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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8

168화 아리아나 후 아크바르

타이베이의 미려화백락원.

거대한 쇼핑센터와 타이베이의 아름다운 시내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이곳은 쌍십절을 맞이해 손님들을 가득 끌어모으고 있었다.

“엄마~ 나 저거 사줘!”

평소라면 백화점의 비싼 물건이 부담스럽지만, 이런 날이라면 아이가 원하는 비싼 장난감에도 부모의 지갑이 열린다.

쇼핑몰은 그런 부모들을 위해 특별 행사를 열고 상품권을 미끼로 내놓아 더 많은 인파를 자신들의 쇼핑몰로 유도했다.

평소보다 씀씀이가 헤퍼지는 연휴기간의 피날레. 아이의 장난감과 명품 핸드백을 구입하곤 기분 좋게 차를 마시고 있는 슈에리 씨는 인파 속에서 수상쩍은 코스프레를 한 이들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쌍십절을 맞이해 코스프레를 하고 거리를 행진하는 이들인가 싶었지만, 그중 한 명이 점차 자신이 있는 찻집으로 다가오면서 그 기이한 행색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깔끔한 하얀 로브··· 복부만 불룩하다.

그것이 중앙아시아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였다.

에이, 설마.

불안한 직감은 찻집 한가운데까지 들어온 사내를 보고 점점 현실로 드러나고 있었다.

“신이시여.”

중얼거리는 그 한 마디로 직감했다.

‘어째서? 왜? 우리 대만에 대체 왜?’

연신 반복되는 ‘왜’. 하지만 남자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의 입술에서 나온 건 비참한 구걸이었다.

“제발······.”

이러지 말아달라. 우리가 뭘 잘못했느냐. 아이들만큼은······.

많은 절박함이 함축된 ‘제발’이었다. 하지만 슈에리 씨는 폭탄 스위치를 든 사내가 싱긋 웃으며 꺼낸 한 마디에 모든 희망을 버렸다.

“신들이 그것을 원하시기에.”

한치의 망설임도, 죄책감도 없는 평온한 목소리. 자신이 순례자의 길을 걷고 있다 확신하는 광신의 눈동자.

“엄마?”

새로 산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딸아이가 엄마의 이상함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었다.

“메이링, 엄마가 사랑한단다!”

슈에리 씨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아이를 안고 조금이라도 덜 아프길 바랄 뿐이었다.

-삑!

콰아아아아아앙!

여기저기서 폭발이 일어났다.

-콰앙! 콰아앙! 콰콰아아아앙!

그리고 그 소리는 대만 전역에서 울려 퍼졌다. 즐거운 축제로 인구가 몰린 사방팔방에서 터지는 폭음들이 환호를 비명으로 바꾸어 나간다.

대만 전역이 ‘하얀 안개’로 번들거릴 정도였다.

“흐윽···!”

슈에리 씨는 딸 메이링을 안은 채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생각했던 고통이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가 목격한 건 자욱한 하얀 안개.

“독가스?”

테러의 방법이 꼭 폭탄만 있는 건 아니다. 독가스를 통한 생화학 테러도 드물지만 있기는 했다.

“엄마~ 예쁘다!”

“메이링! 숨 쉬면 안 돼!”

황급히 딸과 자신의 입을 막은 슈에리 씨였지만, 이내 주변에서 갑작스런 가스 테러에 반응하지 못하고 숨을 들이키고 만 이들을 보았다.

‘저 사람 죽을 거야!’

난리 속에서 안타까움은 뒤로하고 슈에리 씨는 방독면을 찾았다. 쇼핑몰 같은 커다란 시설에는 방독면 마스크가 있다는 말을 들은 것도 같다.

하지만 평소 비상탈출로나 방독면 위치를 숙지하지 않는 일반인이 방독면 마스크를 찾기란 요원한 일이었고, 결국 숨을 찾지 못한 아이가 숨을 들이키고 말았다.

“콜록···!”

“메이링! 안 돼!”

끝이다! 숨을 들이키고 말았어!

그리고 그건 딸을 만류하기 위해 소리를 친 슈에리 씨도 마찬가지였다.

“응?”

이상하다.

아프지 않다.

슈에리 씨는 어린 시절부터 본토인들의 공습과 화학전을 대비해 기초적인 피난 대처를 배운 세대였다.

화학전의 경우 가스를 기도로 삼키는 순간, 즉각적인 반응이 온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쇼핑몰의 그 누구도 다치지 않았어?’

“크, 크르아아악···!”

그때였다. 슈에리 씨는 중간중간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황급히 그를 향해 달려갔다.

“괘, 괜찮으세요?”

그의 증세는 영상에서 봤던 독가스 노출자 그 자체였다. 어째서 그만 이리 다친 건지는 몰라도 서둘러 병원에 데려가야──

“히익···!”

순간, 괴로워하는 이와 마주친 슈에리 씨는 기겁하며 물러섰다. 그가··· 아무리 보아도 인간의 형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독가스로 피부 발진이 일어났다기엔 너무나 흉측한, 마치 ‘악마’ 같은 끔찍한 얼굴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키야아악···!”

