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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7

이곳이 지옥이라도 (1)

쿠르르릉!

천지가 적뢰에 휩싸인다.

‘빌어먹을….’

심어를 쏘아서 다시 정신을 안정시켜 보려 해도 나아지지 않았다.

심상 자체가 완전히 망가졌다.

원래도 위태위태하던 상태였는데, 연진마저 죽었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히 충격이었던 모양이었다.

‘놈을, 내가 제압할 수 있을까?’

그리 생각할 때였다.

우득, 우드드득!

촤르륵!

“끄…으아아아아!”

“…??”

분명 전명훈에게 원영이 폭발해 버렸을 총연맹의 사자, 현신이 몸을 재생시키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어떻게!? 원영이 폭발한 걸 분명 봤건만….’

아무리 몸을 전부 잃어도 원영만 있으면 부활할 수 있는 게 원영기 이상의 수도자들이라지만.

반대로 말하면 원영기 이상 수도자들의 최대 약점은 곧 원영이라는 의미였다.

‘원영이 터지고도 살아 있어?’

“잠깐, 저건…?”

우우웅!

현신의 등 뒤로, 세 개의 원영이 떠올랐다.

“…!?”

그리고 세 개의 원영 중 한 원영이 다시 현신의 체내로 들어간다.

곧이어, 현신은 완전히 부활하였다.

“네…놈…! 감히, 감히 내 원영을 한 개나 소비시켜…!?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

‘원영을… 하나가 아니라 네 개씩이나 응결시킨 건가?’

전명훈은 말없이 번개 속에 휩싸여, 뒤집힌 눈으로 현신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은 굉장히 오싹한 광경이었고, 현신은 전명훈을 보고 흠칫하며, 제 스스로 원영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하, 하하! 본 흑린어령문의 사상원영(四象元靈)의 비술은 기존의 원영을 4개로 쪼갠 후, 천천히 성장시켜 총 4개의 원영을 얻는 게 가능하다! 네놈 따위에게 쉬이 당하지는 않는다!”

녀석은 말을 마친 후, 바로 결인을 맺었다.

우우우웅!

녀석의 등 뒤로 총 3개의 원영이 떠올랐다.

원영은 각기 ‘ㄱ’ 자로 녀석의 등 뒤에서 자리를 잡으며, 녀석과 똑같은 형태의 결인을 맺었다.

우우우웅!

그와 동시에, 녀석의 등 뒤로 ‘口’자 형태의 공간 균열 같은 것이 모습을 드러낸다.

다만 사상원영이라는 것 중 하나가 사라진 상태여서인지, 공간 균열은 그렇게 온전한 상태는 아닌 듯했다.

“사축기 감찰관을 격살한 전명훈, 사축기 전력으로 추정되는 서은현! 너희 둘을 잡기 위해, 내가 왔노라!”

우우우우웅!

그와 동시에, 현신의 등 뒤에 생겨난 공간 균열.

그 안쪽에서 무언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는 두 눈을 크게 뜨며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뭐지, 저건…?’

기(氣)의 계위가 요동친다.

지족의 시야에서 음양이 회전하며, 기의 계위의 깊숙이 파고든다.

동시에 나는 저 공간 균열을 통해, 기의 계위에서 음양이 회전하며 무언가를 ‘끌어올리는’ 듯한 것을 보았다.

우우우우웅!

그리고 현실에서 육안으로도 현신에게 변화가 생기고 있었다.

그의 피부 위로 검은 비늘이 돋아오른다.

동시에 그의 등 뒤에 있던 검은 공간 균열에서, 시커먼 형체의 용(龍)의 그림자가 나와 그의 몸에 들러붙었다.

쿠구구구구구!

현신의 몸이 마치 반인반요 서란의 몸처럼 변화하였다!

[우리 흑린어령문의 제자는 상당수가 합체기 흑룡왕 현음(玄陰) 태수님이 인족 첩실을 들여 낳은 방계 혼혈들…. 그분께서 물려 주신 선수(仙獸) 흑룡(黑龍)의 진혈을 타고났기에, 머나먼 옛적 고대 선수의 힘을 끌어내는 게 가능하다…!]

쿠구구구구!

