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174

173. 소꿉친구 – 중년의 여인

[ 사망하셨습니다. 4/5 ]

[ 업적 : 네 번째 사망 – 플레이어가 레오에게 동화되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

[ 레나 키우기를 플레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레나 드 예리엘 ]

[ 최종직업 : 연극배우 ]

[ 결혼 상대 : 산티안 라우노 ]

[ 레오 드 예리엘 ]

[ 최종직업 : 근위기사 ]

[ 결혼 상대 : 크세니아와 연애 ]

[ 거지남매 엔딩 : 어두운 별 ]

– 루티나 왕성에서 태어난 레나는… (중략) …오랑주 극장을 뛰쳐나갔다. 오빠를 찾아 오르빌을 밤새 헤매다 오베르가 동원한 라우노 패밀리의 깡패들에게 붙잡혀 극장으로 돌아왔다. 크세니아의 거듭된 설득과 차후 레오가 남긴 편지를 읽고 그녀는 오빠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레나는 오랑주 극장이 자랑하는 여배우로 성장했는데, 항상 어두운 표정이었다.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다가 아주 늦은 나이에 결혼해 두 명의 아들을 낳았다. –

– 루티나 왕성에서 태어난 레오는… (중략) …공주를 유혹하고, 왕을 암살하려 한 수상쩍은 근위기사 ‘노엘’로서 헤르만 포르테 백작의 검에 처단되었다. –

[ 약혼관계 시나리오 엔딩이 변경 되었습니다. ]

[ 레나 아이나르 ]

[ 최종직업 : 에이브릴 성의 기사 ]

[ 결혼 상대 : 레오 덱스터 ]

[ 레오 덱스터 ]

[ 최종직업 : 에이브릴 성의 기사 ]

[ 결혼 상대 : 레나 아이나르 ]

[ 약혼관계 엔딩 : 에이브릴 성의 평화 ]

+ 에이브릴 성에서 태어난 레나 아이나르는 행복한 유년기를… (중략) …벨리타 왕국과 아스틴 왕국 간의 전쟁에 참전한 레나는 혁혁한 전공을 세워 기사가 되었다. 에이브릴 성으로 돌아와 성을 지키는 기사이자 세 자식을 낳은 어머니로 평생을 행복하게 살았다. +

+ 수도 바르나울에서 태어난 레오 덱스터는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으나 어머니를 일찍 여의었다… (중략) …간의 전쟁에 참전한 레오는 혁혁한 전공을 세워 기사가 되었다. 에이브릴 성으로 돌아와 레나 아이나르와 결혼했고, 아이들과 레나를 데리고 자주 사냥을 다니며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

레오 드 예리엘이 죽어 사라진 어둠 속에서 민서가 드러났다.

그는 착잡한 심경으로 엔딩 크레딧을 읽어 나갔는데, 레오의 끔찍한 결말과 달리 떠오른 두 장의 사진은 아름다웠다.

하나는 동생의 사진.

무대에 오른 레나가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관객을 향해 손 뻗은 장면이었다. 그림자가 드리운 뒷모습이었기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배경으로 깔린 관객들은 환호하고 있었다.

둥그런 구체가 된 민서는 안도했다. 내심 걱정했는데, 크세니아가 동생을 잘 돌봐준 모양이었다.

하기사, 얼굴만 잘 감췄다면 특별히 문제 될 건 없었을 것이다. 연극 분장을 하면 저게 화장을 잘해서 예쁜 건지 어쩐지 알아보기 힘드니까.

걱정이 덜어진 민서는 다른 사진으로 눈을 돌렸다. 레나 아이나르와 레오 덱스터가 그려진 사진이었는데, 너무 아름다워 민서의 가슴이 따갑게 쓰라려 왔다.

사진 속의 레나는 그녀가 꿈에 그리던 기사가 되어 있었다.

견실하게 잘 어울리는 붉은 제복을 입었고, 같은 제복을 입은 레오 덱스터가 그녀의 허리를 잡아 들어 올린 사진이었다.

에이브릴 성벽 위, 찬란한 황혼을 뒤로한 사진은 레오를 내려다보며 밝게 미소짓는 레나와 그녀의 흩날리는 머리카락, 레오 덱스터의 기쁨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었다.

보기 괴롭다.

클리어를 위해 두 사람의 꿈을 짓밟은 과거가, 그리고 그래야만 하는 현실이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민서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미안하지만 나도 채하에게 돌아가야 한다. 결코 너희들을 비극에 빠뜨리고 도망치지 않을 터이니…

기다려다오. 도와다오. 생각하고는 왜 저런 엔딩이 떴는지를 고민했다.

일단 전쟁에 참전한 걸 봐서는 잡을 마수가 없었나 보다. 지난 회차에서 했던 행동을 반복했을 터인데, 결국 저렇게 됐다는 건 주변에 마수가 없음을 방증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해피엔딩이 되었으니 당장은 좋은 일이지마는…

‘어떻게 살아 돌아왔지?’

