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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89

빌어먹을 아이돌 189화

*   *   *

어이없는 이야기지만, 셀프 메이드는 세달백일에게 먹혔다.

사람들은 더 이상 셀프 메이드에서 세달백일이 뭔가를 했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반대로, 세달백일이 셀프 메이드에서 뭔가를 한 거다.

이건 꽤 큰 인식의 차이가 있었다.

본래라면 세달백일이 셀프 메이드에서 음반 작업을 하고 있는 건 꽤 이상한 일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던가?

-아니 근데 셀프 메이드 이런 프로그램 아니지 않았냐? 왜 외국에서 주구장창 앨범 작업만 하고 있냐ㅋㅋㅋㅋ

그러니 이러한 반응은 합당한 것이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아니었다.

-뭐가 아니야ㅋㅋㅋ 원래 세달백일이 셀프로 메이드하는 프로그램인데.

-ㅇㅇ 시즌1에서는 무명으로 셀프 메이드한 거고, 시즌2에서는 세달백일이 셀프 메이드 하는 거지 뭐.

셀프 메이드의 내용이 바뀐 것에 딱히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는 세달백일이란 콘텐츠가 셀프 메이드보다 더 크기에 생겨난 일이었다.

또한 강석우 피디가 노련하기에 생겨난 일이었다.

강석우 피디는 엠쇼와 세달백일의 협의로 <셀프 메이드>란 프로그램의 성격이 변질됐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재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프로그램의 성격이나 의도는 바뀌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재미가 떨어지면 안 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나만 이이온 웃기냐ㅋㅋㅋㅋㅋㅋ

-영어는 못하는데 스페인어에 재능 있는 게 개웃김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이온이는 동생들 앞에서 근엄한 척하다가 무너지는 게 존맛탱임ㅋㅋㅋㅋㅋㅋ

-놀라운 건 아무도 근엄하게 보지 않는다는 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앨범 작업이 메인 줄기가 되었음에도 분량 자체는 세달백일 멤버들의 미국 유랑기가 더 많았다.

크리스 에드워드가 떠난 뒤에는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얀코스 그린우드가 그들의 호텔로 방문하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언제 한번 팝재즈 앨범도 내 달라고. 기대하고 있을 테니까.

얀코스 그린우드는 세달백일 멤버들에게 조언도 해 주고, 한시온과 깊은 대화도 나누고, 할리우드의 아트 팀도 소개해 줬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옹….

-나 솔직히 이 형 잘 모르는데 ㅈㄴ 멋있는 사람 같음ㅋㅋㅋ

-성공한 사람 특유의 넉넉함이 몸에 배어 있는 듯.

이윽고 아트 팀과 뮤직비디오를 찍는 장면이 나왔다.

현재 시청자들이 익히 알고 있는 유닛 복면강도와 최재성의 그것이었다.

한시온과 온새미로의 촬영 장면도 나오면서 두 사람의 유닛 앨범 또한 오피셜로 공개되었고.

다만 시청자들이 궁금한 것은, 세달백일 멤버들이 유닛을 촬영을 너무 당연시하게 여긴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왠지 2집 앨범 대박 날 것 같지 않아요?]

[대박이란 단어를 입에 담으면 안 된다던데?]

[누가요?]

[방송가에서는 그런 말을 하면 재수 없다고 여긴대.]

[괜찮아요. 여긴 미국이잖아요. 미신의 국적이 다를 거예요.]

[오……?]

멤버들이 나누는 대화의 주어가 어쩐지 ‘유닛 앨범’이 아니라 ‘2집 앨범’인 것 같다는 것이었다.

-ㅈㄴ 헷갈리네ㅋㅋㅋㅋㅋ

-속 시원하게 누가 안 물어봐 주나.

시청자들의 염원을 들은 건 아니겠지만, 강석우 피디가 쉬고 있는 한시온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건 연출된 장면이 아니었다.

실제로도 당시의 강석우 피디는 세달백일이 대체 2집 앨범을 ‘어떤 방식’으로 준비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으니까.

[한시온 씨.]

[네?]

[지금 촬영하는 게 유닛 앨범인 거예요, 세달백일 앨범인 거예요?]

[그건 셀프 메이드 방송이 끝날 때쯤 자연스럽게 알 게 될 거예요.]

[그래도 귀띔 좀 해 줘요.]

[유닛이면서 2집 앨범이라는 게 한계인 것 같네요.]

-아, 나 알았다. 와. 드디어 알았어.

-뭘?

