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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76

지(地)의 종족 (1)

“후의에 감사드립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이 최선이었다.

나는 안면 근육을 세세하게 조종하며, 억지 웃음이어도 전혀 티가 나지 않게 활짝 웃었다.

심박 수를 조절해서 정말로 기쁜 듯한 신체 반응을 함께 보여 주자, 그제야 서휼의 의심이 더 자라나지 않았다.

‘의심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냥 더 자라지 않는 선에서 끝이라….’

아무래도 녀석은 세상 모든 일에 건수만 생기면 의심을 하고 보는 성격인 듯했다.

“하하, 그럼 지족 구역에 도착할 때까지 열심히 익히고 있게나. 자네 정도의 자질이면 적어도 나흘 안에 의식의 형(形)을 잡을 수 있겠지.”

‘나흘 안에 용형으로 의식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의심하겠다는 소리군.’

나는 잠자코 서휼의 덕담을 조금 더 들은 후, 하는 수 없이 호풍진혈변 공법서를 펼쳐 보았다.

요족어로 쓰인 공법서에는 세세한 호풍진혈변의 수련 방법이 적혀 있었다.

예전 원립이 서휼에게서 훔쳐 냈다고 자랑하던 호풍진혈변은, 원영기의 인족 수사가 익힐 수 있는 요수공법이었다.

하지만 나는 구결만 대강 읽어 본 후, 호풍진혈변에 대해서는 그냥 잊어버렸다.

‘이 미친 공법을 내 손으로 익힐 이유는 없다.’

하지만 서휼이 지나가듯 말한, 나흘 안에 의식의 형태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은 곧.

내가 나흘 안에 의식의 형태를 잡지 못하면 나를 의심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였다.

‘호풍응룡변을 익히자.’

원영기 공법인 호풍진혈변이 아닌, 예전 내가 훨씬 더 낮은 수준일 때에 받았던 호풍응룡변을 익힌 후, 차후에 경지를 되찾아, 원영기 수준에서 저계 공법인 호풍응룡변의 영향을 완전히 뜯어 버리면 될 터였다.

물론, 내가 익힐 건 아니었다.

우우웅!

나는 혈체피갑으로 내 몸 안에 녹아있는 원유와 교감하며, 녀석을 통해 호풍응룡변을 수행해 나갔다.

나와 겹쳐져 있는 녀석의 의식이 변화하며 점차 용형을 잡기 시작했다.

이전에 이미 익힌 공법인 탓인지, 난도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원유의 의식에 맞춰 기묘성심전을 운용하여 의식 형태를 원유의 의식 속에 숨겼다.

이제 내 의식은 겉으로 볼 때는 완전한 용형이었다.

내 의식 형태가 바뀌자, 규련은 물론이고 이번에 같이 비승한 수계 출신 요족 대표들 역시 내게 와서 덕담을 늘어놓고는 했다.

“하하, 서 용왕… 아니, 이제부터는 서 공이지. 서 공과 좋은 인연을 맺게 되었으니 자네도 참 복이 많군.”

“앞으로 자네 앞길은 탄탄대로일 걸세. 서 공은 자기 편은 늘 만족스럽게 챙겨 주는 편이니, 흐하하!”

거호왕과 성붕왕, 두 요족은 내 어깨를 두드려 주며 덕담을 이어 갔고, 며칠 후.

우리는 마침내 규련을 타고서 요족.

아니, 지족(地族)의 가장 큰 세력인 진룡맹(眞龍盟)의 영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휘이이이!

나는 하늘 위에서 바람을 맞으며, 진룡맹의 대지를 구경했다.

무수한 산맥이 줄줄이 이어져 있었다.

산맥의 색은 새하얬고, 하나같이 농밀한 영기를 뿜어내고 있었으며 신령한 느낌을 주었다.

산 아래로는 흑백(黑白)의 강이 흐르고 있었다.

강은 대지 전체를 얼기설기 엮기라도 하는 듯 그물처럼 산맥 아래 곳곳에 뻗쳐져 있었다.

백색의 강과 흑색의 강은 대부분 나뉘어 있었으나, 간혹 만나서 섞이는 구간도 있었는데, 그런 구간은 주변으로 오색(五色)의 운무가 피어나는 것이 상당히 신령해 보였다.

진룡맹의 영역은 대다수가 그런 식이었고, 하나같이 인족의 천공도 구역을 전부 합친 것보다도 어마어마한 크기와 광활함을 자랑했다.

그 끝없는 지평선을 보고 있자니, 나는 그 크기와 광활함에 질려 헛숨을 들이켰다.

