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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9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169화

54장 잔재주(6)

나는 공방 내부의 로리에를 보고 있었다.

원래 공방은 직조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내 스킬로서 이미지로 저장되는 것이다.

그 안에 들어온 침입자는 눈에 훤히 보인다.

‘로리에는 공방 내부가 안 보이나 보네.’

나는 처음에 공방에 들어갔을 때 그 내부가 깨끗하게 잘 보였다. 빛 한 줌 새어 들어오지 않는 곳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내부는 환했다.

그러나 그건 나의 입장이고, 외부인인 로리에는 아닌 것 같다.

“마나 소모량은…… 그렇게 다를 건 없나.”

공방은 어디까지나 저장 창고. 그 안에 있는 물건들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선 또 그만큼의 마나가 필요하다.

다만 처음부터 그 안에 있기 때문에, 현실에서 직조하는 것보단 훨씬 빠르다.

뭣보다 적은 안에서 나갈 수 없고, 나는 안전한 위치에서 상대를 농락할 수 있으니, 사악하기 그지 없다.

……본래 용도는 이게 아니었던 것 같지만.

“그럼 슬슬.”

나는 공방의 문을 열었다.

문은 그 흔한 끼익거리는 소리조차 내지 않고 매끄럽게 열렸다. 어쩌면 공방은 그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간 내 앞에는,

“흐으, 흐으으…….”

어쩐지 가냘픈 숨소리를 반복하는 로리에가 있었다.

로리에는 내가 쏘아낸 무기에 엮여 팔다리를 꼼짝할 수 없는 상태다. 무기들은 대부분 창이었고, 팔과 다리는 각각 세 방향으로 쏘아낸 창대에 걸려 움직일 수 없게 되어 있다.

굳이 모습을 표현하자면 마네킹을 빨랫줄에 걸어 말리고 있는 것 같다.

“흠, 얼굴이 안 좋네.”

내가 입을 열자 로리에는 그제야 내가 있는 방향으로 얼굴을 들었다. 확실히, 로리에의 눈으로 이곳은 너무 어두운 모양이었다.

그래도 아직 눈빛이 죽지 않았다. 내가 있는 위치를 정확히 보지 못하면서도, 그 눈에는 오기와 나에 대한 적대심으로 활활 타올랐다.

아무렴 그래야지.

“다치진 않았지? 잘 피해서 조준했다고 생각했는데.”

“……방심했구나, 프론디어.”

로리에가 무언가 중얼거렸다. 무엇을 방심했다는 건지, 로리에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가 로리에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녀의 초록색 눈이 빛을 발했다. 동공이 크게 열려 눈동자 안에서 독특한 문양이 드러났다. 눈동자에서 강렬한 마력이 끓어올라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프론디어 드 로아흐, 지금 당장 이 구속을,”

“미안한데 안 통해.”

나는 자신만만한 로리에의 말을 끊었다. 로리에는 그대로 표정이 굳어버렸다. 그 표정 변화가 너무도 격해 어딘가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로리에의 주특기는 ‘최면’. 에드윈이 헤파이스토스에게 당했던 감정 변화나, 세르프의 명함과는 조금 다른 능력이다. 굳이 말하면 상대를 ‘취하게’ 만드는 능력이다.

헤파이스토스나 세르프처럼 특별한 조건이 필요하진 않지만, 그만큼 강제성이 덜하다.

로리에의 최면은 다른 일반적인 것들보단 그래도 강력하고, 자기 최면으로 쓰면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지만.

“이미 알고 있는 상대에겐 잘 안 통하지. 기습이라도 해야 되는데 그것도 실패했고.”

로리에한테는 방금이 기습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이미 알고 있는 나에게는 기습도 뭣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 정도로 안 통할 줄은 몰랐는데.’

나는 최면의 특성을 읽고 약간은 긴장했다. 혹시 몰라 오러도 두르고 있었고. 강하진 않더라도 최면이 얕게는 걸릴 줄 알았고, 바로 깨어나겠다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아예 통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통했다면 로리에가 저런 표정을 지을 리 없겠지.

