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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87

187화 미국행(2)

너 악마이거나 악마 추종자냐?

최근 세계 고위층들이 진절머리가 나도록 들은 사상검증이다.

불륜 스캔들이 일어났다 님 악마? 뇌물 좀 받아먹었다고 님 악마? 판결 좀 이상하게 했다고 님 악마?

아무튼 뭐만 했다하면 님 악마? 이런 소리가 나오니 21세기판 너 빨갱이지의 재림이다.

물론 20세기 냉전의 너 빨갱이지처럼 그러다 정말로 얻어걸리는 경우가 있긴 했다.

만신전 악마 의심자 신고 사이트에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신고하면 누군가가 철저한 검증조사 끝에 처분한다는 도시괴담이 있다.

물론 정보기관을 운용하는 각국의 행정수반들에게 이는 단순한 도시괴담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게 툭하면 가스폭발, 우주 어디선가에서 관측된 입자병기의 포격 사진, 철저한 경호태세를 뚫고 유유히 암살을 행하는 누군가의 존재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렇게 죽어 나간 이들은 모두 남김없이 악마 또는 악마 추종자로 의심받던 이들이었으니.

[각하. 전 국장은··· 악마 추종자였던 것이 확실합니다.]

안토니 행정부의 CIA 국장 또한 어느 순간 변사체로 발견되었고, 그가 악마 추종자라는 증거 또한 명명백백하게 밝혀졌다.

미 정부는 쉬쉬하고 넘어갔지만, 그들은 만신전의 암살수행능력을 대단히도 경계했다.

특히 눈앞의 이 무지성 악마 혐오자들은 악마로 의심된다면 유엔 직원들도 화형대에 올리는 부류가 아닌가?

그렇기에 레온이 자네 악종인가? 하고 물었을 때, 홉슨 대통령은 섬뜩한 미래를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아, 아님다.”

순간 혀가 꼬일 정도로 당황한 홉슨 대통령의 말에 레온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다.

“험한 세상일세. 내 자오 그 버러지가 사람의 탈을 쓰고 왕 노릇을 하는 줄은 상상도 못 했지.”

“어, 음······.”

CIA 보고서에서 본 대만 총통 자오의 최후는 익히 아는 바였다.

시민들의 손에 묶여 처참하게 화형당했더랬지.

이 중세 사자심왕이 자신이 악마인지 확인하겠답시고 화형대에 매달았다간 그것만으로 국제적인 대망신이다.

‘그것만큼은 피해야 해!’

홉슨 대통령은 어색한 미소를 유지하면서 필사적인 심정으로 말했다.

“저, 저는 하느님을 믿습니다.”

“아~ 기독교도인가. 당신의 독생자를 내어주신 훌륭한 분이시지.”

그 말에 홉슨 대통령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만신전의 교리만을 우선시하는 광신도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다른 종교에도 유화적인 태도였던 것이다.

하긴, 만약 그가 자신의 신만을 신봉하는 광신도였다면, 운명의 여신 메리엘에게 예를 취하진 않았을 테지.

“하하, 저는 저얼대 악마이거나 악마를 추종하지도 않습니다.”

홉슨 대통령은 이것을 단순한 농담으로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레온은 아니었다.

“내 미 대통령을 만나는 기념으로 전쟁의 신께 기도드리려 하는데, 내 축사를 기쁘게 받아주었으면 좋겠군.”

“예? 아니, 잠──”

그 순간이었다. 레온이 기도문을 읊더니 대뜸 불꽃을 일으켰던 것이다.

전쟁신 페토스의 신성한 불꽃. 그것이 영혼마저 불사르는 소멸의 불꽃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가, 각하!”

SP들이 기겁하며 권총을 꺼냈지만, 이미 불길이 일대를 집어삼킨 뒤였다.

-꺄아아아악!

-갑자기 불꽃이!

화들짝 놀란 군중과 카메라맨들이 물러섰지만, 대통령이 불타 사라지는 모습이 찍히는 일은 없었다.

