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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81

빌어먹을 아이돌 181화

*   *   *

한국의 꽤 많은 대중들은 국뽕 콘텐츠를 싫어한다.

미국이 감탄하고 스페인이 극찬했다는 수식어 따위는 너무 유치하다면서.

동시에 사람들은 이게 한국인만의 특성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진 않다.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한국보다 미국이 더 강하다.

타국의 스타들과 인터뷰할 때면 꼭 미국 문화의 우월성을 뽐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그래서 미국의 시민들도 국뽕(본인들 기준으로)을 창피해하긴 하지만, 쇼 비즈니스다.

돈이 되니까 하는 일이다.

인간은 원래 DNA 레벨에서부터 본인이 꾸린 군락이 타인이 꾸린 군락보다 뛰어나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는 동물이니까.

그렇게 부족이 생겼고, 연합이 생겼고, 국가가 생긴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국뽕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건, 애매한 걸 자부심으로 포장하기 때문이었다.

뭔가 그렇게까지 대단한 것 같진 않은데, 자꾸 쇼 비즈니스가 대단하다고 포장하니까 반발심이 생기는 거다.

하지만 누가 봐도 객관적으로 수준 높은 콘텐츠가 있다면?

그건 국뽕이 아니라 자부심이다.

한시온과 BOTY의 첫 번째 디렉팅 장면이 그러했다.

[에드워드가 헛소리를 하던데? 네가 최고의 기타리스트라고.]

삐딱하게 등장하는 BOTY의 기타리스트 데이브 로건.

한시온은 데이브 로건의 성격을 알고 있고, 저 말이 시비조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냥 네 기타 연주를 듣고 싶다는 완곡한 표현.

하지만 시청자들이 보기엔 아니었다.

밴드의 본고장 미국(물론 엄밀히 따지면 영국이다)에서 온 기타리스트.

아직 유명세를 얻진 못했지만, HR 코퍼레이션이라는 초거대 기업이 선택한 기타리스트 유망주.

그런 이가 한시온에게 시비를 건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여기서 사이다가 터졌다.

한시온이 연주를 시작하고 드러머, 베이시스트, 키보디스트가 황홀한 얼굴로 달린다.

하지만 데이브 로건은 끼어들지 못한다.

이때 한시온과 BOTY 사이에서는 음악으로 소통이 끝났지만, 시청자들은 아니다.

그래서 후일 진행한 크리스 에드워드와 데이브 로건의 인터뷰가 슬쩍 삽입되었다.

[……도저히 끼어들 틈이 없었어.]

[왜죠?]

[그 미친……. 말도 안 되는 재능을 가진 한국인이 선을 그어 놨으니까.]

[선이요? 무슨 선?]

[이것보다 뛰어나지 않다면 합주에 뛰어들 수 없다는 선.]

인터뷰 뒤로 얼굴이 붉어진 채로 BOTY의 전주를 지켜보는 데이브 로건의 모습이 이어졌다.

이윽고 참지 못한 로건이 우당탕탕 끼어든다.

[그럼 연주에 끼어들었을 때는 선을 넘은 건가요?]

[아니. 그냥 선을 무시했어.]

[어째서죠?]

[내 기타가 뭔지 보여 주지 않고서는 잠을 못 잘 것 같아서.]

한시온도 알다시피 당시의 로건은 조화를 추구한 것도 아니고, 한시온을 이기려 든 것도 아니었다.

그냥 본인의 기타를 보여 주지 않고서는 참지 못하는 순간에 도달한 것이었다.

그렇게 로건이 폭주하려고 했지만, 한시온이 막아섰다.

[시온은 질주와 폭주가 다른 것이라는 걸 알려 주려고 했다던데요?]

크리스 에드워드의 인터뷰가 삽입되고, 한시온와 로건의 기타 듀엣이 폭발한다.

데이브 로건이 강렬한 연주를 쏟아내면 한시온이 다른 멜로디를 얹어서 그 힘을 약하게 만든다.

손바닥이 마주쳐야 박수 소리가 나는 거다.

로건이 아무리 힘차게 손바닥을 휘둘러도 한시온은 부드럽게 그것을 감싸기만 했다.

심지어 데이브 로건의 연주에 맞춰서 고스트 노트를 형성하기도 했다.

기타로 고스트 노트를 형성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라고 있는 악기가 베이스니까.

하지만 한시온은 강렬한 멜로디 뒤로 부드러운 멜로디를 고스트 노트처럼 만들었고, 이것은…….

[말도 안 되는 거죠.]

[왜요?]

[기본적으로 를 베이스 삼아 연주하긴 했지만, 로건의 연주는 분명 즉흥적이었거든요.]

[즉, 시온은 로건이란 야생마에게 고삐를 걸기 위해서 현장에서 편곡을 한 거예요. 로건의 연주를 듣고, 거기에 어울리는 진행을 떠올리며. 단 몇 초 만에 그 정도 수준의 곡을 만들었다는 게 믿겨져요?]

