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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95

#195

백색 거인 (2)

푸화악!

깊게 새겨진 상처를 통해 흰색 물감과도 같은 피가 사방으로 터져 나왔다.

원래대로 붉은색 피였다면 끔찍한 장면이었을 텐데, 지금은 그 색상이 워낙 이질적이어서인지 딱히 잔인하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마치 자체 모자이크가 된 장면을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

‘지금은 그런 것 따윈 아무래도 좋지만!’

빙글 회전하며 거인의 반항적인 손짓을 회피한 하인리히가 원심력을 담아 거대한 빛의 검을 휘둘렀다.

아까 공격한 곳과 같은 자리.

놈의 아킬레스건이었다.

[———!]

그와 동시에 반대편 발목에는 할리와 지오스의 협공이 가해졌고, 이어서 발현된 이세아의 중력 마법이 놈의 움직임을 억제했다.

거인의 의미심장한 표정을 마주한 직후.

하인리히를 비롯한 용사 파티 전원은 다소 위험을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놈의 발목을 잡는 데에 전력을 다했다.

지금까지처럼 안정적으로만 상대하기엔··· 조금 전에 녀석이 보인 반응이 심상치 않았으니까.

그렇게 이 하얀 거인을 상대하다 보니 깨달은 것이 하나 있었다.

확실히 놈은 몸집이 크고 단단한 피부와 압도적인 재생력을 가져 상대하기 까다롭긴 했으나, 시간만 충분하다면 그들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잡을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덩치에 비해 제법 민첩하긴 하다만 이쪽을 따라올 수준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딱히 특별한 공격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놈이 가진 것이라고는 오로지 그 무식한 육체뿐.

‘그런데 그 몸뚱이 자체가 너무 압도적이라 문제야.’

막대한 신성력에 성검의 힘까지 빌린 공격은 확실히 저 거인에게도 유의미한 타격을 주고 있었다.

그저 놈의 생명력이 워낙 방대하기에 별로 티가 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지.

그러나 그 막대한 생명력 때문에 놈을 끝장내지 못하고 있는 동안, 마을의 피해도 조금씩 누적되고 있었다.

평화로웠던 마을이 점차 파괴되며 여파에 휩쓸린 사람과 가축들의 비명소리가 곳곳에서 메아리쳤다.

[“성자님! 놈이 다시 빠져나가려 합니다! 큭, 아직 사람들이 다 피하지 못했는데!”]

[“중력으로 억누르는 것도 이제 한계에요! 체급 차이 때문에 범위를 전부 통제할 수 없어서···. 재발동을 위해선 최소 5분 정도는 필요할 것 같아요.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이쪽도 좀 더 공부해 두는 건데!”]

덩치가 큰 만큼 체중도 무거운 거인에게 중력 마법은 효율이 좋은 제어기였다.

아마 그게 없었으면 이미 한참 전에 돌파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을 터.

하지만 놈의 강대한 육체 능력과 저항력 때문에 그것도 이제 한계에 부닥친 모양이었다.

‘온전히 전투에만 매진할 수 있었다면, 시간만 여유로웠다면 좋았을 텐데···!’

지금은 고려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고전하고는 있으나, 정면으로 다시 맞붙는다면 확실하게 놈을 사냥할 자신이 있었다.

아무리 하인리히의 신장이 놈의 손바닥 정도에 불과하다 해도, 「축복 : 증량」까지 사용한 광검의 최대 길이는 3미터가 훌쩍 넘어간다.

그 정도면 저 거인에게도 단검이나 마찬가지인 길이였으니 살상력은 충분하다는 소리.

또 할리의 전투 도끼는 놈의 손가락 정돈 충분히 끊어버릴 수 있는 초대형 병기고, 지오스의 창격은 송곳이나 다름없었다.

아마 놈의 육체 능력이 조금이라도 부족했으면 이미 모든 상황이 끝난 뒤이지 않았을까?

‘···사실 이 정도 체급 차이에서 저런 덩치를 잠시나마 붙잡아 뒀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거지.’

