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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75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175화

56장 철벽(3)

검은 마물.

아직 실바인은 놈들과 싸워본 적이 없으나, 그들에게 닿은 것만으로도 바깥의 마물들이 확연하게 강해졌다.

본체인 그들이 얼마나 난적일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놈들이 계속 불어나 바깥의 마물을 따라잡는다?

만약 그 정보가 사실이라고 한다면.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그만한 적의 숫자를 모두 막아내는 것이 가능할까.

비행 마물과 검은 마물이 참전하고, 거기다 지금까지 병력의 5배가 넘는 놈들이 쳐들어온다면.

압도적인 병력 차이에는 전술이 의미가 없다. 며칠, 몇 달 간 준비한다면 모를까 지금 당장에는.

그런데 정작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는 프론디어의 얼굴은 여전히 평온했다. 아니, 오히려 그 얼굴에는 다소의 걱정이 보이기까지 했다.

실바인이 이 소식을 듣고 어떤 심정일지를 살피는 걱정이었다.

실바인, 언제부터 이런 소년에게 걱정 받을 정도로 약해졌느냐.

“프론디어, 자네에게는 생각이 있는 것인가? 이 상황을 타개할 해결책이?”

그 말에 잔잔히 고개를 끄덕이는 프론디어. 그 당연하다는 듯한 움직임이 실바인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해결책이 있다? 어떻게?”

“제가 하려는 것은 단장님이 지금까지 하던 것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하던 것?”

“예, 적의 지휘관을 잡는 것이죠.”

그 말에 실바인의 눈에 실낱같은 희망이 깃들었다.

그렇다. 처음에 그 많은 병력이 집결하면서부터 그는 적의 지휘관이 있음을 예측했다. 그리고 적들이 오는 경로를 거슬러 오르다, 프론디어가 보낸 ‘매복 주의’라는 메시지에 다시 돌아왔다.

그 정도로 많은 숫자가 쉽게 장소를 바꿀 수는 없다. 놈들은 여전히 그 집결지에 있을 것이다.

“놈들이 집결하는 것은 지휘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수단을 썼든 간에 바깥의 마물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게 만든 것은 그들을 휘어잡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그 원인을 없애야 합니다.”

“……만약 그걸 부술 수 있다면.”

“놈들은 집결하지 않고, 대량으로 발생한 마물들은 방벽에 쳐들어온다 해도 막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겨울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요.”

그렇다. 작전을 짜지 않은 마물들은 로아흐 기사단과 병사들이 해결할 수 있다. 모든 마물들이 단번에 방벽으로 닥치는 게 아니라면, 승기는 있다.

“자네는 그 위치를 알고 있단 말인가? 놈들의 집결지를? 집결하는 원인이 무엇인지도?”

“그렇습니다.”

“잘됐군! 그럼 나와 로아흐 기사단이 내일 곧장 그곳으로 이동하겠네.”

실바인이 화색을 띠고는 말했다. 좀 전까지는 아주 절망적인 상황처럼 보였는데, 프론디어가 상당한 정보를 쥐고 있으니 일이 쉽게 풀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번엔 프론디어는 고개를 저었다.

“단장님은 그곳으로 갈 수 없습니다. 기사단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왜 갈 수 없다는 것인가?”

“적이 눈치챘을 테니까요. 단장님과 기사단이 집결지로 향하려다가 돌아오지 않으셨습니까?”

아, 실바인은 그때를 떠올렸다. 놈들의 꼬리를 자르고 경로를 거슬러 오르던 때를.

“제 말을 믿어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곳에는 정말로 매복이 있었습니다.”

“……그랬군. 우리가 매복에 걸리지는 않았다고 하나, 움직임은 이미 간파되었다는 건가.”

“예. 그러니 다음날부터 놈들은 총공세를 가해올 것입니다. 단장님이나 기사단과 같이 별도로 행동할 만한 여유가 없도록 말이죠.”

실바인은 그 말에 부정하지 못했다.

