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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91

#191

정착자 (2)

레스크 왕국은 이온 대륙 서부에 위치한 4개의 왕국 연합 중 가장 남쪽에 있는 나라였다.

특이 사항이라면 서부 최대의 식량 생산지라 불릴 만큼 넓은 곡창 지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일까.

작물을 재배하기에 최적인 따뜻한 기후를 가진 덕에, 오랜 세월 농경지를 넓히는 사업에 주력해 일궈낸 성과였다.

‘또 피카올 대신전의 존재도 특별하다 할 만하지.’

300년 전의 2대 불사왕이 쓰러진 자리에 세워진 대신전.

성검을 손에 넣기 위해 하인리히가 방문하기도 했던 그곳은 역사적으로는 물론 종교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곳이었다.

아무래도 대륙 서부의 유일한 대신전이니만큼, 일대의 교구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용사 파티의 일원인 창기사 지오스 칼킨은—.

이 나라에서 무려 백작위를 가지고 있는 귀족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가주님. 그간 소식은 계속 듣고 있었습니다만, 이렇게 무탈하신 모습을 뵈니 한결 마음이 놓이는군요.”

“···그래. 올리버 자네도 그간 고생 많았네.”

“허허허, 이 노인네야 그저 집을 관리하는 게 전부인데 고생이랄 게 있겠습니까. 가주님께서 하시는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글라탄 자작령에 있던 하인리히 일행이 다음으로 도착한 이곳은, 왕국에서도 상당히 변방에 위치한 작은 남작령의 한 마을이었다.

신전의 게이트도 이용할 수 없어서 이세아의 공간 이동으로 올 수밖에 없었던 영지.

이곳이 바로 지오스의 고향이었다.

“이런, 손님분들께 인사가 늦었군요. 저는 이 저택을 관리하는 올리버라고 합니다. 여러분들께서 편히 쉬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불편한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집사 복장의 노년 신사가 일행을 향해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아무리 레스크 왕국이 그리 크지 않은 나라라고는 하나, 백작위 정도 되면 엄연히 고위 귀족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당연히 이렇게 집사가 딸린 별장을 고향 마을에 세운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지오스 님은 백작이라고 하셨죠. 그럼 혹시 영지도 있으신가요?”

숙소를 안내해 준 올리버가 식사 준비를 위해 자리를 비우자, 이세아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그녀도 실력만으로 작위를 얻었다는 점은 그와 같았으나, 당시엔 특별히 공을 세운 것이 없어 영지를 받진 못한 상태였다.

그때는 라일리 황녀도 한창 황태자와 힘겨루기하던 와중이라 따로 챙겨주는 게 어렵기도 했었고.

‘어차피 난 몇 년 내로 지구로 돌아갈 예정이니 이제 와서 영지를 받아도 곤란할 뿐이지만.’

그래도 자신과 비슷한 처지였던 그의 경우는 어땠는지 관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무래도 귀족이 가진 힘의 근간은 영지라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얼마 전에 모든 자산을 정리하고 영주 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지금의 제게, 타인을 책임질 여유는 없으니까요.”

“앗.”

“하지만 이 저택만큼은 도저히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이곳은 제 고향이면서 아내와 만났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영지보다는 이곳에 머물렀지요.”

한 영지의 주인인 영주는 그 권한만큼 의무도 많은 자리였다.

수천, 수만이 넘는 사람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그 생존까지 책임져야 하는 위치.

거기다 그가 받은 영지는 말만 백작령일 뿐, 대부분이 황무지인 열악한 환경이었다.

평화로운 시기에도 여러모로 신경 쓸 것들이 많아 골치 아플 정도였는데, 이 난세에서 영지민들을 지키기 위해선 보통 노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자신의 전부나 다름없던 가족을 잃고 자포자기한 그에게 그런 여유가 남아있을 턱이 없었다.

“으흠흠.”

이세아는 가볍게 헛기침하며 조심스레 그의 눈치를 살폈다.

괜히 아픈 상처를 건드린 것 같아 실수했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그녀의 걱정과는 달리 그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무덤덤할 뿐이었다.

이미 닳고 닳아 더는 표출할 기력도 없다는 듯이.

“물론 이제 와서 그건 아무래도 좋은 일일 뿐입니다. 저희가 굳이 여기까지 온 이유가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 무덤덤한 모습이 그가 모든 감정을 버렸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미 마모될 대로 마모된 마음속엔 허전함만이 가득했지만.

그 와중에도 그를 채찍질하는 강렬한 감정이 남아있었는데—.

공허함 속에서도 선명하게 타오르는 그것, ‘분노’야말로 그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었다.

“아암! 그렇고말고! 우리가 이 먼 데까지 놀러 온 건 아니지!”

“이세계인이라···. 저랑 같은 지구인이면 좋겠네요. 어느 나라 사람이려나?”

“흠, 그럼 식사만 하고 바로 출발해 볼까요? 이왕 이곳까지 왔으니 뭐라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일행들이 냉큼 저마다 한마디씩 하고 나섰다.

