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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9

18. 약혼관계 – 해피엔딩?

레나의 치료가 끝나고, 귀환명령을 받은 두 사람은 전에 행군했던 길을 되짚으며 돌아갔다. 전공으로 얻은 포상금 덕분에 여유롭게 갈 수도 있었지만, 레나는 귀향을 서둘렀다.

그렇게 레나와 레오는 에이브릴 성을 떠난 지 8개월 만에 패잔병과 같은 우울함을 안고 되돌아왔다.

레나의 부모님은 팔이 떨어진 딸을 안고 펑펑 울었다. 살아 돌아와 줘서 고맙다며 그녀를 끌어안고 놔주질 않았다.

이때만큼은 데호르만도 눈물을 감추지 않았고, 레나도 그동안 참았던 설움을 모두 쏟아냈다.

노엘 덱스터는 레오를 가만히 안아줬다.

눈물도 없었고 따뜻한 말도 없었지만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엄지손가락이 날아간 아들의 손을 아무렇지 않게 잡았다.

그날 저녁, 두 가족은 함께 모여 밤새도록 술잔을 기울였다.

대화는 그동안 에이브릴 성에서 있었던 일이 주제가 되었다.

전쟁터에서의 이야기는 묻지도 않고, 꺼내지도 않았다.

* * *

다시 에이브릴 성에서의 일상이 시작됐다.

레오는 명예기사가 된 것을 성주에게 알리고 연금을 받았다. 풍족하진 않지만 끼니 거를 걱정은 없는 액수가 보장되었다.

처음 며칠 동안 레나와 레오는 습관처럼 집 뒤편 공터를 찾았다.

둘은 그곳에 멀거니 앉아 시간을 보냈다.

레나가 벌떡 일어났다.

“한손검이라도 들어볼까?”

“나도 한손검에 방패를 연습해볼까 했는데. 한번 해볼래?”

“야. 무슨 방패야. 그럼 내가 완전 불리하잖아. 방패 빼고 해.”

둘은 한손검을 들고 마주했다.

하지만 한손검은 양손검과 전혀 달라서 두 사람은 영양가 없는 교환만 나누었다.

레나는 한동안 연습해보더니 검을 던져버리고 울었다.

레오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감싸 안았다. 서럽게 우는 레나에게 해줄 말이 없었다.

팔을 잃은 레나는 기사도 공주도 될 수가 없었다.

한쪽 팔로는 사냥도 무리였다.

아이나르 부족에서는 정기적으로 사냥에 참여하지 않으면 전사로 인정받지 못해서, 그녀는 이제 전사 취급도 받지 못했다.

레나는… 이제 부족의 평범한, 한쪽 팔이 없는 아가씨에 불과했다.

검을 던져버린 그 날 이후로 레나는 공터를 찾지 않았다.

레오는 혼자서 한손검을 연습해봤다. {검술} 능력이 한손검에도 적용되는 모양인지 적응이 빨랐지만, 왼손으로 휘둘러야 해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양손검도 다시 잡아봤지만 금방 그만뒀다.

휘두를 정도는 되지만 엄지손가락이 없는 상태로 연습하면 나쁜 버릇이 생길지도 몰랐다. 검사에게 나쁜 버릇은 치명적이다.

그래서 두 가지 검을 모두 내려놓고 방패나 만지작거리고 있을 무렵, 레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공터가 보기 싫은지 밖으로 나오지 않고 항상 안에서 그를 불렀다.

“레오! 들어와서 이거 먹어봐!”

레나는 어머니께 요리를 배우며 종종 자기가 한 요리를 레오에게 먹어보라 내줬다.

레오는 어깨에 내린 첫눈을 톡 털어내고 들어가 요리를 받았다.

질긴 힘줄을 오드르 열매 소스에 오랫동안 끓여 말랑하게 만든 것을 토마토를 닮은 채소와 함께 익힌 요리였는데, 냄새는 그럴듯했다.

“어때?”

“맛있는데? 진짜 많이 늘었구나.”

그렇게 맛있지는 않지만, 처음과 비교하면 월등히 나아졌다. 하지만 레나는 마뜩잖다는 듯이 포크를 휘적거렸다.

