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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8

18화 사냥하는 거미(1)

게이트의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는 조건은 단순하다.

게이트의 등장 이후부터 내부의 마력이 팽창하기 시작하여 끝내 게이트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이다.

던전 브레이크가 1차~3차에 이르는 리미트 타임이 존재하는 이유다.

던전 브레이크를 막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던전 입장시 등장하는 조건을 클리어해 게이트를 클로징하거나 주기적으로 내부를 청소해 팽창할 마력을 제거하거나.

후자의 경우 서울역 게이트처럼 일부러 게이트를 남겨두려고 할 때, 쓰는 방법이다.

하지만 게이트에 대한 해명이 완벽하지 않은 만큼, 예외는 언제나 존재했다.

청주 종합운동장에 발생한 게이트가 바로 그러한 케이스다.

“개색기들아! 이번엔 우승 좀 해보자!”

“지난 주에 24:3으로 졌으니까 8:1로 세 번 진 거지? 이제 이길 각이다! 내가 봤어!”

1만여명의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장 한복판에 게이트가 생겨났다.

“아~ 이번엔 이길 수 있었는데.”

관객들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게이트 발생 이후 협회 직원들이 게이트의 등급을 측정했다.

내부 에너지량 측정결과 주홍색 등급. 협회의 데이터 베이스를 통해 청주 종합운동장 게이트를 등록한 다음에는 게이트를 공략한 공략대를 선정한다.

공략대를 선정하는 방법은 일단 지역 길드를 우선시한다.

가장 빠르게 출격할 수 있는 공략대가 우선권을 가지고 그 다음이 일정 등급 이상의 공략대에게 낙찰권을 부여한다.

청주 종합운동장 게이트는 지역 토박이 헌터들이 모여 만든 KPP 길드가 낙찰받았고, 그들은 곧장 게이트에 진입했다.

“형님, 여긴…….”

“나도 알아…….”

KPP 길드장 김한수와 A급 탱커 조호열은 게이트의 광경을 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황야다.

메마른 도시에 모래폭풍까지 불고 있는 황량한 세계였다.

이런 세계야 사실 게이트 중에 얼마든지 있다. 마치 세계가 멸망한 것처럼 처참한 광경의 내부 풍경이야 헌터들에게 익숙한 광경이니까.

문제는 이 게이트의 문명 레벨이었다.

“일단 최소 현대문명. 어쩌면… 지구보다 더 발전한 문명이야.”

폐허가 되었으나 우뚝 선 빌딩들. 거리를 나다니는 자율로봇…….

“신기하네요. 미래세계 게이트라니.”

“판타지나 무협도 있는 마당에 미래세계라고 해서 없을 것도 없지.”

게이트 속 세계는 그 가짓수가 워낙 다양했다.

던전형 게이트라면 단순히 몬스터와 보스를 잡고 끝내거나 필드형이라도 특정 거리 이상 구현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게이트의 등급이 높아질수록 내부의 풍경과 경향이 크게 복잡해지고 다양해진다.

가령 판타지 타입.

검과 마법을 쓰는 인간이나 엘프 등이 나오며 고블린이나 오크가 적으로 나오기도 한다.

가령 무협 타입.

무림맹과 사도련 또는 마교라 불리는 자들. 대개는 사파나 마교가 적이다.

이외에도 아포칼립스 타입, 아케인 펑크나 스팀 펑크 타입 등 다양한 게이트가 존재했다.

「새로운 임플란트 출시. 쓸모없는 신체를 기계로 대체하세요.」

게이트의 지성체나 헌터들에게 주어지는 특전. 통칭 ‘완벽한 번역’ 기능으로 건물 외벽에 그려진 포스터를 읽는 조호열.

그는 그것을 보고는 김한수 길드장에게 말했다.

“길드장님 이거 사이버 펑크 쪽이에요.”

“후…….”

통칭 미래세계. 문명의 발전이 지구보다도 발전한 세계.

“골치 아픈데. 이러면 몬스터 상대로 하는 파티 전략부터 뜯어고쳐야 해.”

고도로 발달된 문명은 필연적으로 총기, 레이저 병기 등의 고화력 원거리 무기를 주로 쓴다.

개개인의 화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헌터들에겐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개개인의 무력 편차가 큰 헌터들에게 다수의 양산형은 오히려 천적이야. 체력에도 한계가 있으니까.”

“예, 그래도 시가전인만큼 건물과 건물을 오가면서 체력안배를 하면 둘러싸일 걱정은 없겠죠.”

헌터들은 강하다. D급 헌터도 어지간한 인간을 초월한 수준.

