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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75

EP43. 악의(3)

K요원은 호흡마저 멈추며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기 위해 애썼다. 그는 이미 목숨은 버렸다. 그렇다면 끝까지 가야 했다.

그가 입수한 정보에는 이때 그 어떤 소리도 내지 말아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스윽!

다시 문이 닫혔다.

K요원은 공포가 온몸을 지배했지만, 의지력으로 극복했다. 그러기 위해서 지옥훈련을 해온 것이다. 의지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몸이 기억하도록 만들었다.

K요원은 카메라를 조심스럽게 여인에게 겨누었다.

최상층에 머물던 엘리베이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층수를 나타내는 표시등이 깜빡이더니 숫자가 마구 떠올랐다. 표시등을 바라보던 K요원은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주르륵!

표시판의 숫자가 마구 떠오르다가 666으로 변하더니, 끈적한 피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모든 버튼에서 검붉은 피가 스며들어 나왔다. 마치 피부에 상처가 나서 핏방울이 맺히는 것처럼 그렇게 맺히더니 흘러내렸다. 엘리베이터의 문틈, 천장 그리고 바닥에까지 피가 흘러나왔다.

미쳐버릴 것 같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눈을 뽑아버리고, 달팽이관을 아작내고 싶었다.

진심으로 그러고 싶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미칠 것만 같았다.

아니, 어쩌면 이미 미쳐 있는지도 몰랐다.

‘긍정적으로.’

마법은 이능에 지지 않는다.

진우의 말을 되새기며 K요원은 이를 악물며 정신을 유지하려 애썼다.

[내려갑니다. 내려갑니다. 내려갑니다.]

소름끼치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며, 엘리베이터가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K요원은 깨달았다.

이제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이곳에 완전히 갇혀버렸다.

K요원은 여인을 주시했다. 온몸을 검은 옷으로 가리고 있어, 뒷모습에서는 피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여인은 그저 섬뜩한 자장가를 부르면서 가만히 유모차를 잡고 있었다.

K요원이 카메라 디스플레이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의 눈이 크게 떠졌다.

검은 여인의 목이 180도 돌아가 있었다.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 베일 사이로 검은자만 가득한 눈동자가 보였다.

“…읏……!”

너무 놀라 숨을 들이켤 수밖에 없었다.

검은 옷과 대비되듯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를 지니고 있었다. 마치 썩어버린 과일을 보는 것 같은 검은 입술이 천천히 움직이더니, 아주 진한 미소를 그렸다.

K요원은 카메라 디스플레이에서 눈을 떼, 본인의 눈으로 여인을 바라보았다. 여인은 여전히 자장가를 부르며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침을 꿀꺽 삼킨 K요원이 천천히 고개를 내려 카메라 디스플레이를 바라보았다.

여인의 몸이 완전히 그를 향해 있었다.

식은땀이 온몸을 적셨다.

들고 있는 카메라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신체의 공포를 넘어선, 한계가 없는 공포를 느꼈다. 마치 육체에서 벗어난 자신의 영혼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 같았다.

지하 11층, 22층, 50층, 100층…….

엘리베이터는 계속해서 지하로 내려갔다. 도대체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의 불빛이 깜빡이더니, 붉은빛으로 바뀌었다. 그 순간, 통신신호가 급격히 약해지더니 끊겼다.

외부세계와 유일한 끈이 사라져버렸다.

극도의 공포감 속에서도 임무를 마쳤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여인의 자장가와 엘리베이터의 웅웅거리는 기계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끊임없이 내려가던 엘리베이터가 멈추었다.

띵! 스르륵!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K요원은 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아…….”

그는 넋을 잃었다.

참았던 숨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눈이 빠질 것처럼 부릅떠졌다. 핏발이 터지며 흰자가 붉게 물들었다.

쿵!

그의 손에서 카메라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두 손을 들어 귀를 막았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후벼 파고 싶었다.

덜덜덜!

그는 겨우 엘리베이터의 버튼 앞까지 이동했다. 귀를 가리고 있던 손을 떼고 닫힘 버튼을 누르려 했다.

K요원은 필사적이었다.

손가락이 덜덜 떨렸고, 시야가 극단적으로 좁아져서 어떤 버튼을 누르는 건지도 분간이 되지 않았다.

스윽!

그의 간절함이 통했기 때문일까?

엘리베이터 문이 삐걱이더니 천천히 닫혔다. 그는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힐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철컹!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자 K요원은 뒤로 주춤 물러나며 벽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는 바닥으로 스스륵 무너져 내렸다. 다리에 힘이 빠져 바닥에 주저앉은 것이다.

문 너머의 공간을 보고 있지 않은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안도가 되었다.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나왔다.

“흐, 흐윽…….”

K요원은 두 눈을 부여잡으며 울었다.

정신을 놓고 울었다.

그러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눈에서 손을 뗐다.

시야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K요원은 자신을 바라보았다. 눈에서 흘러나온 검붉은 피가 그의 손을 적시고 있었다.

