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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9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19화

5장 테스트(3)

……퀴니에가 발자국이 선명하다고 했던 건, 어디까지나 그녀 자신의 기준이었다. 3학년의 기준으로 말이다.

숲속에서는 발자국이 제대로 찍히기 어렵다. 낙엽과 가지들 위를 넘어가는 경우가 많으니.

대충 보면 그저 움푹 파인 자국이라고 느껴질 만큼 알아보기 어렵다.

사실 퀴니에의 입장에선 프론디어가 ‘곰’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합격점이었다. 발자국의 흔적, 방향을 알려주었으니.

발자국만으로 시야를 좁히지 말고, 방향을 보면 부러진 나뭇가지와 치워진 낙엽들로, 그 체적을 대충 감안할 수 있다. 거기다가 ‘숲’이라는 지역, 발자국의 크기와 보폭.

그런 조건들을 생각하면 ‘곰’이라고 찍어서라도 맞출 가능성이 있지만.

‘곰의 마물 중에서도 레드 베어라고 유추하는 건, 그야말로 추적에 통달한 거잖아.’

에드윈도 알아챈 모양이지만, 사실 추적술은 3학년들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주요 기술이 아니기도 하고.

“프론디어, 혹시 그거, 신력이야?”

에드윈의 질문에 퀴니에도 혹했다.

모든 사람이 프론디어가 신력이 없다고 믿는 건, 말 그대로 믿을 뿐이다.

설마 어떤 신력이라도 받고 있는 것일까.

사냥, 수렵을 담당하는 신?

“비밀입니다.”

프론디어는 싱긋 웃었다.

신력을 비밀로 하는 사람은 많다.

그래도 귀족 중에서는 드물다. 보통 가문에서 먼저 어필하기 마련이니. 그래서 본인이 숨기고 싶어도 숨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로아흐 가문에는 그 유명한 앗지에가 있으니. 프론디어 정도는 숨기는 것이 괜찮다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렇구나…… 비밀…….”

“자, 정체를 알았으면 서둘러 움직이도록 하죠. 레드 베어는 굳이 조심스럽게 갈 필요가 없으니.”

에드윈의 중얼거림을 뒤로 하고 퀴니에는 앞장섰다.

뒤에서 프론디어가 고개를 갸웃했다.

“조심스러울 필요가 없다니, 왜죠?”

“우리가 다가가면 도망치는 게 아니고, 덤빌 테니까요.”

“그래도 기습을 할 수 있다면 그게 좋지 않아요?”

퀴니에는 프론디어의 질문에 부채를 폈다.

“그런 거 안 해도, 제가 쓰러뜨려요.”

“……오.”

짧은 감탄을 뱉는 프론디어.

퀴니에는 어깨가 으쓱해졌다.

‘모처럼인데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지.’

발걸음에도 힘이 실렸다.

* * *

“프론디어, 무기는 어떤 걸 써?”

“단검입니다. 보시겠어요?”

“어, 이거 기본으로 지급되는 무기잖아. 이런 걸 써도 돼?”

“가장 익숙해서요.”

프론디어가 흔적의 정체를 밝혀낸 뒤, 에드윈이 프론디어에게 향하는 질문이 눈에 띄게 늘었다.

프론디어는 귀찮은 내색 없이 친절히 답했다. 허리춤에 찬 단검도 거리낌 없이 보여주었다.

굳이 밉보일 필요도 없고, 평범히 답할 수 있는 질문들이었으니까. 상대방의 입장에선 충분히 궁금할 만한 일이기도 했고.

“자, 소란은 그만 피우죠. 슬슬 다 왔어요.”

“네.”

퀴니에의 말에 프론디어와 에드윈은 자세를 낮추었다.

조금 느린 걸음으로 걷자, 멀리서 붉은 털로 뒤덮인 곰 한 마리가 보였다.

그건 발견했다고 하기에는 약간의 어폐가 있었다.

저쪽도 프론디어 쪽을 보고 있었다. 애초에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간 꼴이다.

퀴니에는 앞으로 나섰다.

“자, 이번 임무는 상급생이 하급생을 가르치는 거였으니까, 프론디어는 물러서요.”

“전 전투에서의 팀워크도 배울 줄 알았는데.”

“그건 다음 시간에.”

콘스텔에서 앞으로 프론디어가 걸어갈 길은, 그 대부분이 퀴니에가 이미 걸었던 길.

팀이 되어 같이 싸우게 되는 건 조금 더 나중 일이다. 애초에 지금은 포지션도 맞지 않고.

“보는 것도 배우는 거예요.”

