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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77

177화 청문회

-끄아아악!

-키이에엑!

-콰앙! 콰아앙!

영상 속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폭음. 냉병기에 목이 날아가고 퍼부어지는 로켓탄이 실감나는 폭발을 일으킨다.

굳이 실감난다라는 어조를 사용한 건 아무리 봐도 화면 속 영상들이 현실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신에서 불을 뿜어내는 기사나 거대한 크랩 몬스터 같은 종족들이 다루는 초현실적인 광학병기들.

“군대가 따로 없구만.”

“저게 진짜 촬영 영상이라고?”

한국 국방부 합참본부. 별을 단 장성조차 이곳에서는 가장 낮은 계급일 정도로 별들이 집합한 이곳에서는 대만에서 있었던 전투를 분석하고 있었다.

먼저 대만 전역에 있었던 가스 테러. 그로 인해 드러난 악마들. 여기까지만 해도 전모를 알 수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물론 만신전이 입항한 이후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사실상 확정사실이었지만.

어쨌든 각국의 고위인사들이 인질로 잡힌 상황만으로 한국으로선 충분히 외교적, 군사적 옵션을 검토해야 할 때였다. 그곳에는 안동길 행정부의 특사도 있었으니까.

문제는 그 이후.

타이베이 한복판에 소환된 데몬 게이트와 끼끼룩족 상륙부대. 그리고 만신전과 악마 군단이 타이베이 한복판에서 격돌하고 있었다.

그중에 대만군이 끼어 있기는 하지만 양쪽 전부에 있었고, 대강 돌아가는 상황은 알 수 있었다.

만신전이 대만의 타락자들을 알아챘고, 가스 테러로 그들을 돌출시킨 뒤, 소환된 악마 군단과 타락한 대만군을 상대로 전투를 벌였다.

“외국에서 군사행동을 벌였으니 비난이야 받겠지만······.”

“민간길드잖습니까. 그냥 우리는 상관없다고 잡아떼야 하는 거 아닙니까?”

“외교적 참사지만··· 아직 큰 문제는 아닙니다. 상대가 악마니까요.”

혼돈의 악마대공 라크샤르와 살육의 악마대공 아카샤의 등장 이후로 세계는 악마에 대해 더욱 경계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전 세계에 데몬 게이트로 멸망한 국가가 몇 개던가.

당장 중국만 해도 상하이 참변 이후로 겉잡을 수 없이 무너져내렸다.

“만신전은 악마 사냥의 전문가들입니다. 그들이 대만에 악마들의 존재를 알아차린 거라면 변호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 방식이 과격하긴 했으나 상대가 중세의 왕이라는 것도 변호할 거리긴 했다.

“그런 것보다··· 대체 어떻게 지금까지 저걸 모를 수 있었던 겁니까? 최초의 가스테러는 몇 시간도 전이라면서요!”

가스 테러가 일어난 최초 사건은 오전 11시즈음이었다.

한창 청문회가 진행되던 시간이었다지만, 바로 옆나라에서 가스 테러가 일어났는데 아무도 몰랐다니?

“무언가의 정보통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만 내부의 통신망이 외부에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그게 말이나 됩니까?”

이역만리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강도 사건도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세상이다.

요즘 같은 글로벌 네트워크망 시대에 한 나라의 수도에서 테러가 벌어지고 전투가 벌어졌는데 그게 차단됐다고?

단순히 인터넷 검열 정도의 수준이 아니지 않은가?

“그보다 저거 뭡니까! 저 괴물 기사들이야 그렇다 치고 저거요, 저거!”

안동길 대통령의 삿대질이 향한 곳은 화면 속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낸 슈퍼 로봇이었다.

마치 2천 년 대 초 전 세계를 강타한 할리우드 흥행대작에서 나오는 외계인 병기 수십 체가 초전자합체라도 한 것 같은 거대 결전병기.

현재 인터넷에서도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 야크트 스피너의 결전병기 ‘후작급’이다.

