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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7

#167

그 시각 서쪽에선 (3)

사건의 중심에 있던 디아나가 누군가에게 아는 척을 하자 그곳에 있던 이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한곳으로 돌아갔다.

주변을 둘러싸고 웅성거리던 구경꾼들 틈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로브를 뒤집어쓴 장신의 사내에게로.

그리고 그에 영향을 받은 것은 가게를 뒤집어 놓던 사내들 쪽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먼저 그의 접근을 발견한 덩치 큰 남성이 콧김을 뿜으며 성큼성큼 다가갔다.

“당신 뭐야? 저 아저씨네랑 지인이라도 되는 모양인데, 우린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고 있으니···.”

그렇지 않아도 험상궂은 얼굴을 더욱 일그러뜨리며 위협적으로 으르렁거리는 덩치.

하지만 하인즈는 그 말에 대꾸도 없이 조용히 로브의 후드를 뒤로 젖혔다.

그러자 사르륵 흩어지는 비단 같은 검은 머릿결과 창백하리만큼 흰 피부가 밖으로 드러나며···.

날카로운 눈매 안에 담긴, 루비처럼 빛나는 핏빛 눈동자가 눈앞의 사내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러니···. 어, 그러니까···.”

한순간에 덮쳐오는 알 수 없는 위압감에 덩치가 저도 모르게 말을 절며 침을 꿀꺽 삼켰다.

하인즈는 앞으로 나서기 위해 존재감만 드러냈을 뿐 여전히 기세는 「존재부정」으로 감춘 상태였으나, 은연중에 나타난 격의 차이만으로도 좌중을 압도하기에는 충분했다.

농담이 아니라 이제 그는 의지만으로도 이 자리의 모두를 죽일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묘한 분위기에 분주하게 움직이던 나머지 사내들도 하나둘 다가오기 시작했다.

“뭐야? 무슨 일··· 어, 설마 귀족?”

“어— 어? 그, 그런가?”

동료의 말에 덩치는 그제야 저도 모르게 쫀 이유를 납득하고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하인즈의 고귀한 분위기는 누가 봐도 높으신 분이었고, 자세히 보니 수수해 보이는 로브도 최고급 재료로 만들어진 명품이 분명했다.

고작 건달에 불과한 그로선 당연히 본능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대이지 않은가.

“흠흠, 그··· 나리? 혹시 오해가 있으실까 봐 드리는 말입니다만, 저희는 정식으로 관청의 허가를 받고 일하는 중입니다.”

“저희가 돈을 빌려줬는데 그걸 제때 돌려받지 못했습죠. 예예.”

“저쪽에 있는 경비병들에게 확인해 보시면··· 어? 뭐야? 다 어디 갔어?”

아직 상대의 신분을 확실히 확인한 것도 아니건만, 심상치 않은 상황을 감지한 생존본능은 곧바로 그들을 저자세로 만들었다.

웅성웅성—

그들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구경하는 이들 중에서도 하나둘 자리를 피하는 이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괜히 옆에 있다가 불똥 맞을 수도 있는 게 권력자의 변덕이라는 것이었으니.

“흐음.”

그 찬물을 끼얹은 듯한 분위기 속에서 차가운 눈으로 건달들을 바라보던 하인즈는 천천히 손을 품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밖으로 꺼낸 그의 손에 들린···.

쩔그렁—!

묵직한 돈주머니가 바닥과 충돌하며, 요란한 금속음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사내들 앞의 땅에 떨어진 주머니로 향했다.

“지금 들고 있는 것들, 전부 제자리에 갖다 놓고 꺼져라.”

그 말에 주머니와 가장 가까이 있던 사내가 조심스럽게 주머니를 집어 들고 안을 확인한 직후.

삽시간에 눈이 커다래진 그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 대수롭지 않게 던져진 주머니 안은 온통 금화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들이 빌려줬던 금액··· 아니, 거기서 한껏 부풀린 이자까지 포함해도 몇 배가 넘는 금액이.

이런 돈을 아무렇지 않게 던져 버릴 정도라니, 뒤쪽에서 그것을 확인한 일행들의 눈에 탐욕이 일렁거렸다.

그들은 저들끼리 시선을 맞추고는 슬쩍 하인즈를 바라보다가···.

“아이고~ 감사합니다, 나으리. 사실 저희도 현금으로 받을 수 있으면 번거롭지도 않고 더 좋지요!”

“아, 그 말대로입죠. 뭣들 해? 얼른 제자리에 갖다 두자고!”

···곧바로 꼬리를 내리고 다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저 가만히 있음에도 사방을 압도하는 분위기와 화려한 외모, 비싼 옷차림, 적선하듯 던진 금화 주머니.