안토니 홉슨 대통령은 악종이거나 악의 무리에 속하지 않았기에 페토스의 불꽃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어, 어어···.”

하지만 방금 전까지 제 몸에 불이 붙었다는 사실에 어버버 당황하는 홉슨 대통령. 레온이 씨익 웃으며 어깨를 두드렸다.

“어찌 그리 당황하나? 짐은 그저 그대에게 신들의 가호가 있기를 바라며 축사한 것뿐이네만.”

“하, 하하······.”

홉슨 대통령은 레온이 만약 자신이 악마 추종자였다면 그 자리에서 태워 죽여버렸을 것이라는 걸 직감하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게 새삼 감사해졌달까.

“무엄하다! 왕의 어전에서 함부로 무기를 뽑다니!”

라이하르 경이 총을 뽑아든 SP들에게 호통을 쳤다. 그런 그를 만류하는 레온.

“뭘, 자신의 왕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용기있는 자들이다. 너무 나무라지 말도록.”

“예, 폐하!”

목숨을 걸었다. 즉, 레온과 만신전의 기사들은 얼마든지 그들을 죽일 수 있는 위치에 있단 뜻이었다.

‘어마어마한 자신감이군.’

신들의 가호를 받으며 스스로를 그 대리인이라 자처하는 자는 미합중국이라는 대국과의 전쟁도 불사할 만큼 자신이 있단 뜻인가.

만약 자신이 악마 추종자였고, 이 자리에서 불타 죽었다면, 미국은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니 아찔해지려던 찰나──

-끄아아아아아악!

어디선가 들려오는 끔찍한 비명소리. 그것은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벌어졌다.

“뭐, 뭐야!”

“악마다! 악마야!”

레온이 홉슨 대통령을 축사하며 일으킨 불꽃이 온 사방으로 퍼져 몇몇 이들을 태워버렸다. 그리고 그들의 진실한 형체가 드러났고, 그들은 악마였음이 밝혀졌던 것이다.

“저런. 역시 악종들은 어디에나 있고, 비열하게 제 모습을 감추고 있군.”

“······.”

홉슨 대통령은 영혼의 단말마를 지르며 죽어가는 악마 또는 그 추종자들을 바라보며 자신은 절대 악마와 연관되선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한편.

이 만남을 TV 중계로 지켜보던 미국 마탑주 레이날드 쉘먼과 지혜의 보옥.

-씨바 안 가길 잘했닷······.

“정말이지 지혜로우신 분······.”

마탑주 레이날드 쉘먼과 지혜의 대악마 고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오늘도 살아 남았닷!

* * * *

[사자심왕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 폐하, 미국 전격방문.]

[사상 최대의 경호인력 동원. 홉슨 행정부 진심으로 만신전을 환영해.]

[환영회장에서 발각된 악마 추종자들. 미국은 악마들로부터 안전한가?]

[한국의 만신전과 동맹들. 역대 최대의 전력을 이끌고 속속 미국 방문. 게이트 위기 앞에서 국경은 없었다!]

[미한동맹의 강화와 결속을 강조한 홉슨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

레온의 방문 전부터 쏟아지던 기사들은 레온이 도착하고서는 가히 폭탄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인터넷과 TV 뉴스를 달궜다.

혹자는 레온의 미국 방문이 민주주의를 훼손하며 이단종교의 확장을 가속화 할 것이라며 헐뜯었지만, 대부분은 흑색 게이트 공략을 거들러 온 만신전을 환영했다.

-와아아아! 사자심왕 폐하!

-여기 좀 봐주세요!

레온은 어디에 가서도 열렬한 환영인파를 맞이했지만, 미국의 환영인파는 대단했다.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서부터 백악관으로 향하는 길. 일대의 교통통제가 이루어지며 홉슨 대통령과의 도심 퍼레이드가 벌어졌다.