‘이건 단순히 로리에의 최면이 생각보다도 약했다는 걸까?’

“……죽여라, 미친놈아.”

로리에는 포기한 듯 몸의 힘을 풀었다. 방금 그 최면이 마지막 기댈 구석이었던 모양이다.

나는 로리에의 몸을 잠깐 살폈다. 음, 그래도 팔이나 다리, 옆구리 등에 살짝 베인 상처가 있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 무기들을 쏘아냈을 때 로리에가 멋대로 몸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었으면 다치지도 않았을 것을. 피하느라 다친 것도 아니고 구속이 되었으니 그냥 놀라서 몸을 움직였다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아직 말할 생각이 없나?”

“죽이라고 했, 꺄아아아악?!”

나는 공방 전체를 옆으로 쓰러뜨렸다. 말그대로 직사각형의 레고를 옆으로 밀듯, 그렇게 넘어뜨렸다. 바닥이었던 곳이 벽이 되었고, 벽은 천장과 바닥이 되었다. 나는 공중에 떠서 구속된 채 옆으로 매달린 로리에를 보았다.

“죽여라, 죽여라, 노래하는 것치곤 뭐 할 때마다 일일이 비명을 지르네.”

“어떻게, 이런, 이런 짓이…….”

제법 놀릴 생각으로 말한 건데 로리에는 발끈하지도 않고 어안이 벙벙한 채 중얼거렸다. 화낼 겨를이 없는 모양이다. 로리에의 눈으로는 천지가 뒤집히는 느낌이 들었으려나.

‘로리에는 나에 대해 방심하고 있었어. 이렇게 구속되었을 때의 대처를 상정하지 못했을 거야.’

즉 꽤 시간이 있다.

아마 로리에가 지금 멘탈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이유가 그거겠지. 예상치 못한 인물에게 예상치 못한 시간, 장소에서 붙잡혀놓고, 그 후속 조치가 없다.

“사실 난 널 죽일 생각이 없어.”

“……?”

로리에는 인상을 찡그리고 나를 보았다. 또 무슨 헛소리를 하려나 싶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헛소리가 아니다.

“아까 시험해 봐서 알겠지만 넌 여기서 나갈 수 없어. 지금은 구속 당해서 꿈쩍도 못하는 상태고. 네가 제대로 거래에 응하지 않으면 난 여기서 나갈 뿐이야.”

물론 여기엔 다소의 허세가 섞여 있다.

공방을 직조하는 건 다른 무기를 직조하는 것에 비해서는 마나를 적게 사용하지만, 어쨌든 계속되는 소모량이 있다. 지금 로리에를 구속하기 위해 사용한 무기들도 그렇고. 그러니 오랜 시간이 지나면 어쨌든 공방은 사라지고, 로리에의 구속도 풀릴 것이다.

그러나 그 소모량은 드래곤하트를 먹은 지금의 상태로는 미미한 측에 속한다.

게다가 인간은 원래 시간이 지나면 마나가 알아서 충전되고, 마나소진을 반복한 나는 남들보다 충전되는 속도가 한참 빠르다.

내가 마나를 이용한 다른 짓을 하지 않는다면, 내 몸이 스스로 마나를 충전하는 것과 현재 소모하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 공방이 사라지기까지 적어도 일주일은 걸릴 것이다.

‘일주일 정도로 로리에를 죽일 수는 없겠지만, 이 공방이 영원할 거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데에는 충분하겠지.’

일부러 공방에 집어넣고, 화려한 방식으로 로리에를 구속하고, 방금은 공방을 옆으로 쓰러뜨리기까지 했다.

이건 로리에의 심리를 노리는 허세다. 로리에에게 있어서 이 정체불명의 공간이 내 마음대로 다루어지고 영원히 존속되는 무언가라고 믿게 만드는 수법.

“다음에 내가 여기 다시 오는 건 한 달 뒤야.”

“하, 한 달……?”

