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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88

187. 소꿉친구 – 국물

“나 때문이야.”

레오 드 예리엘이 탄식했다. 성벽 아래 저 멀리 진영을 구축하기 시작한 테르탄 공작가의 군대를 바라보며 한숨을 뱉었다.

“내가 살아있어서 에릭 왕자가 군대를 보낸 거야.”

레브 또한 침음을 삼켰다. 어둑한 저녁노을에 그의 안색이 더욱 어둡게 내려앉았다.

반란을 일으킨 것 자체는 성공적이었다. 오른 왕국의 둘뿐인 변경백들이 합심했고, 레오와 레나가 귀족들을 끌어모았다. 마법사들의 도움까지 받아 승승장구, 승리가 눈앞에 있었다.

하지만 콘라드 왕국이 개입한다면 이건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전쟁이었다. 네비스를 점령할 수 있었던 건 단지 적들이 우리를 일망타진하기 위함이었다.

동부에 기사를 보냈었던 것도… 테르탄 공작의 군대가 국경을 넘은 걸 숨기려 했던 것이 아닐까. 그들의 진격을 숨기려 했던 게 틀림없었다.

‘그럼 대체 어떻게… 반란은 거지남매 시나리오를 클리어한 뒤에나 가능했던 건가. 아니면 레오를 데려온 것부터가 잘못된 걸까.’

반란을 통해 왕위를 노린다면 여기뿐이다. 레오 덱스터가 있는 북부 왕국들은 십여 년 전의 내전으로 중앙집권체계가 세워져 있을 뿐만 아니라 왕들까지도 아신의 사도였다. 거긴 아예 가망이 없다.

이곳 오른 왕국만이 귀족들을 끌어들여 볼 만한 환경이었고, 바르바토스의 사도였던 지난 회차에서 왕과 왕자들이 사도가 아님을 알았다.

적어도 그가 알고 있는 왕국 중에서 아신이 장악하고 있지 않은 곳은 여기밖에 없었다.

레브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동요하는 병사들과 대경하는 귀족들. 갑작스럽게 나타난 대군에 승산이 없음을 짐작하였는지 이를 방증하듯 메시지가 떠올랐다.

[ 업적 : 주종 관계 – ‘2107’, 충성심이 흔들리지 않는 한, 충성을 맹세한 자들은 레오를 믿고 따릅니다. ]

줄어들었다. 그리고 계속 줄어드는 중이다.

레브가 이를 악물었다.

“레오. 네 잘못이 아니야.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어. 공성전만 잘 치르면…”

“하젠 경이 와 있어.”

레오가 아래를 손가락질했다. 과연 동쪽을 가리켰어야 할 하젠 경의 위치가 아래를 가리키고 있었다.

콘라드 왕국의 제2 기사단장.

기사단을 출병시킬 때에는 급수가 낮은 기사단을 먼저 보내는 게 통례다. 하젠 경이 여기에 있다는 건 제2 기사단뿐만 아니라 제3 기사단까지 와 있다는 뜻이었다.

에릭 드 예리엘 왕자는 레오를 죽이고자 작정했음이 틀림없었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배다른 동생을 죽이려 드는 건지 알 수 없었으나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

거지남매 시나리오의 말도 안 되는 난도가 옮겨붙었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소꿉친구 시나리오의 레브까지도 발목이 붙들리고야 만 것이었다.

“…돌아가자. 할 말이 있어.”

왕자 레오가 뒤돌아섰다. 아우성치는 귀족들에게 “걱정하지 말라.” 입바른 소리를 칠해 놓고는, 레브를 왕궁으로 이끌었다.

“도망쳐.”

“뭐?”

– 탁.

문을 닫은 레오가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숨을 고르는지 그의 어깨가 들썩이고 있었다.

“너는 죽어선 안 돼. 네가 죽으면 회차가 끝나. 그러니… 달아나. 너는 하루라도 더 살아야 해.”

왕자가 뒤돌아섰다. 죽음을 각오한 눈동자가 레브를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

“여긴 내가 남을게. 나까지 달아나면 귀족들은 당장 항복할 거야. 그럼 추격대가 붙겠지.”

“하지…”

“난. 어차피 죽을 생각이었어.”

