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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74

174화 전쟁신의 망나니

“하아···!”

거친 숨을 몰아쉬며 베아트리체가 앞으로 쓰러졌다. 레온이 그녀가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았다.

“훌륭하네.”

“놈은··· 어떻게 됐죠?”

베아트리체는 레온의 품에 안겨 있으면서도 적을 찾았다.

레온은 베아트리체의 죽음 마법이 휩쓴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음을 보았지만, 그것이 놈의 소멸을 뜻하진 않는다는 걸 알았다.

“처음부터 놈은 이곳에 없었네. 오천 번쯤 베어봤는데 여전하더군.”

“성법에도요?”

“전혀 상처 입지 않았다곤 하지 않겠네. 하지만 놈이 이번에 사용한 건 자신의 힘뿐 아니라 쾌락의 군주··· 아니, 악성의 근원이 되는 힘이지.”

그것이 있었기에 레온과 만신전의 연결을 잠시 차단할 수 있었고, 시공간이 괴리되는 장소에서 레온과 베아트리체를 고립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저 때문에······.”

베아트리체는 자신의 하복부를 이를 악물며 붙잡았다. 이제 다시 꿈과 죽음의 여신께서 억누르고 있는 이 힘은 그녀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존재였다.

놈에 의해 심어진 타락의 정수가 아니었다면 이런 사태는 없었을 텐데.

“악한 것들과 맞서 싸우면서 스스로를 탓하는 일은 없도록 하게. 후회는 나중에 해도 돼.”

때론 후회와 해내지 못한 것, 부족한 힘에 매몰되어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경우를 레온은 많이 봐왔다.

하지만 악마와 맞서는 자들은 이를 알아야 한다.

나쁜 것은 오직 악마뿐이고, 원망은 자신이나 주변이 아니라 오롯이 악에게만 향해야 한다는 것을.

그것이 악마와 싸우는 법이다.

“폐하다운 발상이시네요.”

“이 분야에 한해서는 짐이 권위자이니 믿으시게.”

레온은 베아트리체를 일으켜 세우며 싱긋 웃었다.

“그래, 아직 싸울 수 있겠나? 아직 바깥은 전투 중인 것 같거든.”

레온의 물음에 베아트리체는 대답할 필요도 없다는 듯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폐에하아아아아···!”

저 멀리서 하리와 세 명의 기사들이 뛰어오고 있었다.

* * * *

21세기 현대 지구.

미사일과 위성병기가 나돌아다니는 첨단의 시대에 동아시아의 작은 섬나라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이질적인 전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다 쓸어버려랏!!

“방패 들어!”

방패를 든 맨앳암즈들이 적의 돌격을 맞이하고, 기괴한 생김새의 악마들이 녹슨 대검과 채찍을 휘두르며 돌격해온다.

최전선의 충돌은 냉병기 간의 충돌뿐이 아니다. 양측의 대만군, 타락한 부대와 타락하지 않은 자들이 서로를 향해 총구와 포구를 돌린다.

-콰쾅!

쏟아지는 포격과 총격이 기사들이 펼친 성법에 가로막힌다. 방어 수준의 개념이 아니라 완전한 무효화 성법이다.

-젠장, 포탄이 안 먹혀! 저게 말로만 듣던 원거리 무효화인가! 이렇게 된 이상 육탄전으로 밀어붙여! 장갑화 비율은 이쪽이 훨씬 높다!

“적 전차 및 장갑차 선두돌격! 대전차 미사일 발사해!”

기사들의 원거리 무효화 가호에 의해 화약병기들이 막히자 육탄돌격해오는 장갑차량에 맞서 대전차 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이 퍼부어진다.

이쪽은 원거리 공격이 막혔는데, 상대는 아무런 제약 없이 화기를 사용한다.

이 불합리 속에서도 악마들은 해법을 찾았다.

-놈들 기사풀이 압도적이다! 원거리 방호성법을 벗어나는 직접 공격형 마법으로 개념을 비껴나가!

