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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76

176화 대만 장악

“각하. 야식입니다.”

대통령이 평소에 무얼 먹고 산다고 묻느냐면, 으레 재벌들이 그러하듯 호화로운 야경과 화려한 식사를 떠올리겠지만, 의외로 그렇지도 않다.

“후우! 후우!”

면발을 입김으로 식히면서 면치기를 하는 라면은 고액연봉의 셰프가 직접 해주었다는 것만 빼면 일반적인 라면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라면입니까. 요즘 저혈당인데 말입니다.”

“김치 빼고 먹으세요.”

“차라리 국물을 덜 마시겠습니다.”

용산 청사의 대책회의장. 야당과의 기나긴 접전 끝에 늦은 저녁을 지킬 수 있었다.

안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은 한 시간 뒤 곧장 개시될 청문회 탓에 청사 식당으로 갈 시간도 없었다.

“어~ 든든하다.”

안동길 대통령은 평범한 사람이다.

물론 대통령을 해먹은 만큼, 능력과 배경이 부족한 건 아니지만, 세간에서 묘사되는 사악한 권력자의 음모론 것과는 거리가 멀다.

평범하게 그럭저럭 유능하고,

평범하게 그럭저럭 상식적이며,

평범하게 그럭저럭 감성적이다.

그런 평범함의 극치인 그에게 최근 위기를 가져오는 게 있다면, 어딜 봐도 평범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 속의 영웅군상 같은 초인들 탓이다.

“각하, 그보다 이번 야당의 안건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사상검증이요? 요즘 시대가 어느 땐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오늘 청문회에에서 언급된 건 정부 고관들의 ‘만신전 입교’에 관해서였다.

전세계가 이세계의 종교로 핫하고 있지만, 그 총본산이라 할 수 있는 한국은 과장 조금 보태서 전국민이 만신전에 열광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캬아~ 오늘도 폐하 1승 적립.

-빛과 정의의 여신님 만만세다.

-쌀을 먹었더니 암이 나았어요!

레온이라는 절대적 무력의 존재와 신들의 직접적인 축복과 안식.

그 강령은 다소 해괴한 구석이 있지만, 실재하는 신과 그 신들을 대리하는 초인의 존재로 너무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레온이라는 인물도 걸물이지만, 그런 그가 신들의 권능으로 키워내는 만신전의 기사, 병사들은 이젠 한국 최대의 헌터 길드로 성장하고 있었으니까.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정치인들에게 정의의 여신을 섬겨야 한다든지 하는 사상검증은 생각보다 자주 나오는 요구다.

‘정의의 여신 섬겼다간 이 방에 있는 양반들은 다 천벌 받고 뒤지겠지.’

다들 제 한몫씩은 챙겼으니까.

“어휴, 레온 그 양반 때문에 이게 뭔······.”

대한민국은 초인의 등장에 열광하고 있었다.

초월적인 무력과 고결한 정신을 가진 완전무결의 성인.

그런 그를 중심으로 모여드는 초인들과 또 어마어마한 신문물들.

레온과 만신전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었으며 이것이 대격동기로 이어질 것은 이미 예정된 사실이다.

각계각층의 고위층들이 걱정하는 건 바로 신들의 존재와 그들이 요구하는 무결성이다.

당장 빛과 정의의 여신 아리아나는 어떤가?

그 여신이 신도들에게 요구하는 강령은 그리 대단한 건 없다.

살인하지 말고, 도둑질하지 말며, 내면의 정의를 믿어라.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지키게 되는 사회도덕규범들. 하지만 이게 또 특정층들에겐 문제가 됐다.

‘평민’과 ‘귀족’에게 요구하는 강령의 기준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박찬성 의원은 어떻게 됐습니까?”

“맞은 곳이 안 좋아서······.”

“에휴~ 그게 낙이었던 양반이.”

여당 의원 중 만신전의 위세를 빌리려던 이가 있었다.

그는 자신이 정의의 여신을 믿으며 그렇기에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어필할 생각이었지만, 그가 강당 위에 서서 그것을 발표한 순간──

“마른 하늘에 벼락이라니······.”