레오가 다가왔다. 옷섶을 털어주며 담담하게 말하였으나, 그의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오르빌 왕궁에 들어설 때처럼.

그 떨림을 부정하듯, 레오가 주먹을 쥐었다. 레브의 멱살을 잡아 바짝 끌어당겼다.

“우린 아직 레아가 사제가 되는 모습을 못 봤지? 가. 가서 레아 곁에 붙어있어. 그녀가 사제가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해. 난 아직도 민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명령에 가까운 말투. 형형한 왕자의 눈빛이 레브를 찔렀다.

레브는 낮게 읊조렸다.

“……직업 엔딩이 뜰 텐데?”

“아마 그렇겠지. 하지만 혹시 모르잖아.”

레오가 멱살을 놓았다. 구겨진 레브의 옷섶을 펴주며 말했다.

“사실은 동생을 데리고 달아나 달라는 뜻이야. 네 차례를 망쳐서 미안해. 내 잘못이야. 하지만 레나는…”

아무 잘못이 없어.

가만히 내버려 뒀더라면 오랑주 극장의 배우가 되어 조용히 살아갔을 동생이었다. 이유야 어찌 됐건 우리가 그녀를 데려왔고, 위기에 빠뜨렸다.

정적이 흘렀다.

레브는 한참이나 말을 잇지 못하였으나 레나를 데리고 달아나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있었다.

승패를 떠나 끝까지 명예롭게 싸우고 싶지만, 그까짓게 동생의 목숨보다 중요하진 않았다.

그리고 이번 회차의 주인공인 그에겐 무엇 하나라도 더 알아낼 의무가 있었다.

반란이 실패로 돌아갈 공산이 커진 이상, 고집부리기보다는 나중을 기약함이 옳았다.

“고마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레오는 감사를 전했다.

희생하는 사람의 표정이 되려 밝았고, 레브는 침중한 안색으로 왕자를 따라갔다.

레나는 왕녀의 방에 있었다.

잠이 많은 그녀로서는 잠들었어야 할 시간이었으나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수심에 잠겨 있었다.

바깥 사정을 전해 들은 모양이다.

레오는 동생에게 잠시 피난을 가라 일렀다. 이 왕궁에 비상 통로가 있으니 먼저 빠져나가 있으라 설득한 것이었는데,

“싫어!”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왜 자꾸 나를 떼어내려는 거야? 전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뒤따라온 레브는 오랜만에 만난 동생을 생경하게 바라보았다.

이 정도로 자란 모습이야 지난 회차에서도 보았다. 하지만 오빠의 품에 가려져 온실 속 화초 같았던 이전과 달리 레나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단정히 모인 양손과 꼿꼿한 어깨가 자신만의 공간을 뚜렷이 장악하고 있었다.

레나가 상처받은 얼굴로 말했다. 고운 입술을 씹으며 한 음 한 음, 제 생각을 피력했다.

“난 어린애가 아니야. 내가 어디에 있을지는, 내가 정해.”

“그럼 애처럼 굴지 마!!”

하지만 레오가 버럭 소리치면서 레나의 표정이 흔들렸다. 소리 지르는 오빠를 난생처음 보았다는 듯이, 놀란 표정으로 숨을 죽였다.

레오는 후회했다. 오빠의 마음을 몰라주는 동생이 야속하지만, 이렇게 헤어지고 싶진 않았다.

그는 동생의 손을 붙잡았고, 레나는 가만히 있었다. 고개 숙인 채 조용히 울먹거렸다.

“소리쳐서 미안하다. 하지만 네가 있으면 걱정이 돼서 싸울 수가 없어. 잠깐만 피신을 가 있어 주면 안 되겠니?”

“…잠깐이라고? 내가… 오빠가 무슨 생각하는지 모를 줄 알아? 오빠는 날 보내고…”

레나는 입을 다물었다. 불길한 말을 하지 않으려 억눌렀는데, 눈물이 솟아올랐다.

애처럼 오빠에게 달려들진 않았다.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려 했지만, 역부족이라 손수건을 꺼냈다.

“레나야.”

“…”

“레나야.”

“…왜. 왜 자꾸 불러.”

오빠가 다가왔다. 옛날처럼 그녀의 머리를 거듭 쓰다듬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여기 레브 오빠랑 잠깐만 피난 가 있어. 응? 여차하면 오빠도 달아날게. 약속.”

