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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75

175화 대장장이 신의 슈퍼 로봇 삽화有

그레이트 올드 원 중 하나 뉴트로이스는 자신의 칼날 갈퀴의 이가 빠지는 경험은 오랜만이었다.

인간으로 치면 가히 에픽급 장비. 이 검은 수많은 타락자들의 영혼이 담긴 마계의 명검이다.

[그만한 크기의 몸을 잘도 별철로 덕지덕지 붙였군.]

-끼룩!

야피의 결전병기 후작급의 동체는 듣는 게 어이없을 정도로 별철들로 도배되어 있다.

즉, 야피의 장갑을 깨부순다는 건 수백 명의 풀 무장 기사를 절단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단 소리다.

[하지만···! 역시 전부를 별철로 만들지는 못했군!]

칼날 갈퀴에 의해 뜯겨지듯 잘려 나가는 다리. 뉴트로이스는 야피가 도색까지 똑같이 해내며 숨겨둔 취약점은 절묘하게 잘라냈다.

-······.

어떻게 그렇게 정확히 취약점만 알아낸 것인가. 야피는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빠른 전투를 이어 나가면서 좀 전의 영샹을 3,733회 돌려봤다. 그리고 그 이유를 찾아냈다.

-06.34초에서 07.25초의 프레임 보강작업 개시. 원인 파악.

1초도 되지 않는 찰나를 수십 만 프레임으로 분석. 찰나의 차이점을 찾아내고 분석한다.

-적 개체, 후각이 뛰어남. 별철과 아다만타이트의 도료흡착 후 냄새에 반응한 것으로 추정.

상대가 냄새로 반응했다. 그렇다면.

-신성가스 폭발. 가스로 후각을 차단함.

여기까지 1.9초.

정진정명 오직 전투행위에만 모든 연산력을 투입한 강인공지능은 순식간에 해법을 찾아냈다.

-취이이이익!

레온이 가진 최후의 성배가 생성해낸 성수에 화학약품을 섞어 극독이 된 가스를 뿌리는 야피.

[흠···!]

여기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먼저 뉴트로이스의 후각을 차단하는 것과 칼잡이인 뉴트로이스를 아웃 레인지로 후퇴시키는 것.

거리만 벌려진다면 압도적 화력을 가진 야피의 후작급 결전병기가 질 일은 없다!

-적 후퇴를 확인. 파멸병기 SET.

거리가 벌어졌다. 바로 그 순간, 야피의 680mm 별철주포가 겨눠진다.

이 압도적 물리력은 스치는 것만으로 대악마를 저승으로 보내버리겠지.

[건방진 것. 내가 네놈 같은 인공지능 병기를 처음 상대하는 줄 아느냐.]

바로 그 순간, 야피의 발밑이 폭발했다. 순간의 폭발로 무너져 내린 발밑. 자연스레 발이 빠지면서 사격각이 밀려나간다.

-지하철에서 폭발반응.

야피는 폭발한 다리 밑이 지하철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약간의 혈흔을 발견한 것으로 그곳에서 벌어진 일을 깨달았다.

-자폭병 존재. 생명반응 확인.

데몬 게이트로 악마들이 소환된 곳은 지상뿐만이 아니었다. 지하에도 악마들이 소환되어 매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타이베이역 각 입구에 방어병력 배치. 긴급수요.

야피가 재빠르게 통신을 했다. 하지만 이미 지하철역 입구 사방팔방에서 악마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우주 무장플랫폼 주력무장 변경. 하전입자포 포격 개시.

야피가 선택한 것은 화력을 지하철 입구에 집중조사하는 것이었다.

우주에서 쏟아진 하전입자포들이 연달아 지하철역 포인트를 공격했고, 천장이 무너져내린 곳에서 악마들의 진군이 멈췄다.

<영역선포 – 타락신전>

-······!?

야피의 바로 위 상공에 보랏빛의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졌다. 처음에는 공격마법인가 싶었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었다.

-기기 이상반응. 통제 시스템 작동 불가.

기체가 움직이질 않는다. 마치 수많은 바이러스에 잠식된 것처럼.

[기계는 유용하지만 결국 기계. 통제를 빼앗는 건 손쉬운 일이지.]