그와 동시에 날씨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천지간에 음기가 가득 차오르며 다시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

이번에 내리는 비는 시커먼 흑수(黑水)였다.

쿠구구구구!

하늘의 먹장구름이 뭉치며, 마치 한 마리의 묵룡(墨龍)과도 같은 형태로 변화하였다.

콰아아아아!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땅에서 물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천지자연이 변화한다.

‘이건….’

명백한 사축기 급의 힘!

‘놈에게 들러붙은 흑룡의 그림자… 저게 놈에게 힘을 주고 있다!’

녀석이 수행한 힘이 아니었다.

저 선수 진혈이라는 것을 통해, 머나먼 어딘가에 존재하는 [뭔가]의 힘을 빌려 온 것이다!

묵룡의 아래에서, 현신이 전명훈을 가리키며 외쳤다.

[순순히 죄를 인정하고 원영을 내놓아라, 전명훈! 그렇지 않으면….]

그리고.

[아가리….]

콰아아아아앙!

[닥쳐라!]

하늘을 메운 구름이, 일격에 찢겨난다.

붉은 번개가 음기를 밀어내며, 하늘의 구름을 찢어발겼다.

적색의 뇌전이 마치 태양처럼 뭉치며 구름이 찢어졌고, 그 중심에서 전명훈이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모두… 다 죽어라. 아무 의미도 없는 이 세상에서, 다들 왜 살아 있는 거냐?]

콰르르릉!

하늘이 붉은 벼락으로 뒤덮였다.

현신이 자신만만하게 만들어 낸 먹장구름의 묵룡이 전명훈의 일격에 갈가리 찢어져 분해된다.

[자, 잠깐 이게 무슨….]

녀석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 전명훈은 현신의 앞으로 번개의 속도로 날아들어 녀석의 얼굴을 잡았다.

콰르르릉!

뒤늦게 천둥소리가 전명훈을 뒤따라갔고, 현신의 일행으로 온 천인기 수사들과 원영기 수사들이 당황하며, 각자 결인을 맺으며 전명훈을 향해 각기 법술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콰르르르릉!

온 천지가 적뢰로 덮였다.

8차 점령지 전체가 붉은 벼락이 한가득 차오르며, 삼라만상을 뒤덮는다.

현신을 보조하러 온 수사들은 물론이고, 나 역시 붉은 벼락에 덮였다.

순간, 세상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 * *

쉬이이이….

나는 연기가 모락모락 흐르는 몸으로 숨을 몰아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쿠릉, 쿠르릉….

하늘에서는 아직도 붉은 번개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창령성광오채대법을 한계까지 끌어낸 상태에서 이를 악물었다.

우우웅!

내 전신에 성광호체공의 별빛이 맴돈다.

나는 일전의 오현석처럼, 마치 밤을 형상화한 것처럼 몸이 변화하여 있었다.

‘막…았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아래쪽에서 여파만으로 기절한 마족 무리들을 내려다보았다.

다행히 전명훈의 공격은 내가 지키려 했던 마족들을 죽이지는 못했다.

전력을 다해 몸을 던져 가면서 전명훈의 적뢰를 막았기 때문.

그러나 나는 긴장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전명훈은, 아직도 붉은 벼락으로 이뤄진 구체의 중심에서 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전까지 현신을 지원하던 천인기와 원영기 수사들은 전부 사라져 버렸다.

아마도 재가 되어 버린 것 같았다.

내가 상황을 파악하며 주변을 둘러볼 때, 저 멀리서 작은 구름 덩어리가 보였다.

그것은 음기로 이뤄진 먹구름이었다.

먹구름은 마치 작은 고치처럼 뭔가를 둘러싸고 있었고, 얼마 후, 그 먹구름의 고치 안에서 한 사람이 나타났다.

현신이었다.

그는 피를 토해 내며, 잔뜩 충혈된 눈으로 전명훈을 노려보았다.

총연맹의 사자랍시고 근엄하게 차려입고 온 그의 옷은 전부 찢어져 누더기가 되어 있었고, 전신은 노릇노릇하게 반쯤 익어 있었다.

그리고, 현신이 나를 쳐다보며 외쳤다.