“꺄아아악!”

악마 같은 몰골의 괴물이 슈에리 씨를 덮치려는 순간이었다. 꽝! 하고 무언가가 그를 후려쳤다.

“물러나십시오.”

“가, 감사···?”

슈에리 씨는 그가 방금 전 자신과 눈이 마주친 테러리스트라는 걸 알아챘다.

이 하얀 안개 속에서 당황하지 않고 갑옷과 냉병기로 무장한 그는 ‘악마’를 향해 외쳤다.

“신께서 우리를 보우하시리라.”

그리고 무장한 이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사방에서 몰려드는 하얀 갑주의 테러리스트들.

“크르르···! 네놈드으을···!”

순식간에 포위된 악마는 대체 어떻게, 라는 표정이었다.

“신성 가스에 직격하고도 살아있다니, 제법 급이 높은 악마인듯하군요.”

“허나, 두려울 것 없습니다, 형제자매들이여. 악종들은 신의 이름하에 소멸할 것이니.”

“죽음을 무릎 쓰고 악을 쓰러뜨리십시오! 신들께서 순교한 동지들을를 낙원으로 인도하실 겁니다!”

“신들이 이를 원하시기에!”

“”신들이 이를 원하시기에···!!””

사방에서 몰려든 광신도들이 약화된 악마를 때려눕혔다.

다구리도 이런 다구리가 없었다.

* * * *

테러리스트가 국빈들이 모인 연회장을 습격했다.

S급 헌터인 란팡은 단번에 제압당했고, 남은 길드원들마저 폭탄 조끼를 들이민 테러리스트들 앞에서 움직임을 멈췄다.

“크윽···! 비겁한 놈들!”

경비로 고용된 헌터들은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테러리스트들의 전투력도 전투력이거니와 폭탄을 터뜨리면 국빈들이 위험했기 때문이다.

인질 한둘쯤은 피해를 감수한다기엔 이곳에 모인 국빈이 너무 많았다.

“워, 원하는 게 뭐냐!”

“후후, 원하는 거라······.”

테러리스트의 대장은 여전히 점잖은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다들 묶여주셔야겠습니다.”

테러리스트들은 신속하게 인질들을 포박했다. 그중에는 로마 교황청에서 파견된 추기경이나 유럽연합국의 부총리, 장관 등이 즐비어 있었고 유명 길드의 헌터들도 있었다.

“아, 그쪽 헌터 분들은 이 족쇄를 차주셔야겠습니다.”

“그, 그건······.”

마탑에서 개발한 범죄자가 된 대헌터용 마력 봉인구. 테러리스트 따위가 이런 고가의 장비를 대량으로 준비하다니?

“크윽···! 몸이 무거워!”

“치잇··· 신형인가?”

그들은 몰랐다. 실은 그것이 신의 축복을 받은 별철 족쇄이고 겉만 마탑제를 재현했을 뿐인 진짜보다 더한 가짜라는 걸.

그들은 만신전의 레온과 베아트리체에게도 다가가 족쇄를 채우려 들었따.

“그, 그그그럼··· 채우겠다.”

“아니, 이놈이?”

“채, 채우겠습니다.”

테러리스트가 반말을 까자 바로 엄한 시선이 말투를 교정한다. 사람들은 순간 레온이라면 무언가를 해주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는 왕족에 대한 무례를 용납치 않는 이였고, S급 헌터를 능가하는 초유의 무력을 소유한 자니까.

“흠, 인질들을 붙잡다니 비겁한 놈들이로고.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겠구나.”

“그러게 말이에요. 다들, 경거망동하지 말고 지시에 따르도록 하세요.”

끝이다. 만신전마저 인질들 탓에 저항하지 못했다.

그렇게 국빈들을 모두 제압한 테러리스트들은 인질들에게 명령했다.

“모두 객실에 격리한다! 빨리빨리 움직여!”

“라이온하트 폐하와 스페로 여왕님도 그···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뭔가 온도가 다른 인질 대우 속에서 인질들은 연회장의 호텔 객실에 그룹별로 격리당했다.

“들어가시지요.”

만신전 그룹이 격리된 객실에서 테러리스트 대장은 투구를 벗어 맨 얼굴을 드러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두 분 폐하. 만신전 여러분.”

테러리스트들의 대장은 한빛궁주 박용신이었다. 그는 레온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비록 명령하셨다곤 하나 옥체에 무례를 범한 것에 면목이 없습니다.”

“되었다. 일어나라.”

그 모습을 지켜보며 하리를 비롯한 네 기사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어음··· 폐하, 이게 무슨 상황인가요?”

“중간부터 눈치채긴 했는데······.”

상황을 따라가지 못 하는 네 사람. 박용신이 의기양양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대만에 도착한 뒤로 야피와 함께 한빛궁 대만지부 신도들로 전국 규모의 테러를 일으키고 폭탄 조끼를 지급했다는 것까지.