무시하고 지나가려 할 때마다 다리가 썰려 나가니 놈도 어쩔 수 없기야 했겠지만.

‘···한 번이라도 뚫리면 마을에서 대참사가 벌어질 거다. 정말 방법이 없··· 음? 저건?’

그때 문득, ‘할리’의 시선에 하나의 현상이 들어왔다.

그들과 계속해서 싸움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재생되고 있는 거인의 상처.

[———!]

하인리히가 남긴 성검의 상흔은 기껏해야 봉합 단계에 들어선 것이 대부분인 반면, 지오스가 뚫어놓은 구멍들은 얼마 있지도 않아 흔적도 없이 깨끗하게 수복되고 있었다.

예상외였던 것은 할리가 남긴 흔적들이었는데···.

‘잠깐, 그러고 보니.’

그가 눈을 가늘게 뜨며 좀 전에 자신이 끊어놓았었던 거대한 새끼발가락의 단면을 노려보았다.

그것의 재생 속도는 대충 하인리히와 지오스의 중간 정도 수준인 것 같았다.

또한, 할리의 눈에는 그 원인이 훤히 들여다보이고 있었다.

‘···그렇군. 하긴, 저놈도 광기의 숙주였지. 그렇다면···.’

그의 공격에 담겨 있던 광기와 거인의 몸에 깃든 광기의 주도권 싸움이 바로 그것.

물론 공격에 실린 양은 놈의 몸속에 있는 총량보다 턱없이 부족해서 그리 효과가 좋지는 못했지만···.

사실 그에게 그런 것쯤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마침내 돌파구가 보이는 듯해, 서서히 입꼬리가 올라간 할리의 얼굴에 흉포한 웃음이 머물렀다.

하지만 그건, 상대방도 마찬가지인 입장이었으니.

“큭, 안 돼!”

“···마법 내성이 너무 강해서 막을 수가···!”

마침내 돌파구를 발견한 백색 거인이 한쪽을 바라보며 뒤틀린 미소를 지었다.

***

백색 거인이 등장한 직후.

쿠구구궁—!

마을 외곽에서 굉음이 울려 퍼지는 것과 동시에 지진이라도 난 듯이 계속해서 땅이 흔들렸다.

“으아아! 저게 대체 뭐야!”

“꺄아악—!”

“괴물이다! 다들 도망쳐!”

당연히 인근 마을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소동의 근원으로부터 최대한 멀어지기 위해 아우성을 칠 수밖에 없었다.

자원이 없는 대신 근처에 이렇다 할 몬스터 서식지도 없어 평화로운 것만이 유일한 장점인 동네였건만.

지금은 평소의 그런 일상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마을 전체가 아수라장이었다.

하긴, 무려 건물 10층짜리 크기의 괴물이 바로 지척에서 날뛰는 상황이었으니 당연한 일.

그나마 그 거인이 나타난 게 마을 외곽이었던 데다, 등장과 동시에 용사 파티가 움직여 대응했기에 지금 이 정도로 그쳤다고 볼 수 있었다.

“으아앙—!”

“딸꾹, 딸꾹. 으··· 엄마···.”

“흐이이— 괴, 괴물이···!”

그리고 혼란에 빠진 것은 이곳, 체하이의 보육원도 마찬가지였으니.

이세아의 마력 방벽이 적대적인 에너지를 막아 주어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다 하나, 지근거리에서 거대한 괴물이 날뛰는 상황인데 패닉에 빠지는 게 당연했다.

“얘들아! 진정하고, 침착하게 대피하도록 하자. 토마스, 샐리? 아이들 인솔하는 것 좀 도와주렴!”

“네··· 네, 엄마! 후우— 빌리, 한스! 구석에서 궁상떨지 말고 이쪽으로 와! 호버, 네가 문 앞에서 나가는 인원 체크해. 난 빠진 애들이 없는지 다시 한번 둘러볼 테니.”

“···다들 엄마 말씀 들었지? 가넷이랑 사라는 나랑 같이 유아실로 가서 아이들부터 데려오자. 나머지는 애들 울지 않게 잘 달래고 있어.”

