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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84

183. 소꿉친구 – 귀

“오늘은 여기서 숙영한다.”

레브가 명했다.

그러자 그를 따르는 칠백여 명의 야만인 전사들이 땅! 땅! 땅! 고즈넉한 산기슭에 간단한 텐트를 치고, 진료소와 취사장을 준비하는 등 제 몫을 찾아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일부는 며칠간의 산악 행군으로 떨어져 가는 보급을 확충하고자 근처 마을을 향하였는데, 잘그락, 돈을 내어준 레브는 고작 열흘 만에 홀쭉해진 꾸러미를 갈무리했다.

군대는 존재만으로도 돈이 든다.

병사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이들이기에 먹고 입는 걸 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지휘관의 몫이었다.

장군, 레브가 한숨지었다.

‘이 속도로는 앞으로 삼 주일… 좀 부족하겠는걸.’

로드란 산맥을 다 돌았다. 꼬박 넉 달을 여행했고, 거절한 두 곳을 제외한 총 12개의 야만인 부족이 참전을 결심했다.

시간상 일일이 들르지는 못하였으나 족장들은 저들이 연락하는 열댓 개의 부락에서 각각 수십, 많게는 백여 명의 전사를 차출했다.

총합하면 만 명은 될까?

적은 숫자가 아니다. 그만한 인원을 끌고 다닐 수 없었던 레브는 그 전사들을 ‘알아서’ 가이단 영지로 보내라고 부탁했는데, 그러길 천만다행이었다.

“대장님. 보고입니다.”

레브가 뱉은 한숨을 집어삼켰다. 부관이 ‘메이와 부족’ 전통의 육각 텐트에 들어섰고 그는 짐짓 태연한 척했다.

“부상자 보고인가?”

“그렇습니다. 금일 행군 중에 일곱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대부분 수포 같은 경미한 부상이오나 한 명은 조금 크게 다쳤습니다. 수레에 발을 찧었더군요.”

“걸을 수 있나?”

“당장은 어렵습니다.”

레브가 고개를 끄덕였다. 왜 이렇게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는 걸까, 약이 올랐지만, 군대에선 늘 있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믿음직한 전사 두 명을 배정해주게. 뒤따라오는 후발대를 기다렸다가 합류하라 이르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부관, 세사르가 눈치를 살폈다.

“그저께 발생한 탈영병을 잡아 왔습니다. 대장님 말씀대로 남쪽으로 달아났더군요. 어떻게 할까요?”

“…”

장군의 텐트라면 응당 갖춰져 있어야 할 의자도, 탁자도 없었기에 레브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좁다란 깔개 위에서 고심하다가 그놈을 데려오라 명했다.

이십 대 초반의 전사.

밝혀진 탈영 사유는 대수롭지 않았다. 자원하였으나, 두고 온 아내와 자식들에게 미안해서 돌아갈 생각이었다고, 부끄러워서 몰래 떠났을 뿐이라고 자백했다.

“군율이 우스운가?”

싸늘하게 말했다. 레브는 절제된 표정으로 별일 아니라는 듯한 태도의 전사를 노려보았다.

“내가 아침저녁으로 읊어주는 복무규율이 만만해 보였나?”

“…”

“나와라.”

탈영병을 끌고 밖으로 나온 레브가 메이와 부족의 대전사를 불렀다.

“탈영병이다. 너희 메이와 부족에서는 배신자를 어떻게 처벌하지?”

“…경중에 따라 다르오나, 보통 채찍질합니다.”

“좋다. 이자에게 채찍질 8대를 가해라. 형벌을 내리는 시간은 저녁 식사 직전. 모두가 보는 앞에서 행하라. 형을 집행할 사람을 골라 보고하도록.”

“자, 장군님!”

탈영병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경직된 분위기에 어쩔 줄 모르고 도움을 청하는 듯 대전사를 바라보았다. 대전사도 다소 찝찝한 표정이었다.

“…장군님. 그렇게까지 벌을 내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자원병이기도 하고… 이 친구도 많이 반성했을 겁니다. 용서해주시지요.”

레브는 냉담하게 말했다.

“용서? 난 화가 나서 벌을 내리는 게 아니다. 군(軍)의 규율을 세우기 위함이니, 그대 백인장은 잔말 말고 집행하라.”

“…알겠습니다.”

이윽고 저녁 시간. 근처 마을로 수레를 끌고 갔던 전사들이 복귀하고, 어스름이 깔릴 무렵이었다.

취사장에서 대량으로 끓인 탕(湯)이 꾸녁꾸녁한 내음을 풍기는 가운데 칠백여 명의 전사들이 숙영지 중앙으로 모여들었다.