이곳에서 벌어지는 테러는 비교도 안 되는 아비규환이 바깥에서 벌어지고 있을 거라며 말이다.

“포, 폭탄 조끼요?”

“뭐, 그렇게 겁먹을 것 없습니다, 하리 신녀님. 정확히는 가스 폭탄이니까요.”

“더 심각한데요?!”

물론 진짜 독가스는 아니다. 정확히는 신성 가스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야피 경이 주조하고 폐하께서 하사하신 성수를 희석한 물건입니다. 다량을 확보하기 위해 농도가 옅어졌긴 했지만요.”

생포한 악마들에게 실험한 결과 하급 악마들은 크게 약화될 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상급 악마들조차 자신들의 둔갑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아···! 대만에 있는 악마들을 처리하기 위해서였군요!”

“바로 그렇지요.”

지금쯤 대만 전역은 난리가 났을 것이다. 여기저기서 정체가 탄로 난 악마들에 의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건 놈들의 민낯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진짜는 따로 있지.”

“네, 고위악마쯤 되면 신성 가스에도 버틸 수 있으니까요.”

베아트리체는 싱긋 웃으면서 패드를 확인했다. 야피가 보낸 각 객실의 몰래카메라 영상들이다.

“그럼 슬슬 시작하지.”

레온이 일어섰다.

조금 과격하지만, 악마사냥 시간이었다.

* * * *

쾌락과 타락의 상급 악마 돌도라드는 인질이 된 대만의 고위층들과 함께 객실에 갇혀 있었다.

“황옌페이 서장! 어떻게 좀 해보세요!”

“나보고 어쩌란 겁니까?”

“경정서장은 경찰기동대 핫라인이 있지 않습니까! 그쪽을 통해 연락을 해서 이쪽 상황을 알리면···!”

돌도라드는 당장이라도 이 멍청한 인간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지금은 대만 경정서(경찰국)의 서장을 연기해야 했다. 여기서 정체를 드러내기엔 다소 아쉽다.

“아까부터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일대에 재밍이라도 걸린 건지 전혀 연락이 안 됩니다.”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네트워크에 의존하지 않는 무전기들도 마찬가지였다.

강력한 재밍··· 그것도 군용 주파수를 무력화하는 장비가 이 주변에 있는 것이 틀림없다.

‘젠장, 타락대공께서는 어디 계신 거지?’

저 테러리스트들을 쓸어버리는 건 어렵지 않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지금 둔갑을 풀고 놈들을 쓸어버린다면 이곳에 있는 모두를 살인멸구해야 한다.

타락대공이 들인 공을 대악마조차 아닌 자신이 판단해 무너뜨리는 것은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일단 어떻게든 바깥과 연락이 되어야 해!’

방법을 찾기 위해 돌도라드가 두리번 거리던 그때였다. 쾅! 하고 문이 열리더니 익숙한 얼굴이 보이는 게 아닌가?

“폐, 폐하?”

모습을 드러낸 건 다름 아닌 레온이었다. 그는 객실을 쭉 둘러보더니 대뜸 그 한가운데에 들어왔다.

‘서, 설마 내 정체를 눈치 채고?’

악종의 공포. 최다 악마 살해자가 코앞까지 찾아오자 돌도라드는 두려움에 침을 삼켰다. 하지만 이내 제 팔목에 걸려있는 팔찌를 생명줄처럼 붙잡았다.

‘그럴 리 없다! 지혜와 탐구의 대악마들이 제작한 마기를 숨기는 아티팩트를 착용했어! 아무리 놈이라도 이걸 간파하진 못할 거다!’

레온이 있는 자리에 악마들이 다수 포진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런 이유였다.

지혜의 고블린 대악마가 개발하고 보급한 마기를 억눌러 숨기는 이 아티팩트들은 미국 마탑주 레이날드 쉘먼에 의해 다량 공급되었다.

강력한 신성인 레온 앞에서 실시간으로 소모되지만, 다시 말하면 아티팩트가 망가지기 전까진 레온의 직감에서 벗어날 수 있단 뜻!

“이 방부터 시작하지.”

레온이 아공간에서 성배를 소환했다. 그리고 성배에 성력이 집중되더니──

파앙!

하고, 빛의 파동이 방안에 퍼지더니 돌도라드를 강타했다.

“쿠헭!?”

신성 가스의 원료가 된 최후의 성배가 만들어낸 성수 파동. 그 희석되지 않은 온전한 파동은 고위 악마인 돌도라드를 말 그대로 죽사발을 내놨다.

“화, 황옌페이 서장?!”

“이럴 수가! 서, 서장이 악마였다니!?”

바로 옆자리에 있던 고위 관료가 악마였다는 사실에 기겁하는 각료들. 레온이 파르르 떨고 있는 돌도라드에게 성검을 겨눴다.

“뒈질 시간이다, 더러운 것아.’

“············.”

성검이 내리치는 순간, 돌도라드는 떠올렸다.

겜 진짜 조까치 하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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