“서은현! 네놈, 나를 도와라!”

그가 잔뜩 충혈된 눈으로 악을 썼다.

“저 미치광이 학살마를 막아야 한다! 놈을 이대로 풀어 두면 곳곳을 떠돌아다니며 학살을 자행할 것이다! 지금 놈을 봉인해야 한다! 나를 도와 놈을 봉인하면, 인족 총연맹 재판에서 내가 있는 힘을 다해 네놈의 편을 들어주마!”

촤라락!

현신이 입을 열고 그의 금단에서 일곱 개의 깃발 법보를 꺼냈다.

검은색의 깃발 법보에는 하나같이 여의주를 문 흑룡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흑룡의 입에 물린 여의주를 보며 눈을 빛냈다.

여의주는 마치 광한옥과 매우 비슷하게 그려져 있었다.

“점령지에 펼쳐진 결계를 이용해서 놈을 잡는다! 협조해라, 서은현!”

“….”

나는 침음하며 전명훈을 바라보았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냐, 전명훈.’

어쩌면.

나는 이번에 창천개벽문이 아닌 금신천뢰문에 들어가야 했을지도 몰랐다.

사정이라도 알았다면.

어쩌면 나는 완전히 미쳐 버린 그를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미 전명훈은 미쳐 버렸고, 나에게는 이번 생에 지켜야 하는 이들이 생겨 버렸다.

그러니.

‘미안하다.’

우우우웅!

녀석을, 봉인해야 한다.

‘이게, 지금의 내 최선이다.’

창령성광오채대법에 의해, 내 전신이 점차 더더욱 별빛으로 물든다.

성광호체공의 힘으로 육신의 강도를 끝없이 증폭시킨다.

내 몸은 마치 우주를 형상화시킨 듯 밤하늘의 별빛처럼 변화하였다.

그리고 단전에서는 오채색의 빛이, 양 주먹에서는 푸른 빛이 맴돌았다.

부우웅!

[전명훈을 붙들어 놓겠소, 그사이에 움직이시오!]

얄궂게도, 나를 잡으러 온 현신은 미쳐 버린 전명훈을 상대로 합작을 시작했다.

부웅, 붕, 붕, 붕!

나는 무형검을 꺼내 들었다.

‘진짜 번개의 속도는 아니다.’

전명훈이 쏘아 내는 붉은 벼락은, 위력은 출중할지언정 진짜 천뢰의 속도에 비하면 한참 느렸다.

내가 눈으로 보고 피할 수 있을 정도.

그리고 피할 수 있다는 것은.

부웅!

슈칵!

가장 약한 점을 향해 정확히 검을 내질러 베어 낼 수 있다는 뜻!

쿠릉, 쿠르르릉!

벼락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지며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나를 향해 쇄도한다.

하나, 예측하기 힘들게 변화하는 것은 무형검 역시 마찬가지.

나는 무형검을 앞으로 뻗었다.

무형검도 역시 기괴하게 변화하며 전명훈의 벼락에 맞섰다.

녀석이 뻗어내는 벼락 한 줄기 한 줄기가 그대로 공간을 베어 낼 정도.

하지만 계위를 넘어서는 눈을 얻어 낸 내게는, 공간을 베어 내는 것은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

‘기(氣)의 계위가 이루는 공간….’

천지만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결국 계위에 의해 결정된다.

이 세상의 물질이란 것.

형이하학의 모든 것은 기(氣)의 계위에 밑바닥에 존재하는 낮은 차원의 영기!

그리고 그러한 영기들이 얼기설기 엮이며, 이 세상의 공간을 형성한다.

원영기에 이른 내 눈에 공간을 구성하는 기운들이 보였다.

원영기들은 어떻게 공간을 자르고 공간 이동을 하는 게 가능한가.

부웅!

나는 무형검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공간을 이루는 계위의 영기를 베어 내며 전명훈의 번개를 마주 베어 냈다.

본래 원영기는 공간을 이루는 기의 계위를 볼 수 있을 뿐이지, 그것에 손을 대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자유자재로 공간을 베고 허공간에 진입해 공간 이동을 하는 것은 오직 천인기 이상의 특권이었다.