웅성거림.

그리 많은 인원이 아니었기에 소문은 금방 퍼졌다. 여러 마을에서 모였다지만, ‘메이와’라는 이름으로 한 가족인 그들은 불만이 가득했고, 탈영병의 꽁꽁 묶인 양손이 나무 둥치에 고정될 때는 야유까지 터져 나왔다.

“조용히 해라!”

레브가 앞으로 나섰다.

젊디젊은 장군을 고깝게 바라보는 전사들. 외지인인 레브는 그 시선을 향해 외쳤다.

“제군들은 왜 여기에 있는가!”

웅성거림은 수그러들었으나, 답하는 이가 없다. 레브는 지금만큼은 얄미운 부관, 세사르의 존재를 잊고 고개를 치켜들었다.

“우리는 노예가 되지 않고자,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떠나왔다. 전사가 아닌 병사로서 전쟁을 치르기 위해 무기를 들었다.”

레브가 그들을 병사로 규정했다. 전사들 사이로 마지못한 동의가 퍼지고, 퀘스트로 얻은 능력, {통솔}을 한껏 뿜어내며 말했다.

“하지만 네놈들 꼴을 봐라. 밥을 먹겠다고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무기를 버리고 튀어나왔구나. 오(伍)와 열(列)도 지킬 줄 모르고, 공과 사를 분간하지 못해 야유하는구나. 제군들은 본인이 전쟁을 치를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가벼운 마음으로 남을 따라나선 것이냐.”

침묵이 깔렸다.

어스름이 내려앉는 산기슭에서 칠백여 명의 남녀 전사들이 꼼지락, 부끄럽게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대형을 갖추려 슬그머니 움직이는 전사도 있었다.

레브는 말을 아꼈다. 휙 돌아서서 “집행하라.” 말하였고, 대전사 본인이 가죽 채찍을 들었다.

– 짜악!

여덟 번의 파공성이 칠백 명 전사들의 가슴을 후려쳤다. 일곱 대째에서 실신한 탈영병은 여덟 대째에서 정신을 차렸고, 부축을 받아 진료소로 옮겨졌다.

뒤이어진 식사 시간. 전사들, 아니, 병사들은 입을 꾹 다문 채 차례차례 배급을 받았다. 여태껏 왁자지껄 식사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냉엄한 군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 업적 : 주종 관계 – ‘34’, 충성심이 흔들리지 않는 한, 충성을 맹세한 자들은 레오를 믿고 따릅니다. ]

열두 명이 늘었다.

어떤 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는지는 모르나, 세사르를 포함 스물두 명이었던 것이 늘어났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레브는 세사르가 가져다준 탕을 얼른 들이켜버리곤 일어섰다.

“식사를 마친 뒤에 네가 복무규율을 읊어주어라.”

“알겠습니다. 오늘도 멋졌습니다, 대장님. 그런데 어딜 가시려고요?”

“잠깐 산에 다녀오마.”

돈이 떨어질까 두려워 사냥이라도 해서 식비를 충당하려 한다는 말을 할 순 없지. 텐트를 나선 레브가 돌아섰다.

“아 참. 후발대에 편지를 보내라. 부상자가 둘 발생했다고.”

“넵! 분부대로 합죠. 그런데 대장님, 보고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 삐익!

세사르가 혀에 두 개의 손가락을 얹어 휘파람을 불었다. 어디선가 시니스가 날아왔고, 세사르가 말했다.

“전쟁이 터졌답니다.”

“…뭐?”

“어? 예정된 일이 아니었습니까? 마을에 다녀온 전사들 말로는 북부와 동부 변경백, 그 외 다수의 귀족이 반란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해서 각지에서 징병이 이루어지는 중이라는군요.”

레브는 잠시 말이 없었다.

예정된 일이긴 하나 지금은 초봄, 당초에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이른 시기였다.

‘무슨 일이 터졌구나.’ 생각하면서 레브는 부관을 안심시켰다. 충성을 맹세한 전사들 몇몇을 데리고 사냥하러 산을 올랐다.

대장의 묘한 반응에 세사르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어깨에 앉은 시니스를 바닥에 내렸다. 맹금의 넓은 등에 종이를 대고 쪼그려 앉아 후발대에게 보낼 편지를 작성했다.

익숙하였으나, 시니스는 가끔 귀찮다는 듯이 날개를 털었다.

* * *

레브가 이끄는 칠백 명의 야만인 병사가 군대에 합류한 건 그로부터 열흘이 흘러서였다.

