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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91

62장 데이트

프론디어는 교무실에서 설명을 전부 듣고 교실로 돌아갔다.

실력테스트를 하려면 아무래도 여러 준비가 필요한 모양이었다. 며칠 뒤에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해서 교무실에 있었던 인원들은 모두 되돌아갔다.

‘그럼 곧장 셀레나에게 가볼까.’

프론디어는 이전의 약속대로 셀레나와 함께 옷을 사러 가기로 했다. 아마 테르스트 백화점을 가겠지만 필요하다면 다른 곳도 둘러볼 생각이다.

‘옷을 산다고 했지만 생각보다 어려워.’

셀레나에게 사줄 옷은 단순한 패션의 문제가 아니다.

지나치게 몸매를 드러내는 옷 대신이기도 하지만, 대신할 옷이 기존에 입던 옷보다 뒤떨어진다면 안 사느니만 못하다.

셀레나의 옷은 기본적으로 전투복이니까.

‘단순히 좋은 옷을 찾고 싶은 거라면 공방과 분석을 적절히 사용하면 되지만, 결국 셀레나에게 맞아야 하니까.’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드르륵-

프론디어는 교실 문을 열었다.

“셀레나, 기다렸지?”

“아, 프론디어 님.”

프론디어는 셀레나를 보고 가까이 다가갔다. 옆에는 사이벨도 있었는데, 프론디어를 보고서는 뻣뻣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 어! 프론디어! 안녕? 잘 지냈어?”

“……아침에도 인사했었잖아.”

“인사는 많이 할수록 좋은 거지!”

그런가? 뭐 그게 사이벨의 가치관이라면야.

“그럼 가자, 셀레나.”

“예.”

프론디어의 말에 따라 셀레나가 자리에 일어섰다.

그걸 본 사이벨이 멍하니 말했다.

“지, 진짜 같이 가는구나…….”

“응? 아, 셀레나가 얘기했나 보구나.”

프론디어의 말에 셀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프론디어가 이해한 것과 셀레나가 사이벨에게 전달한 내용은 다소의 차이가 있으나, 프론디어가 알 턱이 없었다.

“그, 프론디어.”

“응?”

“어, 얼마나 있을 거 같아?”

사이벨의 물음에 프론디어가 잠시 생각했다.

아까도 비슷한 고민을 했었다. 그렇기에 대답은 금방 나왔다.

“꽤 오래 있을 거 같은데?”

좋은 옷을 고르고, 셀레나에게 맞는지 알아야 하니.

“오, 오래?”

“응. 돈도 꽤 쓸 거 같고.”

셀레나의 옷을 함부로 고를 순 없으니.

프론디어는 그렇게 말하곤 손을 흔들며 떠났다. 물론 셀레나와 함께. 셀레나는 사이벨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 뒤 프론디어의 뒤를 따랐다.

팔랑팔랑, 사이벨은 멍하니 손을 흔들며 프론디어를 배웅했다.

그 뒤, 스파크가 튀는 듯한 눈빛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사이벨의 등 뒤에는 좀 전에 교무실에서 돌아온 학생들이 있었다.

사이벨의 타오르는 눈빛이 그중 특히 엘로디, 아텐에게 향했다.

“둘 다, 들었지?”

…….

“데이트?”

사이벨의 설명을 듣고 엘로디의 인상이 자연히 찡그려졌다.

데이트와 프론디어라니. 세상에서 가장 안 어울리는 두 단어다.

“그래! 프론디어 녀석, 자기가 고용한 호위랑 데이트를 하려고 한다니까!”

“하려고 한다니, 이미 하러 갔잖아.”

“윽, 그, 그렇지.”

사이벨이 호들갑을 떠는 것에 비해 엘로디는 한결 냉정했다. 잠시 생각해 본 엘로디가 말했다.

“넌 그거 누구한테 들었어?”

“응? 셀레나에게 들었는데.”

“셀레나가 스스로 데이트라고 말한 거라면, 걔가 데이트 신청을 받아들인 거잖아. 딱히 문제될 건 없을 거 같은데…….”