레온과 홉슨 대통령은 같은 차량에서 함께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백악관으로 향했고, 백악관 도심의 유명 음식점이나 관광명소에 들르며 홉슨 대통령과 함께하는 사진을 찍었다.

“후~ 피곤하진 않으십니까? 모처럼 방문해주셨는데, 너무 정치적인 일만 하신 것 같습니다.”

미리 양해를 구하고 일정을 짰지만, 홉슨 대통령은 레온이 혹 거슬려 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중간에 경호인력의 차단을 뚫고 난입한 미국 만신전 신도나 아이 등이 돌발행동을 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

경호인력은 역대 최대급이었으나 미국 내 만신전 신도들의 열렬한 반응이 상상 이상이었다.

“괜찮네. 본디 백성들이란 왕족을 알현할 기회가 많지 않은 법이지. 그들이 왕족을 우러러보며 가까이하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야.”

홉슨 대통령은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나 세계각국의 대통령과 왕족들을 만나봤지만, 이토록 왕족의 품위를 드러낸 이는 처음이었다.

이세계 왕정의 절대군주. 스스로를 신의 권위로 왕이 된 존재라 당당히 말하는 왕권신수설의 당사자.

중동의 신정국가 왕들조차 레온에 비하면 유사 왕족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그 타고난 선민사상.

정말 무서운 건 이 왕족이 진실로 신들을 대리하며 그 권위를 인정받은 존재라는 것이다.

‘확실히 그는 민주주의와는 상극이다.’

미 정부는 한국이 오래가지 않아 만신전에 집어삼켜질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

그들의 민주주의는 건강하지만, 만신전이라는 존재는 그 자체가 너무나 치트적인 존재.

신들이 가호하고 신들의 축복이 함께하는 반신.

그것만이 아니라 지금껏 드러난 바에 의하면 고결함과 순백의 깨끗함이 아니면 왕은커녕 관료조차 되지 못한다.

한국 국회의원 한 명이 자신의 정치적 퍼포먼스를 위해 만신전 신도를 자처했다가 벼락 맞고 고자가 됐다던가.

지금은 악마의 존재 때문에 만신전을 적대할 수 없지만, 모든 것이 끝나고 나면······.

‘과연, 인류는 만신전과 라이온하트를 적대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의 수호자, 미합중국의 대통령으로서 홉슨 대통령은 고뇌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저 부정하고 두기엔 이미 미국에도 이계의 여신이 존재했으므로.

“홉슨 대통령. 메리엘 여신께선 어디 계시지?”

“그분께선 백악관에서 폐하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얼마 전 만신전에 대담한 제안을 하기 위해 미 정부는 직접 메리엘 여신을 파견하는 강수를 두었다.

그리고 오늘날 흑색 게이트의 등장으로 만신전에 지원을 청했을 때, 메리엘 여신의 비공식 친서가 레온을 이 자리에 불러일으켰다.

‘대체 무엇이기에?’

홉슨 대통령은 그 내용이 궁금했지만, 레온이 이렇게 미국에 도착해 메리엘 여신을 찾는 걸 보니 여신의 도움이 컸다고 짐작할 뿐이다.

그렇게 홉슨 대통령의 안내로 찾아간 백악관 내 응접실. 레온은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백금빛 머리카락의 여신을 보았다.

“운명의 여신을 뵙습니다.”

레온은 그녀에게 다가가 한쪽 무릎을 굽혔다. 메리엘 여신은 이를 기쁘게 받아들며 손을 내어주었고.

“그간 건강하셨나요, 레온 왕.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나게 되었네요.”

레온이 여신의 손등에 키스하며 시선을 들었다.

“저야 여전하지요. 여신께서도 무탈하시니 다행입니다.”

“당신이 신앙하지 않는 신을 이리도 귀히 대해주니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만신전의 신들께서도 운명의 축복이 있기를.”

이에 만신전의 신들도 저마다 다른 세계의 신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들은 자신들처럼 세계를 잃고 방랑자 신세가 된 운명의 여신에게 동질감과 동정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들은 레온이라는 위대한 대리인이 있었으나 메리엘 여신에게는 그조차 없어 자신의 능력을 인간들에게 팔아치우는 신세였기 때문이다.