하지만 그들은 곧 보육원의 어머니인 체하이의 아내, 밀레나의 주도로 차근차근 혼란을 수습하고 대피를 준비했다.

보육원 내에서도 곧 독립을 앞둔 성숙한 아이들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머리가 굵은 아이들이 저보다 어린아이들을 챙기자, 그들은 언제 우왕좌왕했었냐는 듯 빠르게 채비를 마치고 보육원을 나설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 때를 맞춰.

“밀레나! 애들은? 모두 무사한가?!”

손님들을 배웅하러 나갔던 체하이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보육원에 도착했다.

그는 바글바글한 아이들을 가볍게 둘러본 후, 이내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후우, 다행···은 아닌가. 그래도 준비는 다 된 것 같으니 바로 이동하자. 최대한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쿠구구궁—

그 순간 격전지에서 다시 진동과 폭음이 터져 나왔다.

건물 안에 있을 때보다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는 그 충격에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던 아이들의 동요가 더욱 커졌다.

더 이상 지체해 봐야 좋을 것도 없는 상황.

체하이는 서둘러 보육원 가족들을 이끌고 그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동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

그는 다시 상황을 살피기 위해 거인이 있는 방향을 흘깃 바라보았다.

그 첨탑처럼 솟아오른 덩치의 행동을 보고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루트로 이동하기 위해서였는데···.

“······?!”

순간 느껴진 오한에 그의 몸이 뻣뻣하게 경직되었다.

“···썅, 이건 또 무슨 개 같은···?”

이어서 침을 꿀꺽 삼킨 그는 저도 모르게 입에서 욕설을 내뱉었다.

어지간하면 아이들 앞에선 고운 말만 쓰고 싶었으나, 지금 무의식중에 내뱉은 말은 그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고개를 돌려 거인을 바라본 순간, 용사 일행과 한창 전투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쪽으로 얼굴을 향한 놈과 정면으로 시선이 마주쳐 버리지 않았는가?

아니, 사실 놈의 두 눈은 여전히 무언가에 꿰매진 상태였으니 시선이 마주쳤다고 하기엔 어폐가 있었으나···.

지금 그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리라.

그래··· 놈이 마치 뭔가가 보이기라도 한다는 듯, 기괴하게 일그러뜨린 얼굴로.

보육원의 아이들을 쭉 훑으며 기분 나쁘게 히죽거리고 있는 이 상황에서는 말이다.

그렇게 체하이가 잠시 굳어있던 짧은 유예도 잠시.

[———!]

사방을 뒤흔드는 무거운 울림과 함께, 압도적인 거체가 그들을 향해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려들었다.

다리 길이가 차원이 다른 만큼, 놈이 작정하고 덤벼들자 보육원을 떠나 피신 중인 일행 앞까지 다가온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젠장···!”

콰아앙—!

그들이 있는 곳에서, 마치 폭발과도 같이 굉음이 터져 나왔다.

***

콰아앙—!

천지를 뒤흔드는 폭음과 함께 사방으로 흙먼지와 충격파가 퍼져 나갔다.

지금까지 발생했던 것들과 차원이 다른 규모의 그 지진은 근방의 모든 건물을 무너뜨린 건 물론, 인근의 땅에 거미줄 같은 균열을 무수히 발생시켰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마치 작은 운석이라도 떨어진 게 아닐까 싶은 충격적인 파괴의 현장.

“크윽— 이게 무슨···?”

그리고 바로 코앞에서 터진 어마어마한 충격에 감았던 눈을 뜬 체하이가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그들 일행을 감싼 은은한 푸른빛과, 그 너머에서 어지러이 흩날리는 뿌연 흙먼지였는데···.

이건 분명 충격파로부터 마을을 지켜주었던 보호 결계였다.

“후우, 그래도 이번엔 미리 준비해서 그런지 좀 여유로운 편이었네요. 물론 저런 걸 직격으로 맞았다간 결계고 뭐고 한순간에 짜부라졌겠지만.”