타이베이 시 근교에서 갑작스레 등장한 그것은 대만군 타락자 부대를 말 그대로 지워버리고 타이베이 시 한복판에서 악마들을 쓸어버렸다.

“저거··· 무슨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하게 생겼는데, 왜 저런 게 만들어지는 걸 아무도 몰랐답니까?”

한국 땅에서, 한국에 세금을 내는 민간기업이 말도 안 되는 초병기를 만들고 있었다.

이를 누구보다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국방부 장관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마 목포의 끼끼룩족 조선소에서 지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상당한 별철자재가 그곳으로 유입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거기서 배 만들고 있다면서요? 실험적인 배라면서? 전용 도크는 어디서 만들었대?”

“끼끼룩족 특성상 바다 안에까지 건조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확장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들이 도미네이터급 잠수항모의 존재를 안다면 기겁을 하겠지만, 현재로서 알려진 초병기들은 후작급 정도였다.

“각하, 이것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입니다만. 이전부터 미국이 만신전의 위성병기 보유를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위성병기요? 신의 지팡이 뭐 그런 거 같은?”

“네, 나사의 한 우주비행사가 우주 정거장에서 육안으로 확인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만, 당시에는 만우절 농담으로 넘어갔던 모양입니다.”

“위성이라는 게 숨길 수 있는 겁니까? 육안으로 확인했다면서 뭐 레이더나 이런 걸로는 못 봤대요?”

“높은 확률로 ‘스텔스’ 기능이 있는 위성이 아닐까 하는······.”

국방부 장관은 우주 비행사의 육안에서조차 우주에 녹아들어 사라진 보고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 레이더에··· 뭐라고 하죠?”

“광학 스텔스 기능입니다.”

“그리고 뭐, 육안에서도 사라졌으면 그 스타크래프트에서 나오는 클로킹 뭐 그런 건가?”

“예, 아마 둘 다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됩니다.”

“허참··· 신의 지팡이는 비교조차 안 되는 물건 아닙니까?”

“현 시점에서 파악된 정보로는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육상의 결전병기에 더불어 우주에도 스텔스 위성이 존재한다고?

“만신전의 기술레벨은 기껏해야 드론이나 냉병기 위주의 제련 기술이 전부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만신전은 기술레벨에서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별철과 그 가공무구들은 없어서 못 구하는 전술자산이고, 게이트에서도 작동하는 드론이나 관측장비들은 아예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전략자산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공략대. 민간 차원의 기술레벨이다.

이렇게 군대를 꾸릴 정도의, 그것도 그 미국과도 기술력 격차가 날 정도라면······.

“각하! 지금 당장 만신전 교주를 구속해야 합니다! 그들의 군사기술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있어야 합니다!”

국방부 장관은 반드시 만신전을 털어내야 한다고 여겼다.

이 정도면 단순히 병기뿐 아니라 타이밍 좋게 들어맞은 통신차단도 만신전의 조작이라고 봐야 했다.

범국가적 기술레벨을 초월한 수준이라면 반드시 국가의 통제하에 넣어야 한다.

그것이 당연한 상식이고 국가를 이끄는 리더로서 당연한 움직임일 것이다. 하지만······.

“각하. 이는 불가한 일입니다.”

오강혁 협회장, 그는 국방부 장관의 주장에 즉각 반대를 외쳤다.

“오 협회장! 그게 무슨 소리요!”

반대표를 받은 국방부 장관의 눈초리가 사나웠다. 이 사태에는 오강혁 협회장의 책임도 분명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오 협회장, 만신전에 감시역을 보내놓고도 이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건 당신 책임 아닌가? 한하리 그 친구는 거기서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야!”

“한하리 대리는 저희 협회의 만신전에 대한 우호적 교류인일 뿐, 감시역이 아닙니다.”

‘아니, 이 새끼가?!’

한국 헌터협회가 만신전에 온갖 편의를 봐주고 한하리를 파견한 건 현대인의 상식과 괴리되는 레온이 혹 사고를 칠까 감시인을 붙인 것이다.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라고, 자신들은 어디까지나 직원을 파견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내놓는 오강혁 협회장.