[나는 어린 나이에 빌보드 Hot 100에 오르며 천재 소리를 들었지만…….]

[진짜 천재는 시온이에요.]

[그걸 알았기 때문에 커밍업 넥스트에 출연했던 거고.]

사실 크리스 에드워드의 생각은 약간의 오류가 있긴 했다.

한시온이 즉흥적으로 데이브 로건에게 고삐를 걸 만한 연주를 떠올린 건 맞다.

하지만 한시온의 즉흥성은 일반 연주자들의 즉흥성과 다르다.

그는 과장된 수석어가 아니라, 정말로 수 세기 동안 멜로디를 만들어 온 사람이다.

그의 작곡 농장에는 어마어마한 멜로디가 있고, 코드 진행이 있고, 하모니가 있다.

한시온이 그런 모든 걸 전부 기억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로건의 연주를 듣는 순간 그의 작곡 농장 안에 있는 리스트가 떠오르고, 그중 적절한 것으로 운을 떼면 된다.

그 다음부터는 한시온의 경험과 재능이 이끌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크리스 에드워드와 BOTY 멤버들의 눈엔, 한시온은 신의 실수였다.

[신의 실수요?]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어쩌면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 한국인은 음악에 관련해서는 전부 6이 뜬 사람이고.]

그렇게 마침내 한시온과 데이브 로건의 연주가 끝이 났다.

[젠장. 내가 졌어. 넌 천재야.]

백기를 든 데이브 로건의 한마디와 함께.

한시온이 베이시스트와 키보디스트에게 비슷한 도움을 준 장면은 인서트 씬 정도로 생략되었다.

이미 완벽한 기승전결을 만들어 냈는데, 거기에 뭔가를 더 덧붙이는 건 사족이니까.

게다가 이 정도로 충분했다.

음악에 대해 잘 알든 모르든 한시온의 재능을 못 알아볼 수가 없는 연출이었으니까.

-한시온 돌았네 진짜ㅋㅋㅋ

-와 저런 가수가 한국에서 나오네ㅋㅋㅋㅋ

-크리스 에드워드가 한시온을 너무 빨아 준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음ㅋㅋㅋㅋ 에드워드가 제일 빨리 한시온의 재능을 알아본 거였음.

-나 앞부분 못 봤는데 Players도 한시온이 작곡한 거임?

-ㅇㅇㅇㅇ 커밍업 넥스트 촬영할 때 크리스 에드워드가 우연히 듣고 꽂혀서 곡 받아 갔다고 함. 레코딩 디렉팅도 한시온에게 맡긴 거고.

-첨엔 방송 때문에 맡긴 줄 알았는데, 방송 보고 마음이 달라짐.

-애초에 크리스 에드워드가 엠쇼 때문에 레코딩을 맡긴 것도 말이 안 되잖아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ㅋ 크리스 에드워드가 푼수처럼 나왔어도 빌보드 Hot 100 1위 곡이 몇 개인데ㅋㅋㅋ 커리어에 해가될 일을 하겠음?

-아니 다들 왜 이렇게 난리야? 정규 1집 때 거장들이랑 공동 작곡한 선에서 끝 아니야?

-작곡이랑 연주는 좀 다르잖아

-캬 미국이 감탄하고 빌보드가 찬양한 수식어 같은 거 개유치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뭐 팩트네ㅋㅋㅋ

-그치 이건 국뽕 아님ㅋㅋㅋㅋㅋ 팩트뽕임ㅋㅋㅋㅋ

시청자들이 난리가 나고, 실시간으로 클립이 수출되기 시작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 셀프 메이드 시즌1에서 한시온의 비중은 의외로 크지 않았다.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시온은 둥지 안의 드래곤처럼 작곡만 했고, 대외 활동은 그걸 받은 나머지 멤버들이 했다.

물론 그 끝에 애플이라는 한 방이 있어서 화제성은 다 먹었지만, 실제 방송 분량은 그러했다.

하지만 시즌2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한시온이었다.

여기에는 언어적인 이유도 있었다.

세달백일 멤버들 중에는 영어가 능통한 사람이 없었다.

그나마 최재성이 리스닝이 꽤 능숙한 편이었지만, 스피킹이 잘 되지 않는다.

나머지 멤버들은 거의 까막눈이었고.

대형 기획사 소속이었다면 외국어 교육을 받았겠지만, 세달백일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그에 반해 한시온의 영어 실력은 능숙하다고 표현할 정도가 아니었다.

[서부 출신인데, 동부에서 공부했죠?]

[굉장히 구체적인 추측인데요?]

[발음은 동부인데, 모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출신 느낌이 딱 캘리야. 단어 사용도 티가 나고.]

한시온과 대화를 나눈 현지인들은 늘 한시온이 미국인이라고 확신했다.

미국에서 평생을 살아온 미국인이라고.