바다를 접한 로그넘 산맥을 따라 오른 왕국 서북부까지 올라와 있던 레브는 가장 가까운 반란군을 찾았고, 북부에서 남진(南進)하던 드라진 변경백의 군대를 마주했다.

약속대로 레오가 이곳에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왜 이렇게 전쟁이 빨리 터졌지? 이래서는 야만인 전사들이 훈련을 받을 시간이 없어.”

당초의 계획은 레브가 가이단 후작의 영지에서 도착한 야만인들을 한 달이라도 가르친 뒤, 가이단 후작의 군대와 함께 서진(西進)하는 것이었다. 레오 드 예리엘은 드라진 후작과 함께하다가 중간에 만났어야 했다.

“습격이 있었어.”

헤어스타일이 많이 변한 레오가 담담하게 답했다.

그의 금발 머리칼은 많이 자라 있었다. 가르마를 왼쪽으로 트고, 긴 머리칼을 오른쪽으로 넘겨 늘어뜨렸는데, 잘생긴 레오 드 예리엘은 무얼 해도 잘 어울렸다.

“잠깐 앉지. 할 이야기가 많아.”

레오가 탁자에 앉았다. 군영 한복판에 설치된 왕자의 천막은 넓었고, 웬만한 가구는 다 설치되어 있었다.

침상을 대신해 해먹(hammock)이 걸렸다는 걸 제외하면 카펫까지 깔린, 왕자의 품위에 누가 되지 않을 천막이었다.

레브는 살짝 언성을 높였다.

“아무리 그래도 석 달을 앞당기면 어떻게 해. 이게 꼭 훈련하기 위한 시간만은 아니잖아. 이래서는…”

레오 덱스터가 내려올 시간을 벌지 못한다. 이번 회차에서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다음 회차, 다른 시나리오에 비해 무려 반년이나 늦게 시작하는 약혼관계 시나리오의 레오가 내려올 시간이 필요했는데, 이게 어그러진 것이었다.

“미안해. 정말 어쩔 수가 없었어. 왕자들이 움직였어.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빨리.”

레오가 씁쓸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을 것을 재촉했다. 레브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앉았고, 옅은 한숨을 토해낸 레오의 변명이 이어졌다.

“사피아 백작이 아니었으면 우린 네비스에서 죽었을 거야. 그 정도로 심각했어.”

그의 말을 요약하면 이랬다.

1월경. 귀족들을 설득하며 돌아다니던 레오와 레나는 본인의 생일을 남들에게 전해 들었다. 레오의 생일이 레나보다 2주일 앞서 있었기에 귀족들을 불러모아 조촐한 연회를 열었는데, 사고가 터졌다.

이십여 명의 괴한들이 가이단 후작의 저택에 숨어들어 레나를 납치하려 했고, 이를 눈치챈 레오가 필사적으로 항전하면서 가까스로 막아냈다.

레오의 생일잔치는 난장판이 됐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자는 근위기삽니다! 제가 아는 사람이에요!”

레오가 죽인 한 기사의 정체가 밝혀지면서였다. 레오도 {추적술}로 달아난 괴한들 전원이 근위기사임을 확인하고는 사색이 됐다.

왕자들이 칼을 뽑았다.

이쪽도 두 명의 변경백이 합심해 상당히 큰 파벌이 되었으므로 반란 계획이 들통나더라도 애톤 드 로그넘의 아키네(후계자 수여식)가 있기 전까지는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리라 예상한 게 깨진 것이었다.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자극했을까?

왕자들이 근위기사를 동원해 귀족을 쳤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많은 귀족이 등을 돌릴 터였다. 아무리 그쪽 파벌에 속해 있더라도.

하지만 이런 고민을 할 때가 아니었다.

습격은 무위로 돌아갔고, 심지어 비리비리한 왕자, 레오 드 예리엘의 상상을 뛰어넘는 무위로 사망자까지 남겼으니 쌍둥이 왕자들은 더욱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이 분명했다.

“당장 달아나야 합니다! 곧 군대가 소집될 겁니다. 최악의 경우 기사단이 움직일 수도…”

왕이 나선다면 우린 죽은 목숨이다. 오른 왕국을 구성하는 귀족으로서 왕국 기사단의 움직임을 억제하더라도 로그넘 왕가의 영토, 네비스에선 절대로 승산이 없었다.

네비스와 네비스 근방의 모든 시민이 왕의 백성이다. 그들을 징병할 권한은 왕에게 있었고, 군대가 네비스에 진입하면 모든 게 끝장이었다. 반란에 동참한 모든 귀족의 저택이 불타리라.