그런 식으로 무수한 산맥과 흑백의 강을 구경하며, 규련의 위에서 진룡맹의 영역을 구경하던 나는 문득 뭔가를 알아챘다.

‘저 산맥의 모양, 강들의 흐름. 저건 마치….’

“뼈와, 혈관 같군요. 자연지형… 인 겁니까?”

“오, 인족 주제에 보는 눈이 있군.”

내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하자, 규련이 씨익 웃으며 설명해 주었다.

“순수한 자연지형은 아니다. 저건 먼 옛날, 우리 용족 중에서 개열기에 이르셨던 한 위대한 용족 조사(祖師)의 시신이지. 우리 진룡맹은 그분의 시신 위에 세워졌다. 네 말대로, 저 산맥들은 그분의 뼈요, 강들은 그분의 혈관과 피이다.”

“…!?”

나는 이 광활한 대지를 보며 입을 벌렸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용족의 조사라는 개열기의 용의 크기는, 그 크기만으로 인족 영역을 모조리 합친 것보다 더 거대하다는 뜻이었다.

‘인족 천공도 하나가 수계의 대륙보다 조금 작았지.’

그런 무수한 천공도가 몰려 있는 인족 영역을 생각하면, 그 인족 영역보다 크다는 것은….

‘신체 부위 하나하나가 대륙 급의 크기라고? 그건 차라리….’

우주적(宇宙的)인 크기가 아닌가?

나는 그 용의 거체(巨體)를 상상해 보며 자연히 입을 벌렸다.

규련의 설명을 들은 다른 요족 대표들도 놀랐는지, 입을 떡 벌리고 대지를 내려다보았다.

그때, 서휼 역시 뭔가 호기심이 동했는지 규련에게 질문을 하였다.

“개열기쯤 되면 수명의 한계가 사실상 없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들었는데, 그런 분께서도 돌아가시는군요.”

“원래대로라면 선수에 등극할 예정이었던 조사께서 돌아가실 일은 없었을 터다. 하지만, 진마계가 아직 혈음계와 분리되기 이전 시절…. 진마계와 전쟁을 하고, 광한계를 진마계로부터 지켜 내고 돌아가셨다 한다. 그분의 희생에, 전 광한계의 생령들이 이렇게 위세를 누릴 수 있는 것이지.”

“아~ 그럼 조사께서는 진마계의 개열기 마족에게 살해당한 겁니까?”

“흠, 그렇지 않겠나? 조사가 어떻게 죽었는지는 기록이 자세하지 않아서 잘은 모른다네.”

서휼은 규련의 대답에 침묵하며 광활한 대지를 내려다 보았다.

얼마 후, 우리는 마침내 진룡맹의 영역의 중심부, 진룡맹 본부라는 곳에 도착했다.

“저곳이….”

진룡맹의 본부라는 곳 역시, 인족 총연맹 본좌인 천인도만큼의 크기를 자랑했다.

아니, 사실상 크기로만 보면 천인도보다 큰 것 같기도 했다.

쿠구구구구!

그것은 광활한 대지 위에 서 있는 태산(太山)이었다.

지금까지 보았던 어떤 산맥들보다 더더욱 거대한 그 산맥은, 기이하게도 사방(四方)이 명확하게 나뉜 정사각형 형태의 산이었다.

‘음, 좀 이질적이군.’

나는 그 산의 형태를 보며, 지금까지 보아온 용족 조사의 ‘뼈’라는 산맥들과는 확연히 다른 이질감을 느꼈다.

본래 이곳에 존재하던 산이 아닌, 뭔가 다른 곳에 있던 산을 뚝 던져 놓은 듯한 기묘함.

‘뭐지?’

내가 의아해할 때.

규련이 다시 진룡맹 본부를 소개했다.

“그럼, 환영하네. 진룡맹 본부, 봉명주(奉命舟)에 온 것을.”

“봉명주?”

요족 대표 중 한 명이 묻자, 규련은 네모난 태산을 보며 말하였다.

“우리 진룡맹 본부가 자리를 잡은 곳은 봉명주라는 이름의 방주(方舟) 안쪽일세. 하하하, 다들 놀라지 말게나. 저 방주 안쪽에는, 상상도 못 할 만큼의 공간이 다시 압축되어 있어서 저 안쪽의 공간이 진룡맹 영역 전체를 합한 것만큼 넓지.”

“허어….”

“듣기로는 고대 진선계의 선보 중 하나였다지만, 지금은 그때의 기능은 거의 없이 폐함이 되어서, 그 껍데기만을 우리가 쓰고 있는 중이지.”

