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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75

#175

영웅의 발자취 (2)

“아이고— 감사합니다, 성자님.”

“이제 괜찮으실 겁니다. 앞으로는··· 음?”

또 하나의 악의 무리를 토벌한 직후.

자애로운 미소를 머금고 환자를 치료하던 하인리히가 갑자기 멈칫했다.

“···성자님?”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잠시 새로운 계시가 내려와서 말이지요.”

“오, 오오—! 아니, 이게 아니지! 그, 그럼 저희가 방해를···.”

“하하핫, 이미 끝났으니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그는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기 전, 빠르게 허공을 훑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높은 적중률을 자랑하는 그의 ‘예언’은 이제 와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니었기에 그것을 이상하게 보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하인리히는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이번에 얻은 특전에 대해 분석했다.

‘한스가 세계의 적이 되었을 때부터 기대하긴 했지만, 역시 구원자 쪽에도 비슷한 업적이 있었군.’

그것도 미묘하게 조건도 더 관대한 것 같았다.

다수의 직접적인 원망이 수반되어야 했던 ‘세계의 적’과는 달리, 그저 여러 사람이 그의 노력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업적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었으니까.

《앞으로 당신의 길이 더욱 선명해질수록 「영웅의 발자취」의 효과 또한 증가합니다.》

또 거기에 추가로 떠오른 문구는 그 의심에 확신을 더해 주었다.

이건 지금보다 많은 사람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때마다, 특전까지 한층 강화해 주겠다는 뜻이지 않은가?

대륙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열심히 이름을 알린 결과, 그렇게 얻은 「영웅의 발자취」의 효과는 ‘발길이 닿았던 곳으로 단번에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물론 「이계전송진 소환」처럼 차원을 넘을 수도 없는 데다가 쿨타임까지 사흘에 한 번에 불과했지만···.

‘효율적인 이동 수단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또 사람들이 단순히 하인리히를 인지하는 걸 넘어서, 아예 맹목적으로 의지하게끔 만들 수만 있다면 쿨타임도 더 줄어들 테고.’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이제 한스와 하인리히를 제외한 다른 아바타들도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이세계에서는 물론, 지구에서마저도!

‘아바타의 원정 파견이 더 편해지겠군. 번천회를 상대하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이야. 하인리히가 더욱 열심히 일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네.’

당장은 한스 혼자서 지구에서 동분서주하고 있었으나, 나중에는 다른 아바타들도 필요한 순간이 올 것이다.

이 특전을 미리 강화해 둘 수 있다면 앞으로의 일에도 두고두고 큰 도움이 되리라.

“그럼 슬슬 이동하도록 할까요?”

하인리히는 한창 진행하던 홍보 활동을 슬슬 마무리하고 다시 파티원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제 이 일련의 과정도 몇 번이나 반복된 만큼, 그가 환자들을 돕는 동안 그들도 주변 순찰과 전후 뒷정리를 돕는 등 나름의 활약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그들이 아무리 부지런히 움직여도 파티의 리더인 동시에 용사이자 성자인 하인리히의 명성을 따라올 수는 없겠지만.

아마 나머지 셋의 이름값을 다 합쳐도 그의 인지도의 반의반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성자님? 저희는 언제까지 이렇게 넷이서만 움직이나요? 당장이야 괜찮다 하더라도 저희의 최종 목표는 불사왕을 직접 상대하는 것인데, 지금부터라도 함께할 이들을 늘려나가야 하는 게 아닐지···. 아, 물론 성자님을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

그때, 조용히 공간 이동을 준비하던 이세아가 그의 눈치를 살피며 질문을 던졌다.

파티원과 관련해서는 온전히 용사에게 믿고 맡긴다는 것이 처음의 약속인지라 조심스럽기 그지없는 태도였으나, 이 일에 진심인 그녀로선 더 이상 참고 기다릴 수 없었는지 은연중에 초조한 기색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불사왕과 관련된 이야기가 들려오자 잿빛 머리의 창기사, 지오스 칼킨도 관심이 생겼다는 듯 고개를 이쪽으로 돌렸다.

그는 오늘도 순찰을 명목으로 도주한 흑마법사들을 사로잡아 화풀이를 했는지, 그 무표정한 얼굴 곳곳에 작은 핏방울들이 튄 살벌한 모습이었다.

“카하핫—! 뭐가 그리 급해? 인간이 다섯이나 모이면 그중에 한 명 정돈 반드시 쓰레기가 있다는 속담도 있잖아? 원래 사람을 받는 건 신중해야 하는 법이라고?”