“말해줄 생각이 없으면 한 달 동안 깊이 생각해 봐. 그 정도면 시간은 충분하겠지.”

“…….”

다행히 로리에는 한 달 동안 마실 물이나 먹을 것 따위를 묻지는 않았다. 그렇게까지 멍청했으면 정말로 일이 피곤해질 뻔했다.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거 설득하는 것도 지치고. 네가 아버지를 노리고 있는 건 거의 확실하니까. 굳이 다 털어놓지 않아도 널 여기 구속시키기만 해도 난 충분해.”

로리에가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녀석인지, 아니면 이 녀석 위에 누가 있든지.

어느 쪽이든 간에 로리에가 붙잡혀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적은 커다란 손해일 것이다. 로리에가 혼자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라면야 뭐, 여기서 상황 종료인 거고.

로리에가 앙페르의 살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 난 차라리 손을 뗐을 것이다. 그딴 짓은 개인이나 일개 단체 따위가 가능한 게 아니다.

앙페르는 ‘조디악’에 속하지는 않지만, 그건 그냥 그의 선택이었을 뿐이다. 앙페르를 죽이려고 든다면 그 멍청함에 웃어넘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레고리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로리에의 목적이 그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안다.

“그럼 마지막으로 묻겠어.”

“…….”

“네 목적이 뭐지? 왜 나를 습격했어?”

나는 이 질문에 어떠한 적의도 살기도 담지 않았다.

실제로 협박 같은 게 아니었다. 나는 모든 걸 사실대로 말했다. 이 질문은 마지막이고, 대답하지 않으면 난 이 자리를 떠날 것이다.

로리에한테 말한 것처럼 한 달 동안 떠나 있을 건 아니지만, 일주일 정도 붙잡아두는 것만으로도 꽤 이득이겠지.

“…….”

로리에의 눈에 고민의 색이 떠올랐으나, 입은 열리지 않았다.

‘흠.’

내 감상은 그 정도였다. 로리에는 대답하지 않는 것을 택했다. 그것이 내 머릿속에 입력되었고, 나는 그에 맞춰 출력할 뿐이다.

나는 뒤로 돌아섰다. 입구를 향해 나아갔다.

로리에를 붙잡아뒀으니, 또 누군가 앙페르나 나에게 접근하지 않을지 방비를 해둬야겠다. 일단 그레고리에게 먼저 말해서,

“자, 잠깐.”

내가 문을 반쯤 열었을 때 로리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문을 열 때까지 설마설마 싶었던 걸까. 아무것도 없는 암흑 속에서, 문에 새어 들어오는 빛을 보고 마음이 바뀌기라고 한 건가.

“잠깐이라고 말하면 몰라.”

“마, 말하겠다. 목적이 뭔지, 왜 습격했는지.”

“말하겠다, 라고 말하기 전에 그냥 정보를 부는 게 좋을 텐데.”

나는 문을 활짝 열었다. 로리에가 시간을 끄는 속셈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모르는 연락책으로 지원 요청을 했던 것일수도 있으니까, 신속한 게 좋다.

나는 공방 밖으로 나서서 주위를 확인했다. 흠, 아직 메노소르포의 범위에 걸리는 것은 없다.

그러나 달라질 것은 없다. 로리에의 정보가 별 볼 일 없으면 나는 이대로 자리를 떠날 뿐,

“예, 예란헤스의 방벽 너머에서 마물 숭배를 목격했다!”

우뚝.

거기서 나는 멈췄다.

아무래도 내 예상보다 쓸 만한 정보를 로리에가 쥐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게 앙페르의 짓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파견되었, 꺄악?”

나는 공방을 해제했다. 벽에 매달려 있는 꼴이었던 로리에는 공중에서 무기들과 함께 추락했다.

이걸로 로리에의 구속은 풀렸지만, 나는 거래는 확실히 하는 편이다. 어차피 나에게서 도망치지 못할 것을 로리에가 확실히 알았을 테니. 또 도망치려 든다면 다음번엔 ‘상처 없이’라는 조건 따위는 없을 것이다.