나는 규련이 설명하는 정신 나간 크기에 감탄하면서, 봉명주라는 이름에 집중했다.

‘봉명성과는 무슨 관계지?’

내가 그 생각을 할 때였다.

서휼이 웃는 낯으로 규련에게 다시 질문하였다.

“그나저나 선배님. 우리 진룡맹 본부가 자리 잡은 이 지역은, 조사님의 어떤 부위인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아, 봉명주가 자리 잡은 저곳은, 조사님의 목뼈 부위라네. 저 뒤로 조금만 더 가면 진룡맹의 성지(聖地), 조사의 머리가 있는 곳이지.”

“목이라….”

서휼은 잠시 규련의 말을 되뇌는 듯하고는 웃는 낯으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얼마 후.

우리는 진룡맹 본부, 봉명주 안으로 진입하였다.

쿠구구구구!

네모난 태산.

아니, 규련이 방주라고 불렀던 봉명주의 윗부분 중 한 곳이 열리며 우리를 맞이하였다.

* * *

“자, 진룡맹은 지족 영역의 중심이니, 여러 지족의 사절들이 많이 와 있지. 다들 각기 본인들에게 맞는 종족의 사절들을 찾아서, 해당 지족으로 가면 될 것 같군.”

츠츠츠츳!

봉명주 안으로 들어온 규련은 안으로 들어와 우리를 내려놓고 모습을 변화했다.

그녀의 모습이 변화하며 얼마 후 털털하게 생긴 갈색 장포를 입은 여인의 모습이 되었다.

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었으나 딱히 관리하지 않는지 전체적으로 삐죽거리고 있었고, 그녀의 이마에는 금빛이 도는 사슴뿔이 작게 돋아나 있었으며, 뺨과 팔 곳곳에는 일부러 드러낸 것인지 황갈색의 비늘들이 돋아나 있었다.

“일단 너희 해룡족이랑… 거기 인족도 나를 따라와라. 너희는 진룡맹의 용명부에 이름을 올려야 하니 내가 안내해 주지.”

“예, 감사합니다.”

규련은 지난 생 초, 인족을 인솔하던 허령처럼 나와 서휼, 그리고 해룡족 원로들을 향해 진룡맹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우리 지족은 다들 대강 알겠지만 수많은 요족의 집합이다. 요족이니 지족이니 번거롭게 말은 하지만 사실 용족이나 다른 몇몇 종족을 제하고는 전부 다른 종족이지.

그 무수한 타 종족들을 인솔하기 위해, 선수 혈통을 타고난 용족과, 다른 우월한 대형 종족 몇몇이 모여 지족 전체를 통솔하는 게 지족의 현 상황이다. 그리고 그런 대형 종족들은 지족 전체를 통솔할 하나의 연맹을 만들어 냈고, 그게 바로 우리 진룡맹이지.”

그녀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다들 진룡맹의 이름을 들으며 대강 짐작했겠지만, 맹 내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건 역시 대형 종족 중에서도 유난히 강한 힘을 가진 우리 용족들이다.

때문에 연맹의 이름이 진룡맹으로 지어졌고, 연맹 본부 역시 우리 용족의 구역 중심부에 지어졌지. 한 마디로, 우리 용족은 지족의 최상위 지배층이나 다름없다는 말이다. 모두 긍지를 갖고 행동하도록.”

“명심하겠습니다.”

규련은 서휼의 태도가 흡족한 듯 유쾌하게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봉명주의 안쪽은, 말 그대로 또 다른 세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광활했다.

‘저거… 하늘인가?’

나는 봉명주 안쪽을 떠다니는 ‘구름’과 안쪽에 있는 ‘산맥’을 보며 입을 벌렸다.

이건 공간 법기인 봉명성 같은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이건 차라리, 하나의 세계라고 하는 게 옳을 듯했다.

규련을 따라 걷고 있자니, 우리는 사축기인 그녀의 힘에 의해, 공간을 압축해서, 수많은 산맥과 강산을 휙휙 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순히 걸어가는 것임에도 공간이 압축된다.

‘축지법….’

최소 사축기 후기는 되어야 쓸 수 있는 무지막지한 법술!

나는 축지법의 흐름을 관찰하며 사축기의 깨달음을 읽고자 노력했다.

얼마 후.

우리는 봉명주 안쪽.

아까 보았던 인족 영역 전체만큼 큰 용의 사체만큼은 아니지만, 흑룡왕 현음 급의, 마치 산맥 같은 용들의 뼈가 잔뜩 널려 있는 장소에 도착하였다.

