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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7

⊹ 17화 ⊹

그 질문에 얀은 굉장히 묘한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형입니다.”

“아, 성이 같아서 혹시나 했어요.”

이어서 도아는 의례적인 인사말을 냈다.

“두 분이 닮으셨네요.”

얀이 피식 웃었다.

“피는 안 섞였지만요.”

“어.”

당황한 도아의 표정을 바라보고 얀이 씩 웃었다.

“피가 안 섞여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더 즐겁답니다.”

“그, 렇다면 다행이네요…….”

도아는 뺨을 긁적였다.

그런 그녀의 표정을 샅샅이 관찰하며 얀이 물었다.

“쿠낙을 개인적으로 아십니까?”

“네, 얼마 전에 만나서 같이 그랑에 왔어요.”

“그랑에, 쿠낙이요?”

얀이 되물어서 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언제 말입니까?”

“오늘이요.”

“이런.”

그가 허둥지둥 몸을 일으키다가 신음을 내뱉었다.

도아가 말했다.

“조심하시는 게 좋아요. 지혈제를 뿌리기는 했지만, 상처가 다 아문 건 아니에요.”

그러며 도아가 제 가슴을 탕탕 두들겼다.

“제가 옮겨 드릴게요!”

“네? 아니, 잠깐.”

당황하는 얀을 도아가 양팔로 번쩍 안아 들었다.

‘된다!’

도아는 의기양양한 콧김을 내뿜었다.

‘180cm 넘는 성인 남성 공주님 안기!’

얀은 체념한 표정으로 도아를 바라보았다.

그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 앳된 얼굴의 아주르 나자크는 무척이나 고무된 표정이다.

대체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는 모르겠지만, 승리를 만끽하는 걸 방해하지는 않기로 했다.

도아가 ‘핫’ 하고 말했다.

“아참, 저 옷 젖어 있는데. 죄송해요.”

“제 옷은 피에 젖어 있으니 샘샘으로 치죠.”

“그럴까요?”

“네.”

“좋아요.”

도아가 그를 내려가 보고 웃었다.

다각도로 반짝이는 녹색 눈.

‘진짜 아주르 나자크는 처음 보는군.’

단순한 초록색 눈이 아니라, 모든 신록의 빛깔을 담은 녹색 빛.

사계절이 거기 있으며, 밤과 낮이 공존한다.

“쿠낙과 함께 오셨다고 하셨죠.”

도아가 걷기 시작하자 그가 물었다.

“네,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데, 쿠낙을 만났어요.”

도아는 그가 목숨이 위험했었다는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말았다.

하고 싶다면 쿠낙이 하겠지.

지금 그녀가 이야기해 봐야 얀에게 걱정만 안겨줄 뿐이다.

무사한 쿠낙의 모습을 보면서 이야기를 듣는 게 나으리라.

“어쩌다가 동행하게 되신 겁니까? 당신은, 그러니까. 그.”

의아한 눈동자가 이쪽을 힐끗 내려다보았다가 다시 정면을 본다.

얀이 말했다.

“아주르 나자크이지 않습니까?”

“제가 아주르 나자크인 거랑 쿠낙이랑 동행하는 게 무슨 상관이 있나요?”

도아의 목소리는 가벼웠다.

그녀가 ‘쿠낙’ 이라는 이름을 부를 때는 꼭 옆집 친구를 부르는 듯한 목소리가 나왔다.

거기에는 어떤 혐오나 꺼림직함, 두려움.

이면에 있는 질투나, 동경, 부러움.

무엇 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깨끗한 목소리였다.

“음.”

그래서 얀도 깔끔하게 답했다.

“없죠.”

“그런데…….”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모험가 길드장 맞으시죠?”

얀은 눈을 깜박였다.

도아가 그 표정을 보고 멋쩍은 얼굴을 했다.

“제가 남대륙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상식이 없어요.”

“남대륙에서 오셨다고요?”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네.”