“아…….”

멍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손을 내렸다.

“하하…….”

헛웃음이 자꾸 나왔다.

그는 마구 소리 내어 마구 웃다가 흠칫했다.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바로 앞에 놓여 있는 카메라에서였다.

K요원은 반쯤 박살난 카메라 디스플레이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전신의 근육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숨이 턱하고 막혀왔다.

카메라 디스플레이 속에 웅크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뒤로 검은 여인이 서 있었다.

무엇?

여인, 여인?

여인이 맞나?

저건?

어머니.

그의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었다.

디스플레이 속 검은 여인이 자장가를 부르며 긴 팔을 뻗어 그의 얼굴을 감쌌다.

그 순간이었다.

“아아, 내 아가.”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K요원은 겨우 깨달았다.

이곳은 엘리베이터가 아니었다.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XXXX!

‘으아아아아!’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비명이 나오지 않았다.

언제부터일까 그의 성대가 없었다.

스윽!

그의 눈이 가려졌다.

처음부터 그는 눈이 없었다.

따듯한 자장가 소리가 들려왔다.

원래부터 그의 귀는 사라져 있었다.

* * *

진우는 북경으로 향했다.

이능격리재단의 이사장인 이진우라는 존재는 영국을 제외한 그 어느 나라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사실, 여왕이 기억을 찾기 전까지는 영국에서도 그를 달갑지 않아 했다.

미국에서도 아예 ‘재해’로 지정하여 따로 관리하는 부서가 있을 정도였다. 그 사실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확대되었다. 진우의 복귀 소식이 들리자, 비상이 걸려 며칠간 심도 깊은 대책회의를 할 정도였다.

최근 진우는 일본에서 파라스 그룹의 빌딩이 있던 곳을 초토화시켰고, 도쿄에 상당한 피해를 주기까지 했다. 버킹엄 궁전을 날려버린 것도 진우가 얽혀 있었다.

일단, 진우가 나타났다 하면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진행되고 있는 대형 사건들을 표면으로 끌고 와서 해결한 것이지만, 그들의 나라 입장에서 보면 진우가 재해로만 보였다.

그런데, 일신 그룹의 후계자 자격이라면 또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일신 그룹은 원래부터 독보적인 세계 1위 기업이었다.

최첨단 반도체에서부터 스마트폰, 자동차, 가전, 우주산업, 건설, 방위산업 등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1위 자리를 거머쥐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진우가 후계자가 되고부터 발전한 그 기술력은 다른 거대 기업들조차 감히 따라 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압도적인 기술력의 격차로 세계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특히 배터리 분야는 100년은 앞서 있다는 평가였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한번 충전하면 한 달 내내 달려도 끄떡없었다. 게다가 주변 마력입자를 흡수하여 자동 충전되었다. 충전모드로 세워놓기만 하면, 대용량 배터리라고 할지라도 10분이면 충전이 가능했다.

진마석 배터리였다.

놀라운 점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대용량 배터리 크기가 주먹보다 작다는 점이었다.

환경오염이 없고, 간단한 조작만으로 진마석에서 나오는 에너지의 속성까지 바꿀 수 있으니 꿈의 배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최근에는 항공기까지 진마석 배터리로 교체되고 있었고, 대한민국 전역에 마력 발전소까지 세워졌다.

이러한 이유로 그 어느 나라에서도 일신그룹의 제품은 환영받았다.

일신 그룹이 제품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시대에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판매자가 갑인 참으로 기이한 상황이었다.

아무튼, 그러한 이유로 진우는 일신 그룹의 후계자 자격으로 북경으로 향했다. 일신 그룹의 전용기를 타고 가는 중이었다.

마력엔진을 사용해 아주 쾌적하고 조용했다.

진우를 대신하여 5년간 일신 그룹을 이끈 이상철 부회장도 함께였다.

“이제 그만 회장 자리에 오르는 게 어떻겠나?”

이상철이 진우에게 말했다.

진우가 실종되었을 때 이운선 회장은 은퇴했고, 이상철은 부회장으로 올랐고 임시 회장직을 수행했다. 진우가 복귀하면서 현재 회장은 공석이었다.

“그냥 후계자가 좋은데. 너무 거창하잖아. 귀찮기도 하고.”

“어차피 일은 내가 전부하고 있지 않나? 제발 그냥 회장만 해다오. 기업을 운영하는데, 여러모로 곤란하다.”

“생각해볼게.”

진우가 대충 대답하자 이상철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였지만, 중국은 마력발전소를 너무나도 간절하게 원했다. 아직도 석탄 발전을 하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 전 세계 석탄 생산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석탄을 먹고 사는 몬스터 군집 때문이었다.

석탄은 물론, 다른 산유국에서는 기름을 빨아먹는 몬스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많은 중국인이 덜덜 떨며 겨울을 보냈다. 얼어 죽는 중국인들도 상당히 많았다. 전력 수급이 불안정해져서 기업과 공장의 생산에도 차질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 와중 진우가 방문한다고 하니, 중국에서는 쌍수 들고 환영했다. 물론, 진우를 경계하기는 했다.