새하얀 산들이 이곳저곳에 널려져 있는 것 같았다.

“이리 와라. 용족 용왕들의 무덤이자, 우리 용족의 본거지, 용왕릉(龍王陵)이다. 이곳에서 너희의 신분 증빙 패를 받을 수 있지.”

우리는 용왕릉의 중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용왕들의 뼈 중, 머리뼈들이 잔뜩 모여있었다.

머리뼈만 해도 마치 산처럼 거대했다.

그리고 규련은 머리뼈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 역대 용왕의 머리에 너희 이름을 새겨라. 역대 선조들의 뇌리에 너희의 이름을 새겨 비로소 광한계의 용족이 되었음을 선조들의 앞에 알리는 의식이지.”

해룡족들은 전부 서휼의 저물법기에서 나와 하나같이 용왕들의 머리뼈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그들이 이름을 새기자, 용왕들의 머리뼈에서 서광이 흘러나오며, 이름을 새긴 용족들의 몸 곳곳에 흘러 들어가, 용족들의 몸에 기이한 문양을 남겼다.

“앞으로 그 문양이 너희의 신분 증빙 패이다. 아마 개개의 자질과 특성에 따라 다른 문양을 다른 위치에 받았겠지. 나는 보여 줄 순 없지만 골반에 문양이 있다. 그리고 문양에 기를 주입하면….”

우우웅!

은은한 용형의 기운이 규련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듯하더니, 그녀의 몸을 한 번 훑고 지나갔다.

“이렇게 용족임을 증명하는 환영이 나타나지. 앞으로는 이렇게 신분 증명을 하면 되니 모두 알아두고… 그리고 인족, 너는.”

그녀는 서휼을 보며 말했다.

“인족을 용족의 용명부에 넣을 수는 없다. 인족이 용명부에 적히는 게 가능한 것은, 선수 진혈 본원을 불어넣어, 인족이 선수 진혈의 힘을 수련하여 그 자신의 피가 선수 진혈로 7할 이상 덮였을 때에나 가능하지. 그런 상황이 아닌데 용족 소속으로 인족을 받아들이고자 한다면, 추천자의 신체 일부로 녀석에게 신분 패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거야 어렵지 않지요.”

우웅!

서휼이 팔을 드러내자, 그의 팔 위로 푸른 비늘들이 우수수 돋아났다.

서휼은 그중 비늘 하나를 뜯어냈다.

그의 팔에서 뽑힌 비늘은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손바닥만 하게 커졌다.

파츠츳!

서휼이 손을 까딱이자, 그의 비늘이 허공에서 가공되며 내 이름이 적힌 신분 증빙 패가 하나 완성되었다.

“자, 여기 받게나. 내 비늘로 만든 이 신분 패가 앞으로 지족에서 자네의 지위를 보전해 줄 걸세.”

“후의에 감사드립니다.”

나는 서휼에게 감사하며,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다른 해룡족들이 전부 나와서 용명부라는 것에 이름을 올리는 중이고, 나도 신분 패를 발급받았는데, 왜 오혜서는 안 보이지?’

나는 서휼의 저의를 짐작하며 고민했다.

‘왜 오혜서에겐 신분 패를 지금 만들어 주지 않는 거지?’

고민해 보았지만, 일단 지금 알 길은 없었다.

우리는 그렇게 신분 증빙을 할 수단을 전부 손에 넣었다.

그런 후, 우리는 다시 봉명주를 나가, 규련의 안내에 의해 해룡족이 생활할 생활 공간을 소개받았다.

용족 조사의 앞발 부근에 있는 커다란 ‘호수’였다.

…물론 말이 호수였지, 사실상 크기는 수계의 바다나 다름없었지만.

호수는 용족 조사의 핏줄이라는 강물과 연결되어 있었으며, 흑백의 물들이 뒤섞이며 오색의 운무가 호수를 덮고 있었다.

그리고 흑백의 물이 섞인 탓인지, 호수 자체는 흑백이 아닌 일반적인 투명한 물이었다.

‘어마어마한 천지영기가 주변을 덮고 있군.’

오행영기가 진득할 정도로 주변에 퍼져 있었다.

이곳에서 수련한다면 빠르게 지난 생의 경지를 찾을 수 있으리라.

“이 운심호 아래에는 수 속성 요족들이 꽤 살고 있다만. 너희 해룡족이라면 제압하고 차지할 수 있겠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래, 그럼 앞으로 호수 아래에서 잘 살기를 바라지. 그럼 난 이만 가 보도록 하고… 궁금한 게 있으면 나를 찾아오면 된다.”

