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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73

EP43. 악의(1)

진우가 돌아온 것만으로도 이능격리재단은 물론, 한국은 빠르게 안정되었다. 영국지부도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고, 여왕의 지휘로 유럽에 세력을 넓혀가고 있었다. 흑장미전쟁이라는 아픔을 공유하고 있었기에, 유럽은 대부분 여왕의 뜻에 동조했다. 게다가 재단의 기술로 무장한 기사단을 파견해 이능격리를 직접 보여주니 아예 자발적으로 협력을 해오기도 했다.

진우는 그동안 밀려있던 계획들을 한꺼번에 추진했다.

시간을 소유하고 있기는 하나 진우의 몸은 하나였기에 늘 바빴다.

세계는 평화로웠다.

세계 각 지역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나 분쟁이 일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그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건지도 몰랐다. 인류 역사는 다툼 그 자체라고 봐도 무방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미래가 이어지고 있으니 세계는 평화롭다고 말할 수 있었다.

세계는 분명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과거에 비한다면 살만한 세상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래, 모든 게 순조로웠다.

그러나 진우는 주어진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밤마다 꿈을 꾸었다.

악몽이었다.

소중하게 아이를 안고 있는 검은 여인.

그녀의 자장가는 진우를 잠에 빠지게 하면서도, 깊은 잠애 들지 못하게 했다. 그 거대한 악의는 우습게도 포근했다. 마치 사랑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절로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그런 모순된,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대마법사가 되면서 오랫동안 잠을 자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었다. 게다가 시간의 권능을 쓰면 컨디션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도련님.”

“음?”

“안색이 안 좋아 보이시는데요?”

그럼에도 진우의 안색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정신적인 데미지는 어쩔 수 없었다.

“별거 아냐.”

진우는 웃어넘기고는 특별격리지구에 신설된 건물로 향했다. 레드비스트가 차지하고 있던 모든 지역을 흡수하면서 재단은 비로소 완성되었다.

지하로는 격리실을 늘렸고, 연구실도 확충했다. 지상으로는 여러 건물을 올렸다.

그 중 핵심이 바로 ‘대이능특수작전연합단’이었다.

연합 본부는 연구원들과 모든 기술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최첨단 시설이었다. 언제든 출동할 수 있는 활주로와 그 천조국이라 불리는 미국조차도 뛰어넘는 최첨단 장비와 물자들이 가득했다.

태이능특수작전연합단은 진우가 특별격리지구에 재단을 창설한 이후 계획한 다음 단계였다. 진우가 실종된 시기에 이화연이 그의 뜻을 이어받아 진행했다.

진우가 복귀하여 비로소 완성되었다.

“진우야! 아니, 그… 이사장님!”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이나가 달려왔다.

그녀는 진우의 바로 앞에 멈춰 서더니 그에게 경례했다.

“그냥 편하게 해도 되는데.”

“그럴 수는 없지.”

“그럼 존댓말을 하던가.”

“그럴 수는 없지!”

“왜?”

진우가 궁금한 듯 아이나를 바라보자, 그녀는 활짝 웃으며 진우를 바라보았다.

“안 친해 보이잖아.”

아무튼, 진우는 연합 본부 안으로 들어갔다.

격리실과 다른 기지들이 실용성 위주로 설계된 것과는 다르게 연합 본부는 제법 디자인이 잘 되어 있었다. 특별격리지구에서 가장 오픈되어 있는 곳이었고, 외부인들이 가장 많이 올 곳이었기 때문이다. 특별격리지구의 공식적인 행사를 진행하는 곳이기도 했다.

연합 본부 안으로 들어온 진우는 특무부대원들에게 경례를 받으며, 회의장 안으로 들어섰다.

회의장은 컸다.

회의장 안에 있는 거대한 원탁 주위로 많은 이들이 앉아있었다. 원탁은 영국에서 선물 받은 것이었다. 무너져버린 버킹엄 궁전을 새로 지으면서 원탁 역시 새로 만들었는데, 연합 본부 창설 소식을 듣자 선물로 보내왔다.