레나는 말이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레오가 내민 손가락을 오랫동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좋아. 하지만 정말 잠깐이야. 늦으면 안 돼.”

레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약속을 밥 먹듯이 어겼던 예전이 떠올랐고, 이건 그가 마지막으로 약속을 지켰을 때, 동생이 했던 말이었다.

레나는 이번에도 오빠가 약속을 지키기를 권하고 있었다.

레오는 미소로 답했다.

“그래. 안 늦을게.”

* * *

레브와 레나는 네비스를 빠져나왔다. 지난 소꿉친구 회차에서 알게 된 네비스 왕성의 비밀통로를 통해 적도 아군도 모르게 탈출했고, 이곳은 네비스 외곽의 버려진 목장이었다.

– 히히힝!

쿠스가 투레질했다. 비좁은 통로를 빠져나온 게 무척 기쁜지 고개를 흔들었으나 레브가 쿠스의 주둥이를 틀어막았다.

다행히 비밀통로를 지키는 사람은 없었다. 로그넘 왕가는 누구도 이 통로의 존재를 모르리라 확신하는지 단 한 명의 병사도 보내지 않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왕가의 마지막 생명줄인 비밀통로의 존재를 만천하에 알리고 싶지 않았을 터였고, 근위기사를 보내 만약을 대비하기엔 출구의 위치가 좋지 않았다.

레브는 테르탄 공작의 군대가 어디 있을지 가늠하며 모두에게 침묵할 것을 명했다.

“대장님. 이제 어디로 갑니까?”

야음을 틈타 네비스에서 제법 멀찍이 떨어진 다음에야 세사르가 입을 열었다.

레나와 레브, 둘만 빠져나온 건 아니었다. 레오는 콘라드 왕국에서 온 (바르트 경을 제외한) 네 명의 근위기사를 모두 붙여주려 했으나 레나의 눈치를 보았다.

왕자를 호위하는 근위기사들을 전부 내주면 레나가 슬퍼할 것이라, 딱 한 명만 붙여주었다.

근위기사 한 명.

레브도 있으니 무력적인 측면에서야 충분할 것이었으나, 공주와 장군의 수발을 들기엔 부족하다.

레브는 세사르를 불렀다.

그는 시니스를 데리고 있었으므로 네비스에 갇힌 레오와 연락을 취할 수 있을 터였고, 이를 알고 있던 레나는 안도하는 기색이었다.

“공주님을 호위해 네비스를 탈출할 것이다. 믿음직한 병사 다섯을 골라라. 그 외의 누구에게도 우리가 빠져나간다는 말을 해선 안 된다.”

눈치 빠른 세사르는 입을 단단히 다물었다. 병사들이 동요한 가운데 달아날 길이 있음이 알려진다면 큰 혼란이 빚어질 터라 레나 공주님이 채비를 꾸리는 동안 이런저런 핑계를 대어 다섯 병사만 데리고 왔다.

레오는 레나를 쿠스의 등에 태웠다. 망토를 잘 덮으라 손짓하고는 말했다.

“우선… 여길 벗어난다.”

어디로 가야 하냐고?

레브야말로 묻고 싶은 질문이었다.

반년 넘게 애쓰며 준비한 전쟁이 처음부터 승산 없는 전쟁이었다는 게 충격이고,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레오는 수도교회로 가라 하였지만, 솔직히 나와 동생을 떠나보내기 위한 핑계였을 뿐, 루테티아에서 뭔가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레브는 말을 아꼈다. 장군이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라 애써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병사들을 이끌었다.

이틀이나 왔을까.

네비스로부터 충분히 멀어졌다고 생각한 레브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여기서 숙영한다. 텐트를 치는 동안, 나는 사냥을 다녀오겠다. 세사르는 요리할 준비를 해라.”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하투가 말했다.

세사르가 데려온 병사 중에는 하투가 있었다. 아무래도 세사르가 아는 병사가 모두 레오를 따르는 전사들이다 보니 여기에 있는 병사들은 모두 야만인 전사들이었다.

레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위기사에게 레나를 맡기고 하투와 함께 산을 올랐다.