전쟁에 나갔는데 부상 없이 살아 돌아왔다. 잠시 궁리한 레오는 다소 미심쩍은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헤르만 포르테 백작이 전쟁에 참전하지 않은 게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소드마스터를 조우하는 게 {이벤트}로 묶인 전장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었을 리 만무했다.

방금 레오 드 예리엘이 그의 허벅지를 벤 것이 영향을 미쳤을까? 하지만 사제의 치유를 받으면 그 정도 자상은 금방 나았을 텐데…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레오는 이 의문을 일단 미뤄두고 다른 의문, 레오 드 예리엘이 남긴 추론으로 관심을 돌렸다.

– ‘…하지만 민서. 이번엔 네가 틀린 것 같다.’

레오 드 예리엘은 ‘진엔딩이 정말로 레나를 공주로 만드는 것인지’에 관해 의심을 품었다.

아신을 잡는 것.

대안으로 이것이 진엔딩의 조건이 아니겠냐고 질문하였는데, 꽤 신빙성 있는 추론이었다.

각국의 왕위를 차지한 아신들이 몰래 힘을 키우는 세계. 확실히 게임의 목표가 될만한 요소다.

하지만, 잠시 고민한 민서는 그럴 리 없다고 결론지었다. 레오의 의심을 받아주기엔 너무 뚜렷한 증거가 있었다.

이 게임은 ‘레나 키우기’다.

히로인을 육성하는 게임이지, ‘파이널 판O지’라던가 ‘천사O 제국’,‘디아O로’와 같이 세계에 도래한 위기를 막아내고자 주인공이 힘을 키우고, 모험하는 부류의 게임이 아니었다.

애초에 아신을 때려잡는 게 목표라면, 왜 레나가 결혼했을 때, 직업이 결정되었을 때 엔딩이 나겠는가. 얼토당토않은 조건이다.

그리고 뭣보다 민서가 수팀에서 이 게임을 구입하기 직전에 본 사진 한 장이 결정적이었다. 그건 빼지도 박지도 못할 정도로 프린O스 메이커와 동일한 게임이었다.

히로인인 레아가 정면에서 미소짓고, 스테이터스 창과 날짜 창, 일과 선택 창, 보유한 소지금과 오늘 그녀의 기분이 짤막히 적힌 란이 있는 게임을 프린O스 메이커의 아류작이라 하지 무엇이라 한단 말인가.

심지어 그 사진에는 여주인공에게 집사가 붙는 프린O스 메이커처럼 집사인지 시종인지 모를 옷을 입은 소년의 뒷모습까지 있었다.

십중팔구 레오일 거다.

그러니 아신 같은 존재는 단순히 게임 클리어를 방해하는 요소로 봄이 옳았다. 프린O스 메이커에도 ‘마왕’이 있었으니 그것까지 따라 했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물론, 그 쉬운 전체이용가 게임에서 마왕은 위험하지 않았다. 되려 매우 편리하고 유용한 존재였다.

마왕은 여주인공의 ‘도덕심’이라는 스탯(stat, 수치화된 플레이어의 능력치)을 받고, ‘매력’이라던가 ‘기품’ 따위의 스탯을 선택적으로 내주었는데, 매력이나 기품이 도덕심보다 훨씬 키우기 힘든 능력치였으므로 교환하는 게 무조건 이득이었다.

그 교환의 대가로 ‘업보’라는 부정적인 스탯이 쌓이긴 하지만… 별것 아니다.

교회에 가서 푼돈을 기부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면 금방 없어지는 데다가, 다양한 ‘베드엔딩’을 보려고 일부러 딸(여주인공)의 업보를 쌓고 해소해주지 않는 경우가 잦았다.

민서는 레오 드 예리엘을 설득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곧 시작될 소꿉친구 시나리오에서 그를 찾아갈 생각이었다.

이제 이 ‘레나 키우기’를 클리어할 방안은 단 하나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민서가 생각을 정리하는 그때, 메시지가 떠올랐다. 엔딩 크레딧과 두 장의 사진은 그새 사라지고 없었다.

[ 레나 키우기를 클리어하지 못하셨습니다. ]

[ 레오 당신은 대륙 최강의 검사에게 상처를 입혔습니다. 그 업적으로 {검술.5v : 포르테류(流)} 능력을 드립니다. ]

[ 다시 시작됩니다. ]

어둠이 걷히며 민서의 시점이 창공에서 떨어졌다.

평화로운 데모스 마을을 지나 근처 산자락을 향했고, 민서는 각오를 다졌다.

그 각오란, 다름이 아니라…

“레브! 내 말 듣고 있어?”

끄윽.

레아를 다시 만날 각오였다. 레브가 된 민서는 폐부를 울리는 격한 감정에 숨을 삼켰다.

가슴이 무너질 것 같다.

바르바토스에게 잡아먹혀 흉악하게 미소 지었던 레아가 떠오르면서, 붉게 물들었던 그녀의 눈동자가 레브의 심장을 쥐어뜯었다.

“레브? 표정이 왜 그래? 너어! 또 장난치는 거지?”

