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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96

빌어먹을 아이돌 196화

“그렇다면 케이블 채널의 음악 방송에도 출연을 못하시나 봅니다?”

케이블 채널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MBN의 CP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엠쇼였다.

간단한 논리다.

공중파 방송국들은 세달백일에게 구애를 보냈다.

우리가 생각해도 너희 앨범 잘될 것 같으니까, 그 영광을 엠쇼에만 나눠 주지 말라고.

일종의 츤데레다.

귀여운 보이콧이 포함된.

하지만 이에 대한 세달백일의 태도는 ‘아, 우리 바빠서 음방 못할 듯’이었다.

세달백일이 왜 이런 태도를 보이겠는가?

공중파와 머리채를 잡고 싸울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앨범 성공의 지분을 양보하고 싶지도 않은 거다.

즉, 세달백일은 관계의 유예를 택했다.

지금은 저희가 바빠서 음방을 못한다는 말로.

세달백일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는 건, 아마도 2집 앨범의 성공 이후일 것이었다.

흔한 비즈니스 전략이다.

난감한 상황에 유리한 순간까지 시간을 끄는.

그래서 SBI 엔터테인먼트에서 가장 직급이 높은 본부장과 세달백일의 리더인 한시온이 함께 찾아온 것이다.

이들이 찾아와서 ‘오해하지 말고 들어 봐, 우리가 진짜로 바빠서 그래’라는 말을 보태기 위해서.

하지만 CP 입장에서는 이렇게 상황이 끝나면 무능력하다는 소리만 듣는다.

그래서 질문을 던진 것이었다.

그 음방 스케줄이 빠지는 게 엠쇼도 마찬가지냐고.

CP의 질문을 받은 서승현 본부장이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그건 아닙니다. 사실 스케줄상 그쪽도 빼야 하긴 하는데……. 아시다시피 커머셜 광고가 좀 많았습니까?”

TV 광고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너희도 알지 않냐.

엠쇼가 우리를 팍팍 밀어준 거.

“없는 시간 쪼개서 엠쇼에는 출연하지만, 아마 한두 번으로 그칠 것 같습니다.”

엠쇼도 체면 세울 정도로만 출연할 거고, 우리 진짜 바쁘다.

서승현 본부장의 너스레는 거짓말일 거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아마 국내 활동 4주를 꽉 채워서 출연할 것이었다.

이쯤 되니 CP의 미간이 좁아졌다.

서승현 본부장의 의도도 알겠고, 저쪽 입장에서는 당연히 해야 할 말이라는 것도 알겠다.

하지만…….

너무 대안이 없지 않은가?

사업에서 가장 부질없는 게 ‘나한테 이런 사정이 있다’라는 것이다.

사정은 중요하지 않다.

서로가 만족할 만한 상황이 중요하다.

결국 CP의 입장에서도 나올 만한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공중파 음악 방송의 시청률이 저조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세달백일의 음방을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있지 않겠습니까? 재고해 주시죠.”

간곡한 부탁의 어조.

하지만 뉘앙스만 그럴 뿐, 내용은 명백한 협박이었다.

이쯤 되니 서승현 본부장도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입술을 깨물고는 입을 열지 못한다.

그 표정에 CP는 오히려 당황했다.

‘뭐야. 진짜로 이게 끝이야?’

여기서부터 진짜 협상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정말 어이없게도 SBI 엔터는 이다음 플랜이 없는 것 같았다.

서승현 본부장이 업계에서 유명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룰을 모르는 사람도 아니다.

여기서 끝날 대화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왜 그럴까?

CP의 의문을 해결해 준 것은 한시온이었다.

그는 처음엔 침착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서승현 본부장과 CP의 대화가 이어질수록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다.

그리고는 폭탄 발언을 꺼냈다.

“아니, 본부장님.”

“그, 시온아. 네 말은…….”

“아뇨. 전 말해야겠는데요?”

“그건 지금 여기서 꺼낼 만한 이야기가 아니라니까?”

“스케줄 빼려면 뺄 수 있잖아요. 잠을 덜 자면 되고. 저희가 음방 못 나가는 이유는 그게 아니잖아요?”

CP의 얼굴에 황당함이 어렸다.

‘저게 무슨 똥 뿌리는 소리야?’

이러면 서승현 본부장이 구구절절 했던 이야기가 전부 거짓말이라는 게 증명됐다.

그것도 한시온의 입을 통해서.

‘이상하네? 한시온은 제법 똑똑한 것 같았는데?’

한시온과 함께 일을 해 본 방송가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전달되는 말이다.

방송가에는 고학력자들이 즐비하다.