[허나, 그 이전에 그대가 서신으로 전한 바에 명확히 해야겠구나. 내 기사의 독녀에 대해 적은 것이 사실인가?]

아리아나 여신은 아주 오랜 시간 제 기사의 고뇌를 알았다.

레온이 그토록 오랫동안 신들을 위해 봉사했음에도 신들이 이루어주지 못한, 신들에게는 마음의 빚으로 남은 사건.

카리나 드라고니아 대공.

그녀의 운명에 대해 메리엘이 친서로 언급한 것이다.

“예, 저는 레온 왕의 운명을 읽었으나 개입하지 못했지요. 하지만 레온 왕이 가장 간절히 원할 이의 운명에는 개입할 수 있었답니다.”

[그것이 카리나라는 것인가.]

운명의 여신은 영락한 존재다. 신앙할 신도들을 잃고 자신의 세계에서 탈출해 지구로 왔다.

그녀의 격은 결코 낮지 않으나 신격을 지닌 존재의 운명엔 개입할 수 없었다.

“카리나 드라고니아. 그녀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

레온의 눈이 부릅떠졌다. 카리나가 살아있지는 않을까 짐작하고 있었으나 여신의 증언으로 살아있음을 확신하게 되었고 또한 그녀에게 위기가 왔다는 것이 걱정스러웠다.

“카리나는···! 그 아이는 어디에 있습니까!”

[나의 기사여. 진정하거라.]

드물게 레온이 흥분하자 아리아나가 그를 진정시켰다.

“그보다. 일단 그녀에 대한 걸 말해주시겠어요. 제가 본 것은 그다음에 전해드리지요.”

자신이 본 것을 전하기 전에 정보를 요구하는 메리엘. 이에 대답한 건 어둠과 복수의 신성 벤타시스였다.

[카리나 드라고니아. 나와 계약한 복수의 성배기사는 자신의 복수를 달성하기 위해 강욕의 악마대공과 전투를 벌였지.]

지혜의 군주 카라카엘과의 결전을 앞둔 때였다.

북부군의 연합 탈퇴와 대공령 진군. 진즉에 멸망하여 악마대공의 군단이 도사린 그곳을 향해 3만의 북부군이 이를 향했다.

[허나, 그곳에서 카리나 드라고니아는 사라졌다. 나와 계약한 많은 복수자들이 그날 사라졌지.]

[마치 나나 생명과 풍요의 성배기사 때처럼 말이지.]

페토스의 말에 데메라가 씁쓸한 목소리로 답하였다.

[게오브릭이나 불카누스처럼, 악마들의 간계로 영혼의 행방조차 알 수 없었던 것처럼.]

카리나 드라고니아 또한 비슷한 상황에 놓였으리라고, 신들과 레온은 지금껏 추론하고 있었다.

“그렇군요. 그래도··· 여러분들은 운이 아주 좋은 편에 속해요. 신도들의 영혼이나마 거두어 갈 수 있었으니.”

“······.”

레온은 슬픈 눈빛을 하는 메리엘 여신의 심정을 짐작했다.

그녀 또한 아이들을 사랑하는 자애로운 여신. 만신전과 낙원을 제 심장에 품고서 수백 년 간 보호해온 자신과 같은 존재가 그녀 세계에는 없었던 것이다.

신도들을, 숱한 역사 동안 품어온 아이들을 잃은 여신의 심정은 찢어질 만큼 고통스러우리라.

운명의 여신은 잠시 마음을 추스르곤 레온이 기다려온 대답을 주었다.

“카리나 드라고니아. 그녀는 이번에 열리는 흑색 게이트 너머에 존재해요. 그리고 그녀를 구할 수 있는 건──”

오직 그녀의 아버지인 레온 뿐이라고, 여신은 자신이 읽어낸 운명을 말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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