니아가 사라졌다. 지붕에 남은 레오는 얼떨떨하게 입술을 매만지다 왕성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왜 키스한 걸까.

의아해하며.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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