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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83

183화 편력기사 구대성(2)

대만 사태, 한국 만신전 청문회 사태라는 거대한 폭풍이 지나간 12월.

바햐흐로 연말 정산의 시간.

모두가 바삐 움직이는 시간에도 레온은 여유롭게 뒷짐을 지며 번창하고 있는 만신전을 바라봤다.

청문회 사태 이후 레온은 야당의 전면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들의 무엄함과 무례함을 용서한다는 것은 레온으로서 아주 큰 결단을 내린 것이다.

[흥, 그리 쉽게 용서해서는 안 됐다.]

태양과 심판의 신 타타르가 야당 대표가 무릎 꿇여 사죄한 일을 언급했다.

그는 아리아나 여신과 함께 왕국의 법도와 그 형벌을 담당하는 존재. 그의 강령은 왕에 대한 무례에 단호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 목을 잘라 소금에 절이고 전국 곳곳에 효수했어야 했다. 사자심왕을 욕되게 한 자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고 지엄함을 내세워야했어.]

[태양이여, 뜻하는 바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이곳은 지구다. 우리의 법도와 저들의 법도는 다른 법이다.]

[허나, 빛이여. 이 세계는 곧 우리의 법도를 따라야 할 것이다. 저들은 악에 맞서기엔 너무나 연약하고 마땅한 싸움법을 몰라. 사자심왕이 없었다면 악마대공 선에서 끝났겠지.]

그 말이 틀리진 않았다. 한일 양국의 내로라 하는 S급 헌터들도 살육과 파괴의 악마대공 아카샤를 당해내지 못했으니.

지구는 운 좋게 생존자라는 차원의 균열로 이득을 보았기에 지금껏 생존할 수 있었던 것에 가깝다.

[하지만 레온 나의 기사야. 내 생각하기에도 지난번 미국의 제안을 거부한 것은 아쉽구나.]

아리아나 여신은 미국의 라이온하트 왕국 재건이 퍽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적지 않은 신들이 거기에 동조했다.

철과 대장장이의 신 헤토는 미국의 풍부한 자원이 탐나는 듯했다.

[대국의 품 안에 들어가는 것은 하책일 수 있으나 결국은 점진적으로 그들에게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내가 보기에 그 땅은 타고난 축복의 땅이었어.]

“옳으신 말씀이지요. 그 땅은 이 지구에서도 특별합니다.”

드넓은 영토. 기름진 옥토일 뿐 아니라 온갖 천연자원은 신이 내린 천혜의 땅이었다.

이 지구의 신이 나라를 편애한다면 그것은 분명 미국일 것이다.

[흥, 결국 정복의 대상이다. 큰 나라는 가장 나중에 상대하는 게 맞지.]

전쟁과 불꽃의 신 페토스는 벌써부터 정복전쟁을 꿈꾸고 있었다. 그는 이 땅에 전쟁의 열기가 돌아 끝내 라이온하트의 위명이 퍼지길 바라고 있다.

[꼭 전쟁만으로 정복할 필요는 없단다. 땅은 넓고, 나의 가호는 지평선 너머에 한계가 없으니.]

생명과 풍요의 여신은 점진적인 편입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에 태양과 심판의 타타르가 반박했다.

[아해들에게 지금 당장은 마소를 정화시켜줄 여신의 손길이 필요할지 몰라도 일이 끝나면 얼마든지 손바닥을 뒤집을 거다. 제국이 그러했던 것처럼.]

[태양의 말이 맞다. 하여 이번에는 라이온하트에 의한 완전한 지배를 말하는 것 아니냐. 불카누스의 의견이 이럴 땐 맞다.]

신들은 저마다 각자 생각하는 바가 달랐다. 레온은 그들의 의견을 조율해 결론을 내려야겠지만, 결국 결정권이 실행자인 그에게 있었고.

[내 기사의 계획은 무엇이더냐? 불카누스에게 하는 말을 보면 너도 내심 한국에 남은 이유가 있을 텐데.]

“본디 사람은 간사해서 은혜를 입고 난 뒤에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국이 그러했듯 정치인들이란 그런 생물들인 모양입니다.”

이것은 라이온하트의 궁중귀족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일이었다. 라이온하트는 사자심왕이라는 신이 권위를 내려준 절대적 왕권자에 의해 돌아갔으니까.

“지금이 혼란스러운 시기라 저들이 우리에게 꼼짝 못 하지만, 시대가 지나면 곧 저들도 반목하고 욕심을 부릴 것입니다. 이미 그러는 자들도 있지요.”

그럼 만신전이, 나아가 라이온하트의 재건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역시 나라를 건설해야 할 것이다. 허나, 적당한 땅이 있겠느냐?]

“스피너 경이 생각해둔 땅이 있긴 합니다만.”

[호오? 어디인지는 대충 알 것 같구나. 흐음? 그 편력기사 아해를 남겨둔 것은 이를 염두해둔 것이냐?]