고작 건달인 그들이 괜한 욕심으로 이런 상대에게 함부로 수작을 부리다간 가랑이가 찢어지는 수가 있었다.

우당탕— 와르르!

그렇게 갑작스레 변한 상황에 디아나 가족이 어리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순식간에 대충 정리를 끝마친 사내들이 어색한 미소와 함께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나리. 저희야 받지 못한 돈 때문에 온 거였으니까요. 그치?”

“그, 그렇고말고~ 우리가 강도도 아니고! 다 정당한 대가를 받는 거니까.”

“크흠— 거기 아저씨? 다음엔 이자 좀 더 줄여 줄 테니까, 앞으로도 자주 이용해 달라고?”

그들은 언제 소란을 피웠냐는 듯, 돈주머니를 챙긴 채 부리나케 뒷골목 쪽으로 사라졌다.

뜻밖의 소득에 희희낙락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으로.

하지만.

‘당연히 그냥 보내 줄 생각은 없지.’

그들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하인즈는 슬쩍 고개를 들어 한 건물의 옥상에 눈을 맞추고는, 놈들이 사라진 쪽을 향해 가볍게 턱을 까딱였다.

스스슥—

그리고 그와 동시에.

도시를 지배하는 검은 그림자들이 은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저런 놈들에게까지 막 베풀 정도로 자비로운 성격이 아니었다.

***

“감, 감사··· 감사합니다. 크흡!”

“아이고,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아저씨!”

“흐아앙—!”

이후 상황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한바탕 울음바다가 되어 소란이 일고, 제법 시간이 지나고서야 겨우 그들을 진정시켜 어질러진 가게를 정리하게 한 하인즈는 곧바로 조용한 골목길로 향했다.

은밀하게 따로 지시했던 내용에 대해 보고받기 위해서.

“로드, 1차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갑작스러운 로드의 방문에 긴장하고 있던 도시의 뱀파이어들이 이번 일에 총동원되어 전력으로 나선 덕분에 일의 전말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사실상 그 건달 놈들부터 족치면서 꼬리를 잡고 올라가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역시, 뭔가 이상하다 싶더니.’

그리고 그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라피에게선 딱히 병자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단 말이지. ···차라리 중독이라면 모를까.’

어린아이가 독성 있는 무언가를 먹었다는 것까진 부주의로 그랬다 치더라도, 그것을 ‘위독한 병’이라고 하면서 큰돈을 요구했다는 것은 부자연스러웠다.

거기에 그 말에 곧바로 돈을 마련하려 돌아다닐 정도라면, 그 진료에 대한 신뢰를 보증할 누군가도 있었다는 뜻.

‘그런데 그게 다 함정이었단 말이지? ···그것도, 어린애에게 독까지 먹여 가면서?’

그리고 라피에게 직접 손을 쓰고, 미리 매수한 치료사를 소개해 줬으며, 끝내 사채꾼들까지 연결한 주모자가 바로—.

디아나와 교습소에서 만난 이후 그녀에게 따로 회계를 알려주고 있다던 교육 강사였다.

“흐— 내 구역에서 잘도 이런 짓을.”

당연히 뱀파이어들은 이미 그 치료사와 강사, 그리고 관청의 공무원까지 모두 잡아들여 심문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런 부조리한 일이 비단 이번 한 번만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알게 모르게 곳곳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문제일 터.

‘사실 지구에서도 마찬가지겠지.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어 한스가 강력범을 사냥하듯 간단히 해결할 수도 없고.’

많은 이들이 하회탈을 찬양하지만 그는 신이 아니었다.

불합리한 폭력을 휘두르는 범죄자들이야 충분히 처리해 줄 수 있으나, 사회에서의 복잡한 문제는 그들이 스스로 만든 법과 제도를 이용해 이겨내는 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이곳, 탈리아 왕국은 다르지.’

따지고 보면 일개 자경단에 불과한 지구에서와는 달리, 그는 이곳의 실질적인 통치자였다.

이미 모든 결정권을 박탈당한 왕과 귀족들은 허수아비에 불과할 뿐, 최종 결정권자이자 지배자는 바로 ‘하이브리드’의 수장인 하인즈 2세였던 것이다.

그 때문에 그간 뱀파이어의 양지화를 준비하며 통치 방법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피의 수급.

아무리 뱀파이어들이 하인즈의 휘하로 들어왔다고는 해도 종족상의 한계로 흡혈은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

‘당장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또 혈문 등의 술법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다량의 혈액 확보는 필수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각 도시의 범죄자들을 혈액 공급원으로 삼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까지도 그러고 있었으나, 이번 일을 겪고 나니 좀 더 체계적이면서 대대적으로 시행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또 지구에서 이미 경험해 봐서 잘 알지만 범죄자란 도저히 없어질 수 없는 존재지.’

