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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88

187화.

대피계획이 실시되며, 어느 정도 혼란이 벌어질 것은 예상했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여기에 블루펠 타워 화재참사까지 터지며, 여론은 극도로 악화되었다.

희생자들 추모로 시작된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번져나갔다. 시위대는 샌프란시스코 대피계획을 즉각 종료할 것과 로날드의 퇴진을 요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였고, 백악관 앞까지도 몰려왔다.

각 도시의 한인타운에서는 혐오시위가 일어났다.

“한국인이 미국을 망치고 있다!”

“우리 땅에서 나가라!”

“노란원숭이들은 꺼져라!”

그중에서도 가장 시위가 심하게 일어난 곳은 미국 최대의 한인 밀집 지역이자, 샌프란시스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LA한인타운이다.

몰려온 시위대의 모습은 마치 1992년 LA 폭동을 방불케 했다. 차이가 있다면 흑인이 아니라 온통 백인 일색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인종혐오 발언을 내뱉으며, 마트와 세탁소를 향해 썩은 계란과 음식물쓰레기를 던졌고, 한인들은 공포에 떨었다.

대피조치로 인한 혼란이 커질수록 시위도 격렬해졌다. 상점가에는 인적이 뚝 끊겼고, 이제는 새총과 화염병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참다못한 한인들은 자경단을 조직했다.

미국은 개인의 총기소유가 자유로운 나라지만, 실제로 총기를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반면 한국은 개인의 총기소유가 불법인 나라지만, 거의 모든 성인남성들이 총기를 다룰 줄 알았다.

군대 경험이 있는 이민 1세대 남자들을 주축으로 경비를 서고 순찰을 돌았다.

상황이 심각해질 것을 우려한 주정부에서는 경찰을 보내 시위대를 강제해산 시켰다. 그러나 곳곳에서 한국인에 대한 혐오시위는 멈출 줄을 몰랐다.

뉴욕시 맨해튼 미드타운.

40층 이하의 빌딩들 사이에서 72층짜리 빌딩 하나가 혼자서만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서있었다.

이 빌딩의 이름은 스탬퍼 타워(Stamper Tower)로 로날드가 부동산 사업에 뛰어든 초창기 주변 건물의 공중권까지 매입해 지은 고층빌딩이었다.

스탬퍼 타워는 그야말로 맨해튼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긴급조치 발령 이후 이 앞에서는 연일 거센 시위가 벌어졌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고, 그저 스템퍼라는 이름이 꼴도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시위가 계속되자 입주자회의에서 스탬퍼라는 이름을 없애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입구에 붙은 일곱 개의 알파벳을 떼어내자 ‘스탬퍼 타워’는 그냥 ‘타워’가 되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시위대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아아!”

“우리가 이겼다!”

“꺼져라, 로날드! 죽어라, 강진후!”

* * *

미국 전체가 혼란에 휩싸이고, 사방에서 시위가 벌어졌지만, 로날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흔들림 없이 계속해서 대피 계획을 지시했다.

한 번 결정한 이상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밀어붙이는 것이 그의 스타일이다. 이는 부동산 사업을 할 때도, 정치에 뛰어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끝내는 승리를 쟁취해냈다.

미국 상황이 정신없이 돌아가는 가운데, 난 상엽 선배와 통화했다.

“지시한 일은 잘하고 있죠?”

[응. 그런데 지금 이쪽 여론이 안 좋아. 회사 앞에 맨날 시위대가 몰려와서 시위하고, 경찰들도 한통속인지 신경도 안 써.]

자랑은 아니지만, 나에 대한 여론 역시 최악이었다.

지금 미국인들에게 죽이고 싶은 사람 딱 둘만 뽑아보라고 하면, 나랑 로날드를 지목할 것이다. 여기에 한 명 더 추가하면 모한 교수가 포함 되겠지.

[조만간 검찰에서 압수수색도 들어올 것 같아.]

난 깜짝 놀랐다.

“압수수색이요? 뭐 때문에요?”

그러자 상엽 선배가 말했다.

[몰랐어? 지금 한국은 니 섹스 스캔들 때문에 난리도 아니야.]

“예?”

웬 섹스 스캔들?

* * *

[강진후, 페이스잇 포르노배우와 섹스!]

처음 기사가 실린 것은 데일리월드 뉴스라는 타블로이드였다.

한국 언론들은 그 기사를 가져다가 미국의 저명 매체에서 보도된 것처럼 꾸며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고는 아무런 사실 확인 없이 서로 기사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계속해서 의혹을 부풀렸다.

상대가 포르노배우든 누구든 단지 섹스를 한 것뿐이라면,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있을지언정 법적 처벌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섹스는 성접대로 바뀌었고, 대가를 지불했다는 얘기가 덧붙으며 성매매로 진화했다.