당시에 실바인이 기사단과 함께 따로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앙페르의 무력과 마물의 양을 보고 적절히 가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에 올 적의 병력이 프론디어가 말한 것처럼 어마어마한 수준이라면, 로아흐 기사단 또한 방벽을 막아내는 데에 온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방벽이 뚫린다면 적의 집결지고 뭐고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될 테니.

“단장님과 기사단 여러분이 은신에 특화된 암살 부대라면 모르겠으나, 그렇지가 않죠. 여러분들은 이 방벽의 기둥이자, 절대로 뚫려선 안 될 철벽이니까요.”

“……그렇다.”

놈들의 집결지로 향하기에 그들은 방벽에 없어선 안 될 고급 인력이고, 그렇다고 적당한 사람을 꾸렸다간 집결지에 도착하지도 못할 것이다.

거기서 실바인은 프론디어가 하려던 말을 깨달았다. 왜 아무도 듣지 않는 곳에서 이야기를 꺼내는지까지도.

“그곳에는 제가 가야 합니다.”

“……!”

프론디어가 이렇게 말할 것을 알고 있었으나, 직접 들으니 그것이 가리키는 현실이 금방 무거워졌다.

무능력한 게으름뱅이라면서, 확실히 프론디어의 게으름은 앙페르가 예측한 대로 어떤 개입이 있었던 모양이다. 소문으로 듣던 프론디어가 이런 말을 할 리가 없으니.

“방벽을 넘는 것을 도와달라는 건가?”

“그저 숙소의 감시만 피할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실바인은 손으로 눈을 가렸다. 앞이 깜깜해졌다. 실제로도, 심정으로도 그랬다.

“……안 된다.”

실바인은 꽤 깊이 고민했으나, 역시 이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실바인은 프론디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현재 병사도, 기사도 아닌, 방벽 전투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전투가 가능한 유일한 인원. 그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프론디어가 이런 제안을 하는 것도 그런 위치 때문이라고 여겼다.

프론디어 혼자서 놈들의 집결지로 향한들 그곳에는 이미 수많은 적들이 포진해 있다. 집결하는 원인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해도, 프론디어를 놈들이 가만히 내버려 둘 리 없다.

게다가 프론디어는 가주의 아들이 아닌가. 앙페르가 이미 방벽 전투에 참여하지 않도록 신신당부했고, 실바인의 눈으로 보기에도 프론디어는 전투의 재능이 있긴 하지만 아직 햇병아리다. 바깥의 마물들과 싸울 그릇이 갖춰지지 않았다.

그것도 혼자서 대규모의 마물들이 있는 곳에 쳐들어간다니, 무리다.

그러나 이런 자잘한 것들 말고도 가장 큰 이유는,

“넌 너무 어려.”

“…….”

프론디어가 얼마나 강한지, 가주의 아들인지 뭐고 간에.

실바인의 눈으로 보기에 프론디어는 너무 어리다.

성인도 되지 않은 아이를 실낱같은 희망 때문에 사지로 등을 떠민다고? 제정신인 기사라면 누구도 하지 못할 짓이다.

“……성공하면 훨씬 더 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게 어쨌다는 거냐.”

실바인의 목소리가 깊게 가라앉았다. 방금 프론디어의 말, 흘려들을 수 없었다.

“하나의 목숨으로 여럿을 구한다. 그런 판단은 황제나 내리는 거야. 나는 그런 계산 따위나 하려고 기사가 된 게 아냐. 아이 하나 죽게 만들려고 기사단장이 되어, 그들의 목숨을 내 어깨에 짊어진 게 아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 그런 방식을 진작에 할 수 있었다면 실바인은 기사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너같은 아이를 구하려고 기사가 되었다. 그러니, 너를 보낼 수 없다.”

“……많은 사람이 죽을 텐데요.”

“죽는 것은 나뿐이다.”

실바인의 눈이 선연히 빛을 발했다. 그 빛의 온도는 차가웠다.

“내 목숨 하나를 떨구고 놈들을 모조리 쳐죽일 것이다.”