그때, 한동안 같이 지내며 익숙해진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그가 황급히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과연 결사대의 마법사인 이세아가 지팡이를 내밀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아, 구해주셔서 감사···.”

“아직 끝이 아니에요. 일단 아이들부터 챙겨서 물러나죠.”

“아! 아이들! 아이들은 무사합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 결계는 특히 더 신경 썼으니까.”

그렇게 말한 그녀는 한 번 더 지팡이를 흔들어 뒤쪽에 기절해 있던 아이들을 일제히 마법으로 들어 올렸다.

이런 간단한 부양 및 운송 마법은 그 수가 몇십이 되건 그녀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부인분이랑 애들은 일부러 재웠어요. 괜히 이런 데 가까이 있다간 트라우마만 될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확실히 그렇겠군요. 저도 심장이 떨어질 뻔했는데···. 그런데 아까 그건 설마?”

무언가를 예감한 그는 이세아를 따라 황급히 뒤로 물러나면서도 연신 뒤쪽을 힐긋거렸다.

서서히 가라앉는 흙먼지 사이로, 거대한 형체가 어슴푸레하게 비치고 있었다.

자신의 키를 훌쩍 넘어서는 크기면서도 바위같이 둥그런 것.

바로 바닥에 엎어진 거인의 머리통이었다.

[———!]

충격에 잠시 움찔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분노에 찬 기성을 사방에 퍼트리는 거대한 머리.

금방이라도 일어설 듯 들썩거리는 그 모습을 보아하니, 확실히 고작 저걸로 끝은 아닌 듯싶었다.

그래도 그렇지, 설마 했는데 진짜로···.

“허, 참. 고작 넘어진 정도로 이만한 파괴력이라니.”

당연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충격파를 만든 장본인은 전신이 온통 하얀··· 아니, 이제는 흙먼지로 뒤덮인 갈색 거인 본인이었다.

그 결과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화려했으나, 사실 그 과정은 그리 대단하다 할 만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맹렬하게 달려오다가, 그 기세 그대로 바닥에 격렬하게 다이빙했을 뿐이니까.

[———!]

“크흐하핫! 이야— 엄청난 소리였는데! 쪽팔릴 텐데, 잠시 누워있으라고 친구! 으하핫!”

물론 거인이 바보라서 그냥 혼자 넘어진 건 아니었다.

놈이 방심한 사이 슬쩍 발을 걸고 머리를 바닥에 처박도록 개입한 범인이 따로 있긴 했으니.

“···할리?”

그리고 그 또한 체하이에게 익숙한 목소리였다.

지오스의 동료인, 애들이 무서워하던 험상궂은 남부 전사이지 않았나.

그런데 그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에서 보이는 실루엣이 뭔가 이상했다.

바닥에 엎드려 꿈틀거리는, 자신의 키보다 두 배는 될 법한 커다란 머리통은 틀림없이 거인의 것일진대.

그 머리통을 바닥에 처박고서 의자처럼 깔고 앉은, 그 크기에 뒤지지 않는 저 집채만 한 덩치는 대체 뭐란 말인가?

“···와, 저도 저 모습은 처음 보는데. 저게 용인이라는 건가 보네요. ···뭔가 생각하던 것과는 좀 다른 것 같기도?”

이윽고 흙먼지가 완전히 걷히고, 그 모습이 온전히 드러나자.

체하이와 마찬가지로 이세아도 옆에서 감탄을 토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발달한 근육과 갑옷처럼 전신을 뒤덮은 윤기 나는 검붉은 비늘.

커다랗게 찢어진 입안을 빼곡하게 채운 이빨과 칼날처럼 날카로운 손발톱.

랜턴이라도 켠 듯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적색과 녹색의 안광.

머리에 돋아난 뿔과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핏빛 기운까지.

이젠 그 어디에서도 인간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육체변이」로 그 덩치를 4미터가 넘게 키우고, 그동안 「돌연변이」로 끌어모은 모든 우성 유전 정보를 발현한 궁극의 진화 생명체.

속칭 ‘완전체 할리’였다.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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