“세상에. 진귀한 손님이 오셨군요. 맙소사. 어떻게 오셨습니까? 바다에 마수가 가득할 텐데요.”

“운이 좋았죠.”

도아는 최대한 겸손하게 보이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답했다.

실제로도 운이 좋은 게 맞고.

“사실은 길드장님께 물어봐야 할 게 있어서 쫓아온 건데요.”

“……뭡니까?”

“‘비추는 샘’이라고 아세요?”

“제가 생각하는 그 비추는 샘이라면, 압니다.”

“정말요?!”

도아가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얀은 다른 걸 신경 썼다.

“그런데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제가 왔던 길로요.”

“흠뻑 젖으신데다가, 냄새를 보니까 바다 밑 하수구를 지나오신 거 같은데요.”

“맞아요…….”

“제가 들어온 길은 다른 길이니, 그쪽으로 가죠.”

“엇, 좋아요. 그럼 안내해 주세요.”

도아의 말에 얀이 “오른쪽 길입니다.” 하고는 이어 말했다.

“비추는 샘은 왜 찾으십니까?’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그런데 비추는 샘이 뭔가요?”

“1200년간 미공략된 S급 던전입니다.”

“!!”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라 도아는 놀라 움찔했다.

얀은 그런 그녀의 반응을 관찰하듯 하며 이어 말했다.

“1200년 전에, 그때는 모험가 길드가 없어서 그런 사람들을 던전 브레이커라고 불렀죠.”

얀이 희미하게 웃었다.

“그 던전은 당시 대륙에 나타난 최초의 S급 던전이었습니다. 흘러넘쳐서 주변에 누구도 다가갈 수 없었죠.”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던전은 오래되면 될수록 코어에 힘을 축적하고 강해집니다. 균열에서 끊임없이 오염이 흘러나오니까요.”

이해하셨나요, 하는 듯 그가 말을 멈춰서 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얀이 다음 방향을 지시하고 이어 말했다.

“1200년 전에 이미 비추는 샘은 200년이 넘은 S급 던전이었습니다. 렌시아 대륙의 삼 분의 일이 마수 천지가 되었다고 하죠.”

“그럼 지금은 괜찮은 건가요? 아니지, 지금도 미공략이잖아요?”

도아의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대륙에서 넘어온, 던전 브레이커가 비추는 샘을 봉인했습니다.”

“봉인이요?”

예상치 못한 말이라 도아가 되물었다.

봉인?

던전을?

“네, 박이슬 님이었죠. 그녀는 파티를 꾸려서 마수가 가득한 평원을 돌파한 후에 던전을 봉인했습니다.”

박이슬!

한국인이다!

그 사람도 백 퍼센트 세계수 여행사 여행자다!

대충 흐름이 이해 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S급 던전을 봉인할 퀘스트를 줬다가…….’

박이슬 씨는 훌륭하게 그 일을 해냈겠지.

어째서 던전을 공략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퀘스트랑 관련이 있을 거 같아.’

도아는 곰곰이 생각했다.

‘던전이 감당이 안 되니까 모험가 길드를 만들 사람을 보냈구나. 하진 씨는 S급 던전을 공략했다고 했지.’

모험가 길드를 만든 게 메인 퀘스트였을까?

덤이었을까.

그리고 그 봉인된 S급 던전을 처리하기 위해서 날 보냈다?

‘잠깐만. 던전은 오래될수록 강해지잖아. 그럼 1200년 된 던전은…….’

어?

이거 공략이 되나?

갑자기 위가 꼬이는 거 같았다.

‘그 봉인된 던전 옆에다가 나무 심으면 안 되나?’

도아가 꼼수를 생각하며 물었다.

“그런데 왜 그 던전 이름이 비추는 샘인가요?”

“초반에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서 들어갔던 자들 중 유일한 생존자가 그랬다더군요.”

얀이 속삭이듯 말했다.

“‘안에, 샘이, 비추는…… 샘 때문에…….’ 그게 유언이었습니다.”