그래, 그들이 이 먼 곳까지 온 이유는.

헤스페론이 가진 ‘이세계인만의 특별한 능력’에 취약점을 보인 불사왕의 허를 찌르기 위해.

그에 대해 잘 알만한 이를 찾아 어떻게든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으니까.

***

지오스는 그 고강한 경지 덕에 상당히 젊어 보이는 외견을 하고 있었지만, 엄연히 40대에 접어든 파티 내 최연장자였다.

‘뭐,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긴 하지.’

사실 온갖 보정과 스킬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성장하는 각성자들이 특이한 경우일 뿐.

경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수련이 필수인 이 세계 사람들에겐 별로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사람들이 이세아를 보고 천재 마법사라며 경외하는 거겠지.’

고작 20대라는 어린 나이에 대마법사라는 경지에 오른 데다, 심지어 지금도 계속해서 성장하는 중이지 않은가!

하인리히야 신의 선택을 받은 용사였으니 예외였고, 할리는 용인이라는 생소한 종족에 노안이라는 점까지 겹쳐 그다지 위화감이 없었던 반면···.

이세아는 순수한 인간이면서도 외모조차 10대 중반의 어린 소녀에 불과했으니 더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벌써 그를 처음 만난 지도 20년이 훌쩍 넘었군요. 그때는 정말··· 제가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는데 말이죠.”

언덕 위에 지어진 저택을 나서 마을로 향한 오솔길을 따라 걸은 지 십여 분.

길을 안내하던 지오스가 주변을 둘러보다 감회에 젖은 듯 낮게 읊조렸다.

평민에다 고아였던 어린 소년이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까.

아마 그가 겪었을 사건들도 ‘할리의 대모험’ 못지않게 파란만장했을 것이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돈 아니려나.’

내심 자신의 이야기에 자부심이 있던 할리가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다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조만간 좀 더 극적인 시나리오를 넣을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하며.

“킁! 그런데 형씨, 그 양반이 아직 그 자리에 있겠소? 혹여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라도 했다면···.”

“···아뇨. 마지막으로 봤던 게 두 달 전이니, 아직 그 자리에 있을 겁니다. 제 가족들의 장례식···에도, 함께 했었지요. 그 후로 힘들어하는 절 여러모로 신경 써 주기도 했고···.”

“크흠!”

또다시 지뢰를 밟은 듯한 상황.

아무래도 사방이 온통 지뢰밭인 지금은 그냥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나아 보였다.

“그리고 지금의 터전을 버리고 어디 갈 수도 없을 겁니다.”

“흐음?”

그 마지막 말과 함께 혼자 추억에 잠긴 지오스를 따라 길을 걸은 지 얼마간.

언덕 아래의 제법 규모가 있는 마을에 도착한 그들은 주변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거리를 가로질렀다.

“엇! 저기, 설마···.”

“지오스 백작님이잖아? 한동안 안 보인다 싶더니, 다시 돌아오신 건가?”

“같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지?”

확실히 그가 유명 인사이긴 한 듯, 곧바로 알아본 마을 사람들이 삼삼오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하긴, 같은 마을 출신이었던 사람이 난데없이 귀족이 되어 돌아와, 인근에 저택까지 짓고 눌러앉았는데 모르는 게 이상하겠지.’

거기다 그 직위조차 이 땅의 주인인 남작보다 높은 상대이지 않나.

그것 덕분에 알게 모르게 혜택도 많이 받았을 텐데, 주민들이 그를 아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곳입니다.”

그리고 모두의 관심을 받으며 이동한 그들이 도착한 곳은.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이 마을 안에서도 가장 크고 깔끔한 건물이었다.

다만, 그 용도가 조금 예상 밖이었는데···.

“어? 지오스 아저씨다!”

“으이? 지짜네? 지짜 아씨다!”

“아빠~! 지오스 아저씨 왔어요!”

“그런데 같이 온 사람들은 누구··· 히익?”

“흐아앙! 괴물이다! 언니! 언니이!”

낮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넓은 안뜰에서 정신없을 정도로 연이어 터져 나오는 어린아이들의 목소리.

한 가정에서 태어난 자식들이라기엔 지나치게 많은 숫자였다.

“여긴?”

“···보육원?”

그때, 살짝 당황한 일행들의 귓가로 낯선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지오스라고? 괴물은 또 뭐야! 어떤 놈이 감히 우리 애들을··· 응?”

안뜰에서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아우성에 황급히 건물에서 튀어나오던 한 사내가 일행을 발견하고 순간 멈칫했다.

짧게 친 머리에 하얗게 센 수염을 단정하게 정리한 흑인 사내.

그의 시선이 갑자기 등장한 외지인들을 훑다가 그 선두에 선 지오스에게서 멈춰 섰다.

“오랜만입니다. 체하이.”

“···지오스.”

그렇게 마침내 용사 파티는 자칭 이세계인과 마주하게 되었다.