레오의 생일잔치에 모인 귀족들은 서둘러 저들의 저택으로 돌아갔다. 레오와 레나는 가이단 후작과 함께 네비스를 탈출하였는데, 이때 사피아 백작을 회유해뒀던 게 도움이 되었다.

“문을 열어라!”

“그럴 순 없습니다. 네비스의 모든 문을 봉쇄하라는 왕명이…”

“네가 감히 내 앞에서 지휘체계를 들먹이느냐! 네비스 수비군 총사령관이 바로 나다!”

실은 해임됐다. 허나 쌍둥이 왕자들도 급하게 움직인 탓에 사피아 백작이 해임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상태가 아니었다.

레나와 레오를 포함, 반란에 동조한 귀족들이 사피아 백작이 동문을 장악한 틈에 네비스를 탈출했고, 왕이 의회를 소집해 달아난 귀족들을 반역자로 규정하면서 전쟁이 발발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됐어.”

레오의 담담한 변명이 끝났다. 왕자는 지도를 펼치며 앞으로의 일을 설명했다.

“드라진, 가이단 변경백이 군대를 일으켰어. 현재 진군 중이고, 이곳 이곳 이곳 이곳… 스물세 곳의 귀족가가 동참하겠노라 약속했지. 아직 더 지켜봐야겠지만 동참할 것 같은 귀족 가문 열다섯 곳이 남았어. 아, 레나 말로는 본인을 귀족으로 만들어주면 동참하겠다는 총관이 세 명 있다더군.”

“뭐? 여기서 레나가 왜 나와?”

지도를 짚으며 설명하던 레오가 고개를 들었다.

사뭇 진지한 눈으로 동생이 얼마나 대단한 재능을 가졌는지를 침을 튀기며 강조하였는데…

솔직히 팔불출 같았다.

우리의 귀여운 동생에게 뭐든 잘하는 재능이 있다지만, 레오가 하는 말들은 과장이 심했다.

{바르바토스의 팔찌} 없이는 절대 회유하지 못할 줄 알았던 소아렐 데메트리 오거튼 백작을 레나가 움직였다나 뭐라나.

그 마법사 백작은 끝내 동참하길 거부했지만, 소아렐은 본인이 소속된 ‘볼리뉴 마탑’과 동료 마법사들에게 연락을 넣었다.

가능하면 반란군의 편에 붙으라고.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도움이다. 마법사들은 용병마냥 돈을 받고 움직이지만, 사실 돈에 그리 구애되지 않는다.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계약을 맺자는 곳이 너무 많아서 그때그때 필요한 연구비만 있으면 어지간해선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마법사 전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는 거지? 몇 명이야?”

“열두 명.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우리 레나가…”

말을 돌리려 했으나 또 시작이다. 레브는 손사래를 쳤다.

“알았어. 알았으니깐 그만 좀 해. 대단한 왕족이시라 이 말이지? 하지만 그래 봤자 솔직히 어린애…”

“어린애가 아니라니까!”

레오가 소리쳤다. 답답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레브에게 바짝 다가와 눈을 마주쳤다.

“똑똑히 기억해. 너한테 하는 말이 아니야. 동생이 하고 싶은 대로 놔둬. 우리보다 백 배는 나으니깐.”

마치 레브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말을 전하는 듯했다. 사람을 기억을 전송하는 도구로 대하는 것 같아서 어처구니가 없어진 레브는 헛웃음치고야 말았다.

“응? 이게 뭐…?”

그때, 뭔가를 발견했다.

바짝 다가선 레오의 근사한 얼굴, 숨구멍 하나 없는 뺨으로 레브가 손을 뻗었다.

오른쪽으로 길게 길러 넘긴 금발 머리. 얼굴 한쪽을 가린 머리칼을 넘겨보니 심각한 흉터가 있었다.

광대뼈 바로 뒤에서 귀까지.

그리고 귀는 아예 반쪽이 되어 있었다. 위아래로 갈라진 게…

틀림없이 칼을 맞았다. 검이 레오의 얼굴을 정말 아슬아슬하게 비껴간 것이었다.

레브는 잠시 말을 잊었다. 상처를 치료하는 게 늦었는지 살점이 떨어져 쩍 벌어진 흉터가 당시의 긴급한 상황을 대변해주었다.

레오가 레브의 손을 밀었다. 금발 머리를 쓸어 흉터를 가리면서 덤덤하게 말했다.

“별것 아니야. 살았으면 됐지. 레나도 무사하고.”

한참을 침묵한 레브는 “…그래. 다행이네.” 말하였다. 미안하다는 말은 구태여 붙이지 않았다.

말할 필요가 없었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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