“마물 숭배라니? 인간들이 방벽 밖에서 마물을 숭배하고 있다고?”

바깥의 마물이 득시글거리는 곳 어딘가에 인간들이 살아 있단 말인가? 나는 그 가능성에 두근거리며 물었다.

하지만 로리에의 대답은 나에게 다소 실망을 안겨주었다.

“아니, 반대야.”

“반대?”

“마물 숭배라고 했던 건 마물을 숭배한다는 뜻이 아니야. 마물들이 뭔가를 숭배하고 있었다.”

“……이 자식이.”

감히 사람을 헷갈리게 만들어?

로리에는 내 표정을 보고 서둘러 팔을 내저었다.

“거, 거짓말은 하지 않았어! 너무 급해서 축약해서 말하느라 그렇게 말했을 뿐이야!”

“거짓말이지, 누가 ‘마물 숭배’라는 단어를 그런 식으로 쓰나.”

“……그, 그렇구나. 미안하다.”

로리에는 송구스럽다는 듯 사과했다.

로리에는 구속에서 풀린 뒤 어딘가 솔직해졌다. 저 묘하게 딱딱한 말투는 여전하지만.

“마물들이 뭘 숭배한다는 건데?”

“나도 모른다.”

“너 한 번만 더 그딴 식으로 대답하면, 진짜 아무것도 모르게 해주는 수가 있어.”

“거대한 얼음 덩어리였다! 아니, 빙하였어! 산처럼 치솟은 거대한 빙하였어. 마물들조차 얼어붙는 추운 땅에서 놈들이 벌벌 떨어대면서 몸을 조아리는 걸 봤다. 그 빙하 내부가 뭔가 새까만 것으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였어.”

……흑천이다. 아니지, 헬하임의 파편이다.

바깥의 마물들이 헬하임의 파편을 숭배하고 있다.

“크기는 어느 정도였지?”

“그 빙하 말인가? 어마어마했다. 정말로 산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였어.”

교도소장 에스더는 ‘빙하 안에 잠든 거대한 호수’라고 했지. 그 말이 과장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놈들이 왜 그걸 숭배하지?”

“정확히는 모르겠다만, 이따금 빙하 내부의 새까만 것이 바깥으로 나와, 어떠한 마물 같은 것으로 변했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흉흉하고 불길한 기운을 뿜고 있었다. 적어도 나는 본 적 없는 마물이었어. 그리고 그 마물이 다른 바깥의 마물에 접촉할 때마다,”

“……그 마물의 검은색이 바깥의 마물에게 묻었다는 거로군.”

“그래. 그렇게 묻은 것들은 더욱 강해지고 흉포해졌다. 새까맣게 묻은 부분은 굉장히 단단해졌고. 마물들이 그 강함에 매료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로리에가 나에게 고블린을 이용해 공격했을 당시, 놈들에게 헬하임의 파편이 묻어 있었다는 건가.

……아니.

“아냐, 그럴 리가 없지. 내가 상대했던 고블린은 바깥의 마물치곤 너무 약했다. 그 색이 묻었음에도 말야. 필시 방벽 안에서 숨어 살던 마물들이야. 어떻게 고블린들에게 그 색을 묻힐 수 있었지?”

설마 이 상황까지 와서도 로리에는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가?

역시 상처 없이 상대의 정보를 캐낸다는 건 안이한 생각이었던 걸까? 지금부터라도 로리에의 몸을 아주 그냥,

“……내 최면은 그 검은 마물에게도 통했다. 하나를 데려와서 고블린에게 묻혔을 뿐이야.”

“……허?”

그 최면이 헬하임의 파편으로 만들어진 마물들에게도 통했다고?

‘…….’

잠깐 생각해 본 나는 말했다.

“그 최면, 생각보다 대단하군. 잔재주라고 생각했는데.”

“안 통하는 네가 이상한 거얏!!”

로리에가 빼액 소리쳤다.

그녀에게 들은 목소리 중 가장 여자다웠다.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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