“저는 기사이기 이전에 군주입니다. 군주의 행동에는 대국적이어야 하지요.”

미국행을 포기하면서까지 한국에 남았다. 신들은 레온이 생각하는 땅이 어디인지 대강 감을 잡은 듯했다.

“하지만 그 전에 멸해야 할 나라가 있지요.”

레온은 저 넓은 지평선 너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곳이 북쪽에 다다르고 있음을 신들만이 알았다.

그리고──

-폐하. 헤이룽 인민국에서 기사수행 중인 구대성으로부터 연락이 왔음. 폐하의 판단이 필요함.

그것은 운명처럼 타이밍 좋게 다가왔다.

* * * *

대규모 게이트 사태 이후 헤이룽 인민국에 남은 구대성은 전 국토를 돌아다니며 게이트에서 풀려나온 괴물들을 사냥하고 다녔다.

게이트를 제대로 포착할 능력도, 모든 게이트를 던전 브레이크 전에 공략할 능력도 없던 개발도상국에서 그들은 값진 존재였다.

“고마워요, 기사님!”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구대성은 시민들의 환호와 감사를 받으면서 점점 명성을 드높여갔다.

“후우···! 후우···!”

모두가 쉬는 시간. 구대성은 오늘도 검을 휘두르며 수행 중이다.

이 일대에서 제법 명성이 높아진 덕분인지, 주민들과 호텔 지배인의 호의로 마련된 운동공간은 그가 단련을 끊이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다.

“거참, 열심히구먼.”

“김 대장님.”

“오늘 그 샤벨 타이거인가 뭔가 하는 큼지막한 놈한테 물리지 않았어? 좀 쉬지 그래?”

“약 바르니 나았습니다.”

“사람이 참··· 쉴 땐 쉴 줄도 알아야지.”

“하하······.”

구대성은 웃어넘겼지만, 속내는 그러지 못했다.

그는 여전히 B급 헌터다. 샤벨 타이거는 B급 상위 몬스터. 그 정도 되는 몬스터를 부상을 각오하여 겨우 잡아냈다.

한하리라면 어땠을까?

천소연이라면? 김재혁이나 한수호라면?

아니, 그들까지도 갈 것 없이 기사단의 누구라도 자신처럼 목숨을 건 특공은 필요 없을 것이다.

‘부족해. 아직 성법도 사용하지 못하는 나는 너무나 부족하다.’

기도는 꾸준히 하고 있다. 빛과 정의의 여신 아리아나에게도, 전쟁과 불꽃의 신 페토스에게도.

이곳 주민들에게 생명과 풍요의 여신 데메라를 소개할 때면 함께 기도하기도 하지만, 구대성은 앞선 두 신을 더욱 신앙했다.

자신에게도 기사로서, 기사가 되기 위해 그들의 힘을 빌릴 수 있기를 바라며.

자신은 부족하다.

타고난 것이 없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노력뿐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드는 의문은 그를 멈추게 한다.

방향을 잘못 달렸다면 고쳐 달려야 하는 게 아닐까.

무의미한 노력으로 쌓은 것이 저평가되면 어떻게 하지?

「도전에 다른 이의 평가는 필요하지 않기 때문일세.」

그럴 때면 노기사의 말이 자신을 일으켜 세운다.

다른 이의 눈을 신경 쓰지 말라고.

너의 도전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그래, 내 도전에 누군가의 평가는 필요치 않다.’

누구도. 하물며 사자심왕 폐하나 신들조차도.

그것이 황혼의 제레아가 그에게 남긴 유산이며, 그가 포기하지 않는 이유였다.

그렇게 구대성은 계속해서 기사수행을 겸한 민간지원을 계속했다.

처음에는 열악한 환경에서 목숨을 위협받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점점 그들이 직접 찾으러 갈 필요도 없이 도움을 청하러 오는 사람이 찾아왔다.

“기사님, 저희 마을 근처에 게이트가 나타났어요. 인민군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요!”

그중에는 게이트를 클리어해달라는 요청도 있었고.

“기사님. 데메라 여신의 가르침을 좀 더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땅에 감사하고 제단을 만들려고 하는데, 저희들끼리만 하려니 이게 맞나 싶어서요.”

구대성이 퍼뜨리기 시작한 교리와 가르침을 구하러 온 이들도 있었다.

“참말입니다. 제가 왜 여기까지 와서 거짓부렁을 하겠습니까?”

그중에서도 오늘 구대성을 찾은 이 남자의 이야기는 놀라웠다.

“참말이라요! 제가 회령의 수용소에서 탈출했단 말입니다!”

스스로를 밝힌 사내의 정체는 놀라웠다.

두만강 너머 북한 회령. 그곳에 있는 정치범 수용소에서 탈출해 이곳까지 온 탈북자라는 것이다.

원래 북한 정치범 수용소야 연좌제까지 적용해 온갖 사람들이 수용된다지만, 놀라운 건 그게 아니었다.

