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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77

#177

신 탈리아 왕국

뱀파이어가 양지에 나서면서 인간과의 공존을 시작한 탈리아 왕국이었지만,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체재를 만들어가는 상황이다 보니 곳곳에서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왕국의 모든 시민이 하인즈 2세의 아래로 들어온 만큼 전과는 달리 흡혈할 수 있는 상대도 제한되었을뿐더러, 사형수가 아니라면 목숨에 지장이 있을 만큼 포식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그것은 그간 내키는 대로, 각자 취향에 맞는 상대를 ‘사냥’해 오던 뱀파이어들에게 그 자체로 강한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감찰부다. 잠깐 조사를 위해 따라와 주실까?”

“아니, 정말 이러기야? 확실히 범죄자라는 걸 확인하고 형을 집행했는데 뭐가 문제야!”

“<범죄자 처벌 기준 최종안 (2차 수정본)>을 제대로 보지 않은 모양이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고작 절도 사건인데, 적당히 빨아먹고 숨은 붙여 뒀어야지. 그 또한 소중한 자원인데 너무 욕심이 과했어.”

“큭!”

하인즈의 「정제혈정」에 의해 다방면으로 진화했다곤 하지만 흡혈은 그들의 본능과도 직결된 문제였다.

그런 만큼 어떤 식으로든 제약을 우회해 사욕을 채우려는 놈들이 생겨나는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언제까지 괴물 놈들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가축처럼 살 겁니까? 지금이라도 우리끼리 뭉쳐서 이겨내야 합니다!”

“하지만 교단도 손을 놓고 있는 것 같은데, 이제 와서 우리가 무슨 수로···.”

“그 문제는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사실 샤로티 왕국 측에서 비밀리에···.”

콰앙—!

우르르르!

“여기 불순분자들이다. 싹 다 잡아들여!”

“큭! 여긴 어떻게 알고!”

“···큼큼, 미안하군. 그래도 살 사람은 살아야지 않겠나? 사실 지금도 사는 데 딱히 나쁘지도 않고···.”

“배신을···! 감히 우릴 속이다니!”

또 은연중에 내부의 인간들을 들쑤시는 비밀 세력들도 하나둘 고개를 치켜들기 시작했다.

물론 이미 왕국의 음지를 완전히 장악한 하이브리드에게 금방 발각되긴 했으나, 주변국들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그들의 행각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꼬리 자르기라도 하려는 건지 각국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할 뿐이었지만.

그러나 의외로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 백성들의 평가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는 하층민들에겐 오히려 전보다 더 살기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아이고, 치료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괜찮습니다. 나라에서 하는 일인 걸요. 다음 환자 들어오세요!”

전국에서 치료사를 대거 고용해 거의 무상이나 다름없는 수준으로 치료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약과였다.

심지어 각지의 사원과 기도소에서 주신교단의 사제들까지 초빙해 정기적인 치유 행사를 주최하기도 했으니.

몸을 상하게 하는 온갖 마약류는 탈리아 전체에서 순식간에 퇴출당했고, 빈민가에 만연한 질병과 위생 문제 또한 왕국 차원의 복지 사업으로 빠르게 자취를 감추었다.

또한 헌혈을 대가로 양질의 영양식까지 공급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던 하층민들에게는 지상낙원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편하게 목돈 벌기? 차 한 잔 마실 시간이면 끝! 부작용 없는 시술과 완벽한 사후 관리 보장!

-헌혈 포인트 적립하고 각종 혜택 받자! 각종 생필품부터 고급 주거 시설까지 푸짐한 사은품이 한가득!

-건강한 이십 대 초반 미혼 남녀 우대. 여러 조건에 따라 추가금 지급.

곳곳에 들어선 헌혈소는 물론 관공서에서도 그에 대한 홍보 전단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정기적으로 자신의 피만 팔아도 먹고 사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세상.

‘또 혈마법을 병행하면 기증자들의 회복을 더 빠르게 촉진할 수도 있으니까. 보통의 경우보다 더 잦은 빈도로 피를 뽑을 수 있겠지.’

심지어 꾸준히 헌혈하는 모범 시민에게는 국가 차원의 보상까지 약속한 데다, 특정 취향의 피를 찾는 뱀파이어들과 일대일 매칭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으니···.

말 그대로 ‘헌혈소’는 신 탈리아 왕국 체제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었다.

‘대신 젊고 건강한 미녀같이 수요가 큰 피를 가진 이가 앞으로 더욱 대우받게 되겠지만··· 그것까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딱히 큰 문제도 아니고.’

물론 나라 차원에서 이런 복지형 정책만 남발하다간 국가 경제가 파탄 나는 게 일반적일 터이나, 하인즈 하이브리드 2세가 통치하는 탈리아 왕국은 그 경우가 달랐다.

이미 오래전부터 ‘브로코슬락 클랜’이 왕국의 부를 통제해 온 것은 물론, 가장 큰 문제인 나랏돈을 횡령하는 도둑놈들도 씨가 마른 상황이지 않은가?