벼락이 떨어져 그를 정수리부터 관통했다.

안동길 대통령은 그 사건으로 인해 목숨만 부지한 박찬성 의원의 사례를 레온에게 물어봤고, 그 대답은 ‘경고’였다.

「처음이라 한 번은 봐주지만, 앞으로는 조심해야 할 걸세. 신의 이름을 망령되게 이용하려는 자는 천벌이 내릴 터이니.」

어찌 보면 벼락 맞고 고자가 되는 걸로 끝났으니 다행이라 해야겠다.

하여튼 이런 즉각적인 심판구도 때문인지 시민들은 만신전에 열광했다.

-정치인들 싹다 만신전 개종하라 그래!

-벼락 맞는지 안 맞는지 한 번 보자!

-아리아나 만세! 타타르 만세!

덕분에 대대적인 청문회와 스캔들이 났다하면 ‘그렇게 자신 있으면 아리아나 여신님 믿는다고 해봐!’라며 뻗대는 중이다.

물론 현직 대통령인 안동길 대통령에게도 같은 요구가 들어오고 있었고.

‘응~ 곧 임기 끝나. 은퇴하면 그만이야~’

대통령 때려치면 어디 산골에서 전원주택이나 짓고 살아야지 원.

요즘은 농가에서도 데메라 여신을 안 믿으면 아무 의미도 없다던데 이제라도 좀 잘해볼까 싶다.

“대, 대통령 각하!”

그때였다. 라면 면발을 적당히 남겨두고 흰쌀밥을 말려던 그때, 다급히 뛰어오는 비서실장.

“무슨 일이야?”

“마, 만신전···! 레온 폐하께서···!”

또 그 양반인가. 어째 하루도 사고를 치지 않으면 몸에 좀이 쑤시나?

“아니, 대만 관광 갔다면서? 한빛궁주 요트 타고 호화 여객중이더만.”

며칠 전 대만의 자오 총통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도 보았더랬다. 당분간 조용하겠다 싶었는데······.

“에휴, 또 뭐 거기서 신도라도 늘렸나? 외교문제가 나니까 조심해달라고 그리 말했는데.”

일반 국민들에겐 끝내주는 영웅일지 몰라도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예의주시해야 하는 자신에겐 끔찍한 사고뭉치일 뿐이었다.

“대만 자오 총통한테 연락 준비해. 뭐라 사과해야 하나······.”

“그,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레온 폐하가··· 만신전이······.”

대체 무슨 일이기에? 비서실장의 파르르 떨리는 모습에 안 대통령은 어딘가 불안해졌다.

“설마··· 뭐, 누구 하나 죽인 건 아니지요?”

“현재 대만군과 교전 중입니다!”

“······.”

“······.”

후루룩 넘겨지던 라면 면발이 허공에서 덜렁거린다.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라면 국물을 들이키던 저혈당 의원은 목구멍으로 콸콸 쏟아지는 라면국물을 인지하지 못했다.

“뭐라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 사실에 재차 묻기를.

“만신전이! 대만을 침공했습니다!!”

뭐라는 거야, 진짜.

* * * *

전투가 끝났다.

타이베이 시에서 벌어진 악마 군단과 만신전의 충돌은 레온과 베아트리체가 합류함으로서 만신전의 승리로 끝났다.

새벽녘이 밝아오고 거리를 잠식하던 악의 기운이 몰아지고서야 시민들은 하나둘 거리로 나온다.

“와아······.”

그곳에서 그들이 목도한 것은 악마들의 시체 산 위에서 새벽녘과 함께 비치는 철의 기사들.

위대한 승리 후에 휴식을 취하는 장엄한 존재들이다.

“악마들이 다 죽었어······.”

“기사들이야. 기사들이 타이베이를 구했어.”

“아니, 대만을 구한 거야.”

가스 테러 이후의 양상은 대만 시민들 사이에서도 크게 퍼져나갔다.

비록 테러로 인한 혼란이 있었으나 곧 복구된 인터넷에서 대만 고위층의 타락과 잠식된 악마들의 모습이 낯낯이 드러났던 것이다.