뉴트로이스는 삐걱거리는 야피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바람 마법으로 가스를 치우면서 여유롭게.

[네 화력은 대단하긴 하더군. 자, 그러면 그 힘을 유용하게 써보도록 할까.]

뉴트로이스의 말과 동시에 통제가 빼앗긴 후작급의 포구가 반대방향으로 향했다. 그곳은 끼끼룩족의 장갑차량이 있는 곳이다.

-긴급 퍼지···!

그 순간, 금방이라도 포성이 울릴 것 같았던 야피의 무장이 힘없이 늘어졌다. 기체 전체와 함께.

[호오~ 포격 전에 기체를 정지시킨 건가. 판단은 나쁘지 않군. 하지만······.]

덕분에 무방비 상태에 놓인 야피. 뉴트로이스가 야피의 철의 촉수다리를 두들기며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

[과연, 그렇군. 아무리 별철로 만들었어도 어떻게 이 덩치를 움직이는가 했더니 반중력 장치로 무게를 상쇄하고 있었나.]

툭툭 건드리는 부위는 정확히 반중력 장치가 심어진 곳이다. 뉴트로이스의 칼날 갈퀴가 정확히 그곳을 찔렀다.

-콰직!

외부에서의 관통으로 인해 파괴된 반중력 장치. 연달아 파괴되며 후작급이 무너져 내린다.

[이따위 장난감이 없으면 기계 따위가 우리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더냐!]

퍼지로 정지한 후작급 위에 올라타는 뉴트로이스. 그의 칼날 갈퀴가 동체를 내리찍으려는 순간──

-콕핏 사출.

후작급 동체의 모듈블럭이 열리더니 그 안에서 쾅! 하고 무언가가 사출되며 뉴트로이스를 후려친다.

[큭···!?]

그것과 정통으로 부닥친 뉴트로이스의 거체가 뒤로 밀려났다. 곧이어 악마들 한복판에 착지한 그것.

-뭐야, 이놈은!

-죽여버렷!

그 모습을 발견한 어떤 맨앳암즈··· 과거, 청주 게이트에 들어갔다가 목숨만 부지해 도망친 과거가 있던 그는 안색이 새파래졌다.

그것은 트라우마였고 공포였다.

어둠이 가득한 모래 싸라기 속, 8개의 눈을 빛내며 헌터들을 학살하던 사냥꾼. 건물과 건물을 오가는 다각전차.

청주의 킬링머신. 시가전의 악몽.

-콰아아앙!

그 공포가 든든함으로 바뀐 것은 순식간이었다.

-서걱! 서걱!

“······?”

“????”

살덩이가 잘린 것을 인식하는 것보다 조각난 것들이 땅바닥에 쏟아지는 것이 먼저였다.

세련되게 휘몰아치는 대폭력.

혼잡한 시가전 속에서 살덩이들을 닥치는 대로 베어버리고, 휘두를 때마다 수십 개의 조각이 비산한다.

-야크트 스피너. 대보행전투모드.

순식간에 악마들 수십 개체를 썰어버린 것은 기계팔을 휘두른 별철 와이어였다.

이전보다 더 강력해진 데다 성배기사가 되어 성력이란 무한기관으로 움직이는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술성법 34. 천라지망(天羅地網).

“??????”

16개의 와이어가 그물처럼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갔다.

별철을 가늘고 가늘게 가공해 만들어낸 특제 와이어.

철과 대장장이의 성배기사가 정밀가공해 만들어낸 성물급 무장은 마치 거대한 거미집처럼 뉴트로이스의 주변에 펼쳐졌다.

도시의 빌딩과 빌딩, 건물과 건물 사이를 거대한 거미집 구조물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놈··· 대체, 무슨 짓을!]

그 의미는 다음 순간 체감할 수 있었다.

-전술성법 연계 34-17. 철의 소생.

[흡?!]

순간 막대한 중압감이 뉴트로이스를 덮쳤다. 그것의 정체는 온갖 경험을 가진 그였기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수천 년 전, 행성과 그 달이 너무나 가까운 세계를 침공한 경험이 있다. 강렬한 저항에 지혜의 군주 카라카엘이 중력장을 발생시켜 달 째로 행성에 떨어뜨렸는데······.

[마치 달이 근접했을 때와 같은······!]