아린 박사가 개조해서 회의장에 설치했다.

처음 받았을 때와 완전히 달라졌지만, 어쨌든 성능이 더 좋아졌으니 상관없지 않을까?

회의실로 들어온 진우는 원탁을 바라보았다.

당연하게도 진우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이들이었다.

진우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 자리에는 유니버스 리그의 인원들이 앉아 있었다.

레이첼과 라훌, 에이션트 솔저와 암흑제국군의 모습이 보였다. 라훌도 이제 제법 쓸 만한 실력을 지니게 되어 충분히 작전에 투입할 수 있었다.

“하하하! 세계 평화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군요! 제가 있으니 걱정 마세요!”

말란 윌슨이 벌떡 일어나며 그렇게 말하자, 레이첼과 라훌이 고개를 설레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에이션트 솔저가 묵묵히 바라보다가 손등에 달린 장치를 말란 윌슨에게 발사했다.

푸숙!

“어…….”

말란 윌슨이 목을 부여잡더니 비틀거렸다. 그러다가 눈이 풀리며 풀썩하고 의자에 쓰러지듯 앉았다. 에이션트 솔저는 대수롭지 않게 다시 레이저 나이프를 점검했다.

아델라가 슬금슬금 말란 윌슨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얼굴에 낙서했다. 실프가 옆에서 키득키득거렸다.

“공주님.”

록산느가 눈치를 주자, 실프는 다시 얌전한 태도가 되었다. 일국의 공주다운 기품이 보이는듯했지만 역시 보이지 않았다.

연합단에 영국 기사단도 참여했다. 영국지부의 지부장은 여왕이었고, 기사단은 여왕을 위해 움직이니 당연한 수순이었다.

현재 실프와 록산느가 영국 대표로 자리하고 있었다.

대표라고는 해도 여왕에게 매일 잔소리를 듣고 있었다. 실프가 자주 나사가 빠진 것 같은 기행을 벌였기 때문이다.

라훌의 선배자리를 빼앗는다고 함정을 설치해 잔디 마당을 홀라당 태워 먹은 적도 있었다.

“호호호! 아주 멋진 작품이군.”

“그렇죠? 헤헤!”

산타가 아델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크게 웃었다.

주변에 있던 귀신들도 즐거워했다. 산타를 중심으로 편제된 괴담특공대도 연합단에 일원이 되었다. 아델라는 산타의 제자와도 같은 존재라 괴담특공대와도 친해졌다.

산타와 괴담특공대는 이능개체이기는 하지만 이들의 목적도 진우와 같았다.

인류의 멸망을 막는 것이었다.

재미있게도 이들의 존재는 인류가 없으면 존속될 수 없었다. 산타는 어린아이들의 믿음과 크리스마스 때문에 살아갈 수 있었다. 인류가 없다면 모든 게 사라지니 산타도 사라지게 된다.

괴담특공대도 마찬가지였다.

가끔씩 학교나 폐건물 같은 곳에 가서 사람들을 놀래켜야 했다. 그게 이들의 이능형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식사였다.

게다가 이들은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 보였다.

진우는 빨간마스크를 바라보았다.

“모델이 되었다지?”

그녀는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괴담특공대가 연합단에 들어오면서 그들의 격리는 해제되었다. 격리해야 할 이능개체가 아닌, 재단의 일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두둑한 봉급과 사생활이 보장되었다.

빨간마스크는 얼마 전 패션모델로 데뷔했는데, 벌써 유명 잡지에 실렸다. 휴지귀신은 진우에게 돈을 빌려 휴지사업을 시작했고, 인체모형은 인터넷 쇼핑으로 피규어를 모았다.

여고생 듀라한은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다고 한다.

말란 윌슨이 장비를 대여해주었다고 하는데, 실시간 시청자 수가 만 명 가까이 되었다.

누리는 게 많을수록 세계를 지키겠다는 동기는 더 강해질 것이다.

이화연의 옆에 앉아있던 라모르가 진우를 노려보았다.