그가 싱긋 웃었다.

“그 이후로 이름이 비추는 샘이 되었습니다.”

“아…….”

도아는 던전 옆에 가지를 심는 꼼수를 쓰지 못하게 됐음을 알았다.

“그럼 어떻게 봉인이 되었는지 아세요?”

“3개의 유물(relic)과 하나의 주문(spell)으로 봉인되었다고 합니다.”

“그 유물이랑 주문이 어디 있는지도 아세요?”

“글쎄요. 유물 중 2개는 실종되었고, 하나는 방랑의 투아지트가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은 확인할 수 없지요.”

도아는 당황해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걸 다 아세요?”

얀이 도아를 빤히 바라보고는 말했다.

“그랑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 겁니다. 유명한 연극이거든요.”

“연극이요?”

“네, 실화 기반이지만. 상당히 유명한 영웅극이거든요. 비극적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얀이 말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내려주시겠습니까?”

도아는 얼떨떨한 얼굴로 그를 내려주었다.

그가 벽 앞에 서서 손가락을 빙글 돌려 보였다.

돌아서라는 뜻이다.

도아는 착하게 돌아섰다.

그르릉 그르릉

뭘 하는 건지 벽돌이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이제 다시 돌아서셔도 됩니다.”

벽 한쪽이 회전문이 되어 있었다.

얀이 먼저 나가고 도아가 그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통과하고 나자 얀이 발로 뭔가 건드렸고, 문이 빙글 돌아 다시 닫혔다.

벽 건너편은 네모난 마른 하수구였다.

하수구라기보다는 마른 우물 같다.

벽에 철로 된 사다리가 박혀 있었다.

“이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요.”

양쪽 손가락이 부러진 그가 올라가기는 어려웠다.

도아가 반짝 눈을 빛냈다.

“목말 태워 드릴까요?”

“……그것만은 정중히 사양하죠.”

“음, 그러면 저에게 업히시죠!”

하아.

얀이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은 없어 보였다.

도아는 한 손으로 그를 업고, 한 손으로 사다리를 오르는 일을 해냈다.

‘뭔가 좋아. 직접적이야. 수련의 성과가 느껴져.’

마나를 모으기 위해 했던 모든 일들이 헛수고가 아니었다.

도아는 그를 내려놓았다.

띠링띠링

메인 퀘스트

챕터 1 [여행의 시작]이 완료되었습니다.

메인 퀘스트에 필요한 기본 정보를 얻었습니다.

보상

▸ 냉동 주머니가 지급되었습니다!

퀘스트 완료와 보상이 지급되었다는 말이 뜨자마자 메인 퀘스트가 이어졌다.

메인 퀘스트

챕터 2 [단서 추적]

세 개의 유물과 한 개의 주문에 대한 첫 번째 정보를 얻자.

방법은 자유.

첫 번째 유물

▸ ?

두 번째 유물

▸ ?

세 번째 유물

▸ 투아지트 가문에서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 개의 주문

▸ ?

보상

▸ 세계수 진액

‘으윽, 왜 이렇게 지시가 두리뭉실해. 게다가 보상은 뭐지?’

세계수 진액은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

갸웃하면서 도아는 일단 손가락을 두 번 튕겨 퀘스트 창을 닫았다.

얀이 그걸 보고 농담을 던졌다.

“저에 비해 손가락이 멀쩡하다는 걸 과시하신 건가요?”

도아가 웃었다.

“그냥 습관이에요.”

도아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다 냄새가 나는 걸 보니 아직 부두 쪽인 듯싶었다.

아주 가까운 곳에 인기척이 느껴졌지만, 이쪽으로는 오지 않게 골목이 교묘히 설계된 모양이었다.

얀이 물었다.

“그게 끝인가요?”

“네?”

“저에게 묻고 싶은 것 말입니다. 그게 전부입니까?”

“아, 하나 더 있어요.”

