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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97

#197

백색 거인 (4)

심연에서 기어 올라온 정체불명의 괴물.

과연 그 특이한 출신 탓인지 이 백색 거인의 두개골은 할리의 날카로운 이빨로도 쉽게 부술 수 없었다.

무엇이든 씹어 삼킬 수 있게 해주는 「폭식」 앞에서는 광룡의 비늘마저 한낱 유리 과자에 불과했거늘, 그게 이 머리통 앞에서는 영 힘을 쓰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그 강도 자체도 용의 비늘보다 더 강한 편이긴 했으나, 그가 느끼기엔 단순히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뭔가 특별한 다른 힘으로 보호받는 느낌이었단 말이지. 축복이나 스킬 따위의··· 아니, 그보단 좀 더 상위의 권능이나 법칙에 더 가깝다고 봐야 할까?’

만약 「폭식」의 숙련도가 더 높았더라면 어찌어찌 수를 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 가능한 방법은 아니었다.

그래서 선택한 수단이 바로 다른 부위보다는 질기지만 머리보단 약한 부위.

목을 먼저 자르자는 것이었고···.

그 방법은 아주 훌륭하게 들어맞았다.

그렇게 목을 베어낸 직후.

“쓰읍— 퉤, 이거 참 더럽게 맛없군.”

4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덩치와 용이라기보단 악마에 가까운 살벌한 외관.

그런 존재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입맛을 다시는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형언할 수 없는 위압감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하물며 그 배경으로 집채만 한 머리통이 널브러져 있는 상태라면 오죽할까.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훨씬 더 흉악하네요···.”

“크하핫! 역시 아가씨도 그렇게 생각하지? 어후, 이놈 이거 덩치는 둘째 치고 생긴 건 또 어찌나 개성적인지. 역시 괴물은 괴물이구나 싶더라니까?”

하인리히의 연이은 칼질과 함께 열심히 거인의 목덜미를 물어뜯어 그 목을 끊어낸 일등 공신, 할리가 한 손으로 입가의 하얀 피를 스윽 훔치며 뒤를 돌아보았다.

“네? 아, 네! 그렇죠. 괴물···이요. 네.”

그리고 줄곧 그를 바라보던 이세아는 그 타오르는 듯한 시선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치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슬쩍 시선을 피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동료를 생각해 애써 참는다는 듯이.

“···그런데, 그걸 꼭 먹어야 하는 겁니까? 아무리 봐도 건강에 그리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만.”

하지만 옆에서 바라보던 지오스는 생각이 다른지, 그녀가 억지로 삼켰던 질문을 태연하게 입 밖으로 꺼냈다.

평소 할리가 몬스터와 마석을 씹어 먹는 것 정도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아무래도 저 거인은 등장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찝찝함 그 자체이지 않은가.

할리는 그의 의문에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확실히 이놈은 먹기에 좀 그렇긴 해. 별로 영양가도 없고!”

그의 「돌연변이」는 다른 생명체의 유전자를 수집해 자신을 진화시켜 나가는 특성이었고, 광룡과의 싸움에서도 큰 활약을 했던 「폭식」은 대상에 깃든 개성의 일부까지 뜯어 먹을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런데···.

‘이놈, 진짜 생명체이긴 한 건가?’

이 백색 거인에게서는 유전자나 개성은커녕, 그 살점에서 일반적인 열량조차도 얻을 수 없었다.

마치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허상처럼.

할리의 위장이라면 돌멩이를 씹어 먹어도 소화해서 에너지로 만들 수 있을 터인데, 확실히 이건 상궤를 벗어난 현상이었다.

“으하하! 아무래도 입안에 들어온 건 삼켜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서 말이야!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었군. 뭐, 탈만 나지 않으면 된 거지!”

말을 마친 그가 자연스럽게 아공간에서 고기를 꺼내 입에 물며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꿈틀꿈틀—

거대한 하얀 머리는 목이 베였음에도 아직도 움찔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또 계속해서 재생을 시도하는지, 그 단면에서는 연신 하얀 생체 조직이 뻗어 나오는 중이었고.

그리고 하인리히는 그것들을 베면서 아까부터 놈을 분석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음, 역시 놈의 머릿속에 있는 핵을 파괴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확실히 생긴 것만 생명체일 뿐, 그 원리는 오히려 골렘에 가깝군요.”

마침내 성검으로 머리통 이곳저곳을 찌르며 조사하던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결론을 내렸다.

“역시 그런가요? 흐음— 뭐, 어차피 이제 반항도 못 할 테니 그냥 한 곳을 계속 두들기면 되지 않을까요?”

“확실히 그런 거라면 제 창도 도움이 될 수 있겠군요. 적어도 놈이 곧바로 재생하지 못하도록 억제할 수는 있겠지요.”

결국 머리를 파괴해야 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지만, 상대가 저항할 수 없게 된 지금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의 말처럼 일점에 집중해 공격한다면 아무리 단단한 두개골이라도 그래 오래 버티지 못할 테고, 아니면 아예 할리가 목의 단면으로부터 머릿속으로 파고드는 방법도 있었다.