보육원을 운영하는 독지가라는 조금 뜻밖의 직업을 가진 그와.

***

“쳇, 이 상남자 할리 님을 보고 괴물이라니. 애들이 아직 어려서 그런지 뭘 모르는구만? 자고로 사나이란 나처럼 근육이 빵빵해야 하는 법인데.”

커다란 보자기를 뒤집어쓰고 건물 내의 응접실로 들어온 할리가 그것을 벗어던지며 불만스럽게 툴툴거렸다.

그를 본 아이들이 하나같이 난리를 쳤기에 도저히 어쩔 수 없었던 것.

그나마 쫓겨나지 않고 이렇게나마 들어올 수 있었던 것도 함께 왔던 지오스가 아니었더라면 불가능했으리라.

“저기, 할리 씨? 당신은 근육만 문제가 아닐 텐데요···?”

“으잉? 그게 무슨 소리야 아가씨?”

이세아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눈만 껌벅이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2.3미터가 넘어가는 거대한 근육질 덩치와 그 위에 빼곡하게 새겨진 문신, 야만인 그 자체인 옷차림과 흉악한 거대 도끼.

거기다 은연중에 풍겨 나오는 포식자의 기세와 마초의 극한을 달리는 인상까지 더하면, 과연 아이들이 울고불고하는 것도 이해가 갈 수밖에 없었다.

“···아니에요.”

하지만 그녀는 그 사실을 구구절절 설명해 주는 대신 그저 슬쩍 고개만 젓고서 시선을 돌렸다.

사실 그도 모르는 척하고 싶을 뿐, 어차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끄응.”

그에 인상을 찌푸린 할리가 팔짱을 끼며 벽에 몸을 기댔다.

그로써 한층 더 살벌한 비주얼이 완성되었으나, 다행히 이 방 안에는 어린아이가 없어서 큰 소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우선 이렇게 갑작스레 찾아온 점부터 사과드리겠습니다, 체하이.”

“아니, 네가 찾아와 준 거야 오히려 고맙지. 내가 그동안 얼마나 걱정했는데? ···물론 저 양반 때문에 애들이 놀란 건 사과를 받아야겠다만.”

지오스가 먼저 말문을 열자 그와 마주 앉은 흑인 사내, 체하이가 할리를 흘겨보며 혀를 찼다.

정말 마음만 같아선 당장이라도 쫓아내고 싶은데, 오랜만에 찾아온 지오스의 동료를 그렇게 박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참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그들의 정체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기도 했고.

“그래. 그래서 무슨 일이냐, 지오스? 너 혼자 온 것도 아니고 이렇게 다른 사람들까지 데리고서.”

“아! 일단 용건을 말하기 전에, 저희 일행들부터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이쪽은···.”

“안녕하십니까? 저는 주신의 뜻을 따르는 첫 번째 검, 하인리히 세인트 랜드가드입니다.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아, 아니. 그건 이제 괜찮습니다. 크흠— 전 체하이라고 합니다. 그저 작게 보육원이나 하며 애들 보는 낙으로 사는 촌부일 뿐이지요.”

시골에 살고 있다지만 완전히 세상과 담을 쌓은 것은 아닌 듯, 그는 하인리히의 인사를 받고 조금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다른 동료들과의 통성명.

이세아에게는 미소를 지어주던 표정이 할리에 이르러선 저도 모르게 찌푸려졌지만, 그도 이전 화제로 더 이상 뭐라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안녕하세요, 체하이 씨! 전 헤스페론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물론 그게 본명은 아니지만요.”

“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어진 헤스페론과의 인사를 끝으로 그의 시선은 다시 지오스에게로 옮겨졌다.

통성명도 마쳤으니 이제 그가 본론을 꺼낼 거라는 생각에.

“체하이. 이분들이 누군지··· 그리고 제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굳이 더 말하지 않아도 당신이라면 알고 계시겠지요?”

“···그래.”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게 한 가지 있습니다. 매우 중요한 문제이니 솔직하게 대답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 말과 동시에 응접실 내부에 무거운 공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말을 꺼낸 지오스는 물론, 그 동료들도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허허, 이거 참. 참고로 난 흑마법사도 아니고 불사왕과도 관련이 없다고? 아, 얼마 전에 애들이랑 감자 서리를 한 적이 있긴 하다만. 설마 그것 때문이냐?”

그 분위기에 체하이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농담을 건넸지만, 지오스는 약간의 표정 변화도 없이 그저 가만히 그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에 괜히 멋쩍어진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거칠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알겠으니까 빨리 그 질문이나 해 봐라. 대체 뭔 소리를 하려기에 이렇게 답답하게···.”

“체하이, 당신은 혹시 지구라는 차원에서 오셨습니까?”

지금까지 뜸을 들였던 것과는 달리 단도직입적으로 꺼낸 질문.

그리고 그와 동시에.

체하이의 몸이 딱딱하게 경직되었다.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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