“데몬 소서러 다수 발견! 포반 화력 지원바람!”

화려한 마법의 웨이브가 몰아치고 그런 그들을 향해 끼끼룩족들의 보복성 포격이 개시된다.

과거의 냉병기와 현대의 화약병기, 미래의 입자병기와 마계의 마법들이 어우러지는 이질적인 전장 속.

그곳에서도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들어 절대적 존재감을 지닌 이들이 있었다.

-끼룩!

(GK-2 레일건 사격 개시!)

“크악··· 어떻게 방호마법을 뚫고?”

“성력이 깃든 탄자다! 빌어먹을 놈들, 탄자에도 별철을 섞었다!”

“사수 놈들을 우선적으로 노려! 중견 전투악마들을 내보내라!”

흉악하게 일그러진 촉수괴물이 팔을 뜯어낸 자리를 대신한 의수검을 휘두르며 돌진했다.

5m에 이르는 덩치는 가히 거인급. 그런 주제에 경쾌한 속도와 방호마법으로 끼끼룩족 전선을 파고든다.

-키야아아아아아!!

두 마리의 거인형 전투악마들이 돌진해오는 모습은 중화기로 무장한 끼끼룩족 전사들에게도 위협적이었다.

-끼룩! 끼끼룩!

(화력부족! 화력투사 바람!)

-끼끼룩! 끼루욱!

(전선에 아군이 너무 많다! 고화력 병기로는 오폭 여지가 있어!)

망설이는 사이 거인형 악마들이 끼끼룩족들에게 다가섰고, 그들의 칼날에 맞서 의기롭게 나선 끼끼룩족 기사들과 충돌하려는 순간──

-콰직!

어디에선가 내려진 거대한 기계발이 거인형 악마를 내리찍었다.

-무슨···!

압사당한 거인형 악마와 거의 동시 육중한 거대 기계발이 그대로 남은 거인형 악마를 후려친다. 그 압도적 물리력만으로 5m의 거구를 공중으로 날려버릴 정도였다.

하늘을 난 악마가 목격한 것은 여섯 가닥의 거대 기계발의 끝, 우주에서 온 듯한 전쟁거미의 주포가 거인형 악마를 노린다.

완벽하게 계산된 사선. 관통함과 동시에 적 보병대를 쓸어버릴 파멸궤도에서──

“화약 병기 따위로···!”

거인형 악마가 최대의 방호마법을 전개한다. 하지만──

-전술패턴 13. 요새 파괴용 공성저격포 680mm 별철포탄 SET.

“이 미친놈이?!”

그 귀한 별철을 통짜 포탄으로 만들었다고?

그뿐만이 아니다. 저 특수탄자의 중심에 부글부글 끓고 있는 건 틀림없는 성수.

압도적 파괴력을 가진 별철탄자가 관통하고 나면 내부의 폭약이 성수를 가열해 온 사방에 퍼뜨리는 구조.

실로 악랄한 대악마용 성법탄두.

“네놈···!”

-초신속반응가속탄 발사.

꽈아아아앙!

끔찍한 굉음과 함께 거인형 악마의 형체가 사라진다.

순수 물리적인 죽음이었던 앞선 거인과 다르게 파멸의 성수탑재 별철탄두는 악마의 영혼마저 갈기갈기 찢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악마 한 마리에서 끝나지 않는다.

슈퍼 강인공지능의 철저하게 계산된 사격각에 노출된 악마 군단의 일부가 그대로 휩쓸려나가며 폭발의 여파를 얻어맞았다.

-끄아아아악!

-여, 영혼이! 내 영혼이 녹는다!

끔찍한 지옥도였다.

단 한 번의 사격이 만들어낸 성력지옥.

그 모습에 감탄하던 한 기사가 외쳤다.

“개쩔잖아아아아아! 그런 게 있으면 팍팍 쏘라고!”