그 의미를 깨달았을 때, 뉴트로이스는 경악했다. 저 기계는, 단순히 기계가 아니라 성배기사.

철과 대장장이의 성배기사다. 그리고 그가 다루는 것은 말 그대로 ‘별’로 만들어진 철.

[유사 행성화를, 이미 죽은 별의 잔해를 되살렸다는 거냐!]

그것이 얼마나 거대한 연산과 성력의 개념변화가 이루어져야 할지는 그조차 상상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이 성배기사는 그것을 해냈다. 유기물의 한계를 초월한 강인공지능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레이트 올드 원이다! 이곳은 나의 영역! 내가 선포한 영지이니···!]

<영역선포 – 타락신전>

뉴트로이스가 이번에 제어를 빼앗을 기계는 지금 별철을 별로 소생시킨 야크트 스피너.

-제어 불가능. 점유율 감소 중.

뉴트로이스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대단한 기계라도 결국은 기계. 이 타락의 영역에서 대항마력을 갖추지 못한 기계는──

-긴급 사출.

[뭐?]

뿅! 하고 모듈이 열리며 튀어나오는 작은 기체. 야크트 스피너··· 아니, 야피는 자신을 똑 닮은 야크트 스피너 위에서 뉴트로이스와 눈이 마주쳤다.

-타점 레이저 포인트 지정.

야피의 기관총에 달린 레이저 포인트가 뉴트로이스를 콕 찍었다. 이에 가소롭다는 듯이 웃는 뉴트로이스.

[하··· 고작 그런 손톱 만한 기관총으로 뭘 어떻──]

-구우우웅···!

무언가 움직인다. 너무나 거대한 것이 움직이고 있었다.

[저건?!]

긴급 퍼지로 동작을 멈췄을 터인 메인 전투프로그램 제3번 결전병기 후작급. 그것이 삐걱거리는 기계다리로 지상을 딛으며 일어서고 있었다.

-리모트 컨트롤 개시. 일회 한정 동작 프로세서 작동.

-무장전환 Full Weapon Set.

육상결전병기 후작급.

별철에 대한 유일한 가공능력을 가진 존재이자 그 거대한 혜성에 대한 자율적인 권리를 부여받은 강인공지능은 자신의 기술력과 철과 대장장이의 성법으로 최대급 무장들을 제조했다.

그 첫 번째가 도미네이터급.

2km급의 초대형 잠수항모. 국가를 상대로 단기로 전쟁을 벌일 수 있는 이 항모는 전투병기보다는 탑재한 끼끼룩족 전사들이 주력이다.

두 번째는 바로 후작급.

일단은 ‘육상병기’ 사이즈에서 벗어나지 않는 백작급과 달리 이 후작급은 그야말로 거대결전병기.

그 강력함은 빌딩 숲을 오가는 여섯 개의 촉수 기계발과 주포도 있지만······.

외부무장 풀 셋트 장착.

내부무장 풀 오토 전개.

우주 무장 플랫폼과 해상 무장 플랫폼에서 지원받는 무진장의 무기들과의 통합 전투 시스템.

이것이야말로 후작급의 무시무시한 점.

-반중력 장치 파괴로 반동제어 불가능.

계산을 끝낸 야피는 후작급을 컨트롤해 앵커를 발사했다. 수십 개의 앵커가 온 도시로 쏘아지더니 수십 채의 빌딩들을 관통한다.

-빌딩들로 반동을 잡는다.

다음 순간, 후작급의 모듈러 동체에서, 우주의 스텔스 위성과 바다의 도미네이터급이 발사되었던 무장들이 속속 장착된다.

하전입자포.

사이드 이온 캐논.

중형 특수반응탄두 여섯 기.

600mm 전술 탄도 미사일 4기.

대보병용 195mm 자주곡사포탄 직사화력으로 전개.

면을 제압하는 올 웨폰 프리.

[크윽···! 네놈! 네놈···!]

아직 대성법 별의 소생에 의해 붙잡혀 있는 뉴트로이스. 그에게 향해는 초병기들.

야피가 깜찍한 기계음을 흘렸다.

-끼룩!

다음 순간, 타이베이 시에 작렬한 거대폭발이 있었다.