엘로디의 말에 사이벨은 입을 오물거렸다.

사이벨은 딱히 프론디어가 무슨 문제를 저지를까 봐 걱정하는 건 아니다. 단순히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뿐.

듣고 있던 아텐이 고개를 갸웃했다.

“저어, 데이트라는 건 그, 남녀가 밥을 먹거나 쇼핑을 하거나 하는 일환이죠?”

“그렇지.”

“나들이 같은 거군요?”

갑자기 상당히 건전적인 것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사이벨이 고개를 붕붕 저었다.

“아냐, 아텐. 데이트라는 건 말야. 연인들이 하는 거라구.”

“연인…….”

그 단어를 잠시 곱씹다가, 아텐의 눈이 커졌다.

“그러면 프론디어 씨와 셀레나 씨가 현재 연인이라는……!”

“그, 그건 아직 모르겠지만, 연인이거나 앞으로 연인이 될 예정인 사람들이 하는 게 데이트야!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는 거지!”

“그렇군요…….”

그 말을 듣고 아텐은 잠시 생각했다.

프론디어와 셀레나. 호위 받는 사람과 호위. 그 관계상 같이 붙어 있는 시간이 길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겨울방학 동안에는 콘스텔 학생 중 셀레나가 가장 가까이 있었으니, 연인 사이로 발전할 수도 있겠지.

……그렇구나. 연인이라.

“그래서 어떡하려고? 미행이라도 하게?”

엘로디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물론 진심으로 묻는 것이 아니었으나.

“응!”

사이벨의 대답은 더없이 쾌활하고 명료했다. 하, 엘로디의 어이없음이 두 배로 상승했다.

사이벨이 프론디어를 미행한다고 뭐가 어떻게 되진 않겠다만, 그리 떳떳하지 못한 일인 것은 분명하다. 엘로디는 반 친구가 반 친구를 미행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프론디어와 셀레나가 데이트를 한다는 그 사실에는 엘로디도 적잖이 신경 쓰이긴 하나, 딱히 방해를 하고 싶은 건 아니므로.

“아텐, 너도 뭐라고 좀 해봐. 미행이라니, 좀 그렇잖아?”

엘로디의 말에 아텐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사이벨.”

이럴 때는 역시 공과 사를 확실히 지켜주는, 제국의 황녀님께서 나설 때다.

“혼자선 힘들겠죠. 저도 같이 가죠.”

아니었다.

제국의 황녀님은 아무 쓰잘데기가 없었다.

“아텐……. 너까지 미행하겠다고? 왜?”

“그 두 사람이 정말로 연인인지 확인해야겠습니다.”

“확인해서 뭐하게?”

“……뭘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아텐은 고개를 저었다. 하얀 머리카락이 그만큼 부드럽게 어깨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냥, 확인하고 싶어요.”

“……에휴.”

엘로디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머리가 바삐 회전했다.

사이벨이 혼자 미행하는 경우.

이거는 차라리 낫다. 왜냐면 사이벨은 ‘대체로 일이 잘 풀리는 경향’이 있으니까. 이 경향이 남들보다 말도 안되게 강해서, 설령 미행이라도 크게 걱정은 되지 않는다.

최소한 들키더라도 큰 문제 없이 빠져나올 수 있을 거다.

문제는 아텐이다.

아텐은 미행 같은 거 해본 적이 없을 거 같고, 보기와는 다르게 허당기가 있다. 언제 뭘 실수로 어떻게 들켜도 이상하지 않다.

……어쩔 수 없지, 참으로 내키지 않지만.

“좋아. 그럼 나도 갈게.”

엘로디가 결정을 내렸다.

억지로 막는다고 막아질 애들도 아니고.

최소한, 창피는 당하지 않게 해둬야지.

* * *

테르스트 백화점으로 향하는 동안, 프론디어는 셀레나에게 개인장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아시겠지만 저의 주 무기는 바늘입니다. 물론 옷을 만들 때 사용하는 그 바늘과는 종류가 다릅니다. 손 전체로 쥘 수 있을 만큼 길고, 또 단단하죠.”