베이징 공항에 도착하니, 환영인파가 마중 나와 있었다.

레드카펫까지 깔려 있었고, 군인과 군악단, 그리고 깔끔한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일신 그룹의 문양이 들어간 국기를 흔들고 있었다.

진우는 창밖으로 그걸 본 순간 고개를 설레 저었다.

“너무 과한 거 아니야? 무슨 대통령이 온 것도 아니고.”

“대통령보다 위지.”

“아.”

맞는 말이긴 했다.

진우는 이상철, 그리고 일신 그룹의 경호원들과 함께 비행기에서 내렸다.

아이나와 하르뮤가 따라오고 싶어 했지만, 아쉽게도 일본으로 파견을 가야 했다.

적절한 인재가 있다면 스카우트하는 것도 그들의 일이었다. 현재 엘프 황실의 데란이 거론되고 있었다. 이화연이 반대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비행기의 문이 열리는 순간, 요란한 음악소리와 함께 환호소리가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

“환영합니다!”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이 일제히 플래시를 터트렸다.

레드카펫을 밟으며 비행기와 연결된 계단에서 내려오자, 총서기 다음 서열인 정치국 상무위원과 중국의 여러 기업인들이 다가왔다.

“중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진우 회장님.”

상무위원이 공손하게 말했다.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변을 훑어보았다. 주변에 서 있는 경호원들 중에서 제법 실력자들이 있었다. 일본에 사무라이들이 있는 것처럼, 중국에도 무술가들이 있었다. 사기꾼도 많았지만, 진짜배기들도 존재했다.

진우가 아무 말도 없자 상무위원이 당황했지만, 그는 노련한 정치가였다. 진우가 환대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것을 파악하고는 빠르게 인파들을 물러나게 했다.

“저들은 뭐지요?”

진우가 멀리 떨어진 공항의 부속건물을 가리키며 말하자 상무위원이 흠칫했다.

“중국의 정보국입니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인원들입니다.”

그렇게 말을 하기는 했으나 상무위원도 잘 모르는 눈치였다. 내부의 세력 싸움이 꽤 심한듯했다.

진우는 호위를 받으며 호텔로 이동했다.

만찬회가 있을 거라고 한다.

‘전쟁터군.’

여러 파벌들이 서로 견제하면서 진우와 이상철 쪽으로 다가왔다.

귀찮은 일의 연속이었다.

아예 일신 그룹과 연을 어떻게든 만들려는 듯, 중국의 유력 기업들의 인물들이 전부 온 것 같았다. 진우는 기업의 일을 전부 이상철에게 떠넘기며, 진우는 이상철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럼, 적당히 어울려줘.”

“그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사라지는 이유 역시 미리 만들어놓았다. 진우의 대역이 관광이라도 하면서 한껏 즐기다 갈 예정이었다. 변장 기술은 더욱 완벽해져서, 수준 높은 마법사가 아니라면 알아차리는 게 불가능했다.

이상철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얌전히 끝나지는 않겠지?”

“아마도?”

“부디 내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해다오.”

진우는 피식 웃었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을 하라고 형이 부회장 자리에 있는 거야.”

이상철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감싸 쥐었다.

진우는 손을 흔들며 호텔방으로 올라갔다. 안타깝게도 일신 그룹의 부회장 자리는 가볍지 않았다. 그러나 진우에게 회장 자리는 깃털처럼 가벼웠다.

일국의 대통령보다도 존귀한 자리가 진우에게는 그저 멸망을 막는데 필요한 도구일 뿐이었다.

* * *

호텔방으로 돌아온 진우는 차분하게 준비했다.

중국은 그 땅의 크기만큼이나 악마숭배자들이 많았다. 가장 골치 아픈 것은 악마숭배자들에게 음지의 세력들이 모두 병합되었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중국은 하나의 당으로 이루어져 있고, 철저한 중앙집권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악마숭배자들에게 취약했다.

핵심적인 인물만 악마로 만들게 된다면 그 지역이 통째로 넘어가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똑똑!

호텔방 창문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베이징 시내가 전부 내려다보일 정도로 높은 고층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창문이 제한적으로 열렸지만, 진우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휘익!

진우가 손을 뻗어 마법을 시전하자 창문이 그대로 분해되며 공중에 떠올랐다. 창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진우는 누군가 들어온 걸 알고 있었다.

진우가 텅 빈 공간을 바라보자, 공간이 잠시 일그러지는 것처럼 흔들리더니 서서히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대마법사는 빌런을 압살한다
Score 7.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Archmage, the sole survivor in a world that has fallen into ruin, gambles everything and manages to return to the world before its destruction. However, he finds himself not in his original body, but in the body of Lee Jin-woo, the worst villain and a third-generation chaebol heir with brilliant talent. Using his memories from before the regression, he begins to vanquish the villains one by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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