조중일보는 1면에 기사를 실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OTK컴퍼니 CEO 강진후, 자회사 페이스잇에서 성접대 받아!]

-(전략) 법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이는 빈자든 부자든, 시민이든 권력자든 마찬가지다. 만약 성접대와 성매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에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여성가족부 조유선 장관은 회의에서 이 기사를 언급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한 기업 CEO가 여러 포르노배우들에게 성접대를 받고, 성매매까지 한 걸로 알려져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는 사실상 권력에 의한 성폭력으로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범죄행위입니다. 지금도 전 세계에 수많은 여성들이 성폭행과 성착취로 인해 고통 받고 있습니다. 부디 여성의 인권을 위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하게 수사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호성저축은행 사태 이후 잠잠하던 보수단체들은 연일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부모님연합이 주축이 되었고, 박사모, 엄마봉사부대, 구국군인협회 등이 가세했다. 그야말로 보수단체 총집결로 시위인원만도 수만 명에 달했다.

그들은 OTK컴퍼니 본사 앞에 모여 성매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고, 미국을 혼란에 빠트린 책임을 묻겠다며 ‘강진후 규탄집회’를 벌였다.

“한미동맹 파괴하는 강진후는 물러나라!”

“물러나라! 물러나라!”

“강진후를 구속하라!”

“구속하라! 구속하라!”

“전 재산을 몰수하라!”

“몰수하라! 몰수하라!”

시위대는 하루 종일 확성기를 틀어놓고 말도 안 되는 구호를 소리쳤다. 사전에 신고 되지 않은 불법집회였지만, 경찰통제도 없었다.

시위대는 건물 안으로 진입하려 했고, 경호원들은 필사적으로 밀려드는 시위대를 막았다. 경찰에 신고해봐야 경찰차 한 대가 와서 슬쩍 둘러보더니 돌아갈 뿐이었다.

처음 시위가 시작된 건 15일이었다. 그런데 멕시코시티에서 대지진이 터지자, 이후 며칠 동안은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블루펠 타워 화재 이후 미국 내에서 로날드 대통령과 강진후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보수단체는 강진후를 고발했고, 음성변조된 내부고발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검찰에서는 성접대 증거를 찾겠다며, 압수수색영장을 들고 쳐들어왔다.

“검찰청에서 나왔습니다. 압수수색에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박상엽은 두 손을 들며 말했다.

“예예. 마음대로 하세요.”

검찰은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서류는 물론 직원들 스마트폰까지 싹 다 훑어서 가져갔다.

속수무책으로 당한 저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압수수색에 대비를 해놓았다.

어차피 중요자료는 전부 서버에 백업해 놓았고, 웬만한 자료들은 아예 복구가 불가능하게 삭제했다. 직원들 폰 역시 직전에 전부 교체해주었다.

공권력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자 시위는 갈수록 과격해졌다.

그러던 중 결국 사고가 터졌다.

정기홍이 외근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시위대에게 폭행을 당한 것이다. 박상엽은 정기홍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같이 두드려 맞았다.

엑스캅 경호원들이 달려들어 구출해내지 않았다면, 자칫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박상엽은 타박상에 그쳤지만, 정기홍은 입원해야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 신고한지 한참 후 경찰이 도착했지만, 역시나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경찰서를 찾아간 박상엽은 분노해서 소리쳤다.

“대체 왜 가해자를 체포 안 합니까? 저도 이렇게 맞고, 직원 하나는 입원까지 했는데!”

담당경찰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누가 때렸는지 어떻게 압니까?”

“채증영상 제출한다니까요!”

시위대의 시위 장면은 건물 외부의 CCTV와 엑스캅 경호원들의 액션캠으로 전부 녹화되고 있었다.

“복면으로 얼굴을 가렸는데, 영상만 봐서 어떻게 압니까?”

“그러니까 법치국가에서 복면 쓰고 불법시위 하는 걸 왜 가만히 두는 겁니까?”

경찰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으니까 증거 제출할 거 있으면 거기 놓고 가세요.”

* * *

난 엑스캅 이철진 팀장과 통화했다.

[시위대가 대표님 집 앞은 물론 동탄 집 앞까지 몰려왔습니다. 지금까지는 별 문제 없지만, 잘못하면 위험한 상황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이 개새끼들이 진짜…….”

순간, 욕이 치밀어 올랐다.

가족은 건드리는 게 아니라는 것도 모르나?

“어머니는 실론호텔로 모시고, 집주변은 완전히 폐쇄하세요. 그리고 경호원을 두 배로 늘리고, 24시간 밀착 경호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책임지고 경호하겠습니다.]

보수단체가 이렇게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경찰이 손을 놓고 있다는 건 배후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게 누군지는 말할 것도 없겠지.

전화를 끊으며 한숨을 내쉬는데, 로날드가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섹스 스캔들에 시달리기는 자네나 나나 똑같군.”

“…….”