그건 단순한 각오가 아니라, 그야말로 생명이 서린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 프론디어는 잠시 눈을 감았다.

이렇게 될 것 같더라니. 실바인은 기사로서 너무 충직하다.

뭣보다 무서운 점이, 실바인과 앙페르, 그리고 로아흐 기사단이라면 정말로 막아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허나, 그들은 죽겠지.

시민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로아흐 기사단의 생명이 방벽 위에 흩뿌려질 것이다.

아마 앙페르 또한 무사하기 힘들 것이다.

‘참 어렵다.’

사람을 구하는 게.

신념이 뼈에 굳은 것처럼 투철한 사람일수록, 설득은 쉽지 않구나.

그렇기에 어쩔 수 없다.

“그러면 어쩔 수 없군요.”

“그래. 정보는 고마워. 미리 기사단과 가주께 알려 대비를 철저히 해놓을 테니.”

“그냥 알아서 방벽을 넘겠습니다.”

프론디어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 말에 실바인이 허, 하고 입을 벌렸다.

“……지금, 뭐라고……?”

“단장님께서 몰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했는데, 거절하시니 어쩔 수 없군요. 그냥 들키더라도 숙소를 나가, 방벽을 넘을 것입니다.”

“내가 그걸 두고 볼 것 같은가?”

“두고 보실 수밖에 없을걸요. 그때 단장님은 마물들을 썰고 계시느라 바쁠 테니.”

실바인은 뻔뻔한 미소를 짓고 있는 프론디어를 보았다.

프론디어의 말대로, 그가 숙소를 나갈 즈음이면 실바인은 이미 방벽에 있을 것이다. 물론 이탈 따위 절대로 허락되지 않을 것이고, 실바인 본인이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죽고 싶나? 프론디어.”

실바인은 참으로 기묘한 마음에 사로잡혀 프론디어를 보았다.

어떻게 프론디어는 저렇게 웃을 수 있는지.

실바인의 만류에도 뻔뻔하게 미소 지으며, 방벽을 넘어 위험천만한 곳에 가려고 하는지.

“죽지 않을 것입니다.”

“……!”

프론디어는 그 미소 속에, 작은 외로움을 숨겨놓고 말했다.

“이런 곳에서 죽기엔, 미뤄놓은 숙제가 너무 많습니다.”

* * *

“……후우.”

실바인은 자신의 개인집무실에서 고민에 빠졌다.

-이 사태를 막기 위해선 제가 필요합니다.

프론디어는 그렇게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자신감도, 불안함도 없었다. 마치 무슨 책의 구절이라도 읽는 것 같이 무미건조했다.

그것이 의도치 않게 실바인에게 어느 정도 신뢰를 준 것은 사실이나,

-자네가 어떻게 이 사태를 막아낼 수 있단 말인가?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결국 뭘 할지 상세한 정보는 이야기하지 않기에, 실바인은 자연히 머리가 아파져 오는 것이다.

‘그저 보내주기만 하라니.’

지금 프론디어는 앙페르에 의해 발이 묶여 있다. 지금도 그의 숙소에는 보살핀다는 명목으로 몇 명의 사용인이 프론디어의 감시로 붙어 있다.

아마 프론디어 스스로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숫자가 그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물론 실바인이 있다면 프론디어가 숙소를 나가는 것은 손쉬울 것이다. 개인훈련 따위를 명목으로 프론디어의 ‘임시 거처’를 옮겨두면, 사용인들은 의심하는 일 없이 프론디어는 보내줄 것이다. 무엇보다 기사단장의 명령이니까.

허나 실바인은 도저히 그럴 마음이 없다. 저 어린아이를 혼자 방벽 너머에? 그냥 죽으라 하는 것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그런데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 쳐들어간다고 하니, 이 무슨 난처한 상황이란 말인가. 정말로 죽고 싶어 환장했나?

‘대체 저 자신감은 뭐란 말인가.’

