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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97

빌어먹을 아이돌 197화

*   *   *

“뭐라고?”

자신의 오른팔 격인 박 팀장의 말에 최대호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박 팀장이 가져온 소식 때문이었다.

“세달백일이 왜 우리를 물고 늘어져?”

“둘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공중파가 압박하니 면피용으로 라이언 엔터의 이름을 들먹였거나, 아니면 진짜로 복수를 하는 중이거나.”

“이딴 게 복수가 되나?”

“복수의 성질에 따라 달렸죠. 대표님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 것까지 복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박 팀장의 말에 최대호가 설핏 인상을 구겼다.

박 팀장은 일을 잘하는 사람이고, 그에 맞춰 정확한 워딩을 구사하지만, 종종 그게 거슬릴 때도 있다.

하지만 한시온이 자신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든다는 걸 부정할 순 없다.

굳이 이번 일만이 아니다.

세달백일이 성공하면 성공할수록 거슬린다.

세달백일과는 테이크씬으로 충돌했지만, 사실 라이언 엔터의 총 매출에서 테이크씬이 차지하는 비율은 소소하다.

원래는 소소하면 안 되는데, 소소해졌다.

그러나 라이언 엔터는 테이크씬보다 중요한 수많은 가수들을 데리고 있고, 연초에 세달백일과 정면충돌한 이들도 있었다.

물론 결과는 충돌이 아니게 됐다.

지나가던 트럭이 풀을 밟고 지나간 걸 충돌이라고 부를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다음 주부터 활동을 시작할 믹스 웨이는 좀 다르다.

업계 관계자들은 믹스 웨이를 ‘세달백일의 대항마’라고 부르고 있다.

라이언 엔터가 언플을 한 게 아님에도 그렇다.

다만, 냉정히 따지면 산이 높으니 등산가에게도 이슈가 쏠리는 느낌이 컸다.

세달백일이란 산이 높아도 너무 높으니 누가 정복할지가 궁금하지 않겠는가?

덩달아 활동을 서포팅할 준비를 끝낼 믹스 웨이 팬덤의 힘도 집결되고 있었고.

그래서 라이언 엔터의 마케팅 방향도 이와 일맥상통했다.

분명 세달백일은 믹스 웨이보다 기록적으로 훌륭한 성과를 이룰 것이다.

음원 순위도 높을 거고, 피지컬 앨범 판매량도 더 높을 거다.

하지만 모든 부분에 있어서 우위에 설 수는 없다.

분명 특정 부분에서는 믹스 웨이가 우위에 설 것이고, 라이언 엔터의 홍보팀은 거기에 집중을 할 것이다.

‘ㅇㅇㅇ로 세달백일을 이긴’ 따위의 수식어를 활용해서 말이다.

여기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믹스 웨이가 음악 방송 1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음방은 피지컬 앨범 판매량만으로 점수를 매기는 게 아니니까.

믹스 웨이의 앨범이 얼마나 팔리고, 디지털 음원의 성적이 얼마인지에 따라 가능성이 달라지겠지만, 가능성이 없진 않다.

특히 세달백일처럼 방송 활동 점수가 낮은 경우에는.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음방으로 경쟁하는 건 무리인가?’

한시온이 무리수를 던졌다.

세달백일과 라이언 엔터 중에 선택을 하라니.

당연히 라이언 엔터다.

이건 세달백일이 아무리 큰 음악적 성취를 거두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현상이 아니다.

이유다.

왜 세달백일이 라이언 엔터를 붙들고 늘어진단 말인가.

“알량한 재능과 재주로 운 좋게 일군 사업체로 목표를 방해하는 게.”

“너 때문에 내가 앨범을 몇 장을 손해 봤을 거 같아? 언제 끝나버릴지 모르는 인내심은?”

“그러니까 얌전히 기다려. 때가 되면 내가 알아서 무너트려 줄 테니까.”

설마 그때 말했던 게 진심이란 말인가?

당시의 최대호는 한시온의 서슬 퍼런 기세에 눌려서 당황했었다.

한시온의 눈빛은 정말로 최대호를 깔아 보고 있었으며, 그의 태도에서 위압감이 묻어났으니까.

하지만 돌이켜 보면 우습다.

세달백일이 얼마나 성공하든, 앨범을 몇 장을 팔든, 그게 라이언 엔터의 사업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들이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대형 기획사를 무너트릴 수는 없다.

정말 몇 조를 벌어서 라이언 엔터의 몰락에 전부 투자하는 게 아니라면.

“박 팀장.”

“예.”

