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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9

#169

규슈 크라이시스 (1)

온통 콘크리트와 시멘트로 뒤덮인 삭막한 현대 도시.

쏴아아아— 쿠르릉!

어두운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천둥 번개가 요란하게 내리쳤다.

그 악천후에 평소에도 나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던 외곽의 거리는 이젠 적막마저 느껴질 정도로 휑해진 상태였다.

그렇게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한, 번영의 혜택을 받지 못해 허름해진 한 건물 안에서.

연신 창문을 두들기는 거센 빗소리에··· 빛 한 점 없는 실내의 어둠과 동화되어있던 인영 하나가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번쩍! 우르릉—!

그때, 하늘에서 빛이 번쩍이며 순간적으로 그의 얼굴에 기괴한 음영이 드리웠다.

웃는 것도 같았고, 화내는 듯도 했으며, 찡그린 것처럼도 보이는 묘한 표정의 가면.

하회탈이었다.

‘비가 많이 오는군.’

한스는 창문 너머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가 있는 내부와는 달리 비바람 속에서도 거리를 밝게 비추는 가로등이 있는 바깥에선 시원한 빗줄기가 계속해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마치, 세상을 정화하기라도 하려는 듯이.

‘물론 저런 방법으로 세상을 정화하기엔 어림도 없겠지만.’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떠오른 그가 속으로 가볍게 조소하며 고개를 돌렸다.

물과 같은 유화책은 세상을 더럽히는 오염을 제거하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력은 쓸데없이 많이 필요하며, 그렇다고 잘 씻겨지는 것도 아니고, 설령 성공했다 하더라도 얼룩이 남으면서 기어코 씻어내려 한 물마저 더럽힌다.

‘이 세상을 정화하는 것은 물보다는 불꽃이다.’

그게 바로 그가 생각한 해답이었다.

부정한 모든 것을 불사르는 불과 같은 강경책··· 즉, 압도적인 폭력!

어떠한 오염도 용납하지 않고 확실하게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불꽃은 물보다 훨씬 효율적인 정화 수단이었다.

물론 그 방법에도 여러 가지 부작용이 따르는 건 알고 있지만, 그는 자신의 신념을 굽힐 생각이 없었다.

설령 그 불길에 자신이 피해를 입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이 그가 선택한 길이었으니까.

[크흐흣— 그야말로 쓸데없는 생각이로군.]

잠시 감상에 빠졌던 한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아공간 마도구에서 대포폰 하나를 꺼내 들었다.

우우웅— 우웅—

그와 동시에 밀렸던 신호를 한꺼번에 수신한 기기가 연달아 진동음을 내며 그 화면에 메신저 창이 주르륵 떠올랐다.

-한스 노예 1호 : 소정의 성과가 있어 일단 먼저 보고드립니다.

-한스 노예 1호 : 번천회 관련해서는 관리국 쪽에서도 계속해서 추적 중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국내 활동을 완전히 접었는지 조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한스 노예 1호 : 그래서 일단 이전의 연관 사건들을 파고드는 데 주력하는 모양입니다. 워낙 철저한 놈들이라 그것도 순탄치는 않지만, 그래도 소득이 전혀 없지는 않더군요.

-한스 노예 1호 : <범죄수사과 – ‘번천회’의 국내 행적 조사 (미결)>

-한스 노예 1호 : 일단 쓸만한 자료는 이 정도인 것 같습니다. 이후 추가 정보가 들어오면 다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가 이능관리국에 심어놓았던 정보원인 ‘한스 노예 1호’··· 아니, 흑마법사 안성진은 지시해 뒀던 대로 충실히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조금 의외일 정도로 유능하게.

‘벌써 이만한 정보라니. 생각 이상으로 유용한데?’

한스에게 반항도 못 하고 무력하게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 잘 체감이 되지 않았지만, 그는 흑마법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내에서 첫손에 꼽히는 인재였다.

물론 단순히 실력만 따지면 그보다 더 뛰어난 이들도 적지 않았으나, 안성진처럼 자신의 이성을 온전히 유지하면서 경지까지 높은 이는 그만큼 드물었던 것이다.

그는 온갖 흑마력 범죄에 조언자로 참여해 수사에 도움을 준 실적이 있었고, 그것은 최근 하회탈과 관련한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의미에서 하회탈과 충돌했다는 번천회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입장이었으니···.

‘없는 것보다 낫다고만 여기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최적의 인선이었군.’

아무래도 일본에서 돌아가면 그에게 뭔가 선물이라도 해줘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일하겠지.

이만큼 직원 복지를 생각하는 따뜻한 상사가 또 어디 있으랴.

[흐— 뭐, 이곳에 와 보니 굳이 한국에서의 정보가 필요한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정보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겠지.]

스마트폰에 전송된 자료들을 대충 훑어본 한스가 낮게 읊조리며 그것을 다시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번쩍— 콰르릉!

그 순간, 다시 한번 번개가 내려치고.

일시에 터져 나온 강렬한 빛이 어두운 실내를 밝게 비췄다.