“흠… 난 칭찬할 정도로 맛있지는 않은데.”

“…이만하면 맛있는 거야.”

“레오, 너 자꾸 거짓말할래?”

“미안. 그래도 먹을만해. 진짜야.”

“그래? 다행이네.”

식탁에는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남았다.

레나는 한 손으로 버겁게 식사를 했고, 레오는 접시를 싹싹 비우고 그녀가 식사를 마치기를 기다렸다가 말을 걸었다.

“레나.”

“왜?”

“우리 결혼하자.”

레나는 말없이 빈 접시를 챙겼다.

“레나. 대답해줘.”

“난… 싫어.”

“왜?”

“이런 꼴로 결혼하고 싶지 않아.”

레오는 접시를 들고 도망가려 하는 그녀의 어깨를 붙들었다. 레나를 돌려세우고 입을 맞추자 접시가 와장창 떨어졌다.

키스하면서 그녀의 하나뿐인 손을 잡고 깍지를 꽉 끼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나랑 결혼해줘.”

“…나 같은 팔 병신 데려가서 뭐 어쩌려고.”

“무슨 상관이야.”

레오는 레나를 번쩍 안아 들고 방으로 향했다. 그녀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내리고 다시 입을 맞췄다.

“……”

“……”

그녀의 옷고름을 풀려 했지만, 오른손 엄지가 없어서 쉽지 않았다. 그는 기어이 왼손으로 어색하게 풀었다.

그 사이, 레나는 한 팔로 그의 옷을 벗기려다 이내 포기하고 레오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병신들이 섹스하네.”

“자꾸 그런 식으로 말하면 화낸다. 레나는 레나야.”

그는 나체가 된 레나를 껴안았다.

* * *

레나와 레오는 이듬해 봄에 결혼했다.

결혼식에는 아이나르 부족원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에이브릴 성에 소속된 기사들과 몇몇 병사들도 찾아왔다. 성주님도 얼굴을 비쳤다.

아이나르 부족의 관례대로 신랑 측에는 레오 덱스터의 이름이 크게 걸렸고, 신부 측에는 레나 아이나르의 이름이 적혔다.

두 아버지가 눈물을 글썽이고, 되려 어머니가 담담한 가운데, 사제가 엄숙히 한 부부의 혼인을 선언했다.

“레오!”

레오는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레나를 마지막으로 와락 껴안았다.

하객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가장 행복하고 축복받은 순간, 모든 게 사라졌다.

[ 레나가 결혼했습니다. 축하합니다! ]

[ 레나 키우기를 플레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레나 아이나르 ]

[ 최종직업 : 요리사 ]

[ 결혼 상대 : 레오 덱스터 ]

[ 레오 덱스터 ]

[ 최종직업 : 명예기사 ]

[ 결혼 상대 : 레나 아이나르 ]

[ 약혼관계 엔딩 : 에이브릴 성의 평화 ]

– 에이브릴 성에서 태어난 레나 아이나르는 행복한 유년기를… (중략) …간의 전쟁에 참전한 레나는 벨리타 왕국 제2 기사단의 기사 카트리나를 처치하는 전공을 세웠다. 팔에 부상을 입은 레나는 귀향해 레오 덱스터와 결혼하고 작은 음식점을 차렸다. 이후 세 명의 아이를 낳고 행복한… –

– 수도 바르나울에서 태어난 레오 덱스터는 행복한 유년기를… (중략) …간의 전쟁에 참전한 레오는 벨리타 왕국 제2 기사단의 기사 데로스를 처치하는 전공을 세웠다. 손에 부상을 입은 레오는 귀향해 레나 아이나르와 결혼하고 에이브릴 성의 명예기사가 되었다. 자주 사냥을 다니며 행복한 가정을… –

익숙한 검은 공간에서 레나의 사진이 떠올랐다.

오른팔이 없는 아름다운 신부다.

그녀는 어느 때보다도 밝게 웃고 있었다.

레오는 레나와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을 글로 채웠다.

다행히 결혼하고 잘 살았나 보다.

레오의 정신은 아쉬움과 만족감을 느끼면서 서서히 흩어졌고, 민서의 정신이 또렷해졌다.