“자네 생각은 어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강경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엠쇼에도 강력하게 항의를 해야 합니다. 엠쇼 음방 스케줄이 안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었던 것 같으니.”

“엠쇼야 뭐, 세달백일에 올인을 했으니까. 그것도 웃기지만.”

“정치적 이유가 크더군요. 현재 엠쇼에서 메인스트림을 쥔 라인이 간당간당합니다.”

“혁명군이 무리수를 두는 건 역사지.”

박 팀장의 의견을 들은 최대호 대표가 생각에 잠겼다.

세달백일은 라이언 엔터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졌다.

그 이유는 면피 아니면 복수.

혹은 그 두 가지가 복합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현재 세달백일이 가장 싫어하는 게 무엇일까?

가장 벌어지지 않길 바라는 상황.

“흠…….”

최대호 대표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박 팀장. 생각해 보면 세달백일은 테이크씬의 버즈량을 먹고 컸단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컬러 쇼 티저도, 뮤직 비디오 티저도, 전부 테이크씬을 겨냥했었으니까요.”

박 팀장은 입으로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속내는 달랐다.

세달백일은 테이크씬을 붙들고 늘어지지 않아도 똑같은 성공을 거뒀을 거다.

그들이 테이크씬을 붙들고 늘어진 건 효율의 행위가 아니라, 복수의 행위에 가깝다.

그러나 최대호 대표는 세달백일, 아니 한시온과 관련되면 시야가 흐려진다.

혁명군이 무리수를 둔다는 건 초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 팀장이 보기에 최대호는 초조하다.

하지만 월급쟁이는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그럼 이번에는 반대로 하면 어떨까?”

“믹스 웨이가 세달백일과 버즈량을 공유하게 만들자는 말씀이시죠?”

“맞아.”

“여론을 드리블하는 과정이 좀 지저분할 겁니다. 믹스 웨이 팬덤이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믹스 웨이의 이번 앨범은 잘 빠지지 않았습니까?”

박 팀장이 보기에 세달백일은 마켓팅으로 상대할 이들이 아니다.

세달백일의 마켓은 믹스 웨이와 겹치지 않는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세달백일의 마켓은 너무나 거대해서 ‘일반 대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니 믹스 웨이는 정공법으로 활동을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최대호는 이미 본인의 생각에 꽂힌 모양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최대호 대표의 아이디어가 전혀 근거 없고, 별로라는 건 아니었다.

그는 케이팝 마켓에서 성공한 사업가고, 영리한 사람이다.

“케이팝 팬들 중에 세달백일을 싫어하는 이들도 많아. 이유는 알지?”

“네. 아이돌 문화의 색체를 바꾸고 있으니까요. 대중들이 비교군을 세달백일로 두면서 조롱을 쏟아내는 경우도 많고.”

“그래. 얼마 전에 밴드 컨셉으로 나온 애들 누구야.”

“블루썸입니다.”

“그래. 걔네 괜히 욕먹었잖아. 팬덤이 세달백일 싫어하게 됐고. 원래 적의 적은 동지야.”

최대호가 흥에 겨워 말을 이었다.

“믹스 웨이랑 세달백일이랑 같은 링에 올려 버리면, 중립 팬들, 혹은 경쟁 그룹의 팬덤이 믹스 웨이에 붙을 거야.”

“믹스 웨이가 최근 개인 활동 덕분에 인지도가 높아졌으니,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도 서긴 합니다.”

“그래. 드라마가 대박 났잖아. 그것도 두 개 씩이나. 기본적인 호감도가 꽤 높을 거야.”

최대호가 그리는 그림은 간단하다.

믹스 웨이가 활동을 시작하며 세달백일을 붙들고 늘어지고, 사람들이 두 그룹을 묶어 보게 만든다.

과연 누가 어느 부분에서 더 큰 성과를 거둘지 궁금하게.

물론 정정당당히 싸우진 않을 거고, 믹스 웨이는 라이언 엔터 홍보팀의 가호를 받을 거다.

여기서 한두 분야에서만 믹스 웨이가 이기면 된다.

그러면 라이언 엔터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언론을 동원해서 믹스 웨이의 성공을 토론할 거다.

정석적인 케이팝을 좋아하는 이들이 믹스 웨이의 편을 들어 줄 거고.

그러면 믹스 웨이의 체급이 한 단계 올라갈 거다.

믹스 웨이의 장점은 멤버들의 개인 활동이 성공적이라는 거고, 단점은 개인 활동의 비중이 너무 크다는 거니까.

팀과 팬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기도 하다.