* * * *

끔찍한 열기와 폭발이 곳곳에서 피어나오는 가운데, 악마들은 점차 전의를 잃기 시작했다.

-미친··· 성배기사 두 놈이 장로 대악마님들을···!

-저 괴물들! 어째서 아직도 있는 거냐! 다 죽였을 텐데!

성배기사는 악마들에게 공포의 상징. 그렇기에 철저하게 격멸했다.

최후의 성배 수호자에게 악마들 대부분이 몰살당했을지언정, 더 이상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가 재기하는 일은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이런 괴물 같은 놈들이 자꾸 튀어나오는 거지?

그리고 그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더.

“빌어먹을 악종 놈들이 감히 짐의 앞에서 군단을 이루고 도열을 짜느냐!”

극광의 성검──

기습적으로 휘둘러진 것은 찬란한 황금빛의 성검이었다.

빛과 정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여신의 분노. 그것이 빛의 파도가 되어 악마들을 휩쓸었다.

“아닛···!”

“사자심왕···!”

[삽화] – 표지랑 같음

봉쇄되었을 터인 마천루의 꼭대기, 그곳에서 사자심왕이 빛나는 성검과 함께 악마들을 내려다본다.

그의 곁에는 마술사 여왕과 만신전 네 기사들이 전장의 한복판을 내려다보고 있다.

“네놈들에게는 짐승처럼 뭉쳐 있다 떼몰살을 당하는 것이 어울린다. 비체.”

베아트리체가 상큼한 미소로 말없이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자줏빛 기운이 쏟아지더니 마천루 위에서 안개가 되어 지상에 내리깔아졌다.

“이, 이게 무슨··· 컥!”

그것은 죽음의 안개였다.

성배기사 제레아가 사용하던 성법 <환몽영역>의 성질을 죽음으로 바꿔낸 것. 강력한 성력인 만큼 성력 소모가 심각할 그것을 베아트리체는 너무나 여유롭게 부리고 있다.

[제법이구나. 본녀의 성력뿐 아니라 마술로 일으킨 바람으로 휘몰아치는 거로군?]

“절약해야 하니까요.”

단순히 성배기사가 아닌 마술사 여왕이기에 할 수 있는 성법과 마술의 조화. 그리고 그 위력은 순수한 성력으로만 성법을 짰을 때보다 더 광역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성법은 확실히 그 특유의 개념강제라는 사기적인 힘 탓인지 소모가 빠르다. 아무리 성배기사나 신관장이 신과 신앙을 공유하는 대행자라 할지라도 소모에 주의를 해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놈들을 살려 보낼 생각은 없답니다.”

베아트리체는 쾌락과 타락의 악마들을 유독 싫어했다. 그들에 의해 타락한 가족들을 보아왔기에 더더욱.

“죽음의 무도회를 시작하지요. 왕명으로 내려지는 강제참가. 무도회가 끝나는 건 이 땅의 악마가 단 한 마리도 살아있지 않을 때까지랍니다.”

“크크크큭···! 짐은 기꺼이 여왕의 무도회에 참가토록 하지!”

“후후후훗···! 폐하라면 최고의 파트너가 되겠지요!”

두 왕이 춤춘다. 사교계의 멋들어진 화려한 춤이 아닌, 비명과 절규가 춤추는 악몽에나 나올 법한 댄스였다.

두 사람은 즐기고 있으니 다행이라 하겠다.

* * * *

“크윽···!”

쾌락과 타락의 악마대공 퀘이는 만신창이의 몸을 이끌고 선미로 나왔다.

대양을 넘어 도착하기까지 퀘이는 일찍이 여왕에게 심어둔 타락의 정수를 이용해 두 사람을 그 내부로 끌어들였다.

그곳에서 퀘이는 가히 무한한 힘을 가진 존재였을 터였다.

타락시키지 못할 존재가 없었고, 필멸자인 이상··· 아니, 불멸의 존재라 하더라도 그 타락의 궁전에서는 견뎌내지 못한다.

그런데 어째서······.

‘어떻게 놈은, 놈들은 타락하지 않은 거지?’

신들과의 연결도 차단됐었던 레온도, 타락의 정수가 심어진 핵이었던 베아트리체도 끝내 타락의 유혹을 이겨냈다.