하지만 그들은 결국 생명체였고, 일개 보병이었으며 체력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이곳 청주 게이트의 몬스터가 어떤 타입인지는 몰라도 총기류로 무장한 군대라면 상대하기 까다로워진다.

“저쪽 건물을 베이스 캠프로 삼자. 높이도 꽤 커서 정찰하기도 좋을 거야.”

KPP 길드의 공략대 58명은 다 무너져가는 건물들 중에서도 7층 정도의 작은 상가건물에 진입했다.

혹시나 싶어 전투태세를 갖추고 층 하나하나를 공략했지만, 보이는 건 황량한 폐허뿐, 별다른 소득도 없었다.

“이거 보세요, 길드장님. 여기 옷들 되게 신기하네요. 막 옷에 홀로그램이 흐르는데요?”

근처 옷 가게에서 신기하다며 챙겨오는 박혜리를 보며 감탄했다.

“혜리야, 그거 챙겨둬. 괜찮은 기술이 들어간 거면 꽤 짭짤할 거야.”

지구보다 발전한 문명은 까다롭긴 해도 먹을 게 없냐면 그런 것도 아니다.

지구보다 발전한 문명의 물건들은 잘만 해석하면 실생활에서도 써먹을 수 있었으니까.

대부분은 해석불가이지만, 역설계에 성공하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라서 지금도 각국 정부는 이런 게이트에서 기술 채굴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호열아, 뭐 좀 보이냐?”

“음… 진짜 아무 것도 없는데요? NPC도 없고, 몬스터도 안 보여요.”

이상하다.

보통 필드형 게이트라고 하면 NPC든 몬스터든 뭐가 있어야 했다.

“‘야크트 스피너’는 어디 있는데? 그게 보스 몹인 거 같던데.”

던전에 입장하자마자 뜬 퀘스트.

「야크트 스피너가 지키고 있는 ‘지혜의 보옥’을 획득 또는 파괴하십시오.」

KPP 길드의 우선 목표는 야크트 스피너라는 보스 몬스터를 격파하는 것이다.

게이트 클로징 조건이 ‘지혜의 보옥’은 한번 감정해보고 빼내갈지 파괴할지 결정할 생각이다.

“전혀 안 보여요.”

“이상한데…….”

날씨가 개떡 같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큰 도시에 사람은커녕 몬스터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는 건 이상하다.

“뭐, 저항군이라던가 사악한 독재정부의 군대를 상대하는 건 아니라서 다행인데.”

대체 야크트 스피너라는 건 뭐란 말인가?

“하여튼 주변 경계 확실히 하고. 정찰조 뽑아서 맵부터 그려보──”

-퍽

무언가가 지나갔다.

KPP 길드원들은 갑자기 말이 끊긴 길드장을 향해 시선을 돌렸고…….

“한수 형?”

“길드장님?”

배꼽부터 머리 사이의 상반신 전체. 그 사이의 무언가들이 모두 사라졌다.

그들은 김한수 길드장의 팔뚝과 머리가 바닥에 떨어지고서야 이해했다.

방금 자신들은 길드장을 잃었다고.

“저, 저격이다! 엄폐해!”

부길드장인 조호열이 다급하게 외쳤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헌터들은 황급히 건물 외벽 따위나 가판대 따위에 기대며 몸을 숨겼다.

“씨발 뭐야! 어떻게 반응도 못 했어!”

헌터들은 초인이다. 인간의 한계를 한참 벗어난 존재들이다.

게이트에서 인류의 총화기가 소용없다지만, 지구에서도 그런 건 아니다.

일반인들보다야 훨 낫다지만, 헌터들도 현대 병기의 고화력에 노출되면 얼마든지 죽을 수 있다.

하지만 죽은 김한수는 A급 헌터였다. 그것도 메인 탱커로 누구보다도 방어력이 높고 반응신경도 좋았다. 그런 그가 반응조차 못 하고 일격에 죽었다?

-콰콰콰콰콰쾅!!

무어라 말할 틈도 없이 KPP 길드가 있는 건물을 향해 무차별 총격이 쏟아진다.

묵직한 타격음은 김한수를 즉사시킨 무기 수준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묵직하다.

“칵!”

“대오야!”

한 헌터가 하반신 일부만 남기고 사라졌다. 압도적인 파괴력의 초고속포가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젠장! 이대로는 말려죽어! 적 위치 파악됐어?”

“세 시 방향! 모래먼지 때문에 거리측정 불가! 부길마님! 여긴 너무 눈에 띄어요! 당장 내려가야 합니다!”