그러나.

“···잠시,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제게 잠깐만 시간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네? 그게 무슨···.”

“이번 기회에,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지요. 거인의 재생을 막는 건 할리 님만 계셔도 충분할 테니, 두 분은 피난 가신 마을 분들을 부탁드립니다.”

“···음, 네. 성자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야.”

“알겠습니다, 성자님. 그럼 이곳은 두 분께 맡기겠습니다.”

그렇게 일행에게 양해를 구한 하인리히는.

직접 거인의 머리 앞에 선 채, 두 손으로 성검을 단단하게 움켜쥐며 그 자리에서 크게 숨을 골랐다.

“후우—.”

하인리히가 가진 힘의 근원인 신성력은 언데드나 흑마법사 등 사특한 기운을 다루는 이들에게 훨씬 강한 효과를 발휘한다.

그가 가진 대부분의 축복도 마찬가지.

온갖 신성한 힘으로 가득 찬 그의 육체는 어떤 어둠도 범접하지 못하며, 손에 들린 빛의 검은 사악한 흑마력을 종잇장처럼 베어버린다.

그야말로 마(魔)를 척결하기 위해 탄생한 존재이자, 어둠에 속한 이들의 절대적인 천적이나 다름없었는데···.

‘이 거인은 달랐단 말이지.’

틀림없이 심연에서 기어 나온 존재이건만, 놀라울 정도로 신성력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마치 그냥 평범한 인간을 상대하는 것처럼.

‘평범한 몬스터에게도 어느 정도의 추가 타격은 들어갈 텐데. 대체 이놈의 정체가 뭐지?’

평범한 생명체가 아니란 점도 그렇고, 이건 마치 용사와 교단에 대적하기 위해 일부러 약점을 없앤 존재 같지 않은가!

그 때문에 불사왕에게도 어느 정도 맞설 수 있는 하인리히가 이 거인을 상대로는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성기사로서는 이 세상의 정점인 그였지만, 순수한 무인으로서는 그에 합당한 경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물론 자기 강화 효과는 그대로인 만큼 그렇게 많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으나, 그래도 ‘용사’란 명성에 걸맞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었다.

‘문제를 알고서도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순 없지.’

인위적인 정황이 발견되었는데 이번에 무사히 넘겼다고 다음에도 그러리란 법은 없었다.

그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지 않나.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대로 가만히 있기엔 자존심 상한다고!’

일행들 앞에서야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불사왕의 유일한 대적자이면서 선택받은 대륙의 구원자로서의 체면이 영 말이 아니었던 것.

휘익— 퍼억!

신성력이 타오르는 빛의 검이 거인의 머리를 후려치자, 긴 상처와 함께 하얀 피가 튀어 올랐다.

그러나 생각보다 깊지 않았다.

검이 두개골까지 닿긴 했으나 그것을 쪼개기엔 아직 턱없이 부족했다.

심지어 하인리히가 다시 검을 수습하자, 다른 부위보다 몇 배는 빠른 속도로 머리의 상처가 다시 수복되기 시작했다.

성검에 맞고도 이 정도라니, 특별한 공격 능력도 없는 주제에 정말 그 생명력 하나만큼은 끔찍하리만치 질기기 그지없었다.

‘뭐, 좋아. 처음부터 그리 쉽게 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안 했어.’

다행히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이미 그에게 주어진 상태였다.

‘체하이와 지오스의 비기인 굴절창··· 공간을 뛰어넘어 원하는 곳을 타격하는 오러 운용의 극의. 공간에 간섭할 수 있는 기술인만큼 유용성은 물론 공격력 또한 차원이 다르다.’

만약 그것이 초월의 경지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면 그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세계의 섭리를 벗어나 스스로의 한계를 깬 개인만의 고유한 능력이었으니까.

‘하지만 이건 그런 게 아니지.’

좀 많이 어렵고 복잡할 뿐 틀림없이 그저 단순한 기술이었다.

그것도 남에게 전수할 수 있을 정도로 체계적으로 정리된 일종의 학문이나 다름없던 것.

‘무기와 피격 지점 사이의 위상을 비틀어 공간의 연속성을 유지··· 이건 공간 마법에나 나올 법한 이론인데. 아무리 이미 가지고 있던 고유스킬을 분석한 결과라곤 하지만, 역시 대단한 양반이란 말이야.’

지난 며칠간 헤스페론이 체하이에게 이론을 전수받는 동안 하인리히도 태평하게 아이들만 돌보고 있던 건 아니었다.

이미 비기의 전수에 대해선 허락받았던 만큼, 그 또한 지오스와 꾸준하게 기술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던 것이다.

그때는 그저 나중에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을 미리 알아두자는 마음뿐이었는데···.

휘익— 퍼억!

생각해 보니 굳이 오러라는 조건을 맞출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이 기술 또한 체하이가 자신의 고유스킬을 오러에 적합하게 변형한 것이지 않은가.

‘그걸 나에게··· 하인리히가 쓸 수 있도록 다시 맞추면 될 뿐.’