그들이 고졸, 혹은 고졸도 되지 못한 아이돌을 보면서 똑똑하다고 평가하는 건 드문 일이다.

예의 바르다, 부지런하다, 최선을 다한다 등등의 수식어가 붙는 거면 몰라도.

하지만 CP는 이어진 말을 통해서 상황을 이해했다.

“보여 줘야죠. 최대호한테.”

한시온의 나이쯤 되면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순간이 있고, 그게 지금이라는 걸.

세달백일이 최대호 대표와 라이언 엔터에게 압박을 당했다는 건, 방송국 FD도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세달백일이 그걸 극복해 냈다는 것도 모두가 안다.

하지만 극복과 복수는 다르다.

극복은 견뎌 낸 거고, 복수는 갚아 주는 거다.

한시온은 최대호에게 복수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좀 이상하다.

CP가 알기로 테이크씬은 활동 예정이 없다.

그들은 세달백일과의 서사 때문에 머리채 잡히는 일이 없는 해외 스케줄 위주로 활동을 짰다.

한국에 있어 봤자 세달백일이 어마어마하게 잘나가니까, 자꾸 비교당하고 조롱만 사니까.

그래서 일본 활동을 시작했는데, 울며 겨자 먹기라는 여론이 많았다.

제대로 준비하고 갔다기보다는 머리부터 들이받고 본 느낌이니까.

그런데 최대호한테 뭘 보여 준다는 것인가?

그때 한시온이 CP를 휙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최대호가, 아니 최대호 대표님이 그러더라고요. 너희들이 아무리 음악을 열심히 해 봤자, 회사 시스템 밖에서 하면 무슨 가치가 있겠냐고. 다 부스러기라고.”

틀린 말은 아니다.

세달백일의 등장 전에는.

“그래서 한번 보여 주려고요.”

“믹스 웨이 말입니까?”

세달백일과 활동이 겹치는 라이언 엔터의 4년차 보이 그룹이다.

그룹 자체의 무게감은 좀 떨어지지만, 멤버들 인기는 많다.

개인 활동이 너무 잘돼서 팀 활동보다 개인 활동이 우선되는 그룹이니까.

그래서 오랜만에 완전체로 복귀하는 믹스 웨이에 대한 버즈량이 상당했다.

아마 세달백일에게 잡아먹히지만 않았으면, 더 대박을 쳤을 것이다.

믹스 웨이의 멤버들 중 두 명이나 시청률 8%를 넘기는 드라마의 남주인공이었으니까.

“네. 믹스 웨이요.”

“보여 주려면 음방에서 경쟁해서 1위를 차지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아뇨. 전 회사 시스템이랑 붙어 보고 싶은데요?”

한시온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저희가 활동하는 시기에 라이언 엔터 가수가 출연하지 않으면 음방에 출연하겠습니다.”

“허, 참. 한시온 씨,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되고 무리한 요구인 줄은 알죠?”

“알죠.”

“그럼요?”

“알면서 말하는 겁니다. 최대호 대표 귀에 들어가게. 이걸 여기서만 이야기할 게 아니잖아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세달백일이 아무리 잘나간다고 해도 그딴 이유로 라이언 엔터를 보이콧할 곳은 없다.

그렇다고 라이언 엔터가 일정을 옮기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그건 엔터사가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다.

이게 정말 업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 입에서 나올…….

‘잠깐만.’

CP가 멈칫했다.

CP가 난감한 표정을 짓는 서승현 본부장과 냉담한 표정을 짓는 한시온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둘 다 표정 연기가 능숙한지 큰 티는 나지 않는다.

하지만 저건 연기다.

“합의점을 찾아 봅시다. 솔직한 이야기를 좀 해 주시죠.”

“솔직한 심정입니다.”

“라이언 엔터를 보이콧하면 출연하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요? 그럼 엠쇼에서는 해 줍니까?”

“네. 해 줍니다.”

“해 준다고요?”

“네. 해 주기로 했으니까요.”

“……금방 들통날 거짓말은 아니죠?”

“아닙니다. 알아보시죠.”

CP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서로의 패는 확인했다.

세달백일은 거짓말을 하고 있고, 방송국은 그 거짓말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건 어쩔 수가 없다.

“합의점은 다시 한번 도출해 보죠.”

미팅을 끝내는 수밖에.

서승현 본부장과 한시온이 인사를 하고 미팅장을 빠져나가자, 음악 방송의 메인 PD가 후다닥 달려왔다.

음방 PD 입장에서는 세달백일과 어떻게 협의가 됐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세달백일의 팬덤에게서 어마어마한 문의가 오고 있으니까.