하나, 계위를 넘나들며 자유자재로 베어 내는 내 무형검과, 원영기의 눈이 합쳐지며 나는 천인기 수사처럼 자유자재로 공간을 넘나들며 전명훈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있었다.

쿠르르릉!

점차 녀석의 기운이 강해진다.

그리고, 다시금 녀석의 등에서 여섯 개의 깃발이 돋아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차례대로 깃발이 뽑히지 않았다.

콰릉!

한 번에 모든 깃발이 뽑혀 나간다.

우우웅!

동시에, 녀석의 주변을 뒤덮은 붉은 벼락이 형상을 변화시키기 시작하였다.

벼락이 형을 갖추며, 거인(巨人)의 모습으로 변화하였다.

그것은 마치 뇌신(雷神)과도 같아 보였다.

험상궂은 형상을 한 뇌신이 팔을 하늘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뇌신의 어깻죽지가 늘어나며 뇌신의 팔이 한 쌍 더 돋아난다.

한 쌍 더 돋아난 뇌신은 한 쌍의 팔을 양쪽으로 벌렸다.

그리고 다시금 뇌신의 어깻죽지에서 한 쌍의 팔이 더 돋아났다.

이번에 돋아난 팔은 앞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육비(六譬)의 형상으로 변한 뇌신의 손에, 각각의 깃발들이 잡혔다.

오오오오오!

뇌신이 포효하였다.

그와 동시에, 하늘이 붉게 물들며 천지가 뒤흔들렸다.

쿠구구구구!

뇌신이 주변의 뇌력을 흡수하며 점차 크기를 키웠다.

뇌신의 손에 잡힌 깃발들 역시 점차 거대해져 갔다.

얼마 후 약 700장 크기만큼 거대해진 뇌신이 나를 내려다본다.

찌릿, 찌릿….

천지간에 뇌기가 가득 차, 움직일 때마다 정전기가 전신에 따끔거렸다.

나는 뇌신의 붉은 안광을 보며 말했다.

“…미안하다, 전명훈.”

나는 기수식을 잡았다.

“괴물이 되도록 내버려 두어서.”

쿠르르릉!

뇌신이 포효하며 깃발을 휘둘렀다.

여섯 개의 팔이 깃발을 휘두를 때마다 형형색색의 벼락들이 나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우리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인족 총연맹 총좌, 천인도.

그곳의 중심, 합체기 태수들이 머무르는 천인도 천부산(天缶山).

천부산에 있는 일곱 개의 동부(洞府: 수도자들의 거처, 주로 동굴을 파서 만들어 냄).

그중 한 곳에서 흰빛이 뿜어졌다.

얼마 후, 흰빛은 천부산의 정상으로 날아 올라가, 정상에 있는 작은 진법 한 곳에 내려앉았다.

우우웅!

진법이 발동되자, 흰빛은 그대로 한 남자의 인영으로 변해 진법의 한 곳에 자리를 잡았고, 얼마 후 진법 위로 6인의 희미한 인영이 떠올랐다.

[위 수사, 무슨 일로 태수회를 소집하셨소?]

인영 중 한 명이 흰빛의 인영, 위령선을 향해 물었다.

위령선의 인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일전, 인족 배신 혐의가 걸린 마계 8차 점령지 임시 총독 서은현을 체포하려 감찰관을 보냈고, 그 감찰관이 금신천뢰문의 생존자 전명훈에게 잡혀 죽어 다시금 현신을 보내어 잡아 오게 했습니다.]

[현신이라면, 흑린어령문에서 가장 선수 혈통을 진하게 타고난 자 아니오?]

[과잉 전력을 보냈군.]

[천인기 수준에서 고대 선수의 힘을 빌어 사축기 중기 최고봉의 힘을 낼 수 있는 아이일진대….]

[서은현과 전명훈이 둘 다 사축기 급의 전력이라 할지라도, 파악된 바로는 서은현은 사축기에 턱걸이할 정도. 그리고 전명훈은 짧은 시간 동안만 폭발적으로 사축기 중기의 힘을 낼 수 있는 자가 아니오? 하루 동안은 안정적으로 사축기 중기 최고봉의 힘을 낼 수 있는 현신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겠지.]