악마들은 직감했다. 저것이 두 번 쏘아지면, 자신들은 끝장이라고.

도시 규모의 전투라곤 하나, 그것도 상대가 보통 사이즈가 아닐 때다.

전장 수백 미터에 이르는 초거대 결전병기가 성력까지 손에 넣어 절대병기로 진화했다.

“마, 막···!”

그 거대한 포구가 냉각을 끝내고 2차 사격을 쏟으려던 그때──

쿠웅!

하고 후작급의 동체 위에 누군가가 올라탔다.

-끼룩?

레이더파에 근접한 적 반응은 없었는데?

칼날이 휘둘러진다. 거인에 가까운 크기라곤 해도 후작급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존재. 하지만······.

-서걱!

순식간에 해체되는 장갑과 무장들. 야피의 카메라 센서가 이를 포착한다.

[꽤나 단단한 장갑이군.]

그레이트 올드 원. 그 한 명이 야피의 무장과 장갑을 두부처럼 썰어대며 콕핏을 향해 달려오는 것이다.

-긴급반응장갑 작렬.

야피는 동체 내부에 있던 폭약을 터뜨려 그레이트 올드 원을 후려쳤다.

비록 기체에 손상은 갔지만, 성수까지 흩뿌리는 폭약을 피하기 위해 그레이트 올드 원도 빌딩에 스스로 몸을 처박아 후퇴했고.

-장갑 및 동력로 손상. 대미지 컨트롤 개시.

화재가 난 장소에 긴급 소화장비가 동원되고 복구 가능한 장갑을 수리하기 위해 나노봇들이 동원된다.

아무리 그래도 이만한 거대 결전병기를 별철로만 만들진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 해도 아다만타이트와 미스릴이라는 게이트산 최대경도 광물을 섞은 것인데······.

-적 개체 위협평가 상승. 불카누스 뭐함?

야피의 카메라 아이가 전장의 한구석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GRARARARARARARA──!!”

날뛰는 불꽃의 성배기사와 그런 그를 막는 두 그레이트 올드 원.

“세 명 다 붙잡아두지 못했다! 하나 정돈 알아서 해라!”

-폐하였으면 해냈을 것. 본기는 실망했다.

“그라라라···! 하다못해 여왕전하라도 있었다면 편했을 텐데 말이지!”

불카누스는 생각보다 대악마 둘에 고전하고 있었다.

나태대공조차 몰아붙이던 불카누스였다. 하지만 상대도 만만치 않다.

“건방지구나, 악마 놈들아! 이 나를 상대하는데, 감히 한 마리를 빼다니!”

그레이트 올드 원들은 불카누스를 상대로 철저히 지연전으로 갔다. 그러다가 여유가 생긴 그레이트 올드 원 하나가 야피를 저지하기 위해 빠진 것이다.

분명 힘의 크기로는 이쪽이 우위일 터인데, 놈들은 뛰어난 연계와 노련함으로 불카누스를 붙잡고 있었다.

[크으···!]

불카누스의 쌍대검을 막아낸 올드 원이 힘에 부친 듯 한쪽 무릎을 꿇었다. 막아낸 충격만으로 전신이 으스러질 것 같다.

무엇보다 검에서 흘러내리는 용광로의 쇳물 같은 성력의 불길만으로 영혼이 타고 있었다.

[괴물 놈···!]

[우리가··· 버티는 게 고작이라니······.]

악마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자들.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라 할 수 있는 그레이트 올드 원들이었다.

태곳적부터 수많은 세계를 침략해왔지만, 이런 괴물은 처음이다.

아니, 처음은 아닌가.

[사자심왕을 떠올리게 하는군.]

[난 그 오크일세.]

악마들의 악몽 같은 존재.

필멸의 신분으로 불멸의 군주를 거꾸러뜨린 진정한 괴물들.

그 괴물들이 이 자리에 없음에 감사한다.

[기사단도 만만치 않군. 전쟁신의 기사단도 그렇지만······.]