-2+2+1 = 2. 이거.

-뭔데?

-한시온이 잘 안 해서 그렇지 샘플링도 ㅈㄴ 잘하는 것 같단 말이지? 1집 앨범에서도 샘플링 기법이 절묘하게 쓰이기도 했고.

-샘플링이 뭐임?

-다른 곡에서 소스를 가져와서 변형시켜서 곡으로 만드는 거임. 저작권이 완벽히 클리어된 경우에는 변형을 안 시켜도 되고.

-고마워요 스피드 웨건.

-아무튼 그래서 뭐?

-2인 유닛, 2인 유닛, 1인 유닛의 앨범을 샘플링해서 만드는 게 세달백일 2집 앨범 아닐까?

-오?

-그럴 듯한데?

-근데 그러면 ㅈㄴ 지저분한 거 아님?

-힙시온이 그렇게 두겠냐.

-신빙성이 있어.

-설마 성지 순례 각이냐?

그 뒤로도 2집 앨범에 대한 썰은 조금씩 풀렸다.

하지만 여전히 알쏭달쏭한 부분이 많았다.

그렇게 방송 상, 미국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 되었다.

세달백일 멤버들은 이른 아침부터 그들이 머물던 호텔 주변을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사람들을 어딘가로 초대했다.

알고 보니 마지막 날에 요트를 빌려서 선상 파티를 할 예정인데, 한 달 넘게 머물며 인연을 쌓은 이들을 초대한 것이었다.

함께 버스킹을 했던 가수들도 있었고, 멤버들이 맛있다며 주구장창 방문한 멕시칸 음식집의 사장님도 있었다.

그렇게 한차례 즐거운 파티가 끝나고, 손님들이 떠나고 항구에 정박한 요트.

거기 앉아서 세달백일 멤버들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10년쯤 뒤에 뭘 하고 있었으면 좋겠어?]

[군대 전역.]

[야…….]

처음엔 농담 삼아 이런저런 말들이 오가다가, 세달백일 멤버들이 속내를 드러냈다.

방송에서는 그들이 가수로서 이룰 수 있는 목적이나 명예에 대한 이야기만 나왔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은 대화가 있었다.

온새미로는 10년쯤 뒤에는 부모님에게 휘둘리지 않는 독립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라이언 엔터와 손을 잡았던 지난번의 사건 이후로 온새미로의 부모는 살짝 위축이 되어 있었다.

한시온의 태도나 일처리가 너무 강경했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부분도 많았고.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가진 가장 귀한 보물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그리고 좋은 사람인척, 온새미로의 터울 안으로 들어오려고 노력 중이었다.

한시온은 그걸 알고 있었고, 온새미로에게 조언도 해 줬지만, 온새미로는 스스로 해결하길 원했다.

영원히 한시온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구태환과 이이온은 크게 바라는 게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바라는 건 있지만, 그게 남들과 비교했을 때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동안 과거에 대한 내색을 하지 않았던 최재성이 속내를 슬쩍 꺼내기도 했다.

“저는 사랑받지 못하고 자랐거든요. 부모님이 기대할 만큼의 재능이 없어서.”

“뭐…….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랬어요.”

한시온은 최대호가 공격할 당시 최재성의 배경을 조사한 적이 있었지만, 내밀한 부분까지는 파고들지 않았다.

그가 최재성의 배경을 조사한 것은 보호를 위해서였고, 최재성의 배경을 조사하다가 깨달은 것이었다.

최재성의 배경은 만만치 않은 것이라서 최대호가 선을 넘어서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그때쯤 깔끔하게 조사를 멈췄기에 개인사까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굳이 캐묻지 않았고, 최재성도 말을 하고 싶지 않아 하는 듯했다.

겉에서 보기에는 세달백일 멤버들 중 최재성이 가장 구김살 없고, 무던한 사람처럼 보인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농담을 하는 것도 그렇고, 세달백일 멤버들 사이에서도 교류를 이끌기도 하고.

하지만 한시온은 그건 최재성의 본성이라기보다는 만들어진 인성이라고 생각했다.

최재성은 사회적 눈치가 굉장히 빠른 사람인데, 어린 나이에 그런 능력이 자라나는 경우는 딱 하나밖에 없다.

눈치를 보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었던 거다.

그러니 사실 최재성은 세달백일에서 가장 방어기제가 두터운 사람이었으며, 아직도 멤버들에게 자신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운이라도 뗀 것과 떼지 않은 건 달랐다.

그리고.

[그래서 10년 뒤에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보다 더.]

