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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88

188화 국제헌터 연합군

인류가 게이트라는 이계의 위협에 시달린 이래 세 번의 대참사가 있었다.

첫째는 상하이 참변.

대악마 스카쟈카리어에 의해 상하이가 증발하면서까지 쓰러뜨렸으나 지속적으로 부활과 재강림을 통해 피해가 누적된 대륙은 붕괴했다.

둘째는 시베리아의 서리여왕.

러시아 시베리아 설원을 집어삼킨 서리여왕은 끝내 토벌되었으나 그 심장은 여전히 남아 설원을 확장시키는 에픽 아이템이 되었다.

셋째가 런던 참사.

유럽연합 초유의 연합 공략대가 게이트를 클리어했으나 그 진짜 마두는 바로 에픽 아이템으로 드랍된 방랑의 마검.

즉, 살육대공 아카샤가 숙주를 찾기 위한 함정으로 초대 마검사 제임스 스펜서에 의해 런던 87만 명의 시민들과 육백 명의 헌터들이 사망했으며 그 후로 계속 숙주를 갈아타며 숱한 피해를 입혔다.

이렇듯 흑색 게이트란 하나같이 인류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그나마 피해가 적었던 것이 백만 명 가까이 사망한 런던 참사였으니 그것이 얼마나 두려운 재앙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기에 미국··· 그것도 수도인 워싱턴 D.C. 한복판에 흑색 게이트가 등장했을 때, 미합중국은 무척이나 합리적으로 움직였다.

[미합중국은 오랜 동맹들의 지원을 요청합니다.]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파이브 아이즈는 물론이고 한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오랜 동맹국가들에게 정예 헌터 공략대 파견을 요청했다.

-저거 봐. 콘월 옹이야. 영국의 대마법사! 런던탑의 마탑주!

-젠틀맨 리그가 함께 왔어. 은기사 그레이엄!

-독일의 귄터도 왔다! 유럽 디펜딩 챔피언!

-일본에선 다케다 협회장이 직접 왔군. 이제 고위직이라 부하들을 보낼 줄 알았더니.

미국의 요청에 세계각국에서 몰려든 헌터들은 각국을 대표하는 S급 헌터들이었다.

각종 안보와 기술측면에서 미국에게 받아먹는 게 있으니 생색내기라지만, 이것만으로 런던 게이트에 동원되었던 S급 헌터 숫자를 넘었다.

그리고 중요한 미국 헌터전력은──

-매버릭 길드다! 미니트맨과 알렌 테일러가 있어!

-간부진 전원 참가인가!

-LA의 맥헤일 길드도 왔어! 미국 S급 헌터는 죄 왔군!

-S급 헌터만 육십 명이야. 미쳤군.

과연, 미합중국 세계최강국다운 전력이었다.

미국내 S급 헌터 총원은 팔십 명. 이것만으로 헌터강국으로 손꼽히는 한국의 네 배 수준이었다.

그중 최다 S급 보유 길드인 매버릭 길드와 맥헤일 길드는 미국을 양분하는 거대길드.

동서 최대의 미합중국 거대길드들이 이번 워싱턴 흑색 게이트 공략을 위해 동원된 것이다.

“아직 그들은 오지 않았군.”

“이번 공략의 진짜 괴물 전력.”

하지만 그런 그들조차도 이번 공략의 주역이 아니었다. 곧이어 화려한 미국 의전대의 인도와 함께 흡사 교황이라도 방문한 것처럼 격식 차린 입장이 시작된다.

“사자심왕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 폐하와 그 일행분들 입장하십니다!”

그것은 이 현대에서 이질적인 집단이었다.

헌터들이 냉병기를 사용하고 전근대적인 갑옷을 입는 것은 이제 와선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현대적으로 개조된 전근대 스타일의 갑옷 디자인이나 마력 전도율을 높인 검과 방패들은 과거의 병기와는 풍기는 분위기가 다르다.