‘어찌어찌 해피엔딩을 보긴 봤네..’

레나를 행복하게 해줬고 소득도 있었다.

전쟁을 경험해봤고 카트리나를 잡아 지난 레나에 대한 복수도 했다.

몇 가지 업적도 쌓았다. 병사와 기사를 상대로 더 강해졌고, 왕자들에게 작은 호감을 얻게 됐다.

레나와 결혼을 미루고 몇 년 동안 다른 것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레오는 물론 민서도 그러고 싶지 않았다.

팔과 함께 꿈을 잃어버리고 우울한 레나를 ‘다음’ 시나리오를 위해 내버려 두는 건 인간이 할 짓이 못됐다.

민서는 레나와 결혼한 걸 후회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쨌건 그녀를 공주로 만들지는 못했다. 그건 현재 내 능력 밖의 일이었다.

다친 카트리나도 합공해서 간신히 잡았다.

그마저도 레나가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서 잡을 수 있었던 것이지, 그녀가 카트리나를 넘어뜨리지 못했다면 둘 다 죽었을 거다.

레나는 위태로운 순간에 눈부신 투지를 보였다. 포상은 내가 아니라 레나가 받았어야 했다.

민서는 점점 ‘레나’라는 사람에게 애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부모님과 채하가 그리운 것과는 별개로 그녀에게 행복한 삶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 레나 키우기를 클리어하지 못하셨습니다. ]

[ 레오, 당신은 레나와 합공해 압도적으로 강한 상대를 쓰러뜨렸습니다. 그 업적으로 {합격술} 능력을 드립니다. ]

[ 다시 시작됩니다. ]

벨리타 왕국의 수도 오르빌을 가로지르는 영상이 끝나며 민서는 다시 레오가 되었다.

레나와 레오는 전과 마찬가지로 거지꼴을 하고 골목에 쪼그려 앉아있었다.

극심한 허기가 레오를 덮쳤다. 동생은 갈망이 어린 표정으로 바닥의 구정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오빠… 나 배고파… 목도 말라…”

전과 달리 주머니가 무거웠다. 주머니에는 은화 여덟 개와 동화 다섯 개가 들어있었다.

{초기 자금}이다.

“레나야. 밥 먹으러 가자.”

레오는 레나를 일으켜 세웠다.

동생의 연약한 손을 잡으니 괴로운 기억이 되살아났다. 동생의 잦아드는 숨소리에 어찌할 줄 모르고 이 작은 손을 붙든 채 발악했던 지옥 같은 밤.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레나는 쓰레기통을 뒤지러 가는 줄 알고 지친 표정을 지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빠가 물을 떠 오지도 못했고, 비가 갑자기 쏟아져서 새벽에 쓰레기통을 뒤지지도 못했다.

레나가 알기엔 새벽 시간이 지나면 먹을 게 없었다.

오빠는 내 손을 잡고 골목길을 벗어났다. 시장통으로 나오니 온갖 음식 냄새가 코를 괴롭혔다.

‘저렇게 먹을게 쌓여있는데… 어?’

오빠는 성큼성큼 한 닭고기 집으로 향했고, 덩치 큰 아저씨가 방망이를 들고나와 앞을 가로막았다.

“야. 좋게 말할 때 저리로 가라.”

레나는 무서워서 오빠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오빠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붙든 손을 살짝 흔들었다.

“이걸로 뭘 좀 사 먹을 수 있을까요?”

오빠가 주머니에서 갈색 금속 두 개를 꺼내 들었다.

“어이쿠. 손님이었구나. 닭고기 포장해줄까?”

“먹고 갈 수는 없을까요?”

“먹고 가는 건 좀 더 비싼데?”

오빠는 주머니에서 동화를 몇 개 더 꺼냈다.

“흐음. 몰골이 이래서야 들여보내긴 좀 그렇긴 한데… 뭐, 지금은 손님도 없으니까. 들어와라.”

레나는 얼떨떨하게 따라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역시 우리 오빠는 대단해!

“오빠, 그런데 그건 어디서 난 거야?”

“주웠지. 비상용으로 가지고 있던 거야.”

“그게 돈이라는 거야? 전에 오빠가 뭐든지 살 수 있는 거라고 했던 거 맞지?”