“지금까지 정말 감사드렸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찾아뵈어 광한계에서 가르침을 청하지요.”

서휼이 미소를 지으며 규련에게 인사를 표하자, 규련의 볼에 홍조가 돋았다.

“험험, 나는 이만 가 보지.”

그녀는 헛기침을 몇 번 하는 듯하더니, 서휼에게 황급히 인사를 하고 다시 용으로 변해서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서휼은 규련이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고개를 돌리고는 해룡족 원로들에게 말했다.

“어디… 운심호라는 곳을 점령하는 데에 얼마나 필요한지요? 원로회가 생각하기에는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서휼의 말에, 해룡족 원로들 중 나이가 많아 보이는 원로가 그에게 예를 취하며 말을 올렸다.

“저희의 힘이면 사흘 안에 운심호에 하계에서보다 더 큰 해룡궁을 세우고, 주변 종족들에게 조공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용왕께서 도우신다면 사흘이 아니라 이틀이면 충분하지요.”

“그렇군요. 그나저나 해룡족 사이에서 다시 의전과 명칭에 대해 논의해야겠습니다. 광한계에서 용왕이란 칭호는 제가 함부로 사용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용… 아니, 서휼 님이시라면 분명 합체기에 도달하시어 정식으로 다시 왕의 칭호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격려 고맙습니다. 그럼 사흘 정도 기다려 드릴 테니, 모두들 수고 부탁드립니다. 저는 따로 할 게 있어 진룡맹 본부에 갔다 오지요.”

“맡겨만 주십시오.”

말을 마친 해룡족 원로들은, 빠르게 용형으로 변화하여 운심호로 뛰어들었다.

얼마 후.

쿠구구구구!

운심호의 바닷물이 마구 끓어오르는 듯했다.

아마 호수 아래에서 상당한 전투가 벌어지는 모양이었다.

“그럼 이제 자네는 날 따라오게나.”

“예?”

“자네가 날 따라오면 선수혈합에 참가할 수 있도록 추천을 해 준다고 했지. 약속을 지켜 주겠네.”

“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 선수혈합이라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하하, 선수혈합이 뭔지도 모르고 나를 따라왔단 건가?”

‘아차.’

나는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

서휼의 심상에 또다시 의심이 피어올랐다.

그렇게 많은 의심은 아니었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의심이 쌓이면 언젠가 녀석에게 확정적으로 뒤통수를 맞으리라.

“선수혈합보다는, 명성이 자자하신 서휼 님의 인품을 믿고 따라왔으니 말입니다. 하하하….”

“아하하, 그런 거군. 이거 참 부끄럽게 되었네.”

우리는 활짝 웃으며, 얼굴 뒤편에서는 서로를 향한 칼을 갈고 있었다.

“가면서 설명해 주지. 따라오게.”

나는 본체로 변한 서휼의 목에 올라타 봉명주로 향하며, 그의 설명을 들었다.

선수혈합이란, 나이가 어린 요족 후기지수들을 모아, 100년에 한 번씩 선수의 진혈을 걸고 하는 경합이라고 하였다.

선수혈합에서 승리한 요족들은 각기 원하는 선수의 진혈을 한 방울 받아, 자신의 피에 연화시켜 우월한 요수의 자질을 가지게 된다고 하였다.

본래라면 지족이 아닌 천족은 선수혈합에 참가가 불가능했지만, 사축기 급의 수사의 추천이 있으면 선수혈합에 참가가 가능하다고 하였다.

‘선수의 진혈이라….’

내가 선수라는 존재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어느덧 서휼은 봉명주 안쪽에 다시 도달했다.

봉명주 안.

거대한 석조 건물 앞에 내려앉은 서휼은 다시 인간형으로 변하더니, 안에서 뭔가를 처리하고 오겠다 하고는 나를 남겨두고 들어갔다.

아무래도 건물은 요족들의 여러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건물인 듯했고, 나는 서휼이 눈앞에서 사라지자마자 뒤를 돌았다.

‘일단, 호풍응룡변이니 호풍진혈변이니 하는 웃기지도 않는 것들은 머릿속에서 지우지.’

석조건물이 세워진 산맥의 아래쪽에는 요족의 시장으로 보이는 커다란 장터가 열려 있었고, 그곳에서 수많은 요족들이 물건을 거래하는 것이 보였다.

‘일단, 조금 제대로 된 요수공법을 구한다.’

타닷!

나는 월수궁무록을 쓰며, 요족들의 시장으로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들어갔다.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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