최첨단을 선두하는 냉병기들이란 모순적인 밸런스가 성립하는 것이다.

-다각다각!

하지만 이토록 시대를 역행하는 집단이 과연, 또 있을까?

풀 플레이트 아머로 총칭되는 전신갑주. 규격화된 묵직한 마상창. 마갑으로 온몸을 보호하는 전투마까지.

그야말로 중세 프랑스 기사단을 떠올리게 만드는 철저한 냉병기 체계의 중장갑 돌격 기사단.

전차와 전투기의 시대에 돌연 나타난 기병대라는 특이성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정말 중세 그 자체로군.

-게이트에서 기마 돌격을 한다지.

-마상창시합도 하는 거 아니야?

우스갯소리에 웃음을 터뜨리는 좌중도 있었으나 정작 그들이 점차 가까워지자 모두가 숨을 참았다.

압도적인 존재감. 중세 벽화에서 튀어나온 이들이 단지 시대착오적인 기사가 아닌, 나면서부터 전장을 오간 전쟁꾼들이라는 걸 실감한 것이다.

“폐하! 늦지 않게 오셨군요!”

이번 흑색 게이트 공략은 미국 대통령인 홉슨 대통령이 직접 마중을 나설 예정이었다.

홉슨 대통령은 레온의 등장에 크게 환영하며 반겼고 레온과 기사들이 차례차례 내렸다.

-맨앳암즈들은 안 왔나보군.

-하긴, 그들까지 오면 미국보다도 헌터 수가 많아져. 지휘계통이 엉망이 될 거야.

아무리 동맹의 지원을 바랐어도 이번 게이트 공략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미국 스스로 해야만 한다.

-하지만 불타는 검 기사단과 불카누스 경만으로도.

-엄청난 오버 밸런스지. 나주 기사단도 수준이 낮은 게 아니야.

-진짜배기는 사자심왕을 포함한 네 명이다. 특히 야크트 스피너는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 저 컨테이너들은 그의 전용 무장 컨테이너인가?

어쨌든 워싱턴에 결집한 헌터들의 숫자는 준S급 이상만 무려 백오십 명에 육박했다. 이 정도면 적색 게이트도 하루 컷인 대전력.

그런 그들이 당장이라도 워싱턴 게이트에 입장하지 않는 건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홉슨 대통령, 정찰대가 들어간지 얼마나 됐지?”

“오늘로 나흘 째로군요.”

흑색 게이트는 하나 같이 끔찍한 난이도를 자랑했다. 웬만한 대형 길드는 최고 난이도인 적색 게이트도 서로 입찰하려 애썼지만, 흑색 게이트는 경우가 다르다.

거의 무조건이라고 할 만큼 국가 총력전이 되는 흑색 게이트 공략에서 헌터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먼저 정찰대를 파견해 게이트의 상황을 보고 공략 여부를 결정했다.

“곧 나올 시간입니다만······.”

사실은 할 수만 있다면 어젯밤에는 귀환하도록 지시를 내렸었다. 헌데, 아직까지도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면······.

‘전멸은 아니겠지? S급 헌터인 트라이던트도 포함된 정찰대였다고.’

정찰대가 게이트 내부의 정보를 최대한 전달해주는 것이 가장 베스트였지만, 설사 최악의 경우 정찰대가 전멸했다 해도 게이트에는 진입해야 했다.

워싱턴 D.C.의 모든 시민들을 대피시키고는 있지만, 이 도시는 미국이 포기할 수 없는 행정수도이자 미합중국의 중심.

이곳을 잃는다는 건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될 것이다.

“잠시 기다려보지요. 우리 미국의 헌터들은 우수합니다. 곧 희소식을 찾아 돌아올 겁니다.”

홉슨 대통령은 호언장담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와 비서진들의 낯빛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한 시간, 두 시간··· 네 시간······ 게이트의 정보를 전달받고 작전을 짜야 할 시간에 국제헌터 연합군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지나가는 시간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

정찰대의 전멸.