프론디어가 보여준 그건 자신감을 넘어서 있었다. ‘지금부터 의자에 앉아보겠습니다.’ 따위를 선언한 것 같은 음색이었다.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긴 한 건가? 그렇게 보이진 않아도 저건 또 다른 종류의 ‘광기’인가?

허나 그게 광기가 아니라면.

그 담담한 음색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면.

‘정체가 뭐지, 저 녀석.’

생각해 보면 기이한 일이다.

앙페르에게 프론디어에 대해 들었을 때에도 상당히 기묘한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신의 개입이 있을지도 모른다니. 대체 무슨 짓을 하면 신들이 미워하는 마음을 품을까.

게다가 그 까마귀. 어마어마한 테이밍 실력이었다. 먼 곳에서 정찰을 하고 보고하게 하는 것도 모자라, 말하는 것이 유창하며 굉장히 똑똑하다. 여러 가지를 시험해 봐야 알겠지만 그냥 본 바로는 인간에 비견한다.

훈련해 본 바 전투에서의 센스도 나쁘지 않고, 게다가 정보를 취합하고 결론을 내리는 판단력, 그에 따른 평정심, 죽음을 각오함에도 기이할 정도의 침착함.

‘……그렇지.’

그렇게 찬찬히 생각하니 기억이 났다. 프론디어는 이전 여름방학 때는 테이번에 갔다고 했지. 거기서 방벽 전투에도 참여했다고 들었다. 아무리 여름이라 해도 방벽에서의 싸움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문제다.

그런 곳에서 무사히 돌아왔으니, 분명 뭔가 보여준 게 있을 거다.

실바인은 폰을 꺼냈다. 자신의 오랜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다.

‘중앙으로 돌아갔으려나?’

매일 서로의 기사단에 대해 자랑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여보세요? 실바인?

곧이어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샌더스.”

실바인이 전화를 건 상대는 샌더스였다.

슈라우스 기사단의 기사단장, 샌더스. 프론디어가 테이번으로 향했을 때, 그곳에서 임시로 기사들의 지휘를 맡게 된 바로 그였다.

-무슨 일이야? 오랜만인데.

“잘 지냈나?”

둘은 잠깐 서로의 근황에 대해 물었다. 워낙 연락을 하지 않았기에 당연한 흐름이었다.

하지만 그건 오래 가지 않았다. 실바인은 지금 심적으로 워낙 급했으니까.

“그래서 말인데, 샌더스. 테이번에 있었을 때 혹시 ‘프론디어’라는 소년을 만난 적 있나?”

실바인은 말하면서도 기대가 되지 않았다. 프론디어는 당시 거기에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었을 텐데 샌더스가 그를 기억할 리가,

-물론이지! 프론디어 드 로아흐를 말하는 거지?

놀랍게도 샌더스는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게다가 뭔가 반가운 이름이라도 들은 것 같다.

“……아? 음. 그래. 그 프론디어가 말인데.”

실바인은 샌더스에게 적당적당히 상황을 설명했다. 너무 상세한 설명을 할 수는 없었고, 단순히 프론디어가 위험한 행동을 하려 한다, 무모한 짓이다, 정도의 뉘앙스를 전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샌더스가 말했다.

-하라고 해. 뭐가 됐든.

“……뭐?”

실바인은 잘못 들었나 싶었다.

“아직 성인도 안 된 소년이라니까? 사지로 걸어 들어가려 한다고!”

실바인은 이제 도리어 샌더스를 설득하려고 했다.

하라고 하라니, 그게 기사의 입에서 나올 소리냐! 샌더스.

-하하하.

그런데 샌더스는 이번엔 웃기까지 했다.

-프론디어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내버려 둬. 아니, 적극적으로 도와주면 더 좋고.

“허……?”

사람이 변했나? 내가 지금 전화를 잘못 걸었나?

샌더스, 샌더스가 맞는데.

거기서 샌더스는 한마디 더 했다.

-좀 있으면 눈물 흘리며 고마워하게 될 거야. 나에게, 그리고 프론디어에게.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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