음방 일정이 픽스가 된 건지, 왜 사전 예고에 세달백일의 이름이 없는 건지에 대해서.

“어떻게 됐습니까, 선배님?”

“졸라 똑똑하네…….”

“네?”

CP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자기들이 활동할 때는 라이언 엔터 소속 가수들을 출연시키지 말아 달라?”

“어.”

“미친 거 아닙니까? 뭐 저렇게 건방지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당당하게 합니까?”

“쟤들이 모르겠냐? 모르고 한 말이겠어?”

“그럼 알고 한 말이란 말입니까?”

“어.”

“왜요?”

“상황의 메인 안건을 바꾸는 거지.”

이 미팅 전까지만 해도 세달백일과 방송국의 줄다리기에는 정규 2집 앨범 가 메인 안건이었다.

가 성공할 건 뻔한데, 거기 엠쇼의 지분이 너무 많이 묻어 있다.

공중파가 엠쇼의 성공을 홍보해 주는 꼴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공중파들은 너희의 명예 옆에 우리의 이름을 써 넣을 명분을 달라고 제안을 한 것이었다.

음방 출연 거부라는 방식으로.

하지만 세달백일은 이것을 ‘복수’로 치환했다.

우린 라이언 엔터랑 같은 하늘을 짊어지고 살 수가 없으니까, 라이언 엔터를 보이콧하면 음방 출연을 거부하겠다.

“어…….”

“모르겠어? 저 음방 출연 거부의 주체가 바뀌었잖아.”

“아!”

그전까지는 공중파가 세달백일의 음방 출연을 거부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세달백일이 공중파의 음방을 거부하는 것이 된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됩니까?”

“세달백일이 2집 앨범을 200만 장을 팔았다고 쳐 보자고. 근데 공중파 음방에는 안 나와. 사람들이 미친 듯이 문의해. 그럼 사장단에 보고해야겠지?”

“해야죠.”

“그럼 뭐라고 보고할 거야?”

원래대로라면 앨범에 엠쇼 지분이 너무 많아서라고 보고가 될 사안이다.

하지만 세달백일을 새로운 포지셔닝을 취했다.

라이언 엔터와 같은 하늘을 이고 갈 수 없다고.

“하지만 거짓말을 하고 있잖습니까?”

“증거 있어?”

“그야 상황이…….”

“아, 그럼 사장단 앞에 가서 그래? 이게요. 아무 증거는 없는데요. 세달백일이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려고 라이언 엔터를 붙들고 늘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어…….”

“그리고 이게 진짜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들어? 라이언 엔터가 이 소식을 듣고 어떻게 하겠어?”

“믹스 웨이를 죽어도 음방에 출연시키려고 하겠죠.”

“그럼 세달백일은?”

“죽어도 출연 안 하려고 하겠죠.”

“그래. 상황이 이어지면 거짓말이 진실이 되는 거야.”

“……!”

“세달백일은 저 스탠스를 끝까지 우길 거고, 절대 자기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인정을 안 할 거야. 어쩌면…….”

CP는 머릿속을 맴돌고 있던 이야기를 툭 던졌다.

“진짜로 라이언 엔터에 복수하는 것까지도 플랜일지도 모르지.”

PD는 여전히 상황을 100%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지만, CP는 좀 당황스러웠다.

세달백일을 보이콧한 시작은 CP의 입에서 출발한 게 아니다.

윗선에서 나온 거다.

엠쇼 지분이 잔뜩 묻은 앨범을 공짜로 푸시 해 줘도 되겠냐는 말이 넌지시 나왔으니까.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 책임은 CP의 몫이 된다.

방송국이 기획사 갈등 하나 봉합하지 못해서 일이 이렇게 되냐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스테이지 넘버 제로>의 연출자들이 메인스트림을 차지한 SBN의 음방에 세달백일이 출연한다면?

MBN과 KBN의 상황이 더 난처해진다.

‘이거 어쩌면…….’

정말로 세달백일과 라이언 엔터의 줄을 세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Damn Idol

Damn Idol

빌어먹을 아이돌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a harrowing car accident that defies the odds of survival, Han Si-On finds himself once again at the crossroads of fate, quite literally. Miraculously walking away with his life, he faces the daunting task of navigating a life he’s all too familiar with—due to a cryptic deal that traps him in a cycle of regressions. [Mission failed.] [You will regress.] His mission? A seemingly impossible feat of selling 200 million albums, a goal dictated by the devil himself. With each regression, Han Si-On returns to the age of 19, burdened with the knowledge and memories of countless lives lived, all aimed at achieving a singular, elusive go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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