미국에서도 정예 헌터들로만 구성된 헌터 정찰대가 통째로 소멸했다는 참담한 가정이 기정사실이 되었다.

“폐하.”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깨닫고 새파랗게 질려버린 헌터관리국 요원들 앞에서 영국의 노신사가 다가왔다.

“콘월 옹. 무슨 일이시지요?”

홉슨 대통령조차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영국 공작이자 대마법사 콘월 옹. 에픽 아이템 십이환장의 주인인 그는 국제 헌터연합군을 대표하여 의견을 내었다.

“슬슬 진입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정찰대가 돌아오질 않았는데.”

“흑색 게이트가 다른 게이트보다 던전 브레이크 유예시간이 길긴 하지만, 그만큼 공략이 고단한 게이트입니다. 한시라도 빨리 진입하여 내부의 정보를 수집하고 공략에 임해야 합니다.”

본래라면 정찰대 운용조차 시간이 아까운 판국이었다. 단지 흑색 게이트라는 사망률이 극히 높은 게이트에서 누구도 쉽게 나서지 못하는 것일 뿐.

“그럼··· 매버릭 길드와 맥헤일 길드는 어찌 생각하시오?”

“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각하. 트라이던트가 나오지 않은 것은 저희로서도 유감입니다.”

매버릭 길드는 소속 S급 헌터가 죽었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에 참담한 심정이었지만, 냉정하게 결론을 내렸다.

“저희도 매버릭 길드와 같은 의견입니다. 여기서 더 시간을 끌면 오히려 게이트 공략이 시급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군······.”

홉슨 대통령은 미국의 위기를 헤쳐나가야 할 국제 헌터 연합군에 제대로 된 정보 하나 주지 못하고 보내야 함을 참담하게 여겼다.

그의 시선은 이제 레온에게로 향해 있었다.

“폐하께서도 그리 생각하십니까?”

“짐은 이번 연합의 지휘관이 아닐세. 최고통수권자는 홉슨 대통령 자네이지.”

그러니 결단의 책임은 홉슨 대통령 스스로에게 달렸다는 것을 강조하는 레온. 그는 왕으로서 이곳에 온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지원군으로서 온 것이다.

레온의 동문현답에 홉슨 대통령도 결단을 내렸다.

“좋습니다. 비록 최선은 아니지만, 우리 국제 헌터 연합군의 전력은 세계 그 어떤 군대보다도 강인합니다. 나는 여러분들이 어떤 난관이라도 능히 돌파할 수 있음을 신뢰하고 있습니다.”

홉슨 대통령도 결단을 내렸다. 워싱턴 게이트에 진군을 명령한 것이다.

“미합중국 대통령으로서 국제 헌터 연합군에 워싱턴을, 시민들을 지켜줄 것을 명령합니다. 신이시여, 이들을 축복하소서.”

* * * *

비록 정찰대가 궤멸했다는 비통한 소식이었으나 그들은 이 공략이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이 있었다.

워싱턴 게이트를 공략하기 위해 모여든 S급 헌터만 무려 백오십여명. A급헌터는 이천 명에 이른다.

세계 게이트 공략 역사상 이런 전력이 동원된 것은 유례가 없다.

‘폐하께서도, 불카누스 경이나 여왕님, 야피 경도 있으니까!’

이 백오십여명의 S급 헌터 중 말석을 차지하는 신인 한하리는 더욱 믿음을 가졌다.

아무리 강대한 악마대공이나 초유의 강자들이 있어도 레온이라는 아성을 넘어선다는 건 도무지 상상이 되질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뭐, 뭐지? 게이트 이동이······.”

“이곳은 대체······.”

생각지도 못한 이변은 명백히 그녀의 상상의 나래를 벗어난 일이었다.

희뿌연 공간이었다.

우주공간에 있는 것 같은 기묘한 부유감. 그러나 알 수 없는 힘의 부력이 공략대원들을 어딘가로 밀고 있다.