합체기 태수들의 말에, 위령선은 잠시 침음성을 흘리다가 말했다.

[마계 정벌군 총군사 현운에게서 방금 연락이 왔습니다. 그의 사형인 현신의 죽음을 느꼈다더군요.]

[뭣…! 그게 무슨…!? 현운이 잘못 느낀 게 아니오?]

[시운도에 있는 제 분신을 시켜 방금 명적도 확인했습니다. 현신의 명적이 스러졌습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전명훈과 서은현이 사축기 중기를 넘어선 전력이라고?]

위령선이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현운에게서 온 전언으로 파악해 보아, 대강 이런 상황이라 하더군요.

전명훈이 감당할 수 없는 폭주를 시작해, 현신은 서은현과 잠시 손을 잡고 8차 점령지의 결계를 이용, 전명훈을 봉인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전명훈에게 치명상을 입고 사상원영의 비술마저 전부 흩어졌고, 현신은 현운에게 일의 경과를 비술을 써서 알린 후 사망했다고 합니다.]

[….]

[…서은현이 문제가 아니었군. 전명훈이란 녀석이 제일 문제였어….]

[이 무슨 어이없는, 선수 혈통을 타고난 이도 아닌 이들이 원영기의 경지에서 사축기 급 수사를 죽여…? 안 그래도 흑린어령문의 수사들은 생존에 특화된 이들인데…?]

잠시 태수회에 모인 태수들 사이에 침묵이 맴돌았다.

[…둘 다 하나같이 엄청난 인재들인 건 맞군.]

[이번 일만 아니었다면 인족을 이끌어 나갈 태수에 도달했을지도 모르는 일일진대….]

태수들의 사이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하필이면 흑린어령문의 현씨 제자를 죽였단 말인가….]

[흑룡왕 현음이 극대노할 거요.]

[극대노는 무슨, 화난 척하면서 인족의 일에 간섭하려 하는 거겠지.]

[뭐가 됐든 그자에게 빌미를 줬다는 게 중요하오!]

[빌어먹을, 선수의 직계(直系)가 광분한 척 쳐들어가서 전명훈을 죽여 버리고, 그를 빌미로 서은현까지 죽이겠군.]

[인족의 인재들을 이 기회에 죽여 버리고, 마계 합체기 태수들을 막아 낸 후 그걸 빌미로 이번에 인족이 점령한 점령지 대부분을 흑룡족으로 뺏어갈 터요!]

합체기 태수들은 하나같이 침음성을 흘렸다.

[곳곳에서 난리군. 인족 출신 괴군이 각 종족을 헤집고 멸망시키고 다니면서 인족의 위신이 땅에 처박혔고… 야심차게 준비한 마계 침공은 제대로 힘도 못 쓰고, 그나마도 점령한 점령지는 흑룡족에게 대부분 뺏길 예정인 데에다 합체기 태수인 우리들이 하나같이 치명상을 입어 동부를 벗어나기도 힘든 상황이니….]

[이렇게 된 것, 계멸천공진 계획이나 제대로 시행해서, 아무도 이득을 보지 못하게 마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기나 합시다.]

[맞소, 어차피 전명훈 그 빌어먹을 놈에 의해 4차 점령지까지 전부 쑥대밭이 되었으니, 이리된 것 그냥 4차 점령지를 광한계로 편입시키지 않고 그대로 천공진을 폭발시키면….]

[흑룡족도 큰 이득을 얻진 못할 거요.]

[이렇게 된 거, 모두가 같이 망할 수밖에!]

그들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의견을 나눴다.

태수들의 회의는 며칠간 이어졌다.

그렇게 며칠 후.

태수들의 태수회가 열리는 천부산의 정상,

그곳으로 총연맹의 사축기 수사 중 한 명이 올라왔다.

“태수들께 보고 올립니다, 진마계의 입구에, 흑룡왕 현음께서 도착하시어, 진마계 입구를 장악한 총연맹 사자에게 통행 허가를 요구하고 계시다 합니다.”

[결국 도착했군, 늙은이….]

회의를 이어 나가던 합체기 태수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통과시켜 주어라. 늙은이가 설치는 건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 진마계 합체기들을 막아 줄 자는 그 늙은이가 유일하니 어쩔 수 없지.]