갑자기 진지한 공기가 흐르자 야만 전사 할리가 근육을 꿈틀거리며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말을 내뱉은 직후, 태연한 겉모습과는 달리 그도 내심 살짝 당황할 수밖에 없었는데···.

무거운 분위기를 풀기 위해 가볍게 던진 이 농담의 출처가 바로 지구의 인터넷 밈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하필 한국인인 이세아가 있는 이 자리에서!

“흐음··· 확실히 일리 있는 말이긴 하군요. 철학적이기도 하고. 그래도 불사왕과 싸우기엔 지금의 전력이 너무 부족하지 않을까요? 손발을 맞출 인원은 이르게 준비할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전형적인 모범생으로서 인터넷 밈과는 인연이 없는 삶을 살아온 그녀는 그저 고개만 갸웃할 뿐이었다.

사실 속담이란 게 원래 어느 지역이나 비슷한 게 몇 개씩은 있는 법이었으니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방심하다 혼자 제 발 저렸던 하인리히는 냉큼 그녀의 말을 받았다.

“물론 저도 지금 이대로 계속 갈 생각은 없습니다. 사실 따로 생각해 둔 분들도 있고 말이지요. 아직 때가 아니라 모시진 못했습니다만, 곧 2차 대륙 정상 회의가 열리면 여러분도 곧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2차 회의···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그 대답에 다시금 낮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이세아.

하지만 여전히 표정이 어두운 걸 보니 그리 큰 위안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긴, 벌써 황녀가 납치된 지 두 달이 다 되어 가니까. 그러고 보니 요즘 파벌 쪽과의 통신도 제법 잦아진 것 같던데···.’

5황녀 파벌의 핵심 인사 ‘이세아 프리스틴 자작’이 용사와 함께하며 그 명성을 떨치고 있다고는 하나, 파벌의 중심인 라일리 황녀 없이는 그것도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심지어 기회를 노린 2황자와 6황자까지 세력을 불리는 중이라고 하니 그녀의 근심 또한 커질 수밖에 없겠지.

‘흐음, 본의 아니게 너무 피해를 준 것 같군. 그렇지 않아도 슬슬 준비하려고 했··· 어? 가만?’

그러던 어느 순간, 그의 머릿속에 방금 자신이 새로운 능력을 손에 넣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렇게 계획에 없던 능력을 얻게 됨으로써, 기존에 세웠던 모든 번거로운 과정들이 쓸모없게 되었다는 것도.

‘아, 물론 그게 싫은 건 아니지만. ···조금 허무하긴 하네.’

그렇다고 괜히 복잡하고 귀찮은 절차를 거쳐봤자 사소한 일만으로도 개연성이 흔들릴 위험성만 높아진다.

뭐든지 간단하고 직관적인 수단이 최고인 법.

‘심플 이즈 베스트. 그럼, 바로 시작하자.’

***

“후우~ 오늘도 보람찬 하루였군요.”

불사성의 거주 구역 총괄 관리자이자 사이먼 황태자의 담당이기도 한 리리스··· 아니, 시아나는 뿌듯한 미소를 머금은 채 제2 거주 구역 정원을 거닐었다.

처음엔 불사의 군대에 입대하게 되어 절망뿐인 심정이었는데, 오늘도 평소처럼 황태자를 괴롭히며 한껏 스트레스를 발산한 덕인지 이곳 생활도 생각만큼 나쁜 것 같지는 않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그래도 이런 재미라도 있으니 이 심심한 곳에서 버티는 거죠. 그 거만하던 사이먼이 지금은 내 장난감이라니! 아아, 짜릿해라~!’

그녀도 제국 귀족의 일원으로서 제법 오래 지내왔던 만큼, 그간 황태자와 마주한 적도 제법 되었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를 손아귀에 넣고 흔들고자 의도적으로 접근했다고 봐야겠지.

하지만 아무리 불사의 군대 고위 간부 출신이라고 해도 정체를 감추는 데 전력을 다하는 상태에서,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제국의 황태자에게 매혹을 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괜히 무리했다가 정체가 들통날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

결국 그녀는 반반한 외모를 무기로 삼은 여느 귀족가의 영애들처럼 순전히 자신의 ‘실력’만으로 황태자를 유혹하는 작업에 들어갔으며···.

자신만만하게 나섰던 것과는 달리 별다른 성과도 내지 못하고 무참히 실패하고 말았다.

‘···그 여우 같은 것들의 방해만 없었다면 간단한 일이었는데!’