격한 싸움이라도 있었던 듯, 곳곳엔 부서진 집기가 가득했으며.

균열이 생겨 무너진 내벽과 천장은 차라리 새로 짓는 게 나을 정도로 위태로워 보였고.

심지어 사방에는 채 마르지 않은 피와 육편까지 잔뜩 흩뿌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으어어.]

[끄르륵— 끄윽!]

까득 까드득—!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수십에 달하는 시체들이 기괴하게 몸을 꿈틀거리며 정렬해 있었다.

그들은 이 건물에 거주하던 이들로, 이곳을 거점으로 삼고 근방을 주름잡던 조직의 일원들이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확실히 한국과는 다르게 아주 노다지로구나. 덩치가 큰 놈들을 몇 족쳤다고 이렇게 금방 단서가 튀어나오다니. 진작 이렇게 할 걸 그랬군.]

물론 이놈들이 제대로 된 번천회의 끄나풀인 것은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한국에서의 혈맹 강경파처럼 놈들과 협력 관계에 있는 조직의 지부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여기서 가장 지위가 높은 놈의 머릿속을 조사하며, 그런 ‘같은 노선’을 걷는 조직이 일본 내에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추가로 알 수 있었다.

‘사실 이렇게 금방 꼬리를 잡을 줄은 몰랐는데. 이건 번천회의 영향력이 한국에서보다 더 넓게 퍼져있다는 의미겠지.’

그 말은 곧, 그 조직들을 꾸준히 박살 내 나가다 보면 결국 번천회도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협력 관계에 있는 놈들이 무더기로 쓸려나가는데 가만히 있을 정도로 평화적인 놈들이 아니었으니.

[프흐흣— 복잡하지 않아서 좋군. 그래, 죽음과 파괴야말로 나의 본질이지 않은가! 과연 이 길의 끝에서 마지막까지 서 있을 자가 누구일지 기대되는구나. 크하하핫!]

때마침 또다시 내리친 번개에 고개를 젖히고 웃음을 터트리던 한스의 가면에 짙은 음영이 새겨졌다.

하회탈에 새겨진 주름과 굴곡에 따라 기괴할 정도로 과장된··· 광기에 찬 미소.

하지만 그 모골이 송연해지는 웃음은 이내 공간이 어둠에 잠기는 것과 동시에 귀신같이 멈추었고—.

한동안 정적에 잠겼던 실내에 다시 빛이 들어왔을 때는, 이미 내부엔 그 누구의 모습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곳곳이 부서지고 사방에 혈흔이 낭자한 난장판만이 그곳에서 큰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을 뿐···.

***

온갖 화려한 장식품들이 가득한 집무실에서 뜻밖의 정보를 접한 한 사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번천회 동아시아 지부장인 율령자는 휠체어에 앉은 채 새로 올라온 보고서를 재차 확인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지잉— 징—

SF에나 나올 법한 왼쪽 의안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서류를 스캔하고 그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뇌에 직접 투영하고 있음에도, 그는 한참 동안 자세를 풀지 않고 가만히 보고서만 노려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하회탈이··· 일본으로 향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그의 입 밖으로 새어 나온 나직한 한 마디.

그것은 최근 그가 앓는 두통의 가장 큰 원인인 하회탈의 최신 근황에 대한 정보였다.

그는 재차 정보를 확인하며 턱을 쓰다듬었다.

‘그렇지 않아도 닥터의 요청으로 한국에 막 손을 써두려던 찰나였거늘.’

물론 지금 상황에서는 뭔가 수를 쓴다고 해도 곧바로 일을 도모하기엔 무리였다.

그래도 미리 판을 만들어두기 위해서, 아직도 조용히 잠적하고 있는 번천회의 잔당과 약점을 잡은 고위 인사들을 움직일 생각이었는데···.

‘이제 와서 난데없이 일본으로 갔단 말이지?’

그곳은 현재 대부분의 기반이 날아간 한국과는 사정이 달랐다.

아시아에선 중국 다음으로 노렸던 지역이라 더 오랜 기간 공을 들인 것은 물론, 기본적으로 야쿠자를 비롯한 뒷세계 조직의 입김이 강해 그들에게 기생하며 세를 불리기에도 훨씬 유리했던 것이다.

당연히 그곳에 뻗친 번천회의 세력은 한국에서와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였다.

‘이렇게 되면 굳이 한국에서 놈을 노릴 필요가 없어지는 건데.’

툭툭툭툭—

율령자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고민에 잠겼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혹시 이러다 일본에 뿌리내린 세력도 한국 꼴이 나는 게 아닐까 싶어서.

“한국에만 처박혀 있을 줄 알았는데. 부지런하게도 움직이는군, 하회탈···.”

한국 활동을 멈추긴 했으나 부하들을 통해 하회탈에 대한 정보 수집은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었다.

그의 고유스킬 「심상투영」은 정신계 능력 중에서도 최상위일 것이라 자부하는 능력이었다.

단순히 소속원들에게 금제를 거는 수준을 넘어서서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건 물론, 원한다면 그들이 보고 듣는 모든 것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해주기까지.