위령선이 혀를 차며 사축기 수사를 향해 말하였다.

[그리고, 늙은이가 8차 점령지에서 제 후손 복수를 한 후 최전선으로 향하면, 즉시 계멸천공진을 발동시키라 전해라.]

그의 눈이 섬뜩하게 물들었다.

[어차피 이리된 것, 누구도 이득을 보지 않는 게 좋겠지. 계멸천공진을 발동시킨 후, 흑룡왕이 돌아와서 항의하지 못하도록 진마계의 입구는 닫아 버리도록.]

그렇게, 인족 총연맹 태수회에서 인마대전의 끝을 알리는 명령이 내려졌다.

* * *

인족 구역 내 진마계의 입구.

그곳의 앞에서, 흑포를 입은 창백한 안색의 장년인이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장년인의 이마에는 흑청색의 작은 사슴뿔이 한 쌍 돋아나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사축기 경지의 총연맹의 사자가 쩔쩔매며 서 있었다.

“통행 허가는 도대체 언제 도착하는 거냐, 너희 인족은 굼벵이가 진화해서 태어난 종족인 거냐.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는군.”

“흐, 흑룡왕께 정말 송구합니다만…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아까부터 조금만 조금만 조금만 계속 반복하면서 기다리라고 하는데, 도대체 그 조금만이 언제까지 반복되는 거냐.”

“그것이….”

“내 후손인 현신이 뒈져서 지금 매우 불쾌한데도, 너희 인족 놈들을 향한 최소한의 존중으로 통행 허가를 기다리는 건데, 그마저도 이따위로 늦게 늦게 처리하면 내 기분이 어떻겠나?”

“그것이….”

그때였다.

우우웅!

사축기 수사의 허리춤에 있는 옥패에서 밝은 빛이 나왔다.

사축기 수사는 황급히 옥패를 미간에 가져다 대었다.

얼마 후 옥패를 통해 전해진 뜻을 읽은 그의 얼굴이 환해졌다.

“허, 허가가 났습니다! 흑룡왕께선 이제 들어가셔도 무방하십니다!”

“흠, 이제 허가가 났다는 말이지?”

“예, 예!”

“그래… 아 그나저나, 혹 진마계 입구 측에는 위령선 놈이 분신을 안 파견해 놨느냐?”

“아, 예, 그렇습니다. 위 태수님께서는 슬슬 분신을 줄이시고, 총연맹 휘하의 수사들에게 인족의 관리를 맡기시….”

“그렇군. 그럼 마계 입구에서 인족 총연맹과 직접 연락할 수 있는 책임자는 누가 있지?”

“아 바로 제가 인족 총연맹과 직속으로 연락할 수 있는 총책임자입니다! 저 말고는 아무도 인족 총연맹과 직접 연락을 할 수….”

“그렇다면.”

흑룡왕 현음은 사축기 수사를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너만 죽이면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인족 총연맹은 모른다는 거로구나.”

“…예?”

콰드득!

“끄어어억!”

흑룡왕은 사축기 수사가 반응할 틈도 없이 움직여, 그의 목을 잡고 들어 올렸다.

“끄륵, 끄르르륵!”

사축기 수사의 칠공에서 피가 뿜어졌다.

그의 전신의 혈맥이 꿈틀거리며, 전신의 피가 사방으로 튀기 시작했다.

“무, 무슨 짓을….”

“안타깝게도, 흑룡왕 현음이 진마계로 넘어간 직후 진마계 입구 쪽에 우연찮게도 운석이 떨어져서 자네들은 전멸할 예정이라네. 선량한 흑룡왕은 인족 총연맹 태수회의 허가를 받고 합법적으로 진마계로 넘어갔고, 진마계 입구에 운석이 떨어진 불운한 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 정말 슬픈 일이지만 선량한 흑룡왕은 애도를 표하는 것 외엔 손쓸 방도가 없었다네. 잘 알겠지?”

쿠구구구구구!

진마계의 입구.

그곳의 위로, 천공에 거대한 흑수(黑水)가 뭉쳤다.

쿠구구구구!

흑수가 그곳으로 떨어졌다.