결정적으로 타이베이 한복판에 소환된 데몬 게이트와 대악마들. 그런 그들 편에 선 타락한 대만군 부대까지.

대만은 끝장이다. 수십 년 동안 본토의 위협으로부터 독립을 지켜낸 이 섬이 본토처럼 악마들 손에 멸망할 위기였다.

그런 그때, 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총사령관이 악마였다니!

-잘 죽였다! 개자식들!

-여기 군 부대 앞인데 난리도 아니야! 기사들이 나타났다고! 그것도 네임드 불의 검 기사단이!

전투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전쟁의 포화와 포성이 잦아들고 승리의 축배가 들렸다.

“만신전 만세! 레온 폐하 만세!!”

“만신전 만세! 라이온하트 만세!!”

그들과 함께 싸운 한빛궁의 헌터들, 끼끼룩족 전사들, 반역을 감수하고 진군한 대만군들까지.

그들은 시민들의 환호 속에서 전쟁의 뒷마무리를 시작했다.

* * * *

“히, 히익! 자, 잠깐만! 아니야! 난, 난 억울해!”

대만이 뒤집어진 뒤, 자오 총통은 성난 시민들의 손에 끌려 거리로 끌려 나왔다. 그처럼 악마들에게 부역하다 잡혀나온 고위 관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이 개자식이 우리를 악마들한테 팔았어!”

“심판해라! 심판해라!”

“라이하르 경! 부탁드립니다!”

시민들은 시위를 지켜보던 불의 검 기사단 고위기사인 라이하르 데버에게 다가가 원시적인 토치를 가져왔다.

“흠! 그대들 뜻대로 하시오.”

라이하르는 그 토치에 신의 불꽃을 붙였고, 시민들은 그 불을 서로 나누며 높이 들어올렸다.

“타락자들을 신의 불꽃으로 태워버리자!”

만신전이 유엔 감찰단을 불로 심판한 사실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이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조금도 상처 입히지 않으며 오직 악마들에게만 통용된다는 사실도.

“봐라! 이게 전쟁신의 불꽃이다!”

개중에는 라이하르에게 받은 신의 불꽃을 제 몸에 붙여 인간 횃불이 된 자도 있었다. 물론 그는 조금도 화상을 입지 않았고.

“와아아아아아!”

“끝내주는구만!”

시민들의 환호를 받은 남성은 제 전신에 붙은 불꽃을 휘두르며 외쳤다.

“총통이 죄가 없다면 이 불꽃에 뒈지지도 않겠지!”

“그렇다! 그렇다!”

남자는 그대로 시위대를 헤치고 들어가 자오 총통 앞에 섰다. 강렬한 열기에 자오 총통이 기겁했다.

“머, 멈춰! 이, 이런 야만적인 짓으로 감히 정부 수장인 나를──”

“닥쳐라, 이 악마야!”

남자는 그대로 자오 총통을 덮쳤다. 그의 몸에서 타오르던 불길이 그대로 자오 총통에게 옮겨붙었고──

“끄아아아아아아악!!”

자오 총통은 신의 심판을 받았다.

“호오~ 저런 신통한 처형법이?”

그 모습을 지켜보며 감탄하는 라이하르 경. 죄인을 끌어안아 불로 심판하는 것은 비록 대역죄인이라 할지라도 마지막은 따뜻하게 보내주겠다는 인간애가 섞인 게 아닐까?

악종이라면 발작하는 왕국기사로서는 흉내 내지 못할 인류애적인 심판이었다.

“흠, 이쪽은 이만하면 됐군.”

라이하르 경은 타이베이 한복판에서 불타오르는 죄인들을 감상하다 레온이 있는 대만 청사로 향했다.

“와하하하하!”

“승전을 축하하며! 건배!”

그곳에서는 대만 행정부의 청사를 장악하고 승전파티를 열고 있는 레온과 그 신하들이 있었다.

“폐하, 이것도 드셔보시겠어요?”

“허허, 포도알이 참 실하군.”