이러니저러니 해도 하인리히 또한 지구 출신의 각성자였다.

당연히 그의 성장은 단순히 재능에만 좌우되지 않는다.

각성자 성장 보정, 아바타 성장 가속, 「대축복 : 빛의 기사」의 용사 성장 보정, 「로지아 성투법」과 「무도의 길」의 보조.

심지어 이론적인 면에서는 한스의 「사악한 지혜」와 「마도의 길」의 도움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에 생각이 닿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 그에겐 하려고 마음만 먹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역량이 있었다.

휘익— 퍼억!

급할 건 없었다.

거인은 이미 완전히 제압된 상태고, 그 재생은 할리에 의해 철저하게 차단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저건 지금 최고의 샌드백이지.’

성장 보정이란 수련을 할 때 쌓이는 업(業)을 좀 더 빨리, 그리고 많이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다.

역기를 한 번 들어 올린 걸 두 번 든 것으로 쳐준다는 식으로.

카르마 상점을 통한 스테이터스 강화와는 별개로 성장에는 자연스럽게 합당한 업이 따라오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조우한 고블린의 목을 날리는 것보다, 목숨을 걸고 드래곤에게 덤벼들어 칼질 한 번 하는 게 더욱 성장치가 큰 건 당연한 일.

‘그렇다고 인위적인 상황을 이용하는 건 또 안 되지만.’

세계의 법칙이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으니.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런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저 갑자기 나타난 거인과 맞서 싸웠고, 힘겹게 이 강적을 제압했다.

그리고 지금.

그 적을 확실히 끝장내기 위한 목적성을 품고.

그는 다시 검을 휘둘렀다.

이 머리를 쪼개서— 그 핵을 꺼내기 위해서.

***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해가 완전히 저물어 주변이 온통 어둠에 휩싸였다.

안전한 곳에 대피시켰던 마을 사람들을 다시 데려온 이세아가 그들을 위해 방한과 발화 등의 여러 마법으로 편의를 봐주고.

지오스가 이쪽의 상황을 살피러 몇 번이나 다녀갔을 때.

휘익— 쫘악—!

여태까지 났던 둔탁한 소리가 아닌, 무언가에 의해 날카롭게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그간 수많은 칼질에 깊게 패었던 거인의 두개골이 그대로 두 쪽으로 갈라졌다.

《개체가 반복된 훈련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스킬「공간 베기」를 획득합니다.》

그와 동시에 눈앞에 떠오르는 문구.

그에 무아지경에 빠져 오직 전심전력으로 검을 내려치는 데에만 전념하던 하인리히가 눈을 번뜩였다.

‘···아깝다.’

다만 만족스러움에 앞서 떠오른 건 깊은 아쉬움이었으니—.

‘조금만 더 갔으면 닿을 것 같았는데.’

이번 수련으로 공간에 간섭하는 검격인 「공간 베기」를 습득하긴 했으나, 무인으로서 초월의 벽에 닿는 건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지. 애초에 이것만으론 살짝 부족하기도 했고. 이번엔 실마리를 잡은 정도로 만족할까.’

가볍게 한숨을 내쉰 하인리히는 슬쩍 허공에 「공간 베기」를 사용해 스멀스멀 회복하려던 두개골을 재차 동강 냈다.

이제 처음의 목표를 수행할 차례였다.

“오호! 이거 이거, 역시 생각했던 대로구만!”

쩍 갈라진 두개골 속에서 느껴지는 매우 익숙한 기운.

줄곧 옆에서 거인의 재생을 방해하며 고기를 흡입하던 할리가 날카롭게 변한 손을 그 안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이윽고 밖으로 빼낸 그의 손아귀엔···.

‘오, 이건?’

거인의 머리로부터 거미줄처럼 이어진 조직에 감싸인 채, 검붉은색으로 빛나는 주먹만 한 구슬.

그동안 본 적 없던 고순도의 ‘광기’의 결정이 들려있었다.

‘헤라토스의 드래곤 하트를 봤을 때랑 비슷한 느낌인데? 역시 심연 출신이라 그런지 광기의 순도 자체는 이쪽이 더 높은 것 같고.’

할리가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아무래도 생산지가 심연이어서인지 아바타의 매개체로는 부적절했지만, 이것은 이것 자체로 그에게 영약이나 다름없었다.

“어허! 포기하고 이리 내놔라! 이제 이건 내 꺼다! 으하하핫!”

탐욕에 눈이 돌아간 할리는 날카롭게 변한 손톱을 휘둘러 결정에 매달린 하얀 조직들을 무참하게 찢어발기고 뒤로 물러났다.

그와 동시에 꿈틀거리던 거대한 하얀 머리가 축 늘어졌지만, 이제 더 이상 그건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망설일 필요 있나!’

저 백색 거인은 개털이었던지라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었으나, 설마 이 영롱한 결정마저 그러지는 않을 터.

그는 그것을 냉큼 입안에 털어 넣었고.

《개체가 조건을 달성하여 가능성을 개화합니다. 특수스킬「거대화」를 획득합니다.》

그렇게 또 한걸음 인간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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