레온이 지구에서 키워낸 기사단. 성배 기사단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한 명 한 명이 제대로 신과 이어진 왕국기사급이 사단을 이룬 것이다.

신들의 특례로 인정받은 그들은 기량 이전에 장비가 너무 사기적이다.

[하지만 우리도 수많은 차원을 정복한 군단이다. 병력의 질로 치면 우리가 우위지.]

반대로 말하면 우두머리인 장군급들에선 밀린다는 소리다. 그것을 솔직하게 인정할 정도의 융통성이 이 늙은 악마들에겐 있었다.

[하지만 우리도 수만 년을 전장에서 보냈다.]

[갓난아기나 마찬가지인 필멸자 놈들에게 질 수야 없지.]

그레이트 올드 원들은 불카누스를 잡아두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놈만 잡아둔다면.]

[지원군이 계속 오는 이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비록 초기 기습적인 강습작전으로 병력이 집결하지 못했지만, 악마들은 대만에 충분한 타락자들을 심어두었다.

멋모르고 지휘관의 명령을 따르는 병사들부터 민간 곳곳에 심어둔 악마들. 거기에 게이트에서 계속해서 몰려오는 악마들까지.

이곳에 있는 병력이 전부가 아니다. 반면에 상대는 더 지원을 바랄 처지가 아니다.

한국이나 일본 쪽의 헌터들을 지원받는다 해도 시간이 너무 걸린다. 애초에 만신전은 기습을 위해 한국과 일본의 동맹세력들에게 비밀리에 일을 진행시켰다.

실제로 핵심 네임드들은 이곳에 있지만, 동원된 병력은 적다.

“네놈들, 쫄래쫄래 도망이나 치고 시간만 끌 셈이냐!”

[눈치챈 모양이군.]

[허나, 달라지는 건 없다.]

그레이트 올드 원들. 일대일로 싸우면 물론 불카누스가 압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노련하게 시간을 끌고 있다. 레온이 합류하는 것을 떠나서 시간을 지체하면 보급이 부족한 이쪽이 밀리는 건 당연지사.

불카누스는 여기서 무리수를 둬야 함을 인지했다.

[아, 안 된다, 이놈아.]

그 의도를 깨달아버린 전쟁의 신이 자신의 성배기사를 만류했다.

“페토스 님! 쪼잔하게 그러깁니까!”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아직 지난번에 쓴 성력도 다 못 채웠다! 당장 급한 것도 다른 신들에게 대출받아서 채운 거란 말이다!]

그 말은 레온이 손에 넣은 어떤 고블린의 지팡이를 말함이었다.

성력을 통합된 힘으로 전환할 수 있는 그 지팡이 덕에 효율은 나쁘지만, 다른 신의 성력을 모아 페토스에게 보급했다.

안 그래도 불타는 검 기사단이 있는 페토스로선 얻는 신앙보다 사용되는 성력이 많았는데, 요즘은 아예 빚쟁이였다.

[긴급대출을 해주겠다, 전쟁. 물론 이자는 받아야겠지만.]

[정의 이 악랄한 년!]

이미 빚쟁이인 페토스가 경악했지만, 불카누스는 씨익 웃으면서 아공간에서 고브의 지팡이를 들었다.

“왕창 땡기겠습니다, 여신님!”

[아, 안 돼!]

고브의 지팡이에 아리아나 여신의 신앙이 집속되었다. 그것은 곧장 페토스에게 바쳐졌고 페토스가 그것을 쥐어보기도 전에──

신성강림────

“내가 불카누스다···!!”

────<전쟁의 신>.

1분 한정 풀파워.

풀로 땡긴 대출이자를 갚는 건 기사의 몫이 아니다.

[네이노오오오오오오옴···!]

전쟁신의 절규가 만신전에 울려 퍼졌으되, 신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리 하리는 저런 건 배우면 안 되는데.]

바다 신은 저 망나니 기사가 제 신녀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두려워졌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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