그 말에 프론디어는 솔직히 고개를 끄덕이며 한발 물러났다. 그걸 확인하고 퀴니에는 조금 더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에드윈은, 거기 가만히 있었다.

‘……좋겠다.’

그는 프론디어에 대해 생각했다. 보자마자 그 외모에 놀랐다.

프론디어의 평판과 인식 때문에 가려지기 쉽지만, 프론디어의 외모는 상당히 준수하다.

그저 잘생긴 것만이 아니다. 마치 ‘귀족’이라는 인간의 외모는 이래야 한다는 듯이, 얼굴 자체에 품위와 기품이 느껴진다.

거기에 늘 나른한 얼굴이 겹쳐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거기다 로아흐라는 명문가.

프론디어의 형인 앗지에도 어마어마한 괴물이지만, 에드윈은 앗지에한테는 별반 아무 생각이 없었다.

퀴니에보다도 선배이고, 이미 콘스텔을 졸업했으니. 게다가 그 실력을 직면한 적이 없다.

하지만 프론디어는 다르다.

언제나 수업 때 잠만 자고 졸린 눈에 나른한 표정 때문에 ‘인간늘보’라는 멸칭이 붙긴 했어도. 그 이후의 행적은 인상적이다.

미스틸테인 회의 때의 언행 또한 그렇다.

그건 누군가는 무모하다 말했지만, 결과만 보고 해석한다면 충분히 용기 있는 행동이었고 의미가 있었다.

게다가 조금 전 보여준 추적술까지.

분명 고위 신의 조업이겠지.

‘내가 저랬어야 하는데.’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가문의 몰락을 막을 수 있었을까.

프론디어는 에드윈이 부러워할 만한 것을 갖고 있었다.

만약 베헤르티오가 몰락하지 않았다면,

에드윈이 조금이라도 ‘귀족’으로서 오롯하다면-

“에드윈!!!”

그 고함에 에드윈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퀴니에의 목소리가 오른쪽에서 들렸다.

언제 싸우는 자리가 옮겨졌지?

그가 서둘러 시선을 옮기자, 핏발이 선 눈으로 그를 덮치는 곰의 체적이 들어왔다.

우오오오-!

“……아.”

들려오는 곰의 울부짖음이 멍하다.

검, 손에 쥐었던가. 허리에 있나, 등에 매달고 있었나? 뽑을 시간이 없다. 애초에 막을 시간이 없다. 아니 피할 시간조차.

어, 이거.

살 수 있는 상황이──

턱, 그의 어깨를 누군가 붙잡았다. 균형이 기울었다. 다리가 붕 뜨고 하늘이 어지럽다.

부웅, 휘두르는 곰의 앞발이 에드윈의 코끝을 스쳤다.

“프론, 디어-”

뒤로 날려진 에드윈의 눈에는 프론디어가 보인다. 그가 자신을 뒤로 잡아당겼다.

그러나 곰의 공격은 멈추지 않는다. 곰의 몸에는 자잘한 상처가 있고, 핏발 선 눈은 앞에 뵈는 게 없다.

아마 퀴니에가 입힌 상처일 터.

“흡!”

프론디어는 곰의 다음 공격보다 빨리, 단검을 던졌다.

까앙!

그 단검을 놀랍도록 정확하게 곰의 미간을 향했으나 앞발에 가로막혔다.

운이 없었다. 곰이 아무렇게나 휘두른 발톱에 막혔으니.

‘위험해.’

퀴니에가 서둘러 부채를 뻗었다.

그러나.

크어어어어어-!

레드베어의 울부짖음.

공기를 떨게 하는 그 괴성에 퀴니에의 손이 순간 굳었다.

바로 근처에 있는 에드윈은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푸욱!

그런데, 바로 그 순간에 단검이 곰의 왼쪽 눈에 박혔다.

그 공포의 함성 속에서 프론디어만은 일체의 허튼 움직임이 없었다.

두 번째의 단검을 레드베어의 괴성 한중간에 쏜 것이다.

마치, 레드베어가 울부짖을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저,”

저게 뭐야.

인간이 저 정도로 침착할 수 있나?

곰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그 움직임이 둔해졌다.

그걸로 끝이었다. 퀴니에가 목숨을 끊어내기 너무도 충분한 시간.

퍼버벅-

부채의 끝에서 쏘아진 6개의 칼날이 곰의 몸에 수직으로 꽂혔다.

6개 전부가 치명상이고, 저 중 적어도 2개는 각기 하나만 맞아도 죽기 충분했을 것이다.

레드 베어는 한순간에 절명해, 한참 동안 서 있다가, 한참 동안 쓰러졌다.