“저… 장군님. 주제넘은 말이지만, 너무 심려치 마세요. 잘 될 겁니다.”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하투가 위로를 건넸다. 레브는 내 표정이 그렇게 안 좋았나, 생각하며 얼굴을 매만졌다.

“그래. 잘 되겠지… 하투, 미안하구나. 고생만 잔뜩 시키고… 가족한테 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했지? 지금이라도 돌아가도 좋다. 얼마 안 되지만 여비는 챙겨주겠다.”

하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저는 장군님을 믿습니다.”

레브의 가슴이 뭉클해졌다.

주종 관계 업적 카운트가 무수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근 이틀간 메시지가 시야에서 사라진 적이 없을 정도로 뚝뚝 떨어졌고, 그때마다 레브의 자존감도 뭉텅이로 떨어져 나갔다.

그런 와중에 야만인 청년이 순수하게 위로해주자 마음이 따뜻하게 달아오르는 것이었다.

맞다. 끝나지 않았다.

“그래… 마법사들이 있었지.”

레브가 중얼거렸다.

영지를 휘젓고 다니는 기사들을 저지하고자 떠난 마법사들. 그들은 총 칠천의 병사를 이끌고 있었다.

그들을 네비스로 보내는 게 우선이다. 테르탄 공작의 군대가 합류하면서 전황이 크게 기울긴 하였으나, 공성전이란 게 그렇게 금방 끝나지는 않는다. 서두른다면 레오에게 도움이 될 길이 분명 있었다.

희망이 붙은 레브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투를 재촉해 서둘러 산에서 내려왔다.

병사들은 텐트를 치고, 가운데에 화톳불을 피워 조리를 준비해둔 상태였다. 레브는 도착하기가 무섭게 세사르를 불렀다.

“세사르. 마법사들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나? 그 병사들을 데리고 후방으로 간 마법사들 말이다.”

세사르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확 달라진 레브의 태도 때문이었는지 눈을 빠르게 깜박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러려면 미리 마법사를 만나뒀어야 합니다. 시니스는 딱 한 명밖에 기억하지 못하거든요. 지금은 레오 드 예리엘 왕자님만 찾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가… 알았네. 직접 찾아갈 수밖에 없겠군.”

내심 실망하였으나, 희망은 꺼지지 않았다. 레브는 어떻게 하면 마법사들과 군대를 빨리 데려올 수 있을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대장님. 식사부터 하시지요. 하투, 이거랑 이것 장군님이랑 기사님께 가져다 드려.”

조악한 음식은 금방 준비되었다.

방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고기를 아무리 많이 넣는다 한들 비리기만 하고 맛은 없을 테지만, 근 이틀간 육포 따위의 마른 음식만 씹으며 달려왔기에 따뜻한 국물이라면 뭐든 좋았다.

세사르는 레브와 근위기사의 그릇에 건더기를 듬뿍 담아주었고, 하투는 행여나 쏟아질까, 조심스럽게 날랐다.

“제 것은 없나요?”

“지금 나갑니다.”

레나와 레브, 근위기사 앞으로 요리가 준비되었다. 뜨거운 것을 잘 먹지 못하는 레브는 후, 후. 국물을 식히며 말했다.

“아이론 경. 그대가 내 말을 타고 앞서가 주시겠소? 나보다는 그대의 기마술이 나을 테니, 내 증표를 가지고 가서 마법사들을 불러주시오.”

아이론 경은 왕자 레오를 따르던 근위기사 중 한 명이었다. 어부의 아들로 근위기사들이 숨어지내던 노야르 항구의 창고가 그의 소유였다.

“그 군대로 공성 중인 적들의 뒤를 치려는 것이로군요? 알겠습…”

– 쿨럭!

그때, 뜨거운 국물을 후루룩 들이킨 아이론 경이 기침했다.

레브와 레나는 대경했고, 아이론 경 본인도 놀라서 입가를 훔쳤는데, 입에서 튀어나온 건 기침이 아니었다.

붉은 피.

각혈한 아이론 경이 벌떡 일어났다. 검을 뽑았으나 그는 앞으로 꼬꾸라졌고, 쿨럭! 레브도 기침했다.

‘이, 이게 무슨…?’

“끄윽!”

고개를 들어보니 그의 부관, 세사르가 하투의 가슴에 검을 박아넣고 있었다. 빙긋, 미소 지으며.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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