레온은 가장 상석에서 옆자리의 베아트리체가 먹여주는 포도알을 받아먹었고.

누가 보면 참 낯간지스러운 장면이었으나 파티에서는 누구나 고조되는 법이다.

그리고 원래 라이온하트 왕국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한 뒤, 대대적으로 축하하는 관습이 있었고.

“라이하르 경도 왔는가. 그래, 일은 잘 마무리되었나 보군.”

“예, 폐하! 시내 곳곳에서 악마들을 찾아내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성난 시민들은 종종 엉뚱한 이들을 다치게 하지. 페토스 신의 불꽃을 적절히 지급하여 억울한 자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야.”

“물론입니다!”

대만 청사를 장악한 만신전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솎아내기였다.

악마들에게 부역한 자들을 싹 정리하고 이곳에 마땅한 법도를 세운다.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설 때까진 전후관리라는 명목으로 신들의 강령을 가르치며 비어버린 치안도 유지할 생각이다.

-끼룩!

그 역할은 이번 전쟁의 주력군이라 할 수 있었던 끼끼룩족들이 도맡을 것이고.

“이번 승전으로 대악마를 셋이나 사냥했고, 그 휘하 군단까지 족히 만이 넘는 악마들을 도륙할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폐하의 광영이외다! 그라라라라!”

“다만 그 악마대공 놈을 잡지 못한 건 아쉽습니다 그려.”

만신전은 대만에 있는 대부분의 악마와 그 추종자들을 격멸했다.

하지만 정작 베아트리체 내부의 타락의 정수를 이용해 레온과 그녀를 함정에 빠뜨린 타락대공 퀘이를 붙잡지 못했다.

“폐하, 또다시 놈과 마주치게 된다면······.”

“걱정할 것 없네. 이제 짐은 그 힘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고 있고, 그대 또한 새로운 힘을 손에 넣었으니.”

“새로운 힘이요? 아···!”

그러고 보면 베아트리체는 이번 일을 계기로 성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게 되었다. 진정한 의미로 꿈과 죽음의 여신 플르의 신관장이 된 것이다.

“허상의 영역은 여신 플르의 영역이지. 이제 그 힘을 완전히 다루게 되었으니 놈이 또다시 수작을 부린들 그대에게는 통하지 않을 걸세.”

타락대공 퀘이는 더이상 위협적인 적이 아니다. 사람의 빈틈을 노리는 게 특징인 놈이 그 특성마저 무의미해졌다면, 무력적인 측면에서는 그리 대단할 게 없다.

“다 폐하 덕분이지요.”

“그대가 스스로 일어난 덕분일세.”

이렇게 대만 사태는 일단락됐다. 만신전이 대만 땅을 방치할 생각은 없었으니 조만간 교통정리도 될 것이다.

차기 행정부를 조력하는 건 야크트 스피너와 끼끼룩족들의 몫이지만, 야피가 있으니 어떻게든 잘 되겠지.

-다 죽었다. 닝겐놈들.

약간 디스토피아적 국가가 될 가능성도 있지만, 레온이 있는 이상 야피도 그렇게까지 폭주하지는 않겠지.

물론 레온 이후에는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대만에서 한달여간의 체류 끝에 11월 초, 날씨가 슬슬 쌀쌀해질 무렵, 인천항을 통해 귀환한 레온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한국 헌터협회장 오강혁이었다.

“폐하, 무사귀환을 축하드립니다.”

“오냐.”

이미 통신으로 주고받은 인사였지만, 대한민국 땅을 밟았으니 인사치레를 하는 오강혁 협회장.

“훌륭한 일을 행하시고 돌아오신 것에는 감축드리옵니다만··· 이전에 말씀드렸듯이.”

“알고 있다.”

오강혁 협회장 뒤로는 한국 정부에서 파견한 국방부 장관과 그 수하들이 있었다. 그들은 긴장한 기색이 가득한 채 레온과 만신전을 주시하고 있었고.

“폐하··· 잠시 저희와 동행해주셔야겠습니다.”

오늘부터 만신전의 청문회가 있을 예정이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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