쿠궁, 지진 같은 무너짐과 함께 풀잎이 크게 들썩였다. 팔랑거리는 나뭇잎들 앞에서 퀴니에가 서둘러 달려왔다.

“에드윈, 프론디어! 괜찮아요?”

“아, 네. 괜찮습니다.”

태연한 프론디어의 목소리.

그가 에드윈에게 다가와 어느새 쓰러져 있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친 건 아니죠?”

“……어, 응.”

에드윈은 그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프론디어는 에드윈을 일으켜 세운 뒤, 퀴니에와 방금의 전투에 대한 피드백을 나눴다.

그동안.

프론디어를 바라보는 에드윈의 눈에 알 수 없는 짜증과,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스며들었다.

* * *

합동임무가 끝난 뒤,

콘스텔의 개인 연구실.

“말씀하신 비품은 여기 두겠습니다.”

“어머, 에드윈. 늘 고마워.”

에드윈은 각종 물품이 가득 든 상자를 책상 위에 올렸다.

그에게 심부름을 시킨 빈키스 교사는 연구에 바빴다.

빈키스는 지극히 연구원다운 사람이다. 아주 좋게 표현하자면 그렇다.

곧이곧대로 말한다면, 그녀는 연구에 미쳐 있다.

그녀는 소환사다.

그 재능은 ‘관찰’에 특화되어 있어, 다른 이들의 기술을 보고 기억해 자신의 소환수에 적용시킨다.

소환의 구조는 ‘골렘’.

빈키스 교사 스스로 조립하고 구축하는 소환수이기에, 타인의 기술을 모방하는 것이 가능하다.

빈키스는 현재 골렘을 하나 제작 중이었다.

이번에는 소환이 아니다.

그 자체로 기동하는 순수한 골렘을 제작 중이다.

“전에 보던 것과 좀 다르네요.”

“응, 이번엔 메탈 골렘이야.”

메탈 골렘. 즉, 금속이다.

헤파이스토스의 사랑을 받는 에드윈에게, 너무나도 친한 물질. 거기다 골렘까지.

에드윈이 빈키스를 보았다.

“이거 설마, 절 위해서?”

“음, 뭐어. 메탈 골렘의 실물을 보고 싶었다고 했잖니? 지금까지의 감사를 겸해서.”

빈키스 교수는 멋쩍은 듯 웃었다.

그녀는 실제로 에드윈에게 많은 고마움을 느꼈다. 에드윈의 조력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신력이 있는 그는 금속과 불, 골렘에 대한 뛰어난 재능을 보여, 오히려 빈키스가 조언을 받는 경우도 많다.

에드윈은 감동한 채 멍하니 골렘을 보았다.

그러다, 그 골렘의 옆에 그 거대한 크기에 어울리는 거대한 창을 확인했다.

“이 골렘은 창을 쓰는 건가요?”

“응. 저번에 내가 직접 앗지에가 창을 쓰는 걸 봤잖니. 그걸 보고 엄청 감명받아서 말이지.”

그 말에 에드윈이 주먹을 꾹 쥐었다.

또, 앗지에.

앗지에, 프론디어.

로아흐 가문이 요즘 자꾸 그의 신경을 긁는다.

에드윈의 검술은 평범한 수준이다. 애초에 재능이 그쪽에 있지 않으니, 오히려 2학년 평균은 된다는 게 놀라운 것이다.

에드윈은 생각했다. 그가 아무리 노력하고, 죽는 날까지 검에 매진해도, 앗지에 수준으로 무기의 달인이 되진 못할 거라고.

그렇다고 그에 절망을 느끼진 않는다. 애초에 에드윈은 전투에 별로 관심도 없고, 금속 주조와 골렘이 그의 특기 분야다.

그러나 골렘은, 그걸 만드는 시도를 하는 것만 해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몰락 귀족인 그에게는 그 자금이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에드윈은 메탈 골렘을 가만히 보았다.

‘돈이 있었다면, 나도 이 정도의 골렘을 만들 수 있을까?’

그저 그런 생각으로 골렘을 보다가,

‘어?’

에드윈은 그대로 못 박은 듯 멈췄다.

헤파이스토스의 신력을 받은 그의 눈에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이 골렘의 구조가 한눈에 보였다. 관절부, 가동구, 핵, 마나 회로까지 전부.

‘……이 골렘.’

그리고 그의 눈에 보여지는 많은 미완성의 흔적들. 그 흔적 중 하나가, 그의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아직 주인이 없어.’

반드시 명령을 따라야 하는 골렘은, 그 설계에 주인을 지정하는 술식을 새겨야 한다.

그 자리가 지금 공란이다.

……즉, 그럴 마음만 먹으면 에드윈이 주인이 될 수도 있다.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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