변명하려면 얼마든 할 수 있었다.

고위 귀족가의 힘을 빌린 영애들의 견제부터 정치적인 외압까지 말도 못 할 수준이지 않았나.

황태자도 자신을 지지해줄 강성한 귀족가를 원하던 시기이기도 했고.

그러나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으며, 그것은 서큐버스인 그녀의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후, 후후후— 갑자기 기분이 더러워졌는데. 역시, 조금만 더 교육하다 갈까요?’

결국 그렇게 혼자 딴생각하다 저 혼자 심기가 팍 상한 그녀는 다시 발걸음을 돌려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이미 너덜너덜한 걸레짝이 된 채 널브러져 있을 황태자의 숙소 방향으로.

“음? 저건··· 황녀와 헤스페론이군요.”

그러던 시아나의 시선에 한 숙소 앞의 정원에 모여 저들끼리 속닥거리는 두 남녀가 들어왔다.

평소처럼 마법을 수련하는지 마력이 일렁거리는 건 물론, 그 주변에는 같잖은 결계까지 두르고 있었다.

“···쯧.”

마음만 먹으면 저런 결계 따윈 가뿐히 무시할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애써 시선을 돌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이.

-황녀와 헤스페론 사이에서 무슨 말이 오가건, 그들이 어떤 일을 벌이건 절대 상관하지 말고 무시하라.

그것이 그들의 왕이 내린 지엄한 명령이었으니까.

저들의 안위에 특별한 이상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그녀는 식량 등의 생필품을 공급해주는 것 이상의 개입은 할 수 없었다.

‘그래봤자 수준 낮은 마법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겠죠. 이 안에서 저들이 뭘 할 수 있다고.’

물론 사내 쪽이 무언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이세계인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으나, 그것도 어느 정도 성장이 되고 난 후에야 쓸모 있는 것이었다.

전송 초기인 지금 가진 능력이 대단해봤자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훗, 뭐 탈출 모의라도 하면 재밌긴 하겠네요. 감히 겁도 없이 그럴 리야 없겠지만. 그러고 보니 앤드류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최근엔 보지 못한 것 같은데.’

시아나는 생각난 김에 조만간 그를 찾아가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나누건 신경 쓰지 않고 무시했다.

그런데 감시자인 그녀가 스쳐 지나가던 그 순간, 두 남녀는 정말로 탈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라일리, 여기서 나가고 싶다고 했었죠?”

“네? 그거야 당연하죠? 그러면 여기 있고 싶어서 있겠어요?”

어이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는 라일리.

애초에 포로로 잡혀 온 입장이었으니, 물어볼 필요도 없는 질문이었다.

“···제가 나가게 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그녀의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마주한 채.

헤스페론이 평소와 달리 자신만만한 얼굴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

[끼히히힉!]

[흐으으—]

불사성 바깥에 노출되어 높게 솟아오른 한 첨탑 위.

흐릿한 형체의 유령들이 분주히 돌아다니는 와중, 그 구석에 쪼그려 앉은 채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사내가 있었다.

“···죽어, 죽는다. 이러다 정말 죽어버리고 말 거야···.”

언제 씻었는지 부스스한 탁한 금발에,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퀭한 녹색 눈동자.

가혹한 환경에 정신이 나가버린 앤드류 위버의 시선이 주변을 떠도는 유령들에게 향했다.

허공을 너울거리는 저들의 모습이— 마치 자신의 미래인 것만 같아 오싹함이 밀려들었다.

죽어서도 쉬지 못하고 끊임없이 노동에 시달리며···.

‘···아냐! 역시 이대로 가만있어선 안 돼!’

그 끔찍한 상상에 앤드류가 거칠게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그는 이 불사성에서 도망갈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건 물론, 설령 그게 가능하더라도 추적을 피해 살아남을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에겐 아직 믿고 있는 방법이 한 가지 남아있었으니—.

“으— 조금만··· 앞으로 조금만 더···.”

오직 그것만이 지금의 그를 버티게 해주는 버팀목이었다.

[끄흐흐흑—]

[흐어어어!]

과연 그가 갈망하던 자유를 제대로 손에 넣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일이었지만.

철썩—!

“으헉! 리리스 님! 주인님!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그냥 기분이 나빠서 말이지요? 자, 사이먼? 가볍게 한 시간만 복종 훈련을 이어가 볼까요?”

“히엑—!”

···물론 이 성안에는, 차마 탈출을 생각할 겨를조차 없는 이도 있었다.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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