퀘이가 아는 상식으로는 도저히 불가한 일이었다.

“성가시게 됐군요.”

비록 타락의 정수를 경유했다곤 하나 자신의 분신체를 그곳에 남겨두었다.

성법의 힘은 개념의 힘. 성법에 의해 갈기갈기 찢어진 이상 링크가 연결되어 있던 퀘이도 무사치는 못했다.

‘타락의 정수가 아니었다면 정말 죽을 뻔했다.’

안 그래도 강력했던 마술사 여왕이 성법의 힘마저 완전히 각성했다. 진정한 의미에서 꿈과 죽음의 신관장이 된 베아트리체에겐 정신 계통의 공격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자심왕이라면 어떨까?

타락의 정수를 통해 사자심왕을 가둬두면서 퀘이는 재밌는 소재를 발견했다.

그 사내의 정신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굴강한 것은 사실이나··· 놈에게도 약점이 있었다.

그 단 하나의 미련만 어떻게든 파고든다면······.

-콰아!

그때, 과하게 들썩거리는 선박. 퀘이가 바다를 탈출하기 위해 사용한 호화 요트는 이 거대한 파도에 겨우 뒤집히지 않고 견뎌냈다.

‘날씨는 나쁘지 않은데──’

퀘이는 그 파도의 정체를 깨달았다. 아니, 파도가 아니다. 그저 ‘그것’이 움직인 것에 대한 여파일 뿐.

[어디서 불쾌한 향내가 난다 했더니··· 네 녀석이었군, 퀘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거대한 존재. 거대한 집게발과 수많은 촉수들. 섬을 양분할 것 같은 거대한 꼬리를 타고 올라가면 그것의 얼굴이 있다.

그것은 움직이는 것만으로 대양에 파도를 일으켰고,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수많은 물고기들을 집단 폐사시켰다. 무엇보다──

“아, 아아······.”

그를 인지해버린 요트 내의 선원들. 그들은 벌벌 떨며 숨 쉬는 걸 잊고 질식하거나 미쳐버린 나머지 눈앞의 모든 것을 부수고 때려죽이기 시작한다.

자기자신마저도.

그야말로 혼돈이다.

“라크샤르.”

혼돈과 파멸의 악마대공.

위대한 라크샤르.

이전에도 혼돈의 악마들은 같은 악마마저 꺼리게 만드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라크샤르는 그중에서도 으뜸이었다.

그도 그럴게 최후의 최후까지 혼돈의 군주 말루스와 군주위를 다투고 경쟁하던 거물이니까.

그 혼돈의 군주도 대공인 라크샤르를 다루기 힘들어 한미한 차원에 처박아두고 봉인 당하게 방치했다. 레온의 등장에 지혜의 악마들이 그의 봉인을 풀었지만······.

‘더 강력해졌다. 벌써 ‘군주’를 계승한 건가.’

퀘이는 인간의 거죽을 벗었다. 이 끔찍한 혼돈과 파멸의 존재 앞에서 제정신을 유지하기 위해선 대공급 악마인 퀘이조차 자신의 진신을 드러내야 했다.

[빠르군. 꽤 상처를 입었다고 들었는데.]

[간식거리가 많아서 말이야. 최근에 꽤 많이 들어왔고.]

퀘이는 라크샤르 등 뒤··· 남포항에 북적거리는 존재들을 보며 숨을 삼켰다.

전세계적인 대규모 게이트 사태. 그것은 순전히 저 악마를 위해 준비된 수단이었다. 영지를 가진 수많은 고위 악마들이 제 영지의 노예들을 갖다 바친 셈이었다.

[타락의 정수를 이용한 작전은 잘 안 됐나 보지?]

라크샤르가 음산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것만으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미쳐버릴까?

목소리가 공기를 타고, 바람을 타고, 구름을 타 그 광기를 전염시킬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그래, 하지만 사자심왕을 파고들 방법이 있다. 그거라면 꽤······.]

[아니.]

콰득.

살점이 찢어지고, 뼈째 부러지는 감각. 퀘이는 자신을 관통한 ‘촉수’를 내려다봤다.

[나는 내 방법을 찾았다.]

라크샤르의 거대한 얼굴이 사악하게 비틀렸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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