이목구비가 뚜렷한 십 대 중반의 소녀. 그녀의 곱게 튀어나온 입술과 온순한 눈썹이 괴롭다. 성녀의 성화에 반쯤 녹아내렸던 얼굴이 겹쳐져 숨을 쉬기 어려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레아가 다가왔다. 레브가 왜 이러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순진한 표정을 지었다.

“레브? 왜 그래?”

“헤… 헤헷. 짜, 짜잔~ 이것 봐라!”

민서는 광대를 연기했다. 눈물을 뒤로하고 웃음을 지어 소꿉친구를 안심시켰다.

“우왓! 검이잖아! 너 언제 이걸 가지고 왔어? 어디서 난 거야?”

“저번에 장터에 갔을 때 구했지. 어때? 놀랐지? 이것 봐봐. 나 팔찌도 있다?”

[ 업적 : ‘16’번째 레오 – 플레이어가 레오에게 동화되는 속도가 미약하게 빨라집니다. ]

[ 16/22 ]

[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

레아가 레브의 검을 신기해하며 만지작거리고 있는 동안 민서는 떠오른 메시지를 읽었다.

늘 그랬듯이 그의 시야 오른편 아래에는 16/22라는 회차 제한이 박혀 불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번을 포함해 7번 남았다.

각 회차를 두 번씩. 여유가 있다고도, 벼랑에 거의 몰렸다고 봐도 좋을 숫자였다. 사망 카운트도 4/5로 아슬아슬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 또 뭐야?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처음 보는 게 등장했다. 민서는 끄응- 머리를 긁었다.

정말이지 눈곱만큼의 친절함도 찾아볼 수 없는 게임.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하다 생각하며 고개를 젓는데, 레아가 그를 말똥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왜?”

“으음… 레브, 너 뭔가 이상해.”

“뭐가?”

“뭐랄까… 어쩐지 방금이랑 뭐가 달라진 느낌인데? 너 이리 돌아서봐봐.”

[ 퀘스트 : 귀족도살자 50/50 – {기품} 능력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

[ 퀘스트 : 반역자 10/10 – {왕의 피} 능력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

레아는 레브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어딘가 달라졌다. 촌스러움이 뚝뚝 흐르던 레브의 몸짓이 우아하고, 어쩐지 그를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될 것만 같았다.

“이상하네…” 중얼거리며 레아가 킁킁, 냄새라도 맡아보려는 찰나,

– 딱!

“아야! 너어-!”

민서가 딱밤을 때렸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시간 없어. 산열매 빨리 따고 내려가자. 나 배고파. 검은 이리 줘.”

“어? 야! 나 아직 다 안 봤는데… 우씨. 그렇게 뺏어갈 거면 뭐하러 가져왔어?”

성이 나서 촐싹이는 레아.

기분이 한결 나아진 민서는 빠른 손놀림으로 산열매를 쓸어 담았다. 구시렁거리던 레아도 이내 재잘재잘 다른 잡담으로 넘어갔다.

힐끗 그녀를 바라본 민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레아에게 미안하고, 레브에게도 미안하지만, 그는 하루빨리 이곳을 떠날 계획이었다.

레오 드 예리엘이 죽기 전에 오르빌에 도착해야 한다. 가능하면 그가 공주와 키스하기 전에 도착하고 싶었는데, 여기서 오르빌까지는 엄청나게 멀었다.

말을 타도 두 달.

그것도 국경 관문에서 막히지 않는다는 걸 전제했을 때의 얘기였으므로 사실 민서는 하루가 급했다.

하지만,

‘…레아를 그냥 두고 떠날 수는 없어. 아버지는 산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을 테니 어쩔 수 없지만, 레아한테는 작별인사라도 하고 떠나야겠지.’

레아는 민서에게도 좋은 친구였다.

간접적이지만, 레브를 통해 무려 수년간을 만났고, 힘들고 지칠 때마다 종종 떠올라 의지가 되어주었다.

이대로 나 몰라라 떠나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곧 수도교회를 향하는 사제님이 마을에 들릴 테니 힘내라는 이야기도 해주어야겠고…

이윽고 두 사람은 산열매로 가득 찬 가죽 주머니를 안고 산에서 내려왔다.

일단 레브는 재잘거리는 레아를 집으로 들여보냈다. “밥 맛있게 먹어. 그런데 레아야. 나 이따 할 말이 있어.”라 말하여 약속을 잡아두었다.

먼저 떠날 채비를 해둘 생각이었다.

마음이 약해질지도 모를 일이라 단단히 중무장하고 떠나기 직전에 안녕을 고할 것이다.

밥도 먹어야 하고.

뭐라고 말하는 게 좋을까? 생각하며 레브는 문을 열었다. 얼마 만에 돌아왔는지 모를 집에 들어서며 신발을 벗어 던졌는데…

레브는 꽁꽁 굳어버렸다.

집에 아버지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었다. 소꿉친구 시나리오 시작 직후에는 항상 비어있던 집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 그를 반기는 것이었다.

“아들. 일찍 왔네? 산열매는 많이 땄니?”

빗질하지도 않았는데 하얗게 길이 난 정수리가 단정하고, 이마가 반듯한 중년의 여인.

레브의 어머니였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