“어때?”

“좋습니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겁니다.”

“리스크?”

“자칫 잘못하면 정공법으로 활동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모든 부분도 포기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박 팀장이 보기에 세달백일과 엮여서 꼴이 좋았던 그룹이 없으니까.

하지만 최대호는 대놓고 인상을 썼다.

그는 자신의 방식으로 성공한 중년 남성 특유의 고집과 아집을 가지고 있는 이였으니까.

“진행하자고.”

“……알겠습니다.”

박 팀장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최대호는 그의 월급을 주는 사람이었으니까.

“오늘이 세달백일 초동 집계 마지막 날이지?”

“예. 그렇습니다.”

“유닛 앨범과 2집 앨범을 같이 팔면서 초동 자체는 못 닿을 수준은 아니잖아?”

박 팀장은 최대호의 말을 곧장 알아들었다.

“팬 사인회를 최대한 많이 잡아서 초동을 최대한 넘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세달백일의 유닛 앨범 3장에 2집 앨범을 합산한 초동을 넘을 수는 없다.

2집 앨범, 딱 하나만 넘으면 된다.

잠시 뒤, 박 팀장이 알아본 세달백일 정규 2집 앨범의 초동 판매량은 68만 장이었다.

유닛 앨범 판매량과 합치면 120만 장이 넘는다.

‘미친놈들이군.’

회귀자가 아닌 박 팀장은 모르는 사실이겠지만, 원래도 케이팝 그룹의 초동 판매량은 해가 갈수록 늘어난다.

그리고 그 특이점이 도달하는 해가 2018년이었다.

2018년은 최초로 초동 판매량 100만 장이 돌파되는 해였으니까.

사실 정확히 따지자면 세달백일의 초동 판매량은 68만 장이 맞다.

초동 판매량이 빌보드 리믹스 집계도 아니고, 유닛 앨범의 판매량까지 묶어서 기록할 수는 없었으니까.

아무리 그 유닛 앨범이 2집 앨범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해도.

하지만 놀라운 점은 세달백일의 초동 판매 68만 장이 팬 사인회와 무관하다는 것이었다.

100장, 150장, 혹은 200장의 팬 사인회 컷을 위해 사들인 이들이 없다.

심지어 티티 2기와 3기조차도 이번에는 앨범을 다량으로 구매하지 않았다.

이전 팬 사인회에서 확실히 깨달은 것이었다.

세달백일은 한다면 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그러니 저 68만 장은 정말로 ‘듣고 싶어서’ 산 구매량이다.

여러 장을 산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조차도 기꺼이 산 것이다.

5장을 사서 1장은 개봉하고, 1장은 소장하고, 3장은 선물하는 식으로.

그리고, 누군가의 삶을 닫힌 시간선에 던져 버린 악마는 이런 기록을 모두 카운팅해 줬다.

박 팀장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였지만.

“아, 김 기자님. 오늘 저녁에 시간 돼요?”

그가 할 일은 믹스 웨이를 세달백일과 묶는 일뿐이었다.

*   *   *

“시온아. 이거 기사 봤어?”

새미로가 들고 온 스마트폰 속의 기사를 확인했다.

믹스 웨이의 초동 판매량이 세달백일의 초동 판매량을 넘어설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물론 댓글에는 그게 되겠냐는 조롱조의 댓글들이 대다수였지만, 안 될 것도 없다.

이번 믹스 웨이의 팬싸 컷은 150장쯤 되는 모양인데, 팬 사인회를 어마어마하게 잡았다.

게다가 우리와 엮여서 믹스 웨이가 조롱을 당하니, 믹스 웨이의 팬덤이 똘똘 뭉치는 게 눈에 보일 지경이다.

하지만…….

“바보네.”

최대호가 움직일 수 있는 몇 가지 경우의 수를 예상했지만, 이렇게 최악의 수를 고를 줄은 몰랐다.

고마워서 안부 문자라도 보내고 싶을 지경이다.


           


Damn Idol

Damn Idol

빌어먹을 아이돌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a harrowing car accident that defies the odds of survival, Han Si-On finds himself once again at the crossroads of fate, quite literally. Miraculously walking away with his life, he faces the daunting task of navigating a life he’s all too familiar with—due to a cryptic deal that traps him in a cycle of regressions. [Mission failed.] [You will regress.] His mission? A seemingly impossible feat of selling 200 million albums, a goal dictated by the devil himself. With each regression, Han Si-On returns to the age of 19, burdened with the knowledge and memories of countless lives lived, all aimed at achieving a singular, elusive go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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