공식선상에서 진짜로 감시역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국방부 장관만 답답할 뿐이다.

“다들 놀라신 건 이해하겠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십시오. 만신전은 이제 한국 국가방위와 경제의 주축입니다. 이들을 제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물론 법적인 명분은 충분하다 못해 넘칠 것이다.

사실 그게 가능하긴 했다. 대한민국 헌법상 민간기관의 군사무기 보유는 엄중히 금지하고 있다.

만신전이 지금 신나게 팔아먹고 있는 게이트 정찰드론조차도 금수조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법적 해석에 따르면 불가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방법이 없어서 제재를 안 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할 수 없으니까 못 하는 거지.”

만신전은 이제 한국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아니, 인류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존재라 할 수 있었다.

당장 그의 존재와 그 부하들만 해도 상상을 초월하는 초인들인데, 신과 성법의 존재··· 무엇보다 마소로부터 오염된 땅도 정화하는 유일무이한 존재들.

그들은 대체할 수 없는 존재다.

만신전이 한국에 상주하는 것만으로 한국은 올해 수십 조원의 추가 세수를 예상하고 있었다.

이것도 순전히 경제적 이득을 고려한 것이지, 만신전의 무력으로 인해 사라진 던전 브레이크 피해까지 생각하면 수백 조원대다. 앞으로 창출할 가치를 생각하면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었고.

“법무부 장관님. 현재 만신전의 위법행위가 얼마나 벌어지고 있습니까?”

“······탈세만 해도 어마어마하지요.”

만신전의 탈세는 세금 회피 이전에 아예 대놓고 탈세를 하고 있었다.

당장 십구조만 해도 전근대적인 세금구조였으니까.

“하지만 그 비슷한 금액이 다른 루트를 통해 지급되고 있지요? 국방방위성금이나 기부금이나 시민단체 보조금 지원이라든가.”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만신전이 돈이 아까워서 세금을 내지 않는 게 아니었다.

당장 십구조만 해도 실질적으론 어마어마한 복지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고, 한국에 내야 할 세금들도 복잡하긴 하지만 다른 루트를 통해 전달되고 있다.

“왜 만신전이 그런 귀찮으면서도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일을 하는 것 같습니까?”

“······왕이 다른 왕에게 세금을 낼 수 없다는 이유였지요.”

그렇다.

레온은 다른 십대 길드들처럼 돈이 아까워서 세금을 안 내고 탈세를 저지르는 게 아니었다.

왕은 동전을 세지 않는다.

그 전근대적이다 못해 판타지한 사고방식 탓에 세금에 대한 모든 것을 아랫 것들에게만 맡겨둔 것이다.

‘직접적인 세금을 낸다’는 행위를 피하기만 한다면 뭐든 좋다.

그렇기에 야피가 온갖 세금 피난처를 만들어두고 세금을 우회 지급하는 방식으로 그간 탈세 아닌 탈세를 저질러왔던 것이다.

“만신전은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라는 절대군주정입니다. 오직 그분의 기준에 따라서 모든 것을 결정하지요.”

오강혁 협회장은 바로 이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안동길 대통령이 물었다.

“그 말은 즉슨?”

“폐하와 더욱 철저하게 협력관계를 가져야지요. 폐하께서는 정치를 아시는 분입니다. 이쪽이 먼저 배려해주면 왕의 프라이드를 위해서라도 베풀어주실 분이지요.”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이번 사태는 힐난이나 비판이 아닌 협력을 강화할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오강혁 협회장.

그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불새 길드가 일본으로 귀화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 어땠습니까? 주가는 곤두박칠 치고 재계가 흔들렸지요. 그런데 만신전입니다. 감당 가능하시겠습니까?”

당장 일본부터 쌍수 들고 환영하면서 제발 우리 쪽으로 와달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오강혁 협회장의 마지막 발언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했다.

현 정부의 방침은 자연스럽게 결정되었다. 필연이었다.