진마계에 입구에 주둔하고 있던 인족의 군대가 하늘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흐, 흐아아아아! 저게 뭐야!”

“흐, 흑룡왕이다! 흑룡왕이 우리를 죽이려 한다!”

“도망쳐! 인족 총연맹에 알려야 한다!”

수많은 천인기, 원영기 수사들이 비둔술을 펼치며 날아갔다.

그러나 비둔술을 펼치며 날아가던 천인기 수사 중 한 명은 뭔가 기이한 것을 느꼈다.

‘어? 잠깐, 진마계 입구 근처 주둔지가… 이렇게 넓었었나?’

우우우웅!

천인기 수사가 의아한 듯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는 주둔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왜, 왜?’

파아아앗!

그가 잠시 허공에 멈춰섰다가 다시금 비둔술을 썼다.

그러나 얼마 후.

천인기 수사는 다시금 똑같은 자리에 도착했다.

“뭣? 잠깐… 여기는 방금 왔던 곳인데?”

그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고? 이건….”

그 말고 다른 천인기, 원영기 수사들도 계위를 직시하며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경악하였다.

“고, 공간이 휘어졌다!”

“빌어먹을! 이곳에 갇혔어!”

그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던 흑룡왕은 잡고 있던 사축기 총연맹의 사자를 쥐어 터트렸다.

퍼엉!

그의 손짓에, 총연맹의 사자의 전신에 있던 수분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폭발했고, 도망치려던 그의 원영은 흑룡왕의 손에 잡혀 으스러졌다.

와지직!

사축기 사자의 원영을 으스러트린 흑룡왕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안타깝다는 듯이 읊조렸다.

“가엾게도 흑룡왕이 진마계로 넘어간 후에 운석이 떨어진지라 진마계 입구 주둔 인족군은 뭘 할 틈새도 없이 전부 전멸하다니, 너무 슬픈 일이로군. 본 왕은 전멸한 인족군에게 애도를 표하겠네.”

말을 마친 흑룡왕 현음은 진마계의 입구로 걸어 들어갔다.

쿠구구구구!

그의 뒤쪽에서, 그가 소환한 흑수가 대지에 떨어지며 수많은 비명이 울렸다.

그리고 흑룡왕이 손을 쥐자, 오행이 변화하며 그가 떨어뜨린 흑수가 거대한 암석으로 변화하였다.

차원문을 넘어 진마계에 도착한 흑룡왕이 비릿하게 웃었다.

“썩어빠진 인족 놈들 같으니, 네놈들에게 한두 번 뒤통수를 맞는 줄 아느냐. 인족 놈들의 인성이면 내가 진마계로 넘어가는 즉시 진마계 입구를 닫아 버리겠지. 먼저 뒤통수를 맞기 전에 뒤통수를 쳐 버리는 게 인족을 상대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니, 이해하시게나.”

그가 진마계의 허공으로 떠오르며 결인을 맺었다.

“자. 그럼, 혈음계 존자의 존안이나 한번 볼까?”

쿠구구구구!

흑룡왕의 주변으로 기이한 음기가 맴돌았다.

우우우웅!

그의 등 뒤로 네 개의 원영이 떠올랐다.

원영들은 공간 균열을 만들었고, 그 공간 균열 너머로 어쩐지 시뻘건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흑룡왕 현음의 이름으로 청하니, 혈음계의 존자시여. 인족이 마계에 자행한 대학살과 악덕을 양분 삼아, 부디 그 존체를 드러내소서.]

쿠구구구구!

현음은 야심 차게 웃으며 주문을 외웠다.

[인족에게 학살당하고, 착취당하고, 잡아먹힌 수억에 달하는 마족들의 원령을 감히 대변하여 말씀 올리나이다.]

우우우웅!

현음의 뒤편에서 뻗어 나온 핏빛 광채가, 대지에 내리꽂혔다.

그리고 인족의 점령지 전체를 물들이기 시작하였다.

[오소서, 위대하신 존자의 본신이시여!]

인류가 자행한 무수한 악덕이 쌓인 대지.

약자들을 착취하고 학대해 온 모든 인족 점령지의 용맥에, 적색의 빛이 맴돌았다.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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