그게 왜 똑같아?

당신은 섹스한 거고, 난 그냥 루머인데!

* * *

공무원들은 각 가정을 돌아다니며 재난대비용품과 구명조끼 등을 지급했고, TV에서는 드라마나 예능 대신 재난발생시 행동요령과 대피소 안내가 흘러나왔다.

가용자원 집결도 모자라 이번에는 민간 구조장비 징발에 나섰다.

가장 필요한 건 배와 헬기다.

강제적으로 징발하면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다른 방식을 택했다. 바로 세금을 면제해주기로 한 것이다.

베비리힐즈 대저택에 사는 마리오 곤잘레스는 저택 안에 헬기 착륙장과 그의 전용헬기를 두고 있었다.

서성전자 직원이 와서 그의 헬기에 GPS장비와 무전기를 설치해주었다.

“여기 사인해주시면 됩니다.”

마리오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3년 치 보유세를 면제해준다고 하니 동의는 하겠지만, 이게 뭐하는 짓거리인지 모르겠군.”

그러자 젊은 직원이 말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좋은 거죠. 무슨 일이 일어나면 선생님의 헬기가 누군가에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대답하는 걸 보니, 설치하러 돌아다니며 비슷한 얘기를 한두 번 들은 게 아닌 모양이다.

하긴 세제혜택이 아니라면, 누가 이런 미친 짓에 동참하겠는가?

마리오는 펜을 받아들고 서류에 사인했다.

“이래서 민주시민은 투표를 잘해야 하지. 로날드 찍었거나 투표장에 안 간 놈들은 반성 좀 했으면 좋겠군.”

* * *

재난대책에는 스마트폰 활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플의 기능은 단순했다. 지진이 발생하면, 정부는 통신망을 이용해 해당 구역에 있는 스마트폰의 GPS를 강제로 켜서 위치정보를 구조센터에 전달한다. 또한 필요할 경우 통화, 마이크, 카메라를 작동시켜 생사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 어플을 보급한다 한들 그걸 다운받아 설치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래서 통신망을 통해 강제로 업데이트 시키는 방향이 논의되었다. 통신사는 정부의 통제 아래 주파수를 임대해서 운영하는 만큼 정부 말에 따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제조사였다.

현재 스마트폰 OS 시장은 사실상 엔플과 구블이 양분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두 거대 IT기업은 강하게 반발했다.

엔플 CEO 탐 블랙은 직접 나서서 말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정부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위헌의 소지가 있을 뿐더러 미국의 근간을 파괴하는 행위입니다.”

단 사용자가 어플을 다운받아 설치하고,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는 것은 승인하겠다고 밝혔다.

당연히 그렇게 할 사용자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

심지어는 중국 업체들마저도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서성전자는 미정부 대책에 따랐다. OS회사인 구블이 반대하자, 자체 스토어를 통해 강제 업데이트하겠다고 밝혔다.

서성전자 스마트폰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32퍼센트.

서성전자 폰을 들고 위험지역 안으로 들어가면, 사용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통신망을 통해 강제로 어플이 설치되었다.

미국 소비자단체는 고객의 결정권 침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고, 분노한 몇몇 소비자들은 SNS에 서성전자 폰을 부수는 사진을 올리거나, 다시는 구매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 * *

마이크 바우어 부통령은 오랜 친구이자, 이제 정계를 은퇴한 전 공화당 상원의원 테스커 보일을 만났다.

그런데 그 자리에는 예상치 못한 손님이 먼저 와있었다. 바로 민주당 대표 루이스 킨케이드와 민주당 상원의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보다 더 눈에 띄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바우어 부통령에게 말했다.

“반갑습니다, 부통령님.”

뉴저지주 주지사 사이먼 언더우드.

대선에 패배한 시점에서 다이앤 언더우드의 정치생명은 끝났다. 하지만 정계에서, 특히 민주당 내에서 언더우드 가문의 영향력은 여전히 건재했다.

다이앤의 남동생인 사이먼 언더우드는 차기 민주당 대선주자로 손꼽혔다. 이변이 없다면 다음 대선에서는 재선을 노리는 로날드와 그가 맞붙게 될 것이다.

말도 없이 워싱턴D.C.에 와있을 줄이야.

바우어 부통령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테스커는 그에게 말했다.

“일단 자리에 앉게. 설명해 줄 테니.”

친구의 권유에 바우어 부통령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이렇게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부통령님. 지금 미국 상황이 어떤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말도 안 되는 대피조치로 캘리포니아 전체가 마비되었고, 수백 명의 시민들이 불에 타죽었습니다.”

바우어 부통령은 사이먼의 말허리를 잘랐다.

“쓸데없는 말은 됐으니, 결론부터 말하게.”

사이먼은 그가 원하는 대로 결론부터 말했다.

“대통령 탄핵에 힘을 보태주십시오.”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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