사실 틀린 말도 아니긴 했다.

현재 미국이란 국가에서 한시온보다 오랫동안 영어를 써 온 사람은 없을 거니까.

한 200살쯤 되는 노인이 있는 게 아니라면.

그렇게 방송 시간상 1화가 끝을 맺어 갈 때쯤, 방송을 탄 장면은 를 녹음해 달라는 HR 코퍼레이션의 요청이었다.

-엥? 저 노래의 가수가 세달백일이 된다고?

-HR 코퍼레이션이 세달백일을 진짜 좋게 본 거 같은데?

-근데 저건 좀 무리수 아니냐? 미국에서는 거의 무명이잖아.

그때쯤 누군가의 추측이 엄청난 추천을 받으며 사람들에게 공유되기도 했다.

-야 알겠다. 2+2+1이 뭔지.

-뭔데?

-미국에서 싱글 2개, 한국에서 싱글 2개, 미니 앨범 1개.

-오?

-그럼 = 2는?

-이게 2년 차 활동이라는 거지.

-싱글 4개에 미니 앨범 1개 정도면 세달백일 평소 작업량 생각해 보면 불가능한 건 아닌데….

-한시온인가 누가 그랬단 말이야. 2+2+1이 셀프 메이드가 끝나면 알 수 있다고.

-야 이거 맞는 거 같다.

-맞네ㅋㅋㅋ 그럼 Players 말고 빌보드 노리는 거 하나 더 있나?

-그러지 않을까ㅋㅋㅋ 그리고 딱 봐도 HR 코퍼레이션이랑 배급 계약 같은 거 맺었을 거 같음ㅋㅋㅋ

-라이어ㄴ 엔터 까고 HR 코퍼레이션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멋있어ㅋㅋㅋㅋㅋㅋ

-ㄹㅇ 셀프 메이드 그 자체.

*   *   *

나는 미국에서 아주 오랜 시간을 살았고, 문화적으로도 미국에 익숙하다.

아, 신발을 신고 침대에 올라가는 건 유전자 레벨에서 거부하는 것 같아서 제외한다.

그건 진짜 못하겠더라고.

아무튼 미국 문화가 익숙한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한국의 유행에 완전히 둔감하지 않았다.

나도 몇몇 문화들은 재미를 느끼고 수용했고, 또 몇몇 문화들은 유용하다고 생각해서 미국에서 활용하기도 했다.

그중 하나가 MBTI였다.

뭐, 서론은 거창했지만 대단한 건 아니다.

그냥 한국인들이 하도 DM을 보내서 몇 번 해 봤다가 GOTM 멤버들에게 알려 줬고, 그게 전미로 퍼져 나갔다.

어차피 MBTI 자체가 1940년대에 미국에서 생겨난 거니, 내가 유행시켰다는 말을 하는 것도 이상하다.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처음 만난 상대에게 날씨 대신 MBTI를 물어보는 정도의 인지도를 가졌던 건 아니니까.

내가 지금 왜 이런 말을 하냐면…….

“이건 혁명이야.”

“그만 좀 해.”

“이런 걸 어떻게 알았어?”

“그냥 책에서 봤어.”

구태환이 미쳐 돌아간다.

구태환은 원래부터 눈치가 빠르고, 상대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종류의 사람이었다.

아니, 노력이라는 말도 웃기다.

그냥 그렇게 타고난 사람들이 있다.

상대방의 의도가 무엇인지, 왜 저런 말과 행동을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파고드는 성격을 가진.

구태환이 딱 그랬고, 그 때문에 어린 시절에 문제를 야기했었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었다.

뭐라고 했더라?

선생님이 친구에게 화풀이하는 게 느껴져서 따졌다고 했나?

친구들끼리 속으로는 싫어하는데 겉으로는 친한 척하는 걸 지적했다고도 했고.

그래서 흥미를 느낄 것 같아서 MBTI에 대해 알려 줬는데, 지나치게 취향에 맞아 버렸다.

가만히 놔두면 온 세상 사람들에게 MBTI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다닐 기세다.

2018년 현재는 한국에서 전혀 유행하지 않은 문화지만, 아마 구태환 때문에 유행하지 않을까?

구태환의 개인 팬들은 이미 구태환의 성화 때문에 전부 트위터에 올리고 난리가 났거든.


           


Damn Idol

Damn Idol

빌어먹을 아이돌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a harrowing car accident that defies the odds of survival, Han Si-On finds himself once again at the crossroads of fate, quite literally. Miraculously walking away with his life, he faces the daunting task of navigating a life he’s all too familiar with—due to a cryptic deal that traps him in a cycle of regressions. [Mission failed.] [You will regress.] His mission? A seemingly impossible feat of selling 200 million albums, a goal dictated by the devil himself. With each regression, Han Si-On returns to the age of 19, burdened with the knowledge and memories of countless lives lived, all aimed at achieving a singular, elusive go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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