* * * *

보통 청문회라고 한다면 상대방을 어떻게든 깎아내리고 비판하기 위한 자리다.

그렇기에 가는 길은 싸늘하고 참석하는 자들의 마음도 무겁기 마련이지만, 레온이 향하는 길은 너무나도 화려하고 열렬하기 그지없었다.

-와아! 폐하!

-사자심왕 만세! 우리 폐하 만쉐에에!

-축! 악마 섬멸! 만신전에 영광 있으라!

“꽤나 준비를 했구나.”

청문회장으로 향하는 길. 레온은 한국 정부에서 준비한 국빈용 리무진에 탑승해 바깥의 인파들을 감상했다.

흡사 교황이라도 방문한 것 같은 퍼레이드 행렬. 한국의 시민들은 저마다 레온의 귀환을 환영했고 레온의 청문회가 열리는 것조차 부정하며 시위를 했다.

“별 것 아닙니다. 다 폐하의 은덕 덕분이지요.”

오강혁 협회장은 레온의 잔에 직접 샴페인을 따르며 고개를 숙였다.

“저희도 국가 행정부로서 나름의 행동을 취해야 하기에 이렇게 자리를 열었습니다.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흥. 짐을 오라가라 하는 것에는 불쾌하나 이 땅은 짐의 영토가 아니니 말이다.”

본래라면 레온은 망국의 왕족일 뿐이다. 아무리 생존자라 해도 국가에서 이 정도의 대우를 해주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레온이다.

그것 하나만으로 모든 전례가 무시된다.

“청문회라곤 해도 불법 무기소지에 대한 심사가 조금 있을 뿐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민간인의 무기 소지가 불법이기에 어쩔 수 없습니다.”

“헌터들은 잘만 들고 다니는 것 같다만?”

“헌터 등록증을 가진 헌터들도 어디까지나 국가에서 인증된 아이템 소지를 허가받았을 뿐입니다. 사실, 어지간해선 소총 이상의 화기류는 허가가 나오질 않습니다.”

끼끼룩족까지는 괜찮았다. 그들의 장갑대포나 화기류들은 나름 한국 정부의 공인 아래 등록된 병기들이다.

“문제는 야크트 스피너 경의 무장들이지요. 아무래도 사이즈가······.”

“잘 알겠다. 이런 일이 있을 것 같아 스피너 경도 노출을 꺼렸던 듯하더군.”

“예, 하지만 스피너 경도 엄연한 헌터 등록증을 가진 헌터이니 그 부분을 법리적으로 해석해 적당히 넘어갈 생각입니다.”

“꽤나 편의를 봐주는군?”

레온의 시선이 날카롭게 빛났다. 오강혁 협회장을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면서 너스레를 떨 뿐이다.

“폐하께서 우리나라를 위해 해주신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저희가 감히 폐하를 함부로 대하겠습니까.”

“당연하다.”

“물론 그렇지요. 하지만 저희 행정부에도 나름의 체면이라는 게 있으니··· 안동길 대통령 각하와 저를 봐서라도 약간의 도움을 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레온은 이 늙은 협회장이 철저하게 실리를 취할 생각임을 알아챘다.

하긴, 저쪽에서 먼저 굽혀서 좋은 제스처를 취해주면 왕으로서 하사품을 내려주지 못할 것도 없다.

“평민들에게 추궁받는 자리를 가는 것은 심히 불쾌하나 내 안 대통령의 체면도 지켜줘야겠지.”

“황은히 망극하옵나이다.”

청문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결정난 사항. 정치질의 노괴들은 이번 사태를 가볍게 넘길 수 있다 자신하며 청문회장에 입장했다.

그리고.

“불법 무기 취득 및 불법적인 제조! 수십 조원대 탈세와 불법적인 노동 착취! 종교 강요까지! 이런 끔찍한 단체가 또 있을까요!”

어어, 점마 왜 저러는 거야?

“책임지고 사퇴하세욧!!”

야이미친년아!!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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