프론디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셀레나의 바늘은 아주 가까이서 본 적이 있다. 셀레나가 프론디어를 협박하기 위해 아예 대놓고 목에 겨누기까지 했으니.

“바늘은 손목, 허벅지, 왼쪽 허리춤, 발목 뒤에 수납합니다. 수량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많다고 해서 무게에 큰 영향을 주지도 않고요.”

“지금 말한 순서, 가장 먼저 사용하는 순서라고 봐도 되지?”

“정확합니다. 다만 손목에 수납하는 건 긴급할 때 즉각적으로 사용하기 위함이고, 허벅지와 왼쪽 허리에 가장 많은 수량이 들어갑니다. 옷의 종류에 따라 손목에는 착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매가 없거나, 지나치게 좁은 옷들 같은 거?”

프론디어의 질문에 셀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을 들은 프론디어가 다른 의문이 떠올라 물었다.

“남은 수량은 어떻게 확인하지? 전투가 길어지면 바늘을 계속 사출할 테고, 그럼 어느 순간 부족해질 수도 있잖아. 눈으로 잔량을 확인할 수 있게 조치해 두는 건가?”

“아닙니다. 무게로 판단합니다.”

셀레나는 손목을 들었다. 교복의 긴 소매 안쪽, 손목 아래에 바늘을 담은 수납함이 장착되어 있었다.

“지금 이 손목에 정확히 24개 들어있습니다.”

“바늘 하나 분량의 무게를 감각으로 잴 수 있는 거야?”

“예. 그래서 옷은 최대한 가벼운 게 좋습니다. 무게를 착각하지 않기 위해서요.”

“콘스텔 교복은 괜찮아?”

“이 정도는 문제 없습니다. 다만 소매와 허리에는 다소의 손질을 해두어야 합니다. 수납공간이 부족하기에.”

셀레나는 말하면서 프론디어에게 교복 소매 안쪽을 보여주었다. 확실히 프론디어가 입은 것보다 소매의 폭이 넓었다.

“바늘은 언제나 4의 배수로 장착시켜 둡니다. 손으로 쥘 때 정확히 4개씩 사출됩니다.”

“엄지부터 소지까지, 전부 한 번에 쥐는 거구나.”

셀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프론디어는 셀레나가 앙페르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앙페르가 보낸 살기에 놀라 뒤로 물러서며, 양손에 바늘을 쥐고 전투태세를 완료했던 그녀. 그 신속한 움직임의 비밀 하나를 알게 된 기분이다.

“그러면 옷을 고를 때 중요한 건, 바늘의 수납을 감출 수 있는 넓은 폭의 옷인가. 덧붙여 내구도가 좋아야겠군. 아무리 숨긴다 해도 옷이 찢어져 버리면 아무 의미도 없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셀레나의 옷은 굉장히 과감했으나, 바늘을 숨겨야 할 부분은 확실히 가리고 있었다. 그녀의 몸매에 시선이 먼저 들어오니까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다.

‘굳이 몸매를 드러낼 목적이 아니라면, 옷을 고르는 것은 오히려 쉬워지겠어.’

생각을 정한 프론디어가 말했다.

“좋아. 우선은 내가 먼저 옷을 고를 테니,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정해.”

“……프론디어 님께서 옷을 고르신다고요?”

셀레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프론디어가 옷에 일가견이 있어 보이진 않았기에.

그러나 사실, ‘일가견’에 관해서라면 프론디어를 능가할 사람이 얼마 되지 않는다.

“걱정 마. 최고의 옷을 고를 테니.”

백화점 문을 열고 들어가는 프론디어의 얼굴은 자신만만했다.

* * *

“……잘 안 들려.”

사이벨이 눈을 가늘게 하고 먼 발치서 프론디어의 모습을 살폈다.

둘이 꽤 많은 얘기를 나누고는 있지만, 뭐라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

“엘로디, 더 가까이 가면 안돼?”