아주 불만이 많은 표정이었다.

“나를 죽일 셈인가?”

“음?”

“외로워서 죽을 것 같다.”

“아침에 봤잖아?”

“일분일초가 부족해.”

라모르가 진우에게 달려들려 하자, 이화연이 라모르의 어깨를 붙잡았다.

“참아라. 곧 회의 시작이다.”

“흠…….”

“부탁이다.”

“그러지.”

라모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 앉았다.

그녀도 이화연만큼은 인정하고 있었다. 화력에서 만큼은 라모르보다 이화연이 앞서고 있었다. 실제로 붙게 된다면 라모르도 죽음을 각오해야 했다.

물론, 라모르가 이화연을 인정한 건 무력 때문이 아니었다. 바보 같을 정도로 올곧기 때문이다. 라모르는 진우의 명령밖에 듣지 않았지만, 이화연의 부탁이라면 들어줄 의향이 있었다.

라모르가 이화연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이화연 대장, 그건 그렇고 어제 보내준 영상 봤나?”

“…지웠다.”

“확인해보지도 않고?”

“그럴 가치가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좋았지? 응?”

이화연의 얼굴이 붉어진 걸 확인하자 라모르는 그제야 만족한 듯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진우가 자리에 앉자, 하르뮤와 아이나가 진우의 양옆에 앉았다.

이화연은 겨우 표정관리를 하고는 입을 뗐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지. 아린 박사.”

“네.”

아린 박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손짓하자 원탁 위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검은 쐐기의 모습이 보였다.

“이사장님께서 가져오신 검은 쐐기입니다. 아티팩트 메이커의 몸에서 추출했다고 하셨지요.”

아린 박사의 손짓에 홀로그램 화면이 바뀌었다.

연구실이었는데, 검은 쐐기에서 나오는 검은 혈관 같은 것이 물건에 깃들었다. 그러자 이능현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아티팩트를 만들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 위험이 너무 커서 연구는 중지되었습니다.”

검은 쐐기는 진우 이외에 그 누구도 맨손으로 만질 수 없었다. 만지는 즉시 검은 액체가 되어버릴 것이다. 접촉한 모든 동식물들이 그렇게 되었다.

잘만 연구하면 핵폭탄 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는 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겠지만, 너무 위험했다.

국가 단위를 한 번에 타락시킬 힘을 지니고 있었다.

“이 검은 쐐기는 인류멸망적재해개체인 Z2에 연결되어 있는 게 확인되었습니다.”

“Z2, 악의 어머니.”

아린 박사의 말에 이화연이 그 이름을 읊조리듯 말했다.

아티팩트와 악마를 탄생시킨 원흉으로 추측되는 이능개체였다.

아린 박사는 말을 이어갔다.

“검은 쐐기는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현재도 계속 신호를 주고받고 있지요. 아마 그 신호가 아티팩트 메이커로 하여금 지구에 아티팩트를 만들게 한 것 같습니다.”

“어, 그럼 그… 핸드폰 같은 건가요?”

라훌이 손을 살짝 들고 묻자 아린 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슷하지요. 주고받는 데이터량이 지구의 모든 통신데이터를 합친 것보다 수억 배는 많은 양입니다. 초월적인 의지의 대화로 추측됩니다.”

라훌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 되었다.

아델라는 수첩을 펼치고 펜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진우가 슬쩍 보니, 낙서였다.

아델라는 모범생이 아니었다!

라모르는 꾸벅꾸벅 졸았다.

실프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아린 박사를 바라보았다. 아린 박사는 그런 눈빛이 조금 부담스러운지 헛기침을 했다.

“연구팀이 검은 쐐기와 신호를 주고받는 지역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아린 박사가 급하게 회의를 소집한 것이다. Z2에 관한 모든 것이 최우선 순위였다.

이화연이 아린 박사를 바라보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표정이었다.

아린 박사의 말은 Z2의 위치를 발견했다는 말과도 같았다.

“어디에 있지?”