“응.”

“그걸로 집도 가질 수 있어?”

“집은… 이런 게 많이 필요해.”

“얼마나?”

“엄청나게 많이 필요해서 아직은 무리야.”

“어디서 주울 수 있는 건데?”

“……”

동생은 교육을 거의 못 받은 모양이다.

‘빨리 돈도 모으고 안전도 확보해서 교육부터 해야겠는데… 이 시나리오는 초반이 너무 힘드네.’

이 시나리오의 레나는 너무 예뻐서 안전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으면 밖에 내보낼 수 없었다.

그럼 가정교사를 불러야 했는데, 이 시대는 귀족들만 가정교사를 썼고, 당연히 엄청나게 비쌌다.

‘아니지. 귀족들은 저명한 학자를 불러서 가르치니까 그런 거고… 적당한 선생님 정도면 비싸진 않으려나?’

그때, 레오가 주문한 삶은 닭고기가 잘게 잘려 나왔다. 양념이 들어간 구운 닭고기는 값이 비싸서 돈을 아끼기로 했다.

레나는 허겁지겁 연한 닭고기 살을 뜯었다. 레오는 그 모습을 보면서 고민에 잠겼다.

‘일단 공주는 둘째치고 생존을 우선해야겠다.’

초반에 뭘 좀 해보겠다고 설쳤다간 지난 소꿉친구 시나리오처럼 레나가 잡혀가 버릴 가능성이 컸다. 그는 닭다리를 뜯으며 지금껏 얻은 것들을 찬찬히 되새겼다.

시나리오 보상으로 {사냥}과 {검술} 능력, {초기 자금}, {뒷골목의 규칙} 정보, {합격술}을 얻었다.

그리고 업적은…

[ 업적 : 레나와의 첫 만남 – 레나는 레오에게 높은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

[ 업적 : 첫 살인 – 레오가 살인의 죄책감을 덜 받습니다. ]

[ 업적 : 병사 열 명 – 병사를 상대할 때 더 강해집니다. ]

[ 업적 : 기사 한 명 – 기사를 상대할 때 더 강해집니다. ]

[ 업적 : 왕자와의 첫 만남 – 모든 왕자로부터 미약한 호감을 얻음. ]

[ 업적 : 아놀프 드 클라우스를 만남 – 클라우스 왕가를 섬기는 모든 귀족에게 미약한 호감을 얻음. 아놀프 드 클라우스에게 미약한 호감을 얻음. ]

…을 얻었는데 너무 적었다.

심지어 당장 쓸모있는 것은 {검술}과 {초기 자금}, {뒷골목의 규칙}뿐이었다.

내 능력이 너무 모자라다.

지난 약혼관계 시나리오에서도 느꼈다. 레오 덱스터라는 잘 훈련된 육체를 가지고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전쟁이라는 이벤트가 너무 가혹하기도 했지만, 이번 거지남매 시나리오도 초반 환경이 너무 열악해서 삶이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지금 이 레오의 육체만 해도 영양결핍으로 바짝 마르고 키도 작았다. 무기도 없을뿐더러 당장 멀쩡한 양손검이 있더라도 이 몸으론 깡패 두 명만 붙어도 사투를 벌여야 했다.

그마저도 상대가 방심했을 경우였다. 적이 방심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힘을 빼는 싸움이 이어지면 반드시 진다.

이래서는 레나를 지켜줄 수 없다.

‘이번 시나리오는 해피엔딩을 보는 걸 목표로 하자.’

레오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이 거지남매 시나리오는 사실상 처음 하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지난번엔 단 이틀 만에 레나가 병으로 죽었다. 그러니 한 번에 클리어하겠다는 욕심은 버리는 게 나아 보였다.

동생은 닭고기를 먹다 목이 메는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귀여운 내 동생.

이 레나는 혈육이어서 그런지 다른 레나들에 비해 순식간에 정이 붙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행복하게 해주겠다. 동생에게 안락한 삶을 마련해주고 나는 따로 정보를 모으겠다.

얘가 죽는 모습은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

‘그래도 지난번에 아주 소득이 없었던 건 아니지.’

레오는 당장 찾아갈 곳이 있었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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