“이것도 이미 엄청 무리해서 접근한 거라고.”

엘로디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방음 마법 ‘바람 속삭임’, 접근 방해의 결계, 인식 저해 마법까지 삼중으로 겹쳐둔 엘로디 특제 은폐술이다.

이 정도로 정성을 들이면 웬만한 사람은 바로 옆을 지나가도 모르지만, 엘로디는 이 이상 접근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왠지 들킬 것 같단 말이지.’

특히 셀레나. 엘로디가 봐온 셀레나는 어마어마한 감각의 소유자다. 셀레나라면 마법이 문제가 아니고, 그녀의 육감이 먼저 엘로디의 기척을 눈치챌지도 모른다.

“……들리진 않지만, 뭔가.”

가만히 보고 있던 아텐이 입을 열었다.

“응?”

“저 둘이 저렇게 다정했었나요?”

아텐은 프론디어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녀가 기억하기로, 셀레나를 볼 때의 프론디어는 언제나 엄격한 얼굴이었다. 고압적이고 권위적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였다.

그건 고용주이기에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아주 기이한 일처럼 보이기도 했다.

신뢰를 쌓아야 할 호위에게 의심과 경계, 나아가서는 적의의 눈빛까지 보이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프론디어는 다르다.

셀레나를 보는 눈빛이 따뜻하다. 그에 셀레나의 표정도 한결 부드러운 것 같고.

“아, 들어간다. 백화점이야.”

“뭘 사려는 걸까요?”

“모르지. 하지만 무지막지하게 데이트 같잖아.”

사이벨과 아텐의 대화는 제3자가 듣기엔 다소 멍청해 보이는 감이 있으나 틀린 말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안에 들어가면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거야. 사람과 엄폐물이 많은 곳이니까.”

“그, 그렇지.”

약간의 텀을 두고, 그들은 천천히 백화점의 문을 열었다.

* * *

“……정말로 보는 눈이 있었군요, 프론디어 님.”

“그렇다니까.”

“쓱 훑어보고 대충 아무거나 집어오는 건 줄 알았는데.”

“처음 보면 다들 그렇게 말하지.”

셀레나는 프론디어가 가지고 온 옷을 볼 떄마다 감탄했다. 재질이며 디자인, 셀레나가 입어야 할 옷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굉장히 훌륭한 물건들이었다.

“고민되네요. 뭘 사야 할지.”

“여기서 고민하지 말고, 일단 입어봐.”

“……입어보라구요?”

“그래야 알 수 있잖아?”

그건 그렇지만.

이런 옷들은 갈아입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기능성도 여러모로 체크해야 하고.

그동안은 프론디어를 계속 기다리게 하니, 셀레나로서는 썩 내키지 않았다.

“괜찮아.”

프론디어가 말했다.

“너에게 아낄 것 따위는 없다.”

“…….”

프론디어의 말을 듣고 셀레나는 묘한 것을 떠올려 버렸다.

─프론디어를 점차 좋아하게 되는 듯 구는 것이지.

그건 하글리의 말이었다.

─프론디어가 다음 고대어의 내용을 토해낼 때까지, 그를 사랑하는 연기를 해라. 지금까지는 네가 유혹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프론디어의 유혹에 당하는 것처럼 말야.

─프론디어가 고대어를 알려주지 않는 건 너를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너에게 사랑 받는다고 믿으면 의심도 풀릴 거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의심할 이유가 없으니까.

셀레나는 만곶과 프론디어 사이에 있는 이중스파이에 가깝다.

어느 쪽을 선택하는지는 그녀에게 달렸으며, 아직 셀레나는 그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프론디어의 곁에 있어본 바, 셀레나의 마음은 프론디어에게 크게 기울고 있다.

때문에 하글리의 명에 일일이 따를 필요는 없다. 고대어를 프론디어가 알려주지 않을 것도 아니고.

그렇다. 그렇긴 하나.

‘설령 그 명령을 따른다고 해도.’

점차 좋아하게 되는 듯 굴어라.

그걸 연기로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고 있었다.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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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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