또한 겉으로는 복지 예산으로 보이는 그것도 사실은 뱀파이어들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국방비나 다름없었으니, 사실 그리 낭비라고 볼 수도 없는 지출이었다.

‘덤으로 쓸데없는 사치도 없이 나랏일에만 매진하는 귀족들까지 더하면, 이곳이야말로 환상 속의 이상적인 국가라고 할 수 있겠지.’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사치를 부릴 기회도, 여유도 없는 쪽에 가까웠지만···.

어쨌든 그거나 이거나 마찬가지였다!

“로드? 하인즈? ···사람을 앞에 앉혀놓고 딴생각이라니. 전부터 생각했거늘, 너는 너무 자기중심적인 면이···.”

“브리키.”

“어머, 듣고 있었구나? 후후후— 물론 농담이란다?”

“쓸데없는 소리는 됐고. 일은 어떻게 됐지?”

그는 실없이 웃는 브리키의 말을 끊으며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하인즈의 앞에서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나 다름없었는데, 그도 둘만 있을 때는 그녀의 하대를 어느 정도 용인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주종관계로 묶였더라도 나이 차이가 어지간해야 말이지.’

그녀는 수천 년이 넘는 기간을 존재해 온, 그야말로 뱀파이어라는 종족의 역사이자 살아있는 화석이었다.

거기다 경지 자체도 그에 비해 그리 모자라지 않았으니, 반말 정도는 연장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넘어가 주지 못할 것도 없었다.

“···뭔가 기분이 나빠지는데. 혹시 실례되는 생각을 하진 않았니?”

역시 초월적인 직감을 가진 성혈답게 뭔가를 감지한 듯한 브리키.

흑발의 미녀가 붉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그를 흘겨보았으나, 겨우 그 정도로 속마음을 내색할 정도로 그의 연기 내공은 낮지 않았다.

“말 돌리지 말고, 먼저 보고부터 해라.”

“···흠. 뭐, 좋아. 우선 내가 들린 곳은 샤로티, 툴크, 레스크를 시작으로 아제리온 제국의 중서부 지역까지였단다. 유페르쉬의 아이들이 혈문을 열어준 덕에 이동 자체가 힘들진 않았지만···.”

아우테리카의 뱀파이어 클랜이 유페르쉬, 브로코슬락, 오바이포 3강 체재라고는 하나, 그들이 뱀파이어라는 종족의 전부는 아니었다.

수로 따지면 세 클랜만으로도 종족의 절반 정도는 차지할 테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남은 절반은 군소 클랜원들이라는 소리였으니까.

‘그리고 그 정도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지.’

피가 계승되어 내려오는 과정에서 성혈을 잃어 도태되거나 주류에서 벗어나 갈라져 나온 군소 클랜들.

그들은 세력이 약한 만큼 살아남기 위해 은밀성을 키워 그 정확한 위치를 찾기 힘들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하지만 전 대륙이 활동 영역이었던 유페르쉬 클랜에 의해 대략적인 위치가 밝혀진 이들도 적지 않았는데—.

이번에 브리키가 맡은 임무가 바로 그곳에 직접 방문해 그들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살고 싶다면 순순히 이쪽··· 아우테리카 뱀파이어 클랜 연합 ‘하이브리드’에 합류하라고 말이다.

‘협박 또한 훌륭한 협상 수단 중 하나지. 원래 외교라는 게 다 그런 거기도 하고.’

사실 따지고 보면 그들에게도 나쁜 제안이 아니었다.

지금처럼 숨어 지내는 생활에서 벗어나, 현 대륙 최대 규모의 뱀파이어 세력에 들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이 아닌가!

지금 함께한다면 「정제혈정」으로 강화의 기회까지 함께 제공되니, 이건 오히려 거부하는 게 이상한 거였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브리키도 같았던 모양인지 그녀는 당당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쪽에서 좋은 제안을 했는데도 이해하지 못하는 멍청한 것들이 조금 있어서, 내가 잘 알아듣도록 타일러 주고 잡아왔··· 아니, 데려왔단다? 후후훗.”

제압은 순조롭게 마무리되었고, 지금은 한창 부하들이 혈문을 통해 순차적으로 배송 중이라고.

그것도 진혈 두엇과 다수의 순혈이 포함된 꽤 쏠쏠한 전리품들이었다.

‘역시 성혈급 인재를 밑에 두니 만사가 편하네. 브리키가 없었으면 일을 진행하는 데 몇 배는 더 귀찮아졌을 텐데.’

당연하지만 아무리 군소 클랜이라고 해도 로드라면 진혈급은 되었을 것이다.

그만한 세력을 온전히 제압하려면 이쪽은 그 이상의 전력을 파견할 수밖에 없는 일.

하지만 한창 변혁의 중심에 있는 탈리아 왕국에서 고급 인력들은 전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이었으며, 때마침 한가했던 게 실무에는 관심이 전혀 없어 그저 빈둥거리기만 하던 브리키였다.