이것이야말로 서로에게 좋은 윈윈이자 최선의 공존법이었다.

물론 범죄자들에게는 지옥이나 다름없겠지만, 그는 언제나 그렇듯 놈들의 인권 따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생각을 정리하며 다시 식료품점으로 향했다.

디아나를 곁에 두고 지켜보기로 한 이상, 일단 그녀와 좀 더 대화를 나눠볼 필요가 있었다.

“아, 오셨어요. 아저씨!”

“디아나. 잠깐 나랑 얘기 좀 할까?”

그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일가족 사이에서 그녀만 따로 불러낸 후, 자신이 파악한 정보들과 그 수작을 부린 놈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넌지시 알려주었다.

그녀는 하인즈가 뱀파이어란 것도 이미 알고 있는 데다, 그 반응을 살펴보고 성향을 좀 더 파악해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가 꺼낸 이야기에 디아나는 놈들의 처우에는 딱히 관심도 두지 않고 자신을 탓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다 제 잘못이에요. 아이들에게 과하게 접근할 때부터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거기다 이후에 애들에게 맛있는 걸 많이 사다 주고 해서 그만 마음을 놓아 버렸어요···. 또 라피가 아플 때도 이상한 냄새를 느끼긴 했는데, 제가 멍청해서···. 우으···.”

사실 아무리 코가 좋다고 해도 식료품점에서 일하는 14세 소녀가 독의 냄새를 맡는다고 그 정체를 알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애초에 강사와 인연이 닿았던 계기가 자신이었다는 것과, 그가 라피에게 접근해 수작을 부릴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 그리고 그 이후에 이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에 강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후 가세가 기울어 갈 때도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언제나 죄인 같은 심정으로 메말라가고 있던 디아나였다.

괜히 주제넘은 배움에 욕심을 부린 자신 때문에 그들이 화를 입었다는 생각에.

하인즈는 이후 훌쩍이기 시작하는 디아나의 머리를 가볍게 토닥여주며 고개를 모로 살짝 비틀었다.

‘흐음, 놈들에 대한 분노든 거부감이든 표출할 줄 알았는데. 무관심인 건가?’

하인즈가 범인들을 처리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아예 그들에 대해서는 신경을 꺼 버린 것 같았다.

그가 어련히 알아서 잘했겠냐는 믿음에서 기반 된 반응.

“···훌쩍. 돈은 어떻게든 갚을게요. 적은 액수도 아닐 텐데. 괜히 제가 멍청해서 또 신세를 지고 말았네요···.”

“회계와 상법을 공부 중이라고?”

디아나가 억지로 눈물을 삼키며 입을 열었지만 하인즈는 그 말은 무시하고 딴소리만 내뱉었다.

“네? 네···. 그게 이 일의 원인이었죠.”

“그럼 내 밑에서 일하면서 빚을 갚을 생각 없나?”

어차피 곁에 두려고 했는데, 그게 믿음도 있고 유용한 인재라면 더할 나위 없는 일이다.

쓸만한 일꾼은 언제나 환영이었으니.

“어···.”

하인즈의 제안에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입만 뻐끔거렸다.

물론 거기에 대한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애초에 그걸 목표로 배움을 이어가던 것이 아닌가?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네가 내 밑에서 일한다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거지.”

“그건 당연한 일이죠! 각오하고 있었어요.”

“원한다면 가족들도 함께 그곳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지.”

“···한번 이야기해 볼게요. 이번에 돈을 빌리면서 상당히 험한 꼴을 많이 보셔서, 오히려 다른 곳에 가는 걸 원하실 것 같기도 하고···.”

서로의 이해가 일치했던 만큼 이야기는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그러던 중 디아나가 문득 궁금하다는 듯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어디로 가게 되나요? 역시 수도 탈라리아인가요?”

그녀는 살짝 들뜬 듯한 모습으로 눈을 빛냈다.

원래 한 나라의 수도란 국가 번영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곳이었으니, 아직 나이도 어린 디아나가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그 장소에 막연한 동경을 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하인즈의 대답은 그녀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으니···.

“일단 수도에 한 번 들르긴 하겠다만, 그곳이 최종 목적지는 아니지.”

“네? 그럼 어디서···.”

디아나의 의아한 얼굴을 보며 그가 희미하게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툴크 왕국, 타라크 시.”

“네에?!”

다른 지역으로의 이주가 아닌, 다른 나라로의 이민.

물론 타국으로 가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걱정할 건 없었다.

어차피 복잡한 절차는 아랫것들이 알아서 다 처리해 줄 테니까.

원래 권력이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였다.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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