그야말로 만능이나 다름없는 스킬이지 않은가!

‘···물론 그것 때문에 지금 이 모양 이 꼴이 되었지만.’

욱신—

갑자기 느껴지는 극심한 고통에 율령자가 이를 악물며 자신의 왼쪽 눈가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의안을 이식해 시력을 회복하긴 했어도 그것과 영체가 찢겨나간 충격은 별개였다.

그렇게 제법 긴 시간 동안.

눈에서 시작된 통증은 서서히 전신으로 퍼져나가 이윽고 절단면처럼 감각이 사라진 허벅지까지 치닫고서야 사라졌다.

“후우··· 후우···.”

그가 거친 숨을 내뱉으며 식은땀을 훔쳤다.

이것 때문에 요즘엔 고유스킬을 전력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데다, 항상 연결을 끊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두려는 강박증까지 생길 정도였다.

이능이 전부나 다름없는 각성자에겐 절대 좋지 않은 습관이었지만, 만약 지금 상태에서 한 번 더 하회탈 같은 이를 만나게 된다면 그때야말로 정말 영혼이 갈가리 찢겨버릴 테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역시,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순 없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 대비를 더 철저히 해야겠어.’

결국 결정을 내린 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하회탈의 전력을 제대로 확인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 정도라면 한 세계의 마왕이라 칭해도 크게 모자라진 않을 터.

하지만 지구의 능력자들은··· 그중에서도 번천회는 마왕 하나에 무너질 정도로 약한 이들이 아니었다.

‘애초에 귀환자란 특별한 이능을 가지고 성장 보정까지 받은 채 이세계에서 장기간 살아남은, 하나하나가 전쟁 병기나 다름없는 초인들이지.’

물론 그 수가 많은 만큼 어중이떠중이의 비율도 높지만, 진짜 최상위권에는 거짓말인가 싶을 정도의 업적을 세우고 돌아온 이들도 적지 않았다.

강림한 마왕을 물리치고 봉인한 이부터, 사악한 마룡의 목을 베어 나라를 구한 이, 반대로 그쪽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고 돌아온 악당들까지.

‘우리를 우습게 본 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그리고 사실 율령자 본인 또한, 그 이능과 모략으로 하나의 세상을 전쟁의 화마에 빠뜨리는 데 단단히 일조한 흑막 출신이었다.

***

탕—! 타앙!

콰아앙—!

“쏴! 계속 쏴!”

“미친! 뭐야 이 괴물은!”

굉음과도 같은 총성이 연달아 울려 퍼지며 공포에 질린 거친 욕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거기에 단순히 현대 화기뿐만 아니라 추가로 불과 벼락, 중력 등 갖가지 이능도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며 적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오직 단 한 곳.

고오오오—

심연을 한데 뭉친 듯, 그들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짙은 어둠을 향해서.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미적지근한 방법으로 저런 것을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

결국 모든 방해를 뿌리친 검은 안개가 기어이 그들의 코앞까지 도달하고 말았다.

“젠장! 모두 총 버려! 이제부턴 방해다!”

“나카가와 조장! 하지만 저기에 함부로 접촉했다간 다른 놈들처럼···!”

“그럼 뒤에서 지원이나 해! 멍청아!”

촤앙! 챙!

결국 어쩔 수 없이 무기를 뽑아 든 그들은 항전을 대비해 기운을 끌어 올리며 마른침을 삼켰다.

“젠장, 그냥 헛소문인 줄 알았는데···!”

요즘 후쿠오카 밤거리에 퍼지기 시작한 소문이 있었다.

어둠을 틈타 소리 없이 다가와서 조직을 몰살시키고 그 시체를 가져간다는 정체불명의 사신.

이미 ‘그것’에게 당한 이들이 수가 한둘이 아니었지만, 현장에 남은 것은 처절한 저항의 흔적뿐이라 그에 대한 단서는 불확실한 증언이 전부였다.

그나마도 당한 조직 내에 잡혀있다 풀려난 생존자가 아니었다면 끝까지 미스터리로만 남았을 테지.

사아아—

그때, 그들의 지척까지 다가온 검은 안개가 서서히 벗겨지며 그 안에서 인간 형상의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의 어둠에 녹아들 듯 일렁이는 칠흑 같은 로브와 머리를 뒤덮은 후드, 그리고···.

온통 새카만 형상 가운데, 도깨비불처럼 타오르는 한 쌍의 안광 덕에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는 이질적인 가면.

“오니(鬼)··· 인가?”

[하회탈이다. 어리석은 인간아.]

누군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 말에, 공포를 형상화한 듯한 그 존재가 친절하게 대꾸해 주었다.

[하긴, 어차피 지금 너희에게 알려줘 봤자 의미가 없겠구나.]

시체에 대고 떠드는 것과 뭐가 다를까.

그렇게 하회탈, 한스가 규슈의 후쿠오카시를 전부 뒤집어 놓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물론 제대로 된 정화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이제 고작 도시 하나일 뿐이었으니까.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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