방송에는 자세한 이야기 대신 이런 멘트만 나왔지만, 최재성의 말은 진심이었다.

마지막으로 방송에 나온 한시온의 말은 간단했다.

[나야 뭐, 앨범 판매 2억 장이지.]

세달백일 멤버들은 여러 번 들었던 말이지만, 시청자들은 아니었다.

-2억 장이 목표라는 거임?

-뭐임 저 구체적인 수치는?

-세달백일 페이스면 2억 장이 그렇게까지 어렵진 않을걸? RIAA 기준으로 디지털 싱글이랑 미니 앨범이랑 다 집계해 주니까.

-혹시 부모님이랑 관련된 목표인가?

-헐; 맞는 듯.

사람들은 진실을 추측하기도 했고, 거짓을 추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렇게 요트에서 별이 꽉 찬 밤하늘을 바라보며 에필로그가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끝은 아니었다.

화면이 전환되며 노을이 가득한 요트에서 노래를 부르는 한시온과 온새미로의 모습이 나온 것이었다.

마지막 유닛 앨범에 대한 힌트였다.

-오 역시 나오는군.

-ㅋㅋㅋㅋㅋㅋㅋㅋㅋ복면강도도 ㅈㄴ 쎘고, 최재성도 ㅈㄴ 쎘는데, 이건 또 얼마나 쎌지 모르겠네.

-힙시온쉑 맨 마지막으로 내는 거 보라.

-처음에 내는 게 더 잔인하지 않을까?

-아 그런가?

그때 한시온이 손에 쥐고 있던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기타와 피아노가 그토록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간단했다.

홀로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시온은 기타 한 대와 보컬 두 명이면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었다.

온새미로는 아직 재능이 만개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꽤 좋은 소리를 낼 줄 아는 보컬이다.

게다가 한시온이 뭘 시키든지 따라오려고 이를 악무는 친구다.

그렇게 노래가 시작되었다.

제목은 <막이 내리면>이었다.

세상에 남은 게 없다면

그건 거짓말일 거야

남은 게 없다는 말이

남아 있으니까

통기타의 연주에 맞춰 온새미로의 노래가 시작되자, 시청자들이 노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작곡가로서 한시온의 재능이 대단한 부분은 처음 듣는 노래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거부감이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걸 없애기 위해서 한시온이 이런저런 장치를 쓴다는 걸 다들 알고 있다.

구태환의 도입부를 내세운다든가, 비트를 듣자마자 확 몰입시킨다든가.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지 않은가?

무던한 통기타 연주에서 무던한 노래가 시작되었다.

그 수준이 높다는 건 알아도, 이렇게까지 좋을 이유는 없지 않나?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노래에 집중했다.

내가 떠난 세계가

텅 빈다면

그건 오히려 날

편하게 만들어 줄 거야

<막이 내리면>은 한시온에게 있어서 굉장히 의미가 깊은 노래였다.

어쩌다보니 드롭 아웃에게 가버린 가 Hot 100 1위를 겨냥하는 노래라면, 이 노래는 그런 게 아니다.

한시온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였고, 가장 많이 부른 노래였고, 가장 오랫동안 간직한 노래였다.

<막이 내리면>은 그의 회귀를 의미하는 노래니까.

원곡은 영어 버전이지만, 한국어로 만든 버전도 있는.

기타가 고조를 올리듯이 치고 올라갔고, 온새미로의 목소리가 톤을 형성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보컬이 되면 목소리로 톤을 형성할 수 있다.

설명이 어려운 부분이긴 하나, 대중들이 ‘이 음역대에서는 이 목소리가 최고야’라는 막연한 감상을 갖는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온새미로가 만들어 낸 톤으로 한시온의 목소리가 뛰어들어 멜로디를 찢어발겼다.

갑자기 치고 올라간 고음이 사람들의 몰입도를 일순간 확 끌어올렸다.


           


Damn Idol

Damn Idol

빌어먹을 아이돌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a harrowing car accident that defies the odds of survival, Han Si-On finds himself once again at the crossroads of fate, quite literally. Miraculously walking away with his life, he faces the daunting task of navigating a life he’s all too familiar with—due to a cryptic deal that traps him in a cycle of regressions. [Mission failed.] [You will regress.] His mission? A seemingly impossible feat of selling 200 million albums, a goal dictated by the devil himself. With each regression, Han Si-On returns to the age of 19, burdened with the knowledge and memories of countless lives lived, all aimed at achieving a singular, elusive go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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