이화연의 물음에 아린 박사는 작게 신음을 흘렸다. 그 신음이 모두의 얼굴에 의아함을 나타나게 만들었다. 아린 박사가 손을 휘젓자, 모든 화면이 사라지고 지구가 떠올랐다.

지구 전역에 검은 파도 같은 것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저것이 바로 쐐기로 보내는 신호였다.

“무슨…….”

이화연의 경악했다.

지구 전역에 퍼지는 검은 파도 때문이 아니었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이 아주 검게 색칠되었기 때문이다.

“신호 패턴이 가장 강력한 지역입니다.”

“…동아시아 전체가……?”

“네, 신호를 역추적하여 정확한 위치를 확인해보았습니다.”

홀로그램에 지구가 반으로 갈라졌다.

동아시아의 밑에 거대한 검은 구체가 있었다. 그것을 본 모두가 말을 잃었다.

“그리고 이게 마력파장 관측법으로 파악한 결과입니다.”

검은 구체 안에 웅크리고 있는 일그러진 태아가 보였다.

마치 지구가 태아를 품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두려움, 긴장, 혹은 절망.

모두의 얼굴에 다양한 감정이 떠올랐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화연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잠에서 깬 라모르의 표정도 굳었다.

산타는 고개를 설레 저었다.

“초월적인 의지… 그 의지는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지. 인간이 개미의 의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 악의는 과연 진정으로 악한 것인가.”

산타는 그렇게 말하고는 깊은숨을 내쉬었다.

진우는 종말의 세계에서 본 광경이 떠올랐다. 계란이 터진 것처럼 파괴된 지구와 잿빛 고리. 저 악의가 지상으로 올라오면 그렇게 될 것이다.

“다행인 점은 지극히 안정된 상태이고, 저 구체가 질량을 지니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었다는 것입니다.”

“저것이 부화했을 때 예상되는 피해는?”

“종말입니다.”

이화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진우가 말했던 종말이 드디어 피부로 와닿았기 때문이다. 진우는 홀로그램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검게 칠해진 구역에서 유난히 더욱 검은 곳이 있었다.

진우가 아린 박사를 바라보자, 그녀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다시 말을 이었다.

“신호를 주고받고 있는 지역입니다.”

“베이징과 도쿄로군.”

“이능현상이 발생되고 있을 확률이 큽니다.”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가 더욱 심각해질 때였다.

“으, 음? 베이징이요? 하하! 제가 중국에 친구들이 많죠! 아! 미안해요! 지금 회의하는 거죠? 아! 그럼 저희 그 팀명을 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대이능특수작전연합단은 너무 딱딱하잖아요. 복수자연맹? 갤럭시 스타?”

정신을 차린 말란 윌슨이 자리에서 당당히 일어나 그런 말을 했다. 레이첼과 라훌이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숙였다.

아델라가 손을 번쩍 들었다.

“피스래빗 어때요?”

“팀 프린세스!”

실프가 아델라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렇게 외쳤다.

이화연은 뭐라 말하기 힘든 표정이 되었다.

“다크니스 워리어.”

에이션트 솔저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말했다.

“이진우와 암캐들.”

라모르가 그렇게 말하자 분위기가 싸해졌다.

“…팀 진우러브… 미…….”

아이나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작게 말했다.

라모르가 아이나를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요망한 년.”

“무, 뭐요?”

라모르의 말에 아이나가 발끈했지만, 라모르는 피식 웃을 뿐이었다.

엄청 시답지 않은 이야기였다.

그래도 분위기 전환용으로는 쓸 만한 주제였다.

결국, 팀 이름은 추후에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그럼, 작전이 필요하겠군.”

진우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대마법사는 빌런을 압살한다
Score 7.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Archmage, the sole survivor in a world that has fallen into ruin, gambles everything and manages to return to the world before its destruction. However, he finds himself not in his original body, but in the body of Lee Jin-woo, the worst villain and a third-generation chaebol heir with brilliant talent. Using his memories from before the regression, he begins to vanquish the villains one by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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