당연히 아랫사람이 노는 꼴을 못 보는 하인즈는 거의 반강제적으로 그녀에게 이 일을 맡겼고···.

그 결과는 지금 보시다시피 매우 만족스러웠다.

“흠, 좋군. 수고했다, 브리키.”

“알아주는구나? 내가 생각하기에도 이번엔 제법 수고한 것 같···.”

“그럼 조금 쉬고 나서 나머지 지역도 마저 부탁하지. 아직 남은 곳이 많으니. 하루면 되겠지?”

“···역시 넌 너무 자기중심적이야···.”

그렇게 하이브리드는 겉으로는 변화된 체재에 맞춰 국가 단위의 내실을 다졌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선 대륙 전체에 퍼진 뱀파이어들을 흡수해 규모를 불려 나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하인즈 2세가 촉각을 곤두세우며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는 곳이 있었으니.

당연하게도, 뱀파이어 클랜 3강 중 나머지 하나.

오바이포 클랜이 자리 잡은 대륙의 동부, 제피아 공화국이었다.

***

짹짹짹— 찌르르—

온갖 종류의 새들이 아름답게 노래하는 평화로운 아침.

“안녕하십니까, 해리스 님. 좋은 아침입니다.”

“해리스 님, 오늘 막 딴 열매인데 이것 한 번 드셔보시지요.”

“평안하신지요? 오늘도 날씨가 참 좋습니다.”

엘븐 킹덤의 새로운 하이 엘프가 된 ‘해리스 그랜우드’는 모두의 환대를 받으며 세계수와 맞닿은 유일한 건축물인 왕궁 내부를 거닐고 있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세계수님의 은총이 여러분과 함께하길.”

과연 하이 엘프라 해야 할까.

개안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아직 딱히 뭔가를 보여준 적도 없는데 이곳의 엘프들은 그에게 무한한 호의를 보이고 있었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겠지. 실체를 갖춘 신의 증명이 바로 곁에 우뚝 솟아 있는 데다, 하이 엘프는 그 제사장이라 할 만한 존재였으니.’

그래도 막상 이렇게 대우받게 되니 기분은 썩 나쁘지 않았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요즘엔 주변에서 이렇게 떠받들어주는 것에 하도 익숙해지다 보니, 이제는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다.

‘그나저나 말로만 들었지 이쪽으로 온 것은 처음인데. 어디 보자··· 정원사들이 머무는 거처가···.’

그가 이쪽으로 발걸음을 옮긴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오늘 세실리와 함께 하이 엘프의 기본 소양에 대해 배우면서 귀가 솔깃해지는 정보 하나를 접했던 것.

그에 해리스는 그것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교육이 끝나자마자 세계수를 관리하는 ‘정원사’들이 머무는 이곳으로 직접 행차했다.

‘그들의 수장이라는 엘프와는 개안 직후에 인사한 적이 있었는데. 그들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는 건 처음이군.’

세계수의 정원사들은 일종의 사제나 수도사와 다름없는 위치의 이들로, 다른 세속적인 일에는 일절 개입하지 않고 오로지 세계수를 모시는 데에만 전념하는 이들이었다.

아무리 신의 화신인 세계수라 해도 일단 나무의 형상을 하고 이 땅에 현현한 이상, 관리의 손길은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더 좋지 않겠는가?

‘그래도 명색이 세계수이니 손 볼 부분이 그리 많지는 않겠지만. 하긴 그게 아니었으면 이만한 덩치의 나무를 관리하는 데 대체 얼마나 많은 인력이 필요했을지···.’

따라서 그들의 평상시 주 업무는 정기적으로 주변을 날아다니며 이상을 확인하고, 세계수가 스스로 가지치기하며 말라죽은 나뭇가지를 수거하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아니, 해리스 님이 아니십니까? 하이 엘프께서 이곳까지는 어쩐 일로···.”

“반갑습니다. 이렇게 세계수님의 은총으로 하이 엘프가 되었으니, 그분을 가장 가까이서 모시는 분들을 한 번 직접 뵈어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오오···! 이렇게까지 저희를 생각해 주시다니···!”

그리고 그것이 바로, 해리스가 이곳에 찾아온 목적이었다.

비록 말라비틀어져 영맥이 끊어졌다고는 하나, 그 귀하다는 세계수의 가지가 이곳에 잔뜩 쌓여있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래서 말입니다만, 일하시는 곳을 제가 한 번 둘러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제가 안내하도록 하지요. 교대 업무 중이라 남은 분들이 그리 많진 않지만, 다른 분들도 모두 기뻐하실 겁니다.”

“하하하, 이거 괜히 민폐나 끼치는 게 아닐지 모르겠군요.”

그렇게 부드러운 웃음으로 가늘게 휜 눈매 안에서.

언제나 나태함에 젖어있던 평소와는 달리, 욕망으로 이글거리는 해리스의 두 눈이 분주하게 주변을 훑기 시작했다.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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