저항할 수 없는 방향으로의 진행은 조금 답답할 정도로 느렸다.

“뭐야, 이건!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흥분하지 마! 모르는 건 다들 매한가지라고!”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밀려가면서도 헌터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이상사태를 해석하려 했다. 또는 불안감에 통제가 불가해지거나.

“다들 진정하시오! 우리가 게이트에 입장한 건 분명한 사실이니!”

결국 노구의 신사가 앞서 그들을 진정시켰다. 대격변 초기부터 활동해 런던탑이라는 세계 마탑의 탑주인 그는 이곳에서 가장 명망 높은 헌터였기에 발언에 힘이 있다.

“콘월 옹. 대마법사께서는 이 현상에 대해 짐작되시는 바가 있습니까?”

매버릭 길드의 알렌 테일러였다. 그는 부하들을 통해 우주 공간을 유영하듯 움직임을 시험해보고 있었다.

“흠··· 아예 없지는 않소. 하지만 이 노구의 짐작대로라면 이 현상은 만신전의 마술사 여왕께서 더 잘 알고 계시겠지.”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만신전 쪽으로 향한다. 베아트리체는 하늘을 유영하는 흑마에 올라탄 채 그들의 시선을 받아들였다.

“역시 그대도 저와 비슷한 생각인가요?”

“그렇지요, 여왕이시여. 마법학계에 여왕께서 내신 논문을 읽은 바가 있소이다.”

“마술사 여왕이 낸 논문?”

“몇 가지 있다고는 들었는데.”

웅성거리는 헌터들. 만신전에서 대외활동이 가장 유명한 건 레온 다음으로 이 마술사 여왕이다.

그녀가 내놓은 수많은 마법이론들은 마법학계에서는 가히 혁명적이라고 하던가.

마법의 역사가 불과 30년에 불과한 인류는 이 마술사 여왕 앞에선 막 걸음마를 시작한 갓난아기와 다를 바 없다는 평가다.

“이곳은 아마 게이트 내부. 정확히는 게이트의 입구와 출구 사이의 아공간이에요.”

“게이트 입구와 출구 사이라고요?”

“제가 낸 논문으로 이미 여러 마법사분들이 게이트를 여는 실험을 해봤을 거라 생각하지만··· 쉽게 설명하자면 게이트는 입장과 동시에 출구로 나오게 되어 있지요.”

입장과 동시에 출구로 나온다. 이것은 지금까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학계의 입장은 다르다.

“게이트에 입장한다는 건 또다른 세계로 넘나드는 일이지. 그야말로 시공을 초월하는 공간도약··· 하지만, 물리적으로 반드시 ‘통로’가 필요하지요.”

지금 우리는 그 통로 안을 유영하는 것이다. 거기까지는 헌터들도 이해했다. 문제는──

“왜 인제 와서? 지금까지는 순식간에 다음 입구로 넘어갔을 텐데요?”

“노구가 생각하기에 가능성은 둘이네. 첫째는 지금껏 유례없는 대규모 이동으로 헌터들의 마력이 게이트에 어떤 영향을 주었다거나······.”

“이 아공간을, 세계를 넘나드는 통로에 개입할 수 있는 존재가 있거나요.”

-이상에너지 활동 발생. 비활성 관측 레이더 풀가동.

경고.

적의 존재 가능성.

───────

공간이 요동친다. 아공간 속, 거대한 통로와도 같은 길이 일그러지더니 그곳에서 어떤 ‘형체’가 드러났다.

그 모습은 너무나 거대하고 명확해서, 모두가 어떤 한 존재를 떠올렸다.

사악한 자. 거대한 존재. 영웅의 대적.

그 신화 속 가장 거대한 폭력의 화신은──

“뭐야, 저게······.”

드래곤.

너무나도 거대한 용의 찢어진 동공들이 아공간의 저편에서 연합군을 응시하고 있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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