“괴물들이··· 수용소를 관리하고 있다고요?”

“예! 어느 날부터인가 인민군 간나 새끼들이 아니라 웬 괴물들이 수용소를 점거하더니 수용소 사람들을 잡아가는 거 아니겠어요?”

사람이 아닌 존재가 수용소를 점거하고 그곳에 사람을 잡아가고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보통 일이 아니었다.

“혹시 오크나 다른 아인종은 아닌지······”

“그, 그것들은 괴물입니다! 저도 오크나 고블린 같은 건 몇 번 봤지비! 하지만 그것들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 사악한 것들이었습네다!”

“아니, 그럼 당신은 대체 어떻게 탈출한 거요? 회령 수용소에서 탈출해서 두만강 넘어서 연변까지 왔다고?”

“고거이 오래전부터 밀수업을 해온지라 저만 아는 루트가 있었습네다. 내래 홀로 탈출해서니 두만강을 건넜지요.”

남자는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김도한과 다른 이들을 보며 답답한 듯했다. 구대성은 슬쩍 통신으로 야피에게 물었다.

“그렇다는데··· 야피 경. 확인해보셨습니까?”

-본기의 정찰자산으로는 수용소의 활동은 지극히 평소와 같음.

야피와 통신을 해보고 알아봐 달라 부탁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물론 수용소에서 끔찍한 학대가 자행되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것도 북한 정권이라는 특수성에서 벌어지는 평상시와 같다는 것이다.

괴물의 껀덕지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야피는 탈북자 사내의 증언을 의심했다.

“지, 진짜입니다! 진짜라구요!”

억울하다는 듯 소리 지르는 사내. 그가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 않았기에 더더욱 의아했다.

‘야피 경이 거짓을 말할 이유가 없어. 애초에 야피 경의 정보가 틀린 적이 없었고.’

구대성과 그 부대가 헤이룽 인민국을 쭉 돌아다니며 괴물들을 신속히 토벌할 수 있었던 건 야피의 압도적인 정찰자산 덕이었다.

실시간으로 전 국토를 살피며 포인트를 지정해주니 구대성은 미리 작전만 짜고 괴물만 사냥하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탈북자와 야피 경의 정찰정보가 상이하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탈북자 쪽이 거짓말을 한다고 여겨야겠지만······.

“일단 한 번 가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니, 구 씨. 그건 좀······.”

구대성의 제안에 김도한 대장은 난색을 표했다.

그간 헤이룽 인민국에서 구대성이 활동할 수 있었던 건 그들의 대가 없는 선의도 있지만, 인민국 행정부와의 협의 덕분이다.

그런데 회령으로 진출하는 것은 그런 협의나 협조가 불가한 곳이었다.

그곳은 북한이었으니까.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독재국가.

중국 붕괴 이후 끔찍한 기아와 빈곤함 속에서도 권력을 놓지 않은 통제국가의 국경을 넘는다는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대성도 모르지 않았다.

-비합리적임. 구호활동을 하고 싶은 거라면 다른 곳을 소개하겠음.

“마음에 걸리는 것도 있습니다.”

-끼룩?

“야피 경, 야피 경의 위성정보로는 회령 수용소가 평소와 다를 바 없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러함.

“그런데 이 괴물들은 대체 어디서 나온 겁니까?

-······.

야피는 굳이 언급하지 않은 사실을 언급하는 구대성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구대성은 말을 이어 나갔다.

“저희가 한 번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국경을 넘어야겠지만, 요즘 야피 경의 스텔스 드론과 함께라면 들키지 않고 몰래 넘어갔다올 수 있을 겁니다.”

-······.

야피는 잠시 전략적인 고민을 했다.

북한이라는 나라의 특수성과 국경을 넘어야 한다는 부담감.

사실 둘 다 그리 불안 요소라고까지 할 정도는 아니다.

이미 대만도 침공해 행정부를 무력화한 만신전이 북한 따위의 항의를 신경 쓸 필요는 없으니까.

단지 철두철미한 기계로써 변수를 만들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귀하는 만신전의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음. 고로 폐하의 인가를 받아야 함.

야피는 이 결정을 최고 결정권자에게 미뤘다.

[마음 가는대로 해라.]

“가, 감사합니다. 하지만···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최근에 대만 건 때문에도 청문회에도 불려갔다 들었습니다만.”

[짐이 왕인 이유는 그 모든 것을 아울러 책임지는 자이기 때문이다. 그대는 그대의 수행을 완수해라. 책임은 짐이 진다.]

레온의 인가가 떨어졌다. 그렇다면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하루 대기하셈. 보병 지원용 패키지를 보내겠음.

그렇게 하루 뒤, 야피는 예정된 포인트에 지원용 패키지를 보냈다.

우주에서 강하하는 지원 패키지를 확인한 구대성은 두만강을 도하 할 준비를 시작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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