얀이 “해 보세요.” 하고 말해서 도아가 말했다.

“저 이제 모험가 등록하려는데, 길드장님 목숨을 구해 드렸으니까 등급 좀 높여 주시면 안 되나요?”

“청탁인가요?”

“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고, 도아는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런데 절 의심하지는 않으세요?”

얀이 눈을 깜박였다.

그가 헛웃음을 지었다.

“하지요.”

“하세요?”

“네.”

“그런데, 음.”

“지금 너무 태연하게 믿고 있는 거 같다고요?”

“네.”

“그야 적이면 가까이하는 게 나으니까요. 가능한 곁에 두고 십 년쯤은 관찰할 생각입니다.”

얀이 태연히 말했다.

“첩자로 길드에 들어오려는 거라면 그 정도 능력은 있을 테니, 곁에 두고 능력은 쭉쭉 빨아먹을 수 있겠죠. 길드는 만년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거든요.”

“그 이야기를 첩자일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하셔도 되는 건가요?”

“첩자든, 첩자가 아니든 지금 이 이야기에서 물러날 수 있나요?”

얀의 말에 도아는 멈칫했다.

첩자라면 얀이 뭐라고 하든 들어가서 신뢰를 얻으려고 할 것이다.

물러나지 않는다.

첩자가 아니라면 얀이 뭐라고 하든 모험가 길드에 들어가려 할 것이다.

물러나지 않는다.

“모험가를 그만둘 게 아니라면 소용없네요.”

“아니면 지금 저를 여기서 죽이는 방법도 있지요.”

“으음―”

도아가 관자놀이를 누른 후에 끄응 하고 말했다.

“이런 장대한 계획을 세워서 세 사람까지 죽이고 신뢰를 얻어서 얀의 곁에 있으려고 하는 첩자라면 여기서 얀을 죽이고 계획을 끝내지는 않을 거 같아요.”

“그렇지요?”

“네.”

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하나 더 궁금한 게 있는데요.”

“네.”

“거기서 뭐 하고 계셨던 거예요? 길드장은 상당히 높은 자리인데, 호위도 없이…….”

얀이 순간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군요.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걸까요. 저는.”

“제가 아니었다면 상당히 위험했을 겁니다.”

도아가 다시 한번 자신의 능력을 어필했다.

아무리 그래도 F급부터 시작하기는 좀 그렇다. F급부터는.

얀이 희미하게 웃었다.

그의 얼굴에 피로감이 느껴졌다.

갑자기 도아는 깨달았다.

그가 유서 깊은 거대한 길드를 이끌어 가기에는 무척 젊고, 지금은 고문당한 직후라는 걸.

게다가 몸속에는 오염도 약간 파고들어 있다.

‘와, 엄청나게 파렴치한 사람 같아. 나.’

고문당한 지 30분도 되지 않은 사람에게 은혜 갚아 주세요. 라니.

‘앗, 파렴치한 사람 같은 게 아니라, 파렴치 아냐?’

도아가 당황해 말했다.

“그, 저기. 당장이 아니어도 되고. 일단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 호위해 드릴게요.”

이래 봬도 저 강하고.

도아가 식은땀을 흘리며 허둥거리자 얀이 웃었다.

“괜찮습니다.”

“안 괜찮아요. 호위가 필요해요. 아니면 제가 또 안거나 업어다 드릴까요? 길드로 바로 가세요? 아니다. 아니면, 음.”

지금 그의 외출은 몰래 한 외출이었고, 아는 사람이 그가 다친 걸 보면 소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아무도 모르게 그를 치료할 만한 장소.

“아, 혹시 제가 묵는 여관으로 오실래요? 저 약초사라서 치료 약도 가지고 있어요.”

그는 잠시 고민했다.

아주르 나자크.

아주르 나자크.

마검 처형자.

다시 한번 말하는데, 적은 가까이 두는 게 좋다.

얀이 눈을 살짝 내리깔며 답했다.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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