“알아! 다들 순차적으로 후퇴한다!”

“길드장님 시신은요?!”

“크윽… 일단 자리를 벗어나 정비한 다음에 찾을 거야!”

조호열은 이를 악물며 후퇴명령을 내렸다. 쏟아지는 포화 속에서도 KPP 길드원들은 건물을 빠져나갔고 가장 빠르게 움직인 궁수 혜리가 건물 밖으로 나온 순간이었다.

“어라?”

달리던 기세 그대로 문밖으로 뛰쳐나온 혜리가 이질감이 느껴지는 목을 만지작거린다. 간지럽다. 왜 이렇게 목이 간지럽──

-후두둑.

“혜, 혜리야?”

그들은 무너져 내린 동료의 시신을 보며 허공에 맺힌 핏방울들을 인지할 수밖에 없었다.

“……와이어?”

건물 입구로 와이어가 설치되어 있다. 그것이 있는지도 모르고 달렸다가 혜리는 말 그대로 날카롭게 벼려진 와이어를 통과해버린 것이다.

‘대체 언제부터?’

헌터들은 자신들이 도시에 진입한 순간부터 공격의 때를 기다리고 있었을 적을 상상하며 소름이 끼쳤다.

대체 누구지? 몇 명이지? 언제부터 자신들을 주시하고 있었던 거지?

“젠장! 전부 쳐내! 어떻게든 벗어나야 해!”

헌터들의 마력이 피어올랐다. 와이어가 있다는 걸 알아차린 이상 와이어는 성가신 장해물일 뿐이다.

그들은 방패로 뚫고 마력을 실은 검으로 와이어를 잘라내며 도시를 벗어나려 애썼다.

물론 보이지 않는 적은 그것을 지켜보지만 않고 기관포와 알 수 없는 초고속포를 퍼부으며 KPP 길드원들을 하나하나 사냥했다.

“피해──!?”

무언가를 인지했다는 짧은 순간, 채찍처럼 휘둘러진 ‘와이어’가 헌터들의 몸을 통과한다.

“어라?”

“어어?”

세 명의 헌터들이 일제히 허물어졌다. 음속의 은색 실이 피륙을 갈라버린다.

-퍼벅! 퍼버벅!

살육은 순식간이었고, 자신의 죽음을 인지할 시간조차 부족했다.

“개자식아 모습을 드러내!”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른다. 살고자 목청컷 내지른 소리는 단말마가 되어 파묻힌다.

끝내 조호열 한 명만이 남았을 때, 그것은 와이어를 회수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로봇…?”

여덟개의 묵직하고 두꺼운 다리. 사방팔방 사각 없이 주시하는 카메라 아이들. 마치 거미를 끔찍한 킬링머신으로 만들면 이러할까 싶은 악몽 같은 디자인.

“너냐… 네가, 야크트 스피너냐…….”

조호열은 이 게이트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몬스터’를 응시했다.

시뻘건 여덟개의 눈이 조호열과 시선을 교차하고 등딱지의 흉흉한 240mm 초전가속포와 60mm 기관포가 작동을 멈춘다.

‘살려… 주는 건가?’

그는 몰랐다. 적성인자를 완벽하게 무력화한 야크트 스피너가 굳이 ‘한정된 물자’를 소비하는 것보다 경제적인 선택을 했다는 걸.

「어때? 이거라면 유사시에 탄환이 부족해도 싸울 수 있겠지?」

장애물 철거 및 폭발물 제거용으로 만들어졌을 터인 보조 관절부가 모습을 드러낸다.

회수한 ‘와이어’는 그 보조 관절부에 동여매져 있다. 그것이 기계 팔에 의해 풀려지면서 순식간에 수십 미터 길이로 늘어났다.

“아…….”

그렇구나. 이것은, 자신을 살려줄 생각이 없다. 그것을 호열이 이해한 순간.

-쉬익!

짧은 순간. 휘둘러진 보조 관절부가 음속의 속도로 와이어를 날린다.

모래폭풍이 사그라들고 햇빛에 반사된 번쩍이는 은색 실. 가늘고 질긴 은색의 선이 조호열이 있던 곳을 지나갔다.

청주 게이트.

1차 공략대 KPP 헌터 58명.

생존자 없음.

2차 공략대──

3차 공략대──

헌터 협회 주관하에 청주 게이트 공략을 무기한 중지.

「야피. 도시를 지켜줘.」

게이트 보스 야크트 스피너.

공략 난이도 적색으로